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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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현준은 오늘도 재영의 품안에서 눈을 뜬다. 

물론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이 놈이 미쳤나부터 별의 별 말이 다 튀어 나왔지만, 지금은 거의 무감각해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인 듯 하다. 

아무 저항 없이 그의 품에서 눈을 뜨고, 또 아무 저항 없이 발을 뻗어 녀석을 발로 차 밖으로 밀어버린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뻔뻔스럽게 학교 갈 준비한다. 

이 모든 게 너무나 잘 이루어져서 보는 사람 역시 넋을 빼놓을 정도이다. 

현준은 자연스럽게 식탁에 털썩 주저앉았고, 당당히 요구했다. 

“밥 도!” 

그 말에 재영은 너무나도 맑은 미소를 띠며 말한다. 

“알았다! 쪼매만 기달리라!” 

그러고는 새색시마냥 요리를 해대는 그였다. 

그리고 밥을 거의 다 먹을 즈음이 되면 이제 그들이 온다. 

그러고 학교에 등교한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 

왠지 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을 듯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 이제 일은 벌어지고 있었다. 

“흐음? 야쿠자를 흉내 낸 폭력조직이라고? 

이름이 『무명(無名)』파라고? 

아무 이름도 없다라. . .독특하군.“ 

현준은 인석이 가지고 온 소식을 들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사람으로 따지자면 여기를 장악한 자신들 만큼은 되지 않을 테고, 이런 실력들도 구하기 힘들 테니. 

그래서 현준은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현준의 얼마 안 되는 큰 실수 중의 하나였다. 

왠지 오늘따라 재영의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현준이 넌지시 물어보았다. 

“야, 뭐, 좋은 일 있길래, 그리 조디가 찢어지노. 

내도 좀 알자.“ 

그 말에 재영은 한시의 지체도 없이 술술 불었다. 

“흐흐흐. . . 오늘은 내 싸랑하는 진영이 오거든~ 

아, 형도 본지 좀 됐지?” 

그 말에 현준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되물었다. 

“진영? 진영라면 네 동생? 그 천사 같은 아이?” 

그 말에 재영은 계속 싱글벙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재영의 모습에 현준도 매우 기뻤다. 

왜냐하면 진영과 현준은 정말 친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진영이는 참 착한 아이였다. 

이름은 좀 여자애 같긴 했지만 충분히 남자아이였고, 또 아주 친절했다. 

정말 그 아이가 화내는 것을 본 일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으며, 성격 또한 좋았다. 

게다가 외모도 꽤 귀엽게 생겨 13살인 지금, 동네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진영이 온다니. 

현준도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그 날 하루는 싱글벙글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현준은 자신의 집에 찾아온 재영에게 가볍게 물었다. 

“진영이 왔드나.” 

그 말에 재영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는 사뭇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상하네. . . 분명 어제 도착할거라고 말했는데. . .” 

그 말에 현준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정이 있어서 늦게 오나 보다 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로 하루, 이틀, 사흘. . . . . . . 일주일이 지나도 소식은 없었고, 이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경찰 소에 신고도 해놓고, 재영은 미친 듯이 찾아다녔다. 

“무슨 일이지? 집에서는 이미 1주일 전에 출발했다고 하는데 왜 애가 없는 거야! 젠장.” 

재영은 전혀 진영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다들 그런 재영을 도와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그러고 3일이 지났다. 

현준의 학교 담벼락에 이런 공고가 붙어 있었다. 

‘밤의 천사’. 

네 놈들이 찾고 있는 아이는 지금 xx공원의 xx분수 옆에 있다. 

그 동안 그 아이 때문에 참으로 즐거웠다. 

그럼 다음엔 얼굴 보기만을 기대한다. 

-무명(無名)- 

별로 도발할 의도도 없어 보이고, 그냥 즐거웠다 하니 그냥 진영이 그들과 놀다왔나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별 생각 없이 그 곳으로 갔고, 곧 그것이 안일한 생각임을 알 수 있었다. 

아이는 벌거벗겨져 있었다. 

언제나 웃음을 머금던 입가는 물어 뜯겼는지 거의 너덜거리고 있었고, 

아이의 해맑던 눈동자는 그 빛을 잃어버렸다. 

아이의 하얀 몸에는 채찍 자국과 칼자국이 나있어, 아직까지 피가 끊이지 않고 있었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 . 

“. . . 씨발.” 

. . . 아이의 애널이 거의 다 헤어져 있었다. 

아마 이 때까지 계속 당해왔던 것 같다. 

재영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그 참흑한 현장에 잠시 넋이 나갔고, 

무언가에 홀리듯이 진영에게 다가가 그를 꼭 안아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재영이 안아주어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밀어냈다. 

“오지 마, 오지 마. . . 제발 그만 둬줘요. 제발. . . 

싫어, 싫어. . . 싫어! ! !“ 

그러더니 몸을 마구 비틀며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재영은 아예 넋이 나갔는지 아무 미동도 없이 굳어 있었고, 

현준은 너무나도 슬퍼서, 가슴이 아파서, 고통스러워서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래도 아이는 현준은 기억했던지 현준이 끌어안고 울자 이내 잠잠해지며 조용히 되묻는다. 

“. . . 현준 형. . .?” 

그 말에 현준이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얼굴을 보여주었다. 

현준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아이는 펴지지 않는 얼굴 근육을 억지로 펴려 하며 웃으려 했다. 

그러나 얼굴에 가득 난 상처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 . . 혀, 혀엉. . . 현준 형. . . 무서웠어. . . 흑, 흑. . . 무서웠어. . .” 

그러더니 눈물을 잔뜩 쏟아냈다. 

현준도 같이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아이는 울다 울다 지쳐서 잠이 들었고, 현준은 그런 아이를 업어들었다.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재영과 자신이 자는 침대에 눕혔다. 

눕히고 나서 아이를 보자 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잔인한 놈들이었다. 그 무명이라는 놈들. 

어떻게 이 어린 아이를 그렇게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왠지 가슴속 깊이 휘몰아치는 그런 격한 감정에 현준은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났다. 

속으로 별의 별 욕은 다 내뱉으며 눈물이 나오려는 걸 속으로 삼키며, 현준은 재영을 바라보았다. 

재영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한번도 보지 못한 무서운 눈으로 진영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그 방을 뛰쳐나갔다. 

그런 그의 모습에 현준은 그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말렸다. 

“. . . 정신차리라! 제발!” 

그 말에 재영이 현준의 손에서 벗어나려 몸을 들썩거리면서 격하게 소리 질렀다. 

“놔! 현준형 놔! 씨발. 그 새끼들 기필코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리겠어! 

그러니까 제발 좀 놔 줘!“ 

그러나 현준은 손을 놓기는커녕 되레 더 꼭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조용조용히 말했다. 

“. . . 미칬나 내가 놓게. 

제발 진정 좀 해라. 니 그래 가봤자 그 놈들 몬이긴다(못이긴다) 

야쿠자 흉내 내는 놈들이라 니도 안 들었나. 제발. . . 정신 좀 차리라.“ 

그 말에 재영은 무서운 표정으로 뒤로 돌았다. 

그 덕에 현준이 약간 방심을 하게 되었고, 재영은 그 때를 빌어 완전히 현준에게서 벗어났다. 

재영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현준을 노려보았다. 

“형은 형 동생이 아니라 잘도 그런 말 나오지? 

씨발. . . 형이 언제부터 그렇게 겁이 많았는데! 

아직 한 번도 붙어본 적 없어. 

우린 최고잖아! 

우릴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어! 

형도 알잖아! 그런데 왜 막는 건데! 젠장. . . 

몰라. 형은 몰라. 

내 심정이 어떤지. . . 

형은 모른다고! ! !“ 

그 말에 현준의 눈이 살짝 맛이 갔다. 

안 그래도 눈물이 터져 나올라는 거 필사적으로 눌러 참고 있었는데, 이자식이. . . 

현준은 주먹을 뻗어 그의 복부로 세게 질러 넣었다. 

예상치 못했던 공격에 재영은 복부를 감싸며 주저앉았다. 

현준은 그런 재영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화를 펄펄 냈다. 

“씨발. . . 한. 재. 영. 니 진짜 그랄 기가. 

뭐라꼬. 진영이가 내 동생이 아니라서 내는 모른다고! 

말이가! 이 개새끼야! 

씨발. . . 내가 진영이 얼마나 이뻐하는지 니도 안다 아이가! 

내라고 뭐 진영이 저렇게 만든 놈들 안 족치고 싶겠나. 

내라고 화 안나는 줄 아냔 말이다! ! ! 

나도 미치고 싶다. 진영이 저렇게 만든 놈들 아예 죽여버리고 싶단 말이다. 

하지만 그 놈들이 우리 실력 뻔히 아는데 이런 대담한 짓을 하는 걸 보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거 아이가. 

이건 누가 봐도 뻔한 명백한 도발인데, 그렇게 말려들어야만 겠나. 으이! 

그러니까 제발 정신 좀 차리라. 한재영. . .“ 

현준의 눈에는 어느 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는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재영은 그 모습에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어깨를 들썩거리며 오질나게 울기 시작했다. 

정말 재영이 그렇게 많이 우는 것은 현준으로서는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준 역시 너무나 슬펐기에 그냥 같이 계속 울었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울었다. 

그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났다. 

재영은 그 때부터 아무 말도 없이 학교 마치고 바로 집으로 와서는 동생을 돌보았다. 

진영은 계속 잠만 자다가 언제나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척였었다. 

그날따라 현준은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왠지 무언가 찝찝하고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런 느낌에 현준은 왠지 소름이 끼쳐서 그 날 야자를 빠지고 수업 마치자마자 재영과 함께 바로 돌아왔다. 

얼른 방으로 들어가 침대를 보았는데 아이가 없었다. 

왠지 너무나 불길한 느낌에 현준과 재영은 베란다로 나가보았다. 

베란다의 난관에 아이가 앉아 있었다. 

둘은 아이가 무사하다는 생각에 안도를 하며 아이에게 위험하다고 손을 뻗치려 했다. 

그 때 진영이 둘에게 방긋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진영이 예전에 흘렸던 해맑은 웃음과 같아 둘은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영은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재영이 형. 그래도 형의 동생으로 태어난 거 다행이라 생각해. 

나 형의 동생으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그러고는 현준을 바라보았다. 

한참이나 망설이다 현준을 향해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 . 현준 형. . . 

나 형, 정말 좋아했어.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거야. 

나, 그래도 내 인생에서 형과 함께 했던 시간만큼 즐거웠던 시간은 없었어.“ 

그런 진영의 말에 왠지 둘은 불길함을 느끼곤 그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진영은 그런 그들의 낌새를 눈치 채고서는 창문을 붙잡으며 난관에 섰다. 

왠지 위태로워보이는 모습에 재영이 손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그런 재영의 손이 닿기도 전에 아이는 천천히 뒤로 무너지듯 넘어가며 말했다. 

“나, 더러워졌어. 

이런 더러움을 가진 채로 나 이제 다른 사람을 만날 자신 없어. 

그래서 나, 내가 깨끗하게 될 수 있는 곳으로 갈래. 

미안. . . 형들 미안. . . 정말. . . “ 

차마 뒷말은 잇지 못하고 아이는 거기서 떨어졌다. 

아이는 달려드는 재영의 손에 약간의 차로 붙잡히지 못한 체 그대로 떨어졌다. 

차마 뒷말은 들리지 못했지만 아이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랑했어. . .』 

그런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평안해 보여서. . . 

자신들의 집으로 온 다음에 처음으로 짓는 그런 편안한 미소여서 둘은 한참이나 아이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작은 몸이 땅바닥에 떨어져서 한번 튕겨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모습을. . .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 . 

아이가 누워 있는 땅바닥에 붉은 피가 가득 흘러내리는 그 장면을. . . 

그리고 아이의 너무나 편안한 미소를. . . 

둘은 한참이나 멍하게 쳐다보았다. 

아이가 죽은 후 바로 주민들의 신고로 119가 왔고, 재영의 부모님도 오셨다. 

슬퍼하고 할 새도 없이 아이의 상을 치루었다. 

재영의 집에는 곡소리가 가득했고, 다들 슬퍼 보이는 안색이었다. 

그러나 그 중 재영은 아무 표정도 없었다. 

마치 넋이라도 나가버린 사람처럼 아무런 표정도 떠올리지 않았다. 

그런 재영의 모습에 재영의 어머니는 재영을 방으로 밀어 넣어 쉬라고 했고, 

현준에게 부탁해 재영을 돌보아 달라고 했다. 

현준이 방으로 들어갔을 때 재영은 액자를 들고 있었다. 

재영은 한참이나 그 액자를 사랑스럽게 만지며 현준에게 말했다. 

“형, 보여? 이거 우리 작년에 같이 등산가서 찍은 사진이야. 

이 때 녀석이 힘들면서 안 힘들다고 어찌나 우기던지. . . 

뭐, 나중에 몸살이 나서 며칠 앓아누웠지만. . .“ 

그러더니 주위의 것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손으로 쓸며 현준에게 말했다. 

“이 책상이 어떤 책상인 줄 알아? 진영이 그 녀석이 쓰던 책상이야. 

우리 정말 이 책상 때문에 많이 싸웠다? 서로 이거 가지려고. 물론 내가 양보하긴 했지. 난 형이잖아. 

그리고 이건 진영이가 만든 거야. 이 녀석은 솜씨가 참 없다니까. . . 

나 이거 처음에 보고 웬 문언가 했어. 알고 보니 도자기를 만든 거였다고 하더라고. 

그 때 얼마나 분하게 외치던지. . . 하하. . . 

아, 이건 또 어떤 건줄 알아? 이건. . .“ 

횡설수설하게 계속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재영을 향해 현준이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재영아. . .” 

그런 현준의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이 없어졌다. 

이내 그런 그의 어깨가 가늘게 떨려왔고, 곧 그의 슬픔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렸다. 

“. . . 이 곳은 이렇게 변함이 없는데. . . 

녀석이 있을 때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 . 

형. . . 여기에는 진영이 없어. . .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 .? 

알수가 없어. . .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 . 

바보 자식. 바보 같은 자식. . . 

자기가 뭐가 더럽다고. . .하나도 안 더러운데. . . 

하나도 더럽지 않은데. . . 이 나쁜 자식. . . 윽. . . 흑. . .“ 

그런 그의 비통에 가득 찬 목소리에 현준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진영이 생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은 방이었다. 

이 방을 보면 마치 진영이 다시 문을 벌컥 열고는 그 해맑은 미소로 

『형~ 나 심심해 같이 놀자~ 으응~』 

그렇게 외치며 다시 현준에게로 달려들 것만 같았다. 

현준은 그런 재영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런 재영을 끌어안았다. 

재영은 현준이 안아오자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현준은 그런 재영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 . . 씨발. . . 그래 우리 울자. 

우리 오늘 미친 듯이 울어보자. 

그리고 우리 진영이 고이 보내주자. 

진영이 안 슬퍼하게 우리 오늘까지만 우는 기다. 알겠제.“ 

그런 현준의 말에 재영은 아무 미동도 없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현준에게 입 맞추었다. 

그런 그의 눈에 드디어 눈물이 작게 흐르기 시작했다. 

현준은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당황했지만 

재영이 녀석이 무언가 도피할 걸 찾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녀석이 하는 대로 가만해 있었다. 

재영은 천천히 길게 입을 맞추며 현준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가기 시작했다. 

현준의 몸이 진영의 침대에 누였을 때 현준은 진영을 생각했다. 

재영의 입이 손이 천천히 현준의 몸을 더듬어 갔다. 

그런 그들의 귓가로 곡소리가 아스라이 들렸다. 

현준은 마치 그 소리가 진영이의 마지막 목소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뒤엉겨서 하루를 세었다. 

진영의 침대에서 진영을 떠올리면서. . . 

아침이 되었다. 

현준은 여전히 그대로 자고 있었다. 

재영은 이미 일어나서는 창가에 서서 진영을 생각했다. 

그러다가는 이내 현준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 . . 형. . .이제 형만큼은 다시 진영처럼 잃지 않을 거야. 

절대로. . . “ 

그리고 그의 눈은 차갑게 식어갔다. 

그 때 현준은 꿈에서 진영을 만나고 있었다. 

진영을 만난 기쁨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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