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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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집착이라고 해도 좋아. 

하지만 좋아하는데. . . . 

처음으로 이렇게 좋아하는 너라는 사람을 만났는데. . .. 

다른 사람들이 나보고 손가락질 한다 해도 좋아. 

나보고 욕해도 좋아. 

너만 볼 수 있다면. . . . 

난 죽어도 좋아. . . 

원래 바라는 것 같은 거 없었지만. . . 

나 지금 이렇게 바라고 있어. 

형이 나 보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제발 무시하지는 말아줘. 

형이 나를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우니까. . . 

부디. . . 

형이. . . 

행복하기를. . . 

내가 사랑하는 형이 언제나 늘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 . 

그것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아. 

아무 것도. . . 

날씨는 화창했다. 

그러나 현준의 기분은 별로 화창하지 못했다. 

잔뜩 먹구름이 낀 듯한 느낌. . . 

어제의 승하의 고백이 아직까지 걸리는 현준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귀여운, 자신을 잘 따르는 동. 생. 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 . 

그 녀석은 나를 남자의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럼 지금 나는. . . .. ? 

나는 지금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 . .? 

현준이 그렇게 한참을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런 그에게 재석이 다가와서는 그의 옆에 앉았다. 

현준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재석이 옆에 옴을 보고 의아해했다. 

“. . . 무슨 일이냐.” 

아직까지는 대외적 이미지라는 것이 있으니까 현준은 애써 서울말을 구사하며 말한다. 

그런 현준의 말에 재석은 앞을 바라보며 말한다. 

“. . . 그냥.” 

그 말에 현준은 눈을 샐쭉하니 뜨고는 말한다. 

“니 지금 내하고 장난 때리나.” 

그 말에 재석은 멋쩍게 웃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 재석의 모습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현준은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벌렁 눕는데 딱딱한 것이 아닌 무언가 물렁한 것이 머리에 느껴졌다. 

그래서 현준은 고개를 뒤로 젖혀 위를 바라보니. . . 

“. . . 진수?” 

진수가 부드럽게 웃으며 현준의 머리를 자신의 다리에 올려주고 있었다. 

“야. 네가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이렇게 찬데 누우면 몸에 안 좋다. 

아무리 네가 승하 때문에 혼란스럽다고는 하지만 몸도 생각 좀 해라.“ 

그런 그의 말에 현준이 벌떡 일어나며 되묻는다. 

“니 혹시 알고 있었나! 누가 말하대! 

혹시 다들 알고 있는기가!“ 

그런 그의 물음에 진수는 예의 그 느끼한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준은 왠지 스물스물 올라오는 닭살의 기운에 온 몸을 다시 벅벅 긁었다. 

어쨌든 현준은 다시 진수의 허벅지를 베고 벌렁 드러누웠다. 

그러며 중얼거렸다. 

“. . . 니들. . .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그 정도는 다 눈치 챘다. 

니들도 혹시 그런 눈으로 내 보고 있는 건 아니재.“ 

그러고는 대답은 별로 바라지 않았던지 그냥 눈을 감았다. 

약간 날카롭게 생긴 생김. 

그의 피곤해 보이는 표정이 묘하게 나른하고도 매력적이었다. 

결코 여자같이 생겼다고는 할 수 없는 얼굴이지만 왠지 남자같이 생겼다고도 그다지 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눈길을 끄는. 

아니,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눈이 가는 그런 녀석. 

진수는 그런 친구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어라 말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 재석이 입을 열었다. 

“. . . 그런 눈으로 보면 어쩔 건데.” 

무뚝뚝하게 그 말을 내뱉은 녀석은 예의 그 무뚝뚝한 표정으로 현준을 응시했다. 

현준은 갑작스레 들리는 재석의 목소리에 잠시 당황을 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던 듯 말했다. 

“난 남자다. 그런 눈으로 봐 봤자 내는 여자가 더 좋다. 

네 놈들의 마음에 응해줄 수 없다. 그러니까 포기해라.“ 

제발 포기하길 바랐다. 

부디 다시 예전처럼 친구로 돌아오기를. . . 

그러나 그런 현준에 바람에도 불구하고 재석의 입에서는 현준이 바라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 . . 굳이 응해달라고 좋아하는 거 아니다. 

네 말대로라면 사랑을 받는 모든 사람들은 다 응해줘야 한다는 말인데, 그렇진 않잖아. 

포기하라는 말은 하지 마라. 

이 마음은 어쩔 수 없으니까. . .“ 

그러고는 재석은 잘 웃지 않던 웃음마저 지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웃음에서 진심이 너무나 아프게 느껴져서 현준은 눈을 감고야 말았다. 

왜 다들 나에게서 멀어지려는 거지? 

제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더 이상 이런 곳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생각 따윈 들지 않을 정도로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었다. 

현준은 다시 눈을 뜨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바라고, 염원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 . . 

이런 종류의 감정은 익숙하지 않아 너무나 불편했다. 

그 때 처음으로 현준의 소망을 들어주려는 듯 승하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그들에게 말했다. 

“형, 형! 큰일 났어. 

우리에게 대적할 신흥 세력이 등장했어! 

그리고 우리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어.“ 

그 말에 현준은 벌떡 일어나며 승하가 내미는 종이쪽지를 받아 들었다. 

너희 ‘밤의 천사’는 우리가 접수하겠다. 

-적혈(赤血) 

너무나 센스가 없는 도전장이었지만 현준은 몹시 기뻤다. 

적어도 이 녀석들이 나타난 이상 한동안은 여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준은 부디 이 녀석들이 좀 센 녀석이기를 바랬다. 

물론 나중에 몹시 후회하지만. . . . 

현준은 옷을 털며 일어나서는 승하와 재석에게 말했다. 

“좋다. 학교 마치고 다 모이라. 

이 녀석들 치러 갈 날짜를 정하자.“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승하는 그런 현준의 옷자락을 잡았다. 

현준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승하는 조용히 말한다. 

“. . . 내 감정이 아무리 부담스럽더라도 무시하지만은 말아줘, 형. 

형이 날 무시하면 난 죽고만 싶어지니까. . .“ 

그 말에 현준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곤 밝게 웃어주며 말한다. 

“내가 니 와 무시하겠노. 

어린 것이 걱정도 많다.“ 

그러고는 현준은 다시 몸을 돌려 교실 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진수와 재석이 따르듯 들어갔다. 

그런 그들을 보며 승하가 중얼거렸다. 

“. . . 씨발. . . 그럼 왜 나를 안 쳐다보는 건데. . . 

현준 형은 너무 잔인해. . .“ 

그러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수업이 마치고, 야자마저 끝난 뒤 집에 오는 길이었다. 

오늘 정한 것은 토요일 날 밤 9시 정도에 그들을 치러 간다는 것. 

현준은 그것을 되뇌며 승현과 승하와 같이 집에 걸어갔다. 

승호는 오늘 사정이 있어 일찍 조퇴를 한 뒤였기 때문에 둘과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거의 집까지 다 와 갈 때까지 서로 한 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이 유지되는 듯 했다. 

그 때였다. 

“. . . 너무 늦었군. 그래.” 

“어린 아기라서 엄마 젖 좀 먹고 온다고 늦었나?‘ 

전혀 보지도 못했던 두 사람이 벽에 느긋하게 기대어 담배를 빼어 물며 현준들을 향해 말을 건넸다. 

그들은 직감적으로 이들이 바로 자신들에게 도전장을 보낸 녀석들이라고 확신했다. 

현준은 굳은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 . . 너희들이 그 적혈(赤血)이냐? 그리고 여기는 무슨 이유로 온 거지?” 

언제나 대외적인 이 서울말. 

이제는 아예 습관적으로 흘러나왔다. 

어쨌든 현준의 그런 물음에 그 둘 중 정말 위험하게 생긴 검은 장발의 한 남자가 느긋하게 말했다. 

“아아. . . 역시 알아챘네? 그래, 우리가 바로 그들이야. 그리고 여기 찾아온 이유?” 

그런 그들의 뒤로 한 50명 쯤 되어 보이는 녀석들이 손에 각목을 하나씩 챙겨들고 나타났다. 

그런 그들을 보이며 그는 이죽거렸다. 

“보시다시피. . . 우리가 성격이 좀 급해서 말이야. 

그래서 우리의 존재를 확실하게 너희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거든? 

게다가 ‘밤의 천사’라는 것을 만든 녀석의 얼굴도 볼 겸 말이야. 

뭐, 겸사겸사 온 거지.“ 

그런 그의 이죽거림에 그들은 가방을 내려놓고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그들의 태세에 그 둘은 천천히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며 느긋하게 말했다. 

“. . . 쳐라. 다만 죽이지는 말고.” 

그 말을 기점으로 그 50여명이 우르르 현준들에게 달려들었다. 

“헥, 헥. . .” 

“하아, 하. . .” 

입 안에서 단내가 나는 듯 했다. 

이제 남은 것은 10명. 

어제 삐었던 다리가 아직 낫지 않아 너무 힘겨웠지만 현준은 끝까지 버텼다. 

역시 예전의 실력이 녹슬지는 않았던지 현준 혼자서 20명가량을 때려눕혔다. 

이 녀석들은 전부 조무래기가 아닌 진품들이었다. 

그 덕에 싸움이 좀 힘겨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준들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있는 힘을 다 짜내어 싸웠다. 

현준으로써는 이런 상황이 반가웠다. 

무언가 이 어색한 공기를 바꿀 만한 것이 필요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집중할 수 있는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그들이 왔고, 이렇게 아무 생각도 못할 정도로 힘든 싸움을 걸어왔다. 

현준은 속으로 이 상황을 감사하며 또 딴 놈들이랑 붙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옆에서 무언가 휙하는 소리가 들렸다. 

현준이 잠시 옆을 바라보니 어떤 놈이 자신을 향하여 각목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피하려 했지만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저거 맞으면 골로 갈 건데. . . 

현준은 이런 생각을 하며 체념했다. 

그리고는 이를 앙 물었다. 

그 때였다. 

퍼어어억----------------- 

“크으윽. . ” 

예상대로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대다 웬 신음소리마저 들려 현준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 . 

털썩----------------- 

머리에서 많은 피를 흘린 체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마는 승하의 모습이었다. 

그 의외의 모습에 현준은 넋을 잃고야 말았다. 

그러나 이 때를 놓칠 그들이 아니었다. 

남은 8명은 현준을 향해 부서진 각목 대신 주먹으로 달려들었고, 

현준은 이미 넋이 빠져서 그것을 보는 것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 때 그런 현준의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에 느껴지는 심장소리에 멍하게 그대로 있었다. 

자신을 붙든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현준은 그걸 느끼지 못한 체 멍하게 그대로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을 불러들이는 둘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 . . 이제 그만 해라. 인사는 이 정도로 해 두기로 하지.” 

그런 그들의 말에 그들은 거짓말처럼 멈추어서는 부상당한 녀석들을 부축하며 그들의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승현은 현준을 놓아주었고, 현준은 그제야 자신을 막고 있던 게 누구였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현준을 향해 명백한 비웃음을 날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부디 ‘밤의 천사’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게 아니길 빌겠어. 

안 그럼 너무 시시할 테니까. . .“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그들의 말은 현준에게는 들어오지 않았다. 

승현이 몸을 비키자마자 승현 역시 바닥으로 쓰러졌다. 

너무나 심하게 얻어 터져 있었다. 

온 몸에 찍힌 발자국이며, 긁혀서 난 핏자국이며. . . 

승하 역시 머리를 맞았는지 머리에서 엄청난 출혈이 있었다. 

현준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자리에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았다. 

그 때 그런 그를 향해 승하가 떠듬떠듬 말을 꺼냈다. 

“. . . 형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 .” 

그런 그의 말에 승현 역시 떠듬거리며 말한다. 

“. . . 정말이군.” 

그런 그들의 너무나도 태연한 목소리에 현준은 화를 버럭 내며 말한다. 

“씨발! 뭐가 다행이란 말이고! 니들 미쳤나! 

와 그러는데. 응? 뭐 땜에 이렇게 감싸는데. . .“ 

뒷말이 울음기가 섞인 채로 흐려져서는 목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현준의 목소리에 승하가 말한다. 

“. . . 씨발. . .좋아하니까. . . 

형만 안전하면 돼. 형만 다치지 않으면 돼.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니까. . .“ 

승현 역시 말한다. 

“. . . 나에게 너는 빛이니까. . . 

네가 다치는 게 나에겐 더 아프다. 

네가 다칠 바에는 차라리 내가 죽을 거야. 

네가 다치는 게 나에겐 더더욱 쓰라리니까. . .“ 

그러고는 둘이 같이 조용히 묻는다. 

“. . . 괜찮은 거지?” 

“. . . 형. 어디 다치진 않았지. . .?” 

그 말에 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미친 듯이 흘렀다. 

그들은 그런 현준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다행이라는 듯 긴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런 그들이 누워 있는 곳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현준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만 보았다. 

나중에 걱정이 된 승하가 이들을 발견할 때까지. . . 

이들을 병원으로 우송할 때까지. . . 

그의 손에 이끌리어 같이 들어간 병원에서 의사 선생이 위험한 지경이라는 말을 할 때까지. . . 

그들이 수술실로 급히 들어가는 장면을 볼 때까지. . . 

승호와 재석과 인석과 진수가 절규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 . . 

현준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왠지 모든 것이 다 자신 때문인 것 같았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실타래가 풀리나 싶었더니 더 엉켜버리고 말았다. 

좋아한다는 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받아주지도 못할 사랑 때문에 저렇게도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평범한 일생을 보내고 있었을 텐데. . . 

왜 나와 그들이 연관이 되었던 걸까? 

우리는 대체 왜 만난 걸까? 

만나서는 안 됐다.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이었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분명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무언가 날카로운 예기에 찔린 듯 굉장히 쓰려왔다. 

사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의 가슴은 마음을 잃은 듯 텅비어버렸다. 

모든 것은 다 나 때문이다. 

다 나 때문이다. . . . 

현준은 그런 생각을 하며 웃었다. 

그런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개새끼들. . . . 

니 놈들, 기필코 내가 잡아 족친다. 

현준은 알 수 없는 분노에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런 현준의 모습을 지켜보는, 아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마음은 더 황량해왔다.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달은 그날따라 너무나 밝게 세상을 비추었다. 

너무나 밝아서 눈물이 날 듯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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