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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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어쨌든 바야흐로 수학여행도 끝이 났고. . . 

시험 기간에 돌입하게 되었다. 

날짜는 5월 2, 3, 4. 즉, 목, 금, 토 였더라. 

거의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기에 그런지 다들 공부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하다못해 그 생양아치들인 재석과 인석마저 공부한다고 정신이 없다하면 말 다 한거지 않은가? 

물론 현준도 죽어라 했다. 

앞에서도 누누이 말했지만 현준은 공부 참 잘 하는 녀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요즘 현준은 거의 밤샘하며 독하게 공부하고 있었다. 

이제 2학년이니 내신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듯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서울 와서 처음 치는 시험이니. . . 상당한 부담감도 있었다. 

어쨌든 공부 하다가 잠시 엎드려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현준의 팔을 툭툭 쳤다. 

현준은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부스스 머리를 들고 일어났다. 

눈을 들어 보니 승호였다. 

승호는 손에 들고 있던 걸 현준에게 가볍게 던졌다. 

현준은 무심코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무언가 바라보았는데. . . 

제길. . . 

쿠우~ 다. 

내가 이거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고. . . 

사실 현준은 단 거라면 사죽을 못 썼다. 

승호는 현준의 앞자리에 걸터앉으며 현준에게 묻는다. 

“공부 많이 했어?” 

물론 하기는 많이 했다. 

현준이 누군가. 

지기를 무지하게 싫어하는 녀석이 아닌가. 

그러나. . . 

“아니. 별로 못 했어.” 

솔직히 많이 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대체 누가 있을까? 

그 말에 승호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한다. 

“사실 나도 그래. 

이번에 하도 일이 많아서 공부를 많이 못 했거든.“ 

그 말에 현준이 무심코 물었다. 

“무슨 일?” 

그러자 승호가 자신도 모르게 술술 불어버렸다. 

“아. 이번에 우리 만화동호회에서 회지를 내는데 회지에 낼 그림 좀 그린다고. . . 핫.” 

승호는 술술 다 불어 놓고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활을 떠난 화살이로다. 

현준은 그런 승호의 말에 놀라서 반문한다. 

“에에? 너 만화 그려?” 

그 말에 승호는 안절부절 못하다가는 결국은 실토를 하고야 만다. 

“. . . 응. . .” 

그 말에 현준이 얼른 일어나서는 그를 잡아끌었다. 

“가자.” 

그러자 갑작스런 현준의 행동에 승호가 멍청히 그를 쳐다보며 묻는다. 

“어딜?‘ 

그 말에 현준이 당연하다는 듯이 잡아끌며 말한다. 

“당연 한 걸 왜 물어? 너희 반이지.” 

그 말에 승호가 다시 반문한다. 

“우리 반엔 왜 가는데?” 

그 말에 현준이 씨익 웃으며 말한다. 

“당연히 니가 그린 만화 보러 가지.” 

그러고는 다시 승호를 이끌고 그의 반으로 간다. 

승호는 그런 그를 향해 조용히 중얼거린다. 

“가 봤자 내 그림 없는데. . . . .” 

그러나 현준이 들었을 리는 만무했다. 

“엥? 없다고?” 

현준은 실망한 듯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 말에 승호가 예의 그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집에 가면 많으니까 집에서 보여 줄게.” 

그 말에 현준은 실망했지만 씩씩하게 말한다. 

“. . . 응.” 

“우와~ 이거 진짜 니가 그린 거가.” 

현준은 승현이 그린 그림을 보여 연신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그림 속에는 아주 멋진 무사가 숲이 울창한 곳에서 바위에 걸터앉아 좌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준은 신기한 듯 손으로 쓸어 보기도 하고 뒤집어 보기도 한다. 

현준의 그런 모습에 승호는 왠지 흐뭇한 듯이 바라본다. 

현준은 한참을 신기하다는 듯이 그림들을 보다가 승호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나는 니가 그림 그리는 거 못 봤노.” 

이젠 아예 사투리로 막 가는 현준이었다. 

그런 현준의 물음에 승호는 약간 씁쓸하게 웃으며 말한다. 

“고2잖아. 부모님이 만화 그리는 거 반대하시니까. . . 

공부는 안 하고 웬 그림질이냐며. . .“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그림을 소중하게 챙겨서 파일에 넣었다. 

현준은 그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으아~ 시험 마쳤다!” 

승호와의 일이 있은 지 몇 주 후 드디어 대망의 시험을 치렀고, 오늘은 그 시험이 마치는 날이었다. 

시험을 마친 그들은 홀가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방을 싸서 신나게 집으로 갔다. 

승하와 승현마저 홀가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신나게 걸어가고 있는데 

왠지 이상하게 승호의 표정이 안 좋았다. 

현준은 이상하게도 그런 그의 표정이 몹시 신경 쓰였지만 별거 아닌 걸로 치부해버렸다. 

그러고 며칠 후에 일은 벌어졌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다. 

그리고 성적표가 집으로 발송되는 날이기도 했다. 

많은 아이들이 성적표를 두려워하며 집으로 돌아갔으나, 현준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현준이 이번에 전교 9등을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전학 와서 친 시험치고는 꽤 잘 친 거였다. 

게다가 진수도 전교 20등이라는 쾌거를 달성했으니. . . 

현준과 진수가 서로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렸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 의외로 인석은 전교 50등, 재석은 전교 45등이라는 성과를 보여 현준을 놀라게 했다. 

참고로 승하는 전교 34등을, 승현은 전교 3등을 기록했었다. 

승현과 승하의 등수까지 들으면서 현준이 느낀 것. 

‘요즘 양아리들은 공부도 욜라 잘 하네.’ 

인석과 재석과 승하와 승현을 다시 봤다는 것은 당연한 일. 

“이게 뭐야!” 

성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준은 승호의 아버지의 화난 목소리에 무슨 일인가 싶어 밑으로 쪼르르 내려갔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 . 

퍼억--------- 

웬 종이뭉치로 얼굴을 얻어맞고 있는 승호였다. 

아저씨는 화가 난 듯 승호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이 놈의 자식! 왜 성적이 이 따위야!” 

그러고는 손에 있는 종이 뭉치를 내팽개친다. 

현준은 그것이 무엇인가 싶어 보았다. 

그것은 승호가 그린 그림들이었다. 

승호는 그 상황에서도 자신이 그린 그림을 소중하게 끌어 모았다. 

아저씨는 그런 승호의 모습에 더 화가 난 듯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따위 그림에 네가 정신 팔려 있으니까 성적이 그 따위지! ! ! 

앞으로 한 번만 더 그 따위 만화 나부랭이를 그렸다가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 !" 

그러고는 승호가 들고 있던 승호의 그림을 낚아 채 승호가 보고 있는 앞에서 찢어버렸다. 

승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그 장면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그런 승호를 보고는 혀를 차며 미련 없이 뒤로 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 

김미숙 여사께서는 멍하게 있는 승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승호야. 이깟 만화 같은 건 대학가서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잖니. 

니가 이런 취미 활동에 정신이 빠지니까 1등을 지키지 못하고 2등으로 밀려 난거고, 

아버지께서도 그래서 화가 난 게 아니니. 

취미 활동은 말 그대로 시간이 남아돌 때 하라고 있는 거란다. 

지금은 공부 할 때잖니. 

그러니까 앞으로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는 만화를 안 그리겠다고 약속해 주렴.“ 

승호는 아무 말도 없었다. 

여사께서는 다시 한 번 대답을 촉구했다. 

그제서야 승호는 아주 조그맣게 대답했다. 

“. . . . . 네. . . . .” 

그 말에 만족한 듯 여사께서는 아저씨를 따라 급히 들어갔고, 

승호는 망연자실한 채로 자신의 찢겨진 그림들을 바라보았다. 

승호는 한참을 그렇게 넋이 빠진 사람처럼 그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그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기어가 자신의 찢겨진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모았다. 

울면서. . . 

눈물을 쉬지 않고 흘리면서 정성스레 한 장 한 장 자신의 그림을 줍고 있는 그 모습에 

현준은 차마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뒤로 돌아섰다. 

대체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 걸까? 

정말 지금 이 때는 공부만 해야 하나? 

전교 1등이 그렇게 중요한가? 

아무리 마음속으로 물어도 현준은 답할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는 것은 역시. . . 

정말 괴로운 일이다. . . 

현준은 잠시 앉아 있다가 승호의 방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왠지는 모르지만 꼭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현준은 승호의 방 앞에 섰다. 

왠지 모를 불길함. 

그 불길함에 현준은 노크도 없이 불쑥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 . 

손목을 그으려 하는 승호의 모습. . . 

현준은 너무나 놀라 얼른 달려가서 그 칼을 낚아챘다. 

칼을 낚아 챈 오른 손이 쓰라렸지만 다행이도 손목을 긋기 전에 낚아 챌 수 있었다. 

현준은 칼을 멀리 치우며 소리쳤다. 

“니 미칬나! 지금 뭐하자는 건데!” 

그 말에 승호는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나 너무나 아파 보여서 현준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내가 뭘 어쨌는데. . .? 

나 조금 편해지면 안 될까?“ 

그 말에 현준은 화를 내며 말한다. 

“차라리 그 죽을 각오로 살아라! 

그렇게 회피하는 게 뭐가 편해진다는 거고!“ 

그 말에 승호는 허탈한 듯 웃으며 말한다. 

“죽을 각오로 살라고? 

사는 게 죽는 거 보다 더 힘들어서 선택한 길인데 죽을 각오로 살라고? 

그만 둬. 

나에게 더 이상 훈계 따위 늘어놓지 마. 

싫어. 

어른들은 자신만 생각해. 

내가 무슨 공부하는 기계야! 

왜? 왜 공부해야 하는 건데?“ 

그러다 갑자기 표정이 매서워지며 현준을 몰아 새웠다. 

“씨발. . . 왜! 어른들은 왜 자기 멋대로 생각하는 거지? 

뭐? 만화가 취미생활이라고? 

웃기지 마. 난 그 따위 공부보다 만화에 목숨을 걸었어.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저 한갓 그림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난 아니야. 

나에겐 목숨을 걸만큼 중요한 거야! 

니가 뭘 안다고 그 따위 참견인데! 

난 공부하는 기계가 아냐! 

난 어른들이 사육하는 애완동물이 아니야! 

난. . . . .“ 

그러고는 굉장히 아프게 웃었다. 

“난 류승호야. 

만화 그리기 좋아하는. . .“ 

현준은 그런 그의 말에 아무 것도 답해 줄 수 없었다. 

승호는 그런 현준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왜, 왜? 

왜 난 살아야 하는 걸까? 

난 왜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길들여져야 하는 걸까? 

우리를 위해서라고? 

웃기지마. 

그런 생각들이 바로 우리들을 썩혀 가고 있어. 

정말 재능 있는 것을 꽃피워 보지도 못한 체 어른들의 사고에 맞추어서 그것들을 버려야 하는. 

그런 어른들의 사고 때문에 나도 썩어가고 있어. 

난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살 이유가 없어.“ 

남이 보이게는 너무나 극단적인 생각인지도 모른다. 

남이 보기에는 너무나 별 거 아닌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는 한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 거 아닌 거라도 그런 것에 자신의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있기에. 

현준은 승호의 그런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말했다. 

“. . . 만약 진짜 살아갈 이유가 없어서 살지 못하겠다면. . . 

네가 살아갈 이유를 찾기 위해 사는 것도 안 괜찮겠나.“ 

그 말에 승호는 멍하게 현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물었다. 

“. . . 왜 너는 그렇게 산다는 것에 집착하는 거지?” 

그런 그의 말에 현준은 슬그머니 웃었다. 

“. . . 안 살아 있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꼴 못보고 죽는다 아이가. 

우선은 살아 있어야 그런 사회에 대해서 복수라도 하지. 

차라리 그 죽을 각오로 부모님께 만화 그리겠다고 말할 수는 없나. 

우린 아직 18살 밖에 안 됐다 아이가.“ 

그 말에 승호는 아무 말도 없이 입술을 꾹 닫고 현준을 바라보았다. 

현준도 아무 말도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승호가 현준에게 달려들었다. 

현준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그의 악력에 의해 바닥으로 넘어졌다. 

그는 미친 듯이 현준의 입술을 탐하며 단추를 조금씩 풀었다. 

현준은 승호가 이제 무엇을 하려는 지 어렴풋이 감을 잡았다. 

현준에게는 지금 그를 뿌리칠 힘이 있었지만 현준은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그의 모습이 왠지 혼란스러운 자신에게 위로를 해주기를 바라는 듯해서. 

아니,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에 사람의 온기를 너무나 가지고 싶어 하는 듯해서. . . 

현준은 이런 정에는 너무나도 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호가 현준의 윗옷을 다 벗길 때에도, 승호 자신도 윗옷을 다 벗을 때에도. 

승호의 입이 점점 아래로 내려옴에도 아무 말 없이 원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승호는 현준의 몸 여기저기에 키스마크를 내며 이곳저곳에 입 맞추었다. 

현준은 그럼에도 그런 승호를 아무 말 없이 꼬옥 안아 줄 뿐이었다. 

승호의 입이 배꼽 근처로 내려오다가 어느 순간 멈추었다. 

현준이 쳐다보자, 그는 이제 마음에 정리가 좀 되었는지. 아니 제정신이 들었는지 쑥스럽게 웃었다. 

“헤헤. . . 그러고 보니 나 남자를 안는 법 모른다.” 

그 말에 현준은 그냥 그런 그를 조용히 끌어 당겨 안아주며 말한다. 

“꼭 안을 필요는 없다 아이가. 

이렇게 있자.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그냥 이렇게 있자.“ 

승호는 그런 그의 말에 아무 말 없이 현준을 끌어안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체온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현준의 심장소리와 자신의 심장소리가 서로 뒤엉키고, 서로의 체온이 뒤엉키는 듯한 느낌에. 

왠지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안심되는 그 느낌에 승호는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잠이 들었다. 

현준은 그런 승호를 피식 웃으며 바라보다가 문득 창가를 보았다. 

달이 정말 미치도록 시렸다. 

그래도 세상이라는 거겠지? 

현준은 자조적인 미소를 머금고는 승호와 함께 잠이 들고 말았다. 

끼익-----------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 둘을 아무 말 없이 침대로 옮겨주었다. 

그러다 그는 현준의 몸에 남은 키스마크를 보고는 가만히 쓸어 보았다. 

왠지 약간 화가 난다는 듯한 행동이었지만 그렇다고 승호에게 어떤 짓을 가하진 않았다. 

그는 자고 있는 현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그 방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방문을 조용히 닫으며 중얼거린다. 

“이번만이야. 이번만 봐주는 거야. 

승호 형만 봐주는 거야. 현준. 다음엔 절대 가만 두고만 보고 있진 않겠어.“ 

그러고는 어둠을 향해 걸어 나갔다. 

그런 승현의 뒷모습이 어쩐지 슬퍼보였다. 

“뭐라고! 저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 

아저씨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그 말에 승호는 태연하게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말한다. 

“저 만화가 될 거라고요.” 

그러자 아저씨가 또 열 받아 뭐라 뭐라 소리 지르고, 김여사는 옆에서 말리고, 

승호는 태연한 모습으로 그런 그들을 설득해 나갔다. 

현준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정말 다행이다. . . 

라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됐는데.” 

승호가 아저씨 방에 들어간 지 1시간 만에 무사히 귀환하자 현준이 물었다. 

그런 그의 물음에 승호는 아무 말도 않고 브이 자를 그려보였다. 

현준은 그 모습에 승호를 끌어안으며 환호했다. 

“니 진짜 잘 됐다! ! !" 

승호는 자신을 끌어안고 환호하는 현준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 지었다. 

어제는 그냥 놔 주었지만. . . 

다음엔 놓치지 않겠어. 

네가 말했지? 

죽을 각오로 만화 그리겠다고 하라고. 

이번엔 네 말에 따라 죽을 각오로 널 빼앗아 줄께. 

이런 그의 마음을 전혀 모른 체 현준은 환호성을 질렀고, 

그런 현준을 끌어안고 있는 승호의 얼굴에는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 

5월 11일. 

류승호. 18세. 

만화가의 길로 접어들다. 

그리고 현준과 사랑에 빠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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