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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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는 모습을 웃으며 보고 있던 진수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러다가는 다시 비웃음 비슷한 것을 입가에 떠올리며 승현을 보고 이죽거렸다. 

“이런. . . 

‘밤의 천사’의 2인자 님께서. . . 

그것도 차갑기로 유명한 승현님께서 왜 이리 주책 맞게 울고 계시는지. . .?“ 

그 말에 현준이 승현을 보다 말고 진수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낯선 모습. 

그 보다 ‘밤의 천사’를 진수가 알고 있다? 

그리고 승현과도 이미 아는 사이였다? 

게다가 서울말을 자연스럽게 구사 한다? 

자신이 알던 진수는 저런 모습은 아니었다. 

언제나 장난스럽고, 느끼하고, 활기찬. 

순수한 부산토박이 새끼. 

대체 저 녀석. . . 

뭐야. . . 

왠지 섭섭한 느낌. 

이 때까지 진짜 친구라 생각했던 그런 감정이 왠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너무나 섭섭했다. 

이 때까지 자신은 세세한 것 하나하나 다 진수에게 말하고 다 상의했는데. 

그러고 보면 저 녀석은 자신에 대해 말한 게 거의 없었다. 

정말 난 저 녀석에게 친구로 생각 되는 건가? 

씨발. . . 

개새끼. . . 

쳐죽일 새끼. . . 

씹어 먹을 새끼. . . 

재석은 눈을 들어 진수를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낯이 익은 녀석이었다. 

맨 처음 서울에서 한창 세력을 키우고 있을 때였다. 

아마 중3때였었지? 

그 때 정체 모를 놈이랑 저 놈, 그렇게 둘이서 자신들에게 도전했었다. 

그 때는 단 두 놈이 거의 40명에 육박하는 자신들에게 덤비는 미친 새끼라 생각했었는데. . . 

아쉽게도 그런 그 두 명의 주먹아래 자신들은 다 쓰러졌었다. 

강한 놈들. 

하지만 저 진수라는 놈도 강했지만. . . 

더 강한 것은 그 정체모를 놈이었다. 

싸우는 동작 하나하나에 눈이 간다고 하면 비웃을까? 

사실이었다. 

그 동작 하나하나가 얼마나 아름답고, 활기차 보이고, 매력적이었던지. . . 

재석은 싸우다 말고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이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매혹되었음을. 

자신은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자신들을 받아주었다. 

아마 그 때부터 시작이었으리라. 

‘밤의 천사’의 전설이. 

잇달아 엄청난 세력을 구축하던 승하와 승현, 승호도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고. . . 

그들은 서서히 서울의 모든 세력을 병합해 나갔다. 

단 일주일 만에. . . 

그리고 그는 다시는 자신들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가끔 저 진수라는 새끼가 와서 간섭을 했을 뿐. . . 

그러다 갑자기 든 어떤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혹시. 

혹시 그럼 그도 이 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그런 것은 아닐까? 

갑자기 피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2년 전 자신들을 매혹시켰던 그. 

지금은 어떻게 싸울까? 

싸워보고 싶은 열망에 온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승하 놈도 마찬가지였는지 연신 입가가 웃고 있었다. 

오늘 정말 큰 수확이었다. 

현준은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 . . 뭔데, 진수 니. 

니 ‘밤의 천사’ 알고 있었나. 

니 서울말 쓸 줄 알았나. 

승현이랑 재석이랑 승호도 알고 있었나. 

근데 와 나한테는 그딴 말 한마디도 안 해준 건데. 

나는 니 친구 아인기가?(아닌 거냐?)“ 

사투리 쓰는 거고 뭐고 없다. 

현준은 매섭게 진수를 째려보며 말했다. 

얼굴 가득 섭섭함이 가득했다. 

그 모습에 되려 황당한 것은 진수였다. 

이 새끼가 서울 가더니 역시 약을 쳐 먹었나. . . 

암만 사람 얼굴 기억 못하고, 건망증이 심하다지만. . . 

이거는 완전 병 수준이었다. 

진수는 황당해 하다가 현준에게 다가갔다. 

현준은 그에 굴하지 않고 매섭게 진수를 째려보았다. 

진수가 손을 높이 들었다. 

현준은 진수가 무엇을 하는 가 싶어 계속 쳐다보았다. 

그 순간. . . 

까앙------------------- 

현준은 뒤통수를 부여잡고는 연신 문지르며 화를 냈다. 

“야! 니 진짜 뭔데! 

니 놈이 뭔데 때리냔 말야! 이 쳐죽일 새끼! 

씨발, 개새끼야! 덤벼! 그래, 오늘 너 죽고 나 죽는거다! 

덤비란 말이다!“ 

그 말에 진수는 얼굴 가득 황당함이라는 것을 담고 현준에게 말했다. 

“너 정말 몰라서 묻냐? 

서울말이야. . . 그래 우리 부모님들 다 서울 사람이다. 

그건 말 안 했다 치자. 

근데 너 정말 ‘밤의 천사’ 모르냐? “ 

그 말에 현준은 무슨 말인가 싶어 계속 진수만 바라보았다. 

진수는 답답하다는 듯이 현준의 머리통을 부여잡고 흔들었다. 

“너 돌빡이지? 그렇지? 

너 정말 생각 안 난단 말야? 

2년 전에 겨울 방학 때 우리, 부모님들 몰래 우리끼리 서울 간 적 있었잖아! 

그래도 기억 안나? 이 씨발 새끼야! 

이름도 네가 지었으면서, 이 돌빡 새끼! 

너 정말 그 머리가지고 어떻게 공부 하냐. . . 

세계의 8대 불가사의다. 이 새꺄!“ 

엥? 

이게 무슨 말? 

현준은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고 있는 진수의 손을 떼어 냈다. 

어질어질. . . 

그러나 그것에 굴하지 않고 현준의 머리가 갑작스럽게 부산을 떨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2년 전. . . 

2년 전. . . 

2년 전 겨울 방학. . . . ? 

“설마. . . .?” 

미친 새끼. . . 

진수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야 기억난 거냐? 

그 때 우리 한창 싸움 독 올라서 신나게 한판 했었잖냐. 

서울에서. 

그 때 이름 물어보니까 자신이 ‘밤의 천사’라고 지었으면서. . .“ 

역시 유치한 이름이라 했더니 현준의 입김이 들어가 있던 이름이었던 것이다. . . 

어쨌든 현준은 그 사실을 알고는 경악을 했다. 

“니 진짜 그거 만든 거였나. 

난 그냥 재미 삼아 서울 가서 싸움 걸었던 거고, 재미삼아 이름 지은 거였는데? 

그럼 그게 그거였나.“ 

재미삼아. . . 

그 마을 들은 재석과 승현과 승호와 승하와 인석은 휘청거렸다. 

현준이 자신의 리더라는 것을 알고 경악을 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들리는 말이. . . 

재. 미. 삼. 아. . . 

재미 삼아 라니. . . 

재미 삼아 이걸 만들었다니. . . 

그럼 이때까지 우리들은 뭐한 거야? 

‘밤의 천사’라는 이름에 어울리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 냈고. 

거기에 반발하는 놈들을 척살해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생각했다. 

정작 리더는 오지도 않고, 자신들과 동급인 진수만 부산을 떤다 싶었다. 

설마 설마 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 . 

잊. 어. 버. 려. 서. 라. 니. . . . 

갑자기 그들에게서 무한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현준은 그 살기를 감지하고서는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 그들이 있었다. 

“. . . 설마 설마 했어. 그런데 정말 잊어버렸을 줄은. . .” 

“. . .그랬군. 현준형. 그런거였어.” 

“. . . 그래도 좋은 놈이라 믿고 있었는데. . .” 

“. . . . .. . .” 

“. . . 정말 너무하는 걸!” 

결국. . . 다들 현준을 쫒는다고 혈안이 된데다가 

거기에 전교생까지 합세해서 완전 북새통을 이루었다나? 

후담이었지만. . .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그럼 너 그 때 전학 온 첫 날, 

왜 나에게 얌전히 맞고 있었지?“ 

재석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 말에 진수와 승현과 승하와 승호가 부산을 떨며 폭풍과 같이 몰아쳤다. 

“현준아! 너 서울 가서 맞고 살았냐!” 

“. . . 재석 너 죽인다. . .” 

“이 씨발 새끼가! 

너 감히 우리 현준형에게 그 더러운 손을 댔다는 거야! 

내 오늘 네 놈만큼은 죽인다.“ 

“재석! 

너 이 연약한 몸에 손을 댔던 거야! 

넌 야만인이야!“ 

승호의 말에 다들 얼어붙은 건 자명한 사실. . . 

그런 모습에 승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 . . 농담이다. 좀 오버했다.” 

어쨌든 그들을 다 저지하고는 재석은 현준에게 물었다. 

“. . . 왜지?” 

그 말에 현준이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 때 무릎을 한 시간 이상이나 꿇고 있었잖아?” 

그 말에 그게 어땠냐는 듯이 다들 쳐다보았다. 

그런 그들의 시선에 현준은 아무 사심 없는 환한 미소를 내 보이며 말한다. 

“그것 때문에 다리가 저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거든.” 

“. . . .” 

“. . . .” 

“. . . .” 

“. . . .” 

“. . . .” 

다들 그 말로 굳어버렸다. 

“. . . . . . 어? 현준이?” 

현준의 말에 굳어 있던 그들이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보이쉬하게 생겼지만 꽤 이쁘게 생긴 계집애. 

인석은 그녀를 보고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볐다. 

그러다가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물었다. 

“. . . 혜은이?” 

혜은이라 불린 그녀는 인석을 바라보고, 현준을 바라보고, 다시 인석을 바라보고. . . 

이러기를 수십 번 하더니 그제야 정신이 든 듯 경악해서 외쳤다. 

“뭐야! 너희 둘 다 서울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가! 

다 웬일인데!“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투리. . . 

그러나 그런 모습마저 인석의 눈에는 이뻐보였다. 

인석은 그 감격에 겨워서 혜은을 껴안고야 말았다. 

“. . . 혜은아!” 

그 모습에 2학년 2반 급우들과 인석을 향해 동정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 . 

휘이이이익---------- 

“으갸갸갸갸갸갸갹! ! !" 

이런 추한 비명소리와 함께 인석이 혜은의 앞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그런 인석의 모습을 2학년 2반 아이들은 예상했던지 쯧쯧 혀를 찼고, 

현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니, 그 격투긴지 뭔지 아직도 하는 거가. 

그 뭐라더라? 그 뭐가 썪였다드라. . .“ 

“. . . 유도하고 태권도하고 킥복싱이야. . .” 

“그래! 하이튼. 

가스나가 그렇게 사나워가지고 어디 니 대꼬(데리고) 갈 사람이나 있겠나. 

운동도 좋은데 좀 그 성질 좀 줄이라.“ 

그 말에 혜은이 도끼눈을 뜨며 자세를 취한다. 

“지금 싸우자는 거제. 

니 지금 모든 여자들을 무시하는 기가! 

이게 아직 맛을 덜 봤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혜은이 현준을 잡는답시고 온 교실을 누비고 다녔다. 

진수 외 2학년 2반의 학생들은 이미 많이 보아왔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그 순간에도 전교생들은 구경꾼의 정신을 놓치지 않았다. 

그 때 인석은 보았다. 

현준을 쫒는 혜은의 얼굴에 있는 약간의 홍조를. . . 

그러나 그것 역시 인석도 설마하며 넘어간다.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현준에게 코 꿸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체. 

인석은 혜은을 바라본다. 

정말 한 눈에 반해버렸다. 

인석은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하트를 날리며 생각했다. 

사실 인석의 이상형은 저런 씩씩한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교차된 하루가 지났고, 

그들은 시간이 되어 얼른 숙소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내일을 기대하며. . . 

유성고등학교 축제날에 맞추어 수학여행 온건 역시 천운이었던 모양이었다. 

다들 내일 어떻게든 띵구고 축제에 놀러 가리라는 결심을 한 체 꿈나라로 향했다. 

인석 역시 혜은의 꿈을 꾸며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앞으로의 자신의 운명은 전혀 알지도 못한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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