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 (14/30)

(14) 

다들 말이 없었다. 

그 말에 다들 굳어버린 것이리라. 

그러나 진수는 그 상황에서 도리어 싱긋 웃었다. 

진수가 웃자 승현은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믿는 꿍꿍이가 있는 것인가? 

긴장의 상태가 다시 지속되었고, 그 긴장을 푼 것은. . . 

“야, 니 미칫나! 

지금 뭐하나는 플레이고! 으이? 

니 만다고(뭐때문에) 뽀뽀하는데. . . 

아 씨발. . . .“ 

그러다 문득 뒤를 보았다. 

재석을 비롯해서 인석과 승하와 승호까지 다 자신을 보고 얼어 있었다. 

그 모습에 현준은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다시 말했다. 

“. . . 지금 뭐하자는 거야. 

너 정말 미쳤나?“ 

그러나 이미 깨진 이미지. . . 

그런 현준의 말에 분위기는 더 썰렁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계집애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박장대소를 했다. 

“야, 뭐꼬! 

김현준. 

니 우리보고는 어설픈 서울말 쓴다고 욜라 지랄하더니 지금 니야말로 뭐하는 건데! 

으히히히히“ 

“맞다, 맞다. 

아가(애가) 전학가기 바로 전만해도 서울말하면 치를 떨더니 뭔 일이고. 큭큭. 

진짜 니 모습 몰랐던 아들은(애들은) 마, 깜빡 속어 넘어 갔겠다! 

켈켈켈. . .“ 

망할 가스나들. . . 

이게 친구가, 아님 왠수가. 

현준은 그녀들을 살짝 야렸다. 

그러나 그녀들이 누군가. 

대한민국의 부산 소녀들 아닌가. 

그 야림은 완전히 씹어버리고 다시 박장대소를 하고 계셨다. 

그 분위기에 승현과 진수는 뭐라 말도 못한 체 어정쩡하게 있다가는 그들도 서로 웃어버리고 말았다. 

뒤에 나머지 4인도 자신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서 웃어 제키고 말았다. 

모든 사람이 웃었다. 

다만. . . 

다만. . . 그 중에서도 저주 받은 족속이라 일컬어지는 그들은 웃을 수가 없었다. 

그들 중 대표 격으로 추종되는 학생회장이라는 이름의 저주 받은 족속 하나가 이 시끄러움을 감지했다. 

아니, 이게 웬 일인가. 

안 그래도 꼴 뵈기 싫은 2학년 새끼들에게 큰 소리 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그 저주 받은 족속들은 서로 토의와 대화를 통해 음침하게 웃으며 학생회장을 그들에게 파견했다. 

학생회장은 음침하게 웃으며 자신의 본문을 다하기 위해 2학년 2반의 뒷문을 힘차게 열었다. 

드르륵----------- 

“야, 이놈의 아새끼들아! 

지금 우리 공부하는 거 안 보이나! 

씨발. 우리 대학 못가면 니들이 책임 질꺼가! 

2학년이나 됐으면, 3학년 옆에 반이 붙어 있으면 좀 다른 사람도 배려 해줘야 하는 거 아니가! 

지금 뭐하자는 플레이고! 

누구 죽었던 사람이라도 살아 돌아왔. . . . . 

엥? 현준이?“ 

이야기 변경, 이야기 변경.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몇 주 전에 전학 갔다던 우리 학교 제일의 유명인이었다. 

그 저주 받은 족속들의 리더 격인 그라 할지라도, 

그가 암만 고3이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그를 건들일 마음은 전혀 없었다. 

왠지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약간 수척해 보이는 게. . . 

더 미인이 된 듯한 느낌. 

그는 알고 있을까? 

그는 이제 자신의 본문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잽싸게 밖으로 빠져 나갔다. 

그리고는 1층부터 5층까지 단 한 층도 빼먹지 않고, 1, 2, 3학년의 교실로 뛰어 다니며 외쳤다. 

“야야! 현준이 왔다! 

야, 현준이 다시 왔다! 

좀 나와 봐라. 금마(그 녀석) 짐 2학년 2반에 있다!“ 

그 말에 갑자기 드르륵 열리는 문들과 수많은 발소리. 

아래층에서부터 옆에서부터 위에서부터 들리더니. . . . 

“와아아아아아! 현준 행님아! 다시 온거가!” 

“현준아 다시 돌아온기가.” 

“현준아 보고 싶었다!” 

기타 등등. . . 

거의 전교생이 우르르르 몰려나와 현준의 앞에 포진했다. 

그 엄청난 광경에 현준은 물론이고 나머지 학생들도 눈이 동그래졌다. 

물론 진수와 승현과 재석과 승호와 승하와 인석도 놀랐음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다 진수가 떨떠름하게 현준에게 물었다. 

“니. . . 암만 발이 넓다 해도. . . 이건 좀 오번거 같은데. . . 

니 이렇게 많이 알고 있었나.“ 

그 말에 현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말하는 현준으로써도 이 많은 얼굴들을 보며 질려 있었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많이 알거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 . 

근데 우째 내가 모르는 얼굴도 좀 있는 것도 같고. . .“ 

그 말에 모였던 사람들이 다들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자 대표 격으로 현준이 그 동안 좀 이뻐했던 후배인 은유가 나서서 말한다. 

“에이~ 행님아. 

솔직히 우리 학교에서 행님이랑 진수 행님 모르면 간첩이다 아이가. 

행님들한테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도움 많은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기다(거기다가) 둘의 애정행각이 솔직히 우리 학교의 명물이었다 아이가. 

근데 진짜 왠일인데. 

다시 전학해 온기가?“ 

애정행각? 

그 말에 승현이 은유를 노려보며 말한다. 

“미안하지만 이제부터 현준은 내꺼다. 

더 이상 이 녀석이랑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현준은 기가 막혀 입만 벌린체로 어버버 거리고 있었고, 

그 말에 진수가 피식 웃으며 현준의 등을 두드린다. 

“뭔데, 니. 

서울 갔더니만 아새끼 하나랑 바람피고 있었던 기가. 

내 버리고 그러면 십리도 못가서 치질 걸린디.“ 

그 말에 현준이 강한 부정을 한다. 

이 녀석은 정말 더럽게도 눈치가 없는 놈이었다. 

지금 승현의 저 도끼눈이 뵈지도 않는단 말인가? 

“뭐라카노!” 

그러다가 순간 뒤에 있는 재석외 3인과 승현을 인식하고는 곧 어색한 서울말로 바꾼다. 

“. . . 뭐라는 거냐. 

연애라니. . . 무슨 그런 말을. . . 

너 나의 10년 우정을 부정하는 건가! 

나에게 있어. . . 최고의 친구는. . . 

바로 너다.“ 

그 말에 승현은 물론이고 왠지 재석과 승하마저 가슴이 따끔했다. 

왠지 자신은 이 둘 사이에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자신이 모르는 현준을 이 녀석은 다 알고 있다. 

그런 그들을 눈치 챘는지, 못 챘는지 진수가 승현을 보며 피식 웃는다. 

마치 자신이 이겼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그런 그의 표정에 승현이 약이 바짝 올랐다. 

자신의 것에 손을 대다니. . .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저 녀석에게 저 따위 표정이나 짓게 만들다니. . . 

현준이 야속했다. 

세월만큼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나도 늦게 현준을 만나고 싶어 늦게 만난 게 아닌데. . . 

“으흑. 윽, 윽. . . .” 

결국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다가는 이내 아주 서럽게 울었다. 

그 모습에 현준이 도리어 당황해서는 승현에게 다가가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야, 야. . . 겨우 그것가지고 우냐. 

. . . 너, 너도 소중한 친구야. 소중하다니까.“ 

울고 있는 승현. 

당황해서 승현을 달래고 있는 현준. 

옆에서 야리며 보고 있는 재석과 승하. 

실실 웃으며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진수. 

그리고 철저한 구경꾼들인 인석과 승호를 비롯한 거의 전교생들. 

이거 정말 뭐하자는 건지.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