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현준은 그날따라 기분이 매우 좋았다.
왜냐하면 내일은 바로 대망의 수학여행 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인짜 얼매나 기다렸었노. . .(진짜 얼마나 기다렸던가. . .)
현준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서 승현이 귀찮게 엉기는 데도 아무 말도 않았다.
그에 용기를 얻은 다른 아이들이 귀찮게 집적거리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래, 까짓 거. . . 부산에 간다는데.
현준의 입이 남 모르는데서 쭈욱 벌어졌다.
인석 역시 기분이 좋았다.
정말 얼마나 기다렸던가. . .
내 사랑 혜은을 만나는 그 날을. . .
그렇다.
사실 인터넷으로 사귀었던 그의 애인인 혜은은 바로 부산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때껏 캠으로 밖에 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실물한번 보겠구나 란 생각에
그 역시 재석이 현준에게 집적거려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 까짓거 여친 없는 새끼가 좀 반반한 새끼한데 엉긴다는데. .
이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용서해주어야지. . .
인석의 입 역시 쭈욱 벌어져 귀밑에 걸렸다.
현준과 인석은 둘 다 매우 해피 해 했다.
현준이 재석에게 다가갔다.
인석이 무슨 일이냐는 듯이 현준을 쳐다보았다.
현준은 예의 그 무표정으로 말한다.
“. . .잠깐 나 좀 볼까?”
그 말에 인석도 덩달아 일어난다.
현준은 그런 그를 가벼운 손짓하나로 저지하고는 재석만을 데리고 복도로 나갔다.
그런 그 둘을 어느 샌가 또 현준의 반에 온 승씨 형제 3명과 인석이 주의 깊게 보았다.
둘은 뭐라고 이야기하더니 금세 재석이 현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또 무어라고 말한다.
왠지 묘하게 다정스럽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 승현과 승하는 그 장면을 쏘아보았고,
승호와 인석은 왠지 무언 가가 있을 것 같다는 직감에 주의 깊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쳐다보아도, 무슨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고, 왠지 더 궁금해져버렸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에 말이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들은 이내 이야기를 끝내고는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현준에게 무슨 얘기를 했냐고 인석이 물었으나. . .
“. . .별 일 아냐. . .”
그러고는 만다.
그러나 별 일이 아닌 거면. . . .
. . .대체 왜 재석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 .?
인석의 인생 18년 중 정말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재석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한다.
그 무뚝뚝하던 녀석이. . .
그 표정 없던 녀석이. . .
그 카리스마 있던 녀석이. . .
지금은 완전 바보가 되었다. . . .
갑자기 책상에 앉아서 헤벌쭉 웃지를 않나. . .
게다가 이유도 없이 자신들을 보고서는 괜히 또 피식피식 웃는다.
특히 오늘 인석의 손을 이끌고 매점으로 향하며 말한다.
“자, 가자. 오늘 내가 쏜다!”
물론 얻어먹기야 잘 먹었다마는. . . .
평소에 이럴 애가 아닌데. . . . .
게다가 이젠 하루 종일 현준을 대놓고 흘끔흘끔 쳐다보기까지?
이 새끼가 정말 맛이 갔나?
아직 여름도 아닌데. . .
그러나 재석은 인석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않고는 그저 고맙다고 그의 어깨를 두드려줄 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러는 거지?
그런 인석의 의문은 수업이 마치자 더 심화되었다.
왜냐하면. . .
내일이 수학여행이라 오늘은 일찍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재석은 인석에게 어디 놀러가자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되레 인석에게 먼저 가라고 한다.
왠지 야성의 감이 작동한다.
뭔가가 있어. . .
혹시 아까 현준과 이야기 했던 것과 관련이 있던 것은 아닐까. . .?
사나이 강인석! 궁금한 건 못 참는다!
그래서 결국 미행을 결심하고야 만다.
그런데 과연 이게 사나이가 할 짓일까. . .?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인석만이 아니었던지. . .
“. . . . .”
“어? 인석도 왔네?”
“형! 조용히 해! 현준 형이 듣겠다!”
결국은 그 세 명과 함께 미행을 하게 되었던 인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