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현준이 복도를 걷는다.
승현이 현준을 발견한다.
승현이 현준의 뒤에 붙는다.
현준은 아무 말도 없었다.
현준과 승현이 복도를 걷는다.
승호가 현준과 승현을 발견한다.
승호가 현준과 승현의 뒤에 붙는다.
현준은 아무 말도 없었다.
현준과 승현과 승호가 복도를 걷는다.
승하가 현준과 승호와 승현을 발견한다.
승하가 현준과 승호와 승현의 뒤에 붙는다.
현준은 아무 말도 없었다.
현준과 승현과 승호와 승하가 복도를 걷는다.
재석과 인석이 현준과 승현과 승호와 승하를 발견한다.
재석과 인석이 현준과 승현과 승호와 승하의 뒤에 붙는다.
현준은 아무 말도 없다.
현준은 조용히 허리춤에 있는 피리를 꺼낸다.
현준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기까지. . .-
. . . 이게 아니잖아! ! ! !
현준은 냉랭한 표정으로 복도를 걸어갔다.
그리고 그 뒤로 나머지 것들이 재잘거리며 따라온다.
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
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
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
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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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
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짜증나
지금 이 노무 시끼들이 모하자는 기고!
대체 와(왜) 길 잃은 개새끼(강아지)마냥 내 뒤를 졸졸 쫒아댕기는 긴데!
지금 이 놈아들이 내하고 한 판 하자는기가 뭐고!
그러나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고통. . .
현준은 그 쓰라린 고통에 가슴을 부여잡으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현준에 의해 강아지(개새끼)로 전락해 버린 저 뒤에 것들은
그런 현준의 마음을 아닌지 모르는지 끝까지 재잘거린다.
참자.
-재잘재잘. . .
참자.
-재잘재잘. . .
참자.
-재잘재잘. . .
참을 인 세 개면 살인도 면하는 기다
-재잘재잘. . .
참자.
-재잘재잘. . .
참. . . . . .
-재잘재잘. . .
내가 미칬나! 참게!
내도 이제 도저히 못참는다! ! !
현준은 도끼눈을 하고 뒤로 돌았다.
그리곤 입술을 열었다.
“씨발! 니들 미칬나! 돌았나! 와 여까지(여기까지) 내 뒤를 졸졸 쫓아오고 지랄이고! 으이?
지금 내하고 한 판 붙자는 기가! 안 그럼 대체 와 계속 길 잃은 개새끼 마냥 내 뒤를 쫓는데!
진짜 마 귀찮아서 뒈지겠다! ! ! 이거 완존 똘갱이들 아이가!
게다가 머스마들이 씨발 재잘거리기는 가쓰나들보다 우째 더하노!
진짜 하루죙~일 재잘재잘 궁시렁궁시렁. . . 아씨~씨발. 욜라 시끄러워서 빡돌아삐시겠다.
그래. 오늘 내 니네들 결투 다 받아주꾸마. 뎀비! 뎀비라니까! ! ! ! !"
. . . 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이지 현준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머릿속에서 진수의 말이 메아리처럼 맴도는 것이다.
-니 서울말 안쓰면 거 가서 (거기 가서) 촌놈 취급 당한디!
-니 서울말 안쓰면 거 가서 (거기 가서) 촌놈 취급 당한디!
-니 서울말 안쓰면 거 가서 (거기 가서) 촌놈 취급 당한디!
-니 서울말 안쓰면 거 가서 (거기 가서) 촌놈 취급 당한디!
-니 서울말 안쓰면 거 가서. . . .
“. . . 왜 자꾸 쫓아오는 거지? . . . 귀찮군. . . . 게다가 시끄러워. . .”
아아. . . 위에 장장 6줄을 차지하던 그 말이 단 세 마디로 줄어버리다니. . .
이것이야말로 언어의 신비이리라.
어쨌든 그렇게 조용한 말소리와는 달리 그들을 바라보는 현준의 얼굴은 싸늘함 그 자체였다.
너무나 싸늘한 그 모습에
다들 왠지 그런 현준의 뒤로 얼음칼날이 날아다니는 환상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왠지 그 차가운 모습마저 고풍스러워 보인다면 그들의 눈이 잘못된 것일까?
백설 공주의 그것과 같은 하얀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약간 붉은 입술.
안경으로 가렸지만 그래도 역시 살짝 드러나는 고풍스러워 보이는 얼굴.
만약 옛날에 태어났다면 분명 귀족이거나 명문가의 도련님이었을 것 같은 아이였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현준의 얼음칼날과 같은 싸늘함에도 불구하고, 넋을 놓고 현준을 바라보았다.
물론 현준의 진면목은 모른체. . .
날이 갈수록 오해는 깊어지고 있었다.
어쨌든 그런 현준의 말에 다들 움찔했다.
그러나 제일 먼저 인석이 정신을 차리고는 싸가지 없게 말한다.
“씨팔! 뭐, 누구는 네 녀석 뒤로 붙고 싶어서 붙는 줄 아냐?
살다보니 별의 별 말을 다 듣겠네.
정말 나는 억울하다고!
내가 왜 너 같이 싸가지 없는 놈의 뒤에 붙어 가야 한다는 거지?
정말 저놈의 재석이가 네 뒤에 붙지만 않았어도. . .
착각하지마!“
그런 인석의 말에 곧 재석이 정신을 차리고 변명한다.
“. . .교실로 가던 중이 아니었나.
난 단지 교실로 가려던 중이었다.“
그러고는 쑥스러웠던지 현준 옆을 휭하니 지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인석이 뒤따라 달려갔다.
둘 다 핑계거리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 .
남은 사람들은 먼저 도망친 재석과 인석을 저주하면서 현준의 눈치를 살폈다.
도저히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대치된 체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현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계속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 때 마침 종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이 쿵쾅거리며 교실로 들어갔다.
다들 살았다 생각하며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현준도 교실로 들어가기 위해 불쾌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 했다.
그 때 순간 승현이 현준의 옷자락을 다시 꽉 잡았다.
현준은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승현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한다.
“. . . 나 미워하지마. . . .”
현준은 아무 말도 없었다.
승현은 또 다시 말한다.
“. . . 나 미워하지마. . .”
그러나 그런 그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현준은 아무 말도 없었다.
승현의 두 눈에서 마침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승현은 울면서 말한다.
“. . . 나 미워 하지마. . . 나 미워 하지마. . .
난 네가 좋았을 뿐이란 말야. . . 으흑. . .“
승현으로서는 안타까웠다.
가족 이외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은 것을 겨우 찾았는데.
겨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만났는데.
그것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덜컥 겁이 나버렸다.
그래서였나 보다.
평소와는 달리 떼를 썼던 게. . .
그 도망간 4인은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현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보다 10cm는 더 커 뵈는 녀석이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질질 짜는 꼴이라니. . .
머스마가 저게 뭐꼬!
그러나 현준은 우는 것에 약했다.
현준은 속으로 완전 초 당황하고 있었다.
‘아씨. . . 정말 쟈는 와 울고 난리고!
이 일을 우야노. . . 이거 결과적으로 내가 울린 거 아이가.
우짜지. . . . 우짜지. . . 에이 모르겠다.‘
현준은 의외로 마음이 약한 소년이셨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울고 있는 승현의 목을 가볍게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승현은 가볍게 현준에게 딸려와 현준의 어깨에 고개가 파 묻혔다.
다른 사람들도 갑작스러운 그 모습에 “어” 하는 소리도 못한 체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현준은 그런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즉, 우는 아기 달래는 수법이었다.
그러나 이게 어느 정도 통했던지 승현은 그런 그의 어깨에서 점점 눈물을 멈추어 가고 있었다.
그의 눈물이 멈출 때쯤 현준은 그의 고개를 들어보였다.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저 잘생긴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니까 좀 애처로워 보인다.
역시 잘생긴 사람은 뭘 해도 멋져 보인다는 게 사실인가 보다.
현준은 그런 불공평한 사실에 속으로 중얼중얼하면서도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그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무뚝뚝하게 말했다.
“다 울었나?”
그 말에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준은 다시 그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한다.
“. . . 너 특별히 싫어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 말에 승현이 조용히 반문한다.
“. . .정말?‘
마치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 말에 현준이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정스레 말한다.
“. . . 정말.”
예상치 못한 현준의 미소에.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 지켜보던 4인조는 멍한 얼굴로 현준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승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승현 역시 그런 현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현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그 현준의 웃는 모습이 너무나 안심이 되어서,
너무나 익숙한 그런 느낌에 승현마저 활짝 웃어버렸다.
둘 다 마주보고 활짝 웃었다.
다들 활짝 웃었다.
. . . 그리고 여기 소외당한 선생님도 활짝 웃었다.
“. . .흐흐흐흐흐. . .
감히 내 수업시간에 저렇게 밖에서 놀아?
게다가 나까지 무시한 체로?
그래, 내가 어떻게 하나 보자.
내가 어떻게 하나 보자고. . .
흐흐흐흐흐. . . . . .“
그 날은 특별히 숙제가 3배나 더 많았다고 한다.
참으로 소심한 선생님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