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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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는 현준이고, 여기는 나의 사랑하는 세 아들이란다. 

다들 인사 하렴~“ 

김미숙 여사께서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뒤로 보이는 저 훤칠한 세 청년께서는 

그런 모습을 가증스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계셨다. 

그리고 현준 역시 매우 가증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과연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우리 엄마의 친구이니 만큼 정상임을 기대하기는 글렀다는 만고의 진리를 그는 잠시 

또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쨌든 예의 상 현준이 먼저 인사를 했다. 

어차피 얹혀 사는 입장인데 이럴 때라도 점수 좀 따놔야지 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반갑. . . 습니다. . . 

제 이름은. . . 김현준이라고 합니다. . .“ 

그리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미숙여사 뒤에 서 있던 훤칠한 세 청년들은 이내 착각을 하고 만다. 

저 녀석. 

말이 없는 녀석이구나. . . 

그러나 그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억만의 무지개떡으로. . . 

현준의 성격은 다혈질에 나불이였던 것이다. 

입만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차가워 보이나, 

늘 입만 열면 분위기를 아주 확실히 밟아 뭉개버렸다. 

그 덕에 그의 절친한 친구 진수군께서는 언제나 이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니는 고 조디(입)만 다물면 꽤 잘생긴 거 같은데. . . .” 

물론 언제나 그 다음에는 현준의 펀치가 뒤따랐지만. . . 

어쨌든 지금 했던 이 몇 마디 말만으로도 현준은 완전 초당황하고 계셨다. 

'시톱, 시톱. . .(스톱, 스톱) 

이 담에는 뭐라 말해야 하는 기고. . . 

아 씨발. 내가 이래서 서울이 싫은 기다! ! ! 

서울 말은 와이리 어렵냔 말이다! ! !' 

그렇다. 

지금 현준군의 머리 속은 서울말을 즉, 표준어를 생각해 낸다고 맹렬히 회전 중이셨던 것이다. 

사실 이 한 두 마디의 말도 정말 머리를 맹렬히 굴리고 조심에 조심을 기한 것이었다. 

그 나불이 현준으로써는 이런 상황이 답답했으나 딱히 별 방법이 없었다. 

부산 말로 해봤자 알아먹는 놈도 없을 거고. . . 

무엇보다 진수 놈의 말대로 무시만 억빠이(매우, 많이) 당할 테니. 

현준이 더 이상 말을 않자, 김미숙 여사께서는 그 훤칠한 세 청년들을 노려보셨다. 

그런 그녀의 노려봄에 쫀 세 청년들은 저마다 나와서 소개를 시작했다. 

아아. 위대한 이름이어. . . 

그 이름은 어머니라고 하나니. . . 

“아. . . 내 이름은 류승호라고 해. 

나이는 너랑 같은 18살이야. 

잘 부탁해.“ 

자신을 승호라고 소개한 이 청년은 현준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어쩐지 얼굴이 전체적으로 선이 가늘고, 묘하게 부드럽게 생긴게. . . . 

현준은 그 다음에 이 녀석에게 어울릴만한 말을 찾아냈다. 

모나리자. 

자신이 붙여도 너무나 딱 들어맞는 별명이었기에 현준은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흐뭇해하고 있는데 또 다른 청년이 와서는 소개를 했다. 

“. . . 내 이름은 류승현이다. 

나이는 18살이다.“ 

아아. . . 

이 얼음을 방불케 하는 표정에 목소리라니. . . . 

아까 소개한 승호라는 사람과는 정반대의 이미지였다. 

나이로 봐서는 아마 쌍둥이인거 같던데. . . . 

생긴 것도 왠지 차갑게 생겼다. 

저 질릴 것 같은 하얀 얼굴에 신경질 적인 눈매라니. . . 

현준은 곧 그에게 정말이지 너무나 어울릴 듯한 별명을 생각해냈다. 

얼음칼날. 

그리고는 다시 이내 흐뭇해한다. 

이제 여기서 더 이상 무엇을 숨기리. . . 

그렇다. 

현준은 순진에 다혈질, 그리고 나불이에 이어 유치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는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이렇게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미지대로 별명을 정해놓고 

사람을 기억했다. 

참고를 말하자면 진수의 별명은 ‘식용유와 마가린의 절묘한 조화’였다. 

어쨌든 이렇게 두 사람의 소개가 끝났고, 현준은 나머지 한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 있다가는 이내 소리를 빽 질렀다. 

“씨발, 내가 왜 이 따위 소개를 해야 되는 건데! 앙!” 

그러나 그런 그의 말도 곧 이어 나타난 김미숙 여사의 밥주걱으로 인하여 쑥 들어가고 말았다. 

철푸덕----------------- 

그녀의 밥주걱이 반항하는 그의 뺨에 작렬하자 그는 쉽게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그녀는 이내 현준을 바라보며 상큼하게 웃었다. 

“어머, 미안해~ 

원래 얘가 좀 이런 점이 있어서 말야. 

늘 이렇게 맞아야 정신 차린다니까~ 

신경 쓸 거 없어~.“ 

그러나 거의 기절 근처까지 간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대체 누구를 신경 써야 하는 걸까. 

그런 그녀의 말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현준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 모습에 김미숙 여사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그 청년은 질렸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때였다. 

“자, 일어나. . .” 

아까까지도 아무 말이 없던 현준이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것이다. 

사실 이 때까지 그가 가만히 있었던 것은 바로 저 단 두 마디를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현준은 저 녀석의 모습에서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다. 

정말 무기가 달라서 그렇지. 

어머니라는 이름의 저 난폭한 폭군에게 두들겨 맞는 처량한 신세는 너무나 같았기에 

현준은 금방 마음이 동해버린 것이다. 

이 세상에 약한 자여, 그것은 아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시 밥주걱보다는 자신이 이 때까지 계속 맞았던 국자가 더 아플 거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어쨌거나 그런 그의 내밀어진 손에 그는 당황했다. 

그러다가 이내 그의 내밀어진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정말 감동 먹었다는 듯이 울먹울먹 거리며 말한다. 

저 차가운 얼굴에도 이런 인정이 남아 있었다니. . . 

감동 먹은 데는 이 현준의 차가운 얼굴도 한 몫 단단히 한 것 같았다. 

“이야. . . 

너 정말 괜찮은 새끼구나. 

나 감동 먹었어. 

난 류승하야. 

나이는 17살 먹었으니까 형이라 부를게. 

정말 고마워.“ 

그리고는 쑥스럽게 배시시 웃었다. 

말이 약간 험악해서 그렇지. . .(하긴 부산 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 .) 

정말 너무나 순진하게 보였다. 

현준은 그런 그의 모습에 이내 별명을 지어버렸다. 

순진이. 

역시 유치한 작명 솜씨였다. 

그러나 본인은 스스로 흐뭇해있었다. 

뭐, 본인이 좋다는 데야. . . 

현준은 그런 그의 순진한 미소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사실 이제야 밝히지만 현준은 저런 순진한 타입에 약했다. 

“응. 잘. . . 부탁할게.” 

그 미소를 본 세 명의 건장한 그 청년들은 잠시 굳어버렸고. . . 

다만 우리의 그 김미숙 여사께서는 입이 함지박만큼이나 벌어지셨다. 

심봤다! 

꽃돌이다! 

순이야, 너 정말 해냈구나. 

아들을 꽃돌이로 키우겠다고 그리고 결심을 하더니. . . . 

그리고는 이내 현준을 보며 흐뭇해했다. 

‘앞으로 현준이 다닐 학교는 미남들이 많은 곳이니까. . . 

후후후후후후후. 

눈요기만큼은 확실하게 되겠구나. 

아아아. . . 아름다운 인생이야~‘ 

그러나 이 위대하신 김미숙 여사께서도 하나 잊은 게 있었으니. . . 

당신 아들들이랑 이어지면 어쩌려고 그러우? 

. . . 그건 그 때가서 생각할 일이고. . . 

어찌됐던 간에 이렇게 현준과 그들의 대면은 이걸로 끝이 났고. . . 

이제 본격적으로 학교에 가는 일만 남았다. 

현준은 학교에 갈 일에 한숨만 푹푹 쉬었으나. . . . 

역시 그 고민은 5분도 안 돼서 꿈나라로 직행하고 말았으니. . . 

과연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 . . .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자아,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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