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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병약한 도련님이 되었습니다 (240)화 (240/317)

그렇지만 카밀루스는 아직도 셔츠 단추 하나 풀지 않고 그저 제 아래에서 흐트러진 이온을 안달 나게 하는 데 집중할 뿐이었다.

“흐, 흐으…….”

그러나 이온이 그의 지분거림이 일으키는 간지러움을 참을 수 없어 다리를 좁히자 그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허벅지가 그의 커다란 손에 움켜쥐어지니 그의 손가락 모양을 따라 얼마 없는 허벅지 살이 눌려 들어갔다.

그렇게 이온의 하체를 무방비하게 시야 안에 둔 카밀루스는 배꼼의 일직선상에 놓인 마른 골짜기를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민망해진 이온이 바동거리자 카밀루스가 귀엽다는 듯이 위로 시선을 옮기며 다시 얼굴에 입맞춤을 쏟아 냈다.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설마 나쁜 짓을 하겠어?”

“읏, 자세가 이상한데.”

말로는 나쁜 짓을 안 한다지만 붙잡힌 다리가 강제로 밀어 올려졌다. 몸이 가까워지자 자연스럽게 예민한 곳이 옷감에 쓸렸다.

이온은 한 겹을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딱딱함에 잔뜩 긴장했다.

그의 말대로 벌써부터 흉포해진 기운을 밖으로 발산하지는 않겠지만 존재감이 와닿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건 비단 이온만이 아닌 듯했다.

카밀루스는 애써 이로 발갛게 달아오른 귀를 깨물고 귓가에 뜨거운 숨을 쏟아 내 주위를 분산시켰다. 그러나 하나가 되었을 때를 기억하는 그의 몸은 본능을 좇아 움직였다.

슥, 슥.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처음엔 쫓아가지 못해 엇박자로 움직이던 이온도 점차 카밀루스의 몸짓에 익숙해져 갔다.

직접적으로 닿는 것도 아닌데 자극은 상상 이상이었다. 금세라도 안을 파고들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지나치는 행위에 감질이 나 미칠 것 같았다.

이온은 카밀루스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그의 목덜미에 제 얼굴을 묻었다. 그러자 카밀루스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더 짙게 고막을 건드려 왔다.

침대의 출렁거림이 불안해진 이온이 그에게 매달려 반쯤 애원하듯이 물었다.

“그, 그냥 하면 안 돼?”

“안 돼.”

카밀루스는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답했다. 그야 이온 역시 그의 크기를 고려하면 된다고 했어도 양심 없다고 생각하긴 했을 거였다.

“조금만, 참아. 하…….”

금방 끝나니까.

카밀루스는 그렇지만 말과 달리 꽤 오랫동안 괴로워만 할 뿐이었다. 자극이 부족한 듯 달뜬 숨만 헐떡거렸다.

이온은 그에 결국 카밀루스의 바지 버클은 직접 풀어 주었다. 카밀루스는 그런 상황이 싫은지 미간을 일그러뜨렸으나 이외에 제 열기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는 결국 굴복했다.

“미안, 미안, 이온.”

연신 사과의 말을 읊으며 그가 마침내 맨살을 닿게 했다. 이온은 금세 배 아래가 젖어 드는 감각을 느끼며 제 다리를 좁혔다.

원하던 결합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팔로, 다리로 엮어 하나가 되어 갔다. 땀에 젖은 등허리를 쓸어 내리는 카밀루스의 손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망을 띠고 있었다.

휘어지는 척추 선을 따라 내려간 그의 손이 둔덕을 움켜쥐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서로의 몸을 입술로, 아니 각자의 온몸으로 느끼는 그들의 숨은 점점 거칠어지며 방 안을 흥분으로 가득 채웠다.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 이불은 주름이 새롭게 그어지고 펴지기를 반복했고, 그렇게 수없는 변화를 겪은 뒤에야 카밀루스는 힘겹게 절정에 올랐다.

밤꽃 냄새가 코 안으로 흘러들어 오는 것에 이온은 카밀루스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짙은 땀 냄새가 훅 끼쳐 왔다.

좋아하는 사람의 체향에 이온은 제 안에 깊은 안정감이 찾아옴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사랑해, 카밀루스.”

그러자 카밀루스가 이온의 정수리에 입술을 내리며 화답해 왔다.

“나도, 아니 나는 더 사랑해.”

이제 네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카밀루스는 이온의 작은 몸을 두 팔로 감싸안았다.

“오래전부터 네가 내 전부였어, 이온.”

이온의 그 어떤 기억 속에도 들어 있지 않을 순간조차, 카밀루스는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비록 그때의 끝은 비극이었지만 괜찮았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다를 테니.

무슨 수를 써서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이온을 지켜 낼 것이었다.

〈재니스와 마리엘 중 본체는 마리엘입니다, 대공.〉

……설령 함께 소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세상에 그녀의 흔적을 절대 남겨 두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이 신이 내린 이 기회의 시간 속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 의의이자, 제가 따라야 할 단 하나의 사명이므로.

카밀루스의 파란 눈이 어둠 속에 깊게 침잠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 생각을 읽은 듯 시스템이 바쁘게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시작했다.

[□□와 매칭하시겠습니까?]

[1. 재니스와 매칭한다.

2. 마리엘과 매칭한다.

3. 블랑셰와 매칭한다.

4.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2. 마리엘과 매칭한다.’가 선택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를 마리엘로 간주하고 확률 등을 계산합니다.]

[……플레이어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중…….]

[플레이어가 마리엘을 죽일 확률을 알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중…….]

[플레이어가 마리엘을 세계선에서 소멸시킬 확률은 99%입니다. ※단, 세계선에서 소멸시킬 시 플레이어가 소멸에 휘말릴 위험이 있습니다.]

[마리엘을 죽이거나 세계선에서 소멸시킬 시 플레이어가 원하는 결괏값을 얻을 확률을 계산 중…….]

[……]

[현재 ‘이온 크레이거’가 사망할 확률은 24%입니다.]

[해당 행위 이후 ‘이온 크레이거’가 사망할 확률이 95% 이상 감소합니다. ※확정치는 아님.]

[‘이온 크레이거’의 저주가 해제되며 그에 따른 상태 이상이 해제됩니다.]

[저주가 해제되었을 시 ‘이온 크레이거’에게 후유증이 남을 확률은 99.9%입니다.]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한 카밀루스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혹시나 네가 혼자 남더라도.

너무 아프지 않기를.

* * *

어쩌면 1년 중 오늘이, 그리고 이온이 겪은 20여 번의 연말 중에서도 이번 해의 오늘이 가장 바쁜 날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방증하듯이 저마다 일을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탓에, 크레이거 공작 저의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끄러웠다.

이온은 거울 앞에 무표정하게 서서 옷을 갈아입히고 핏을 조정해 주기 위해 움직이는 사용인들의 손길을 묵묵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살짝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겨울바람임에도 생각보다 그렇게 매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을 상쾌하게 해 주는 것에 기분이 꽤 괜찮았다.

[현재 플레이어가 사망할 확률은 19%입니다.]

어제 자는 내내 카밀루스와 함께였던 터라 그러는 걸까. 실제로 컨디션도 근래 들어 가장 좋은 편이었다.

저주가 갑자기 요동을 쳐서 몸을 뒤집어 놓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이다.

이온은 부디 이 상태가 오래가기를 바라면서 머릿속으로는 오늘 계획한 모든 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여 그것으로 머리가 복잡해질 무렵, 그의 머리를 비워 줄 만한 사람이 등장했다.

“어머, 오빠…….”

설레서 밤을 설치기라도 한 것인지, 벌써 새로 맞춘 드레스를 갈아입은 에밀리였다. 그녀가 이온의 방으로 들어오더니 그에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이온은 에밀리에게 왜 이렇게 엉겨붙냐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으나 에밀리가 더 바짝 붙어서 귓가에 속삭여 왔다.

“나 다 들었어. 대공 전하랑 자다가 오늘 아침에 시종들한테 다 들켰다면서?”

이온은 첫마디를 듣자마자 흠칫했다.

“……그건 어디서 들었어?”

“우리 저택에는 비밀이 없어. 특히나 오빠는 요주의 인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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