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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의 병약한 도련님이 되었습니다 (239)화 (239/317)

그에 카밀루스가 진심이냐는 눈빛으로 얼굴을 훑었지만 이온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상한 짓이라고 해도 카밀루스가 제게 해를 입힐 리 없다는 정도의 신뢰는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카밀루스는 이온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로 스킨십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손이나 잡으면 다행이다 싶을 만큼 거리를 두는 터라, 약간 서운하기까지 했다면 너무 과장된 말일까.

어쨌든 이온은 그런 말 때문에 물러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두 팔로 그의 몸을 안으며 더 기댔다.

왠지 이런 걸로 칭얼대는 스스로가 어린아이처럼 느껴졌지만 결국 이런 방면으로는 소극적인 카밀루스의 등을 떠밀 건 스스로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온은 잘 알았다.

“나는 진짜 상관없으니까.”

“너.”

카밀루스가 깊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그가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이온의 귓가에 말을 흘려보냈다.

“어설프게 유혹하는 게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 건 모르지?”

“많이 어설퍼?”

이온이 약간 충격을 받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카밀루스가 그걸 아직도 모르냐는 의미를 한마디에 담아 일축했다.

“멘트도 구리잖아.”

카밀루스의 지적에 이온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렇지만 구리다고 했으면서 모순되게도 카밀루스는 결국 이온을 데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 위에 이온을 먼저 내려 둔 그가 따라 올라오자 이온은 상체를 살짝 일으켜 양손으로 침대를 짚었다.

침대 헤드에 기댄 카밀루스의 몸을 오랜만에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운 것 같기도 했다.

이온은 아직은 금욕적으로 목 끝까지 잠겨 있는 그의 셔츠 단추를 확인하고는 넌지시 물었다.

“풀어 줄까, 셔츠?”

대답도 듣기 전에 이온이 손을 옮기려는데 카밀루스가 제게 닿기 전에 그의 손목을 붙잡아 제지했다.

“그건 괜찮은데, 이온.”

“…….”

이온은 카밀루스가 붙잡은 손목을 보고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이내 투덜거렸다.

“너 보다 보면 나중에 섹스리스 되는 거 아닌가 불안한 거 알아?”

“그 정도야?”

“그 정도야. 본인이 얼마나 참고 있는 건지도 몰라? 혼자서도 안 하지?”

이온의 추궁에 카밀루스가 음, 하고 짧게 감탄사를 내뱉더니 그는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네가 있는데 왜 혼자서 해.”

이온은 이 욕망은 충만한데 정작 풀 생각은 하지 않는 자신의 연인을 앞에 두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나랑도 얼마 안 하잖아. 그렇게 극단적으로 참다가는 네 주니어가 언젠가 괴사해 버릴걸.”

“그거야 네 몸이 안 좋아서 참는 거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데. 그리고 네가 걱정하는 게 나야, 아니면 내 주니어야?”

“……네 주니어.”

순순히 답을 내놓자 카밀루스가 하, 하고 실소했다.

“대체 왜 이렇게 밝혀?”

“너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

이온의 반박에 카밀루스는 약간 골치 아프다는 양 머리를 짚었다. 그 꼴을 보니 속이 뒤틀려 버린 이온이 손목을 빼고 휙 뒤돌았다.

“자꾸 이러면 역시…….”

돌아갈래.

그렇게 말하려고 하는데 그제야 카밀루스가 애가 달아 그의 어깨를 뒤에서 끌어당겼다.

“그렇다고 삐져서 간다고? 먼저 유혹해 놓고.”

“유혹도 어설프다며.”

이온이 입을 삐죽거리며 뾰족하게 대꾸하자 카밀루스가 두 팔로 아예 이온을 안아 버렸다. 그렇게 도로 침대 안쪽으로 끌어들인 카밀루스가 이온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향수도 안 뿌리는데 왜 좋은 냄새가 날까, 너한테선. 이유가 뭐야?”

“……그건 네가 알아내야지.”

새침한 대꾸에 작게 웃음 소리를 흘린 카밀루스가 이온의 옷을 파헤쳤다.

헐렁한 잠옷이라 가벼운 손짓에도 금세 파헤쳐져, 카밀루스의 손끝이 쉽게 맨살에 도달했다.

밋밋한 가슴을 지나 드디어 조금 굴곡이 생겼나 싶은 배에 손을 올린 그가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댄 채로 물었다.

“여기에 정말 내 아이가 있나?”

몸을 타고 목소리의 파동이 느껴졌다. 이온은 제 배를 어루만지는 카밀루스의 손을 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있는 게 부끄러운 건 아닌데, 왜인지 얼굴로 열이 몰렸다.

“있는 것 같아…….”

그렇지만 카밀루스의 다음 말에 이온은 움찔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면, 난 아이가 있다는 걸 알고 널 안은 걸 내내 후회했어.”

후회.

그 단어가 주는 어감이 너무 강렬해서, 이온은 입 안이 마르는 기분이었다. 그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거 때문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으로 대꾸했다.

“내가 아플까 봐?”

등 뒤에서 고개를 흔드는 게 느껴져 이온이 몸을 굳혔을 때였다. 카밀루스에게서 약간의 두려움마저 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것도 있지만 난…… 아버지의 사랑 같은 걸 받아 본 적 없으니까.”

이온이 그를 마주 보고 달래 줘야 할 것 같아 몸을 틀려고 했지만, 카밀루스가 그러지 말라는 듯 오히려 팔로 이온의 어깨를 감싸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금껏 하지 않았던 고백을 읊었다.

“난 내 안에 있는 증오가 무서워, 이온.”

“카밀루스…….”

카밀루스의 입에서 나온 증오라는 단어가, 솔직히 말하면 이온은 낯설었다. 그는 한 번도 그런 것을 사납게 드러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늘 억누르고 있었던 것뿐일까.

카밀루스는 이온이 알지 못하는 어느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아이오딘에 찾아왔던 당시에 선황은 거의 다 죽어 가고 있었지. 곧 생명이 꺼질 걸 알면서도 난 그를 보면서 목을 조르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었어. 하지만 겨우 참았지.”

“…….”

“그런데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늘 뭔가를 놓쳐. 그때도 멍청하게 그에게 물어봐야 할 게 있었지만 묻지 못했었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지.”

“물어봐야 할 것?”

이온의 반문에 카밀루스가 잠시 틈을 두었다가 답했다.

“어머니에 대한 것.”

“……이름은 물어봤잖아.”

이름 외에 물어봐 봤자 선황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았을까?

이온은 마치 그 이상은 찾지 말라는 듯이 이름만 툭 내던져 놓고 간 선황이 오히려 고약하다고 생각했다.

하여 대꾸하기 쉬운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말에도 어째선지 카밀루스는 한 박자 늦게 답을 내놓았다.

“그래, 그랬지.”

그의 목소리엔 왠지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 이온은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답답해 카밀루스를 마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몸을 꿈틀거리며 그런 의사를 전했지만 카밀루스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매번 생각해. 내 안의 증오심이 이성을 앗아 가서 또 제대로 된 판단을 못 내리고, 너나 내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면 어떻게 하나 불안해.”

‘또’라고?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카밀루스의 말에 묻혀 묻지 못했다.

“이 아이가 태어나면 틀림없이 내 소중한 존재가 되겠지. 그렇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결여된 독백에 이온은 카밀루스가 조금이나마 안심하길 바라며 그의 손을 도닥였다.

“괜찮을 거야. 너한테 다정한 아버지 같은 사람이 있잖아.”

“페드로?”

“응.”

“그래, 그렇군.”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방금 왜 싸웠냐고 묻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이온의 의지대로 되지는 않았다. 카밀루스가 그의 턱을 밀어 고개를 돌리게 하더니 입을 맞춰 왔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입술만 겹치는 가벼운 행위로 시작된 입맞춤이었다. 카밀루스는 음미하고 싶은 듯 꾹 누르며 눈을 감았다.

이어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빨아들이면서 입을 벌린 카밀루스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입술을 가르고 혀를 밀어 넣었다.

조금 말라 있는 안쪽을 적시며 들어온 침입자는 이온의 혀를 끌어당기며 깊게 얽었다.

뱀의 몸체처럼 유연한 혀가 안쪽의 점막을 건드리며 이온의 안쪽을 휩쓸었다. 그리고 이온에 대해서라면 뭐든 기억하는 카밀루스는 능숙하게 깊은 곳을 침식해 와 입 안의 지점들을 건드려 왔다.

혀의 돌기들이 스쳐 가면서 일으키는 묘한 입 안쪽을 휩쓸어 이온이 멈칫댈 때면 카밀루스는 혀를 빨아당겨 그를 쉬지 못하도록 했다.

입술이 살짝씩 멀어질 때마다 평상과 달라진 숨소리가 오가며 그들의 얼굴을 데웠다. 그렇지만 멀어지면 다시 서로에게 맞닿으려 하는 두 사람이었다.

이온은 어느새 그의 타액으로 젖은 혀로 다시금 그와 겹쳐지려 혀를 살며시 내밀었고, 카밀루스 역시 이온의 혀를 핥으며 도로 입술을 맞물렸다.

그리고 이로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마침내 카밀루스가 이온의 잠옷을 어깨 아래로 밀어 냈다.

서늘한 냉기가 닿아 오기 전에 제 손으로 드러난 부위의 살결을 쓸어내린 그가 이제 입술을 떼어 내고 이온의 턱 밑으로 내려갔다.

젖은 입술이 쪽쪽 소리를 내며 목선을 따라 모양이 선명한 쇄골로 향했다.

금방 상처 입는 여린 살결을 앞니로 깨물어 흔적을 남기고, 그 위를 달래듯이 혀로 핥고, 다시 입술로 빨며 흔적을 남긴 그가 그보다 더 아래로 향했다.

부드러운 입술이 감싸자 순식간에 깨어난 예민한 감각이 금세 이온의 어깨를 떨게 했다.

“읏…….”

동시에 이미 겪은 기억들 때문인지 몸에서 빠르게 열기를 만들어 냈다. 작게 흘러나온 신음을 신호로 하여 카밀루스는 이온의 몸을 자연스럽게 밀어 침대에 눕히고 본격적으로 그를 탐하기 시작했다.

때론 입으로 옷깃을 파헤치며 내려가다가 더는 해결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손으로 끈을 풀었다.

어둠 속에서도 예쁜 곡선을 그리는 이온의 몸선을 따라 카밀루스의 입술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배꼽 부분에 도달했을 때였다. 이제껏 양감을 느껴 본 적 없는 그곳을 흠모하는 입술이 탐험하듯이 표피를 훑었다.

주름이 가득한 입술이 그곳을 스쳐 가는 순간마다 이온은 안쪽의 혈관들이 땅기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느끼며 몸을 비틀었다.

“간지러워, 카밀루스…….”

“조금만. 너무 예쁘니까.”

그러면서 볼록한 아랫배로 내려가는 것에 이온은 요의가 자극받는 기분을 느꼈고, 딱 한 번밖에 열리지 못했던 곳이 벌써부터 울렁거리는 것 같은 말 못 할 감각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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