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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의 주인공이 공이 된 이유(외전)-14화 (143/143)

14화

형…?

차헌은 허전한 품속을 더듬어 보다 눈을 번쩍 떴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연우가 누워 있었다. 안도한 차헌은 연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확실히 날이 더워지긴 했나 보다. 얼마 전까지 춥다고 꼭 붙어 자던 연우는 이불도 걷어차고, 차헌도 걷어찼다.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는 연우를 위해 얼음 베개도 만들어줬지만, 그건 또 싫은지 아침마다 구석진 곳에서 발견되곤 했다.

조금 더 잘까 고민하던 차헌은 연우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아침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피부와 자신이 남긴 울혈이 대비되어 입안에 군침이 돌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던 차헌은 연우의 배에 이불을 덮어준 다음 방을 나섰다.

“형한테 무슨 선물을 해주지.”

[네가 해주는 거면 연우는 다 좋다고 할걸.]

일찌감치 일어나서 아침 산책을 다녀온 드래곤이 차헌의 등에 포션을 뿌렸다. 차헌은 아쉬운 얼굴로 밤새 연우가 남겨놨던 손톱자국이 옅어지는 걸 지켜봤다. 형이 만든 흔적이니 남겨놓고 싶었는데.

연우는 쾌감으로 발버둥 치다 흉터를 남겼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차헌을 끌어안지 않았다. 시트를 쥐고 쾌감을 버티는 연우의 손을 끌어 다시 제 목을 감게 하는 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모른다. 연우는 손톱을 정리하는 등 신경을 썼지만, 밤을 보낼 때마다 흉터가 생겼고, 둘은 연우가 충격받지 않도록 몰래몰래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다.

매끈해진 등을 문질러 보던 차헌은 아침에 따온 신선한 블루베리를 오물거리고 있는 드래곤을 바라봤다.

“너는 뭘 준비했는데?”

[안 알려줄 건데?]

“허….”

고개를 치켜든 드래곤은 흥흥 웃으며 연우에게 달려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꼬리를 지켜보던 차헌은 네 번째 손가락의 반지를 문질렀다.

연우에게 받은 건 많은데 해준 게 너무 없었다. 드래곤의 말대로 연우는 뭘 해주던 좋아할 테지만, 그래도 남편이 좋아서 팔짝팔짝 뛰는 걸 보고 싶었다. 아무리 좋아도 배시시 웃고 말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그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지는 게 보고 싶었다.

이제 센터도 안정됐고, 들어오는 수입도 고정적이니 연우에게 제대로 된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었다. 그러니 이번 생일에…! 다짐하는 순간 경계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뭐야.”

[연화 왔다!]

차헌은 어깨에 나타난 드래곤의 입을 꾹 닫았다. 초인종도 아니고 누가 왔다 하면 쪼로로 달려가 연우에게 알려주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둘이 아니, 셋이 보내는 주말인데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처제라도 신혼집에 연락도 없이 쳐들어오는 건 아니지 않나.”

“불만이에요? 그럼 나한테 박성광이랑 부용희를 붙여주지 말던가.”

“내가 붙였나. 지들이 가겠다는데 어떻게 말려요?”

“공격계랑 가이드가 정신계 일을 한다는 게 말이 돼요?”

“왜 안 되지? 나랑 형도 서로 가이딩 해주고 있잖아요.”

“그거랑 이거랑 같… 으아아아!”

이마를 짚은 연화는 대화가 안 통한다며 발을 굴렀다. 이대로 약이 올라서 돌아가길 기다리고 있던 차헌이 미간을 찌푸렸다.

“연화 왔어?”

그래. 가뜩이나 공간계라 예민한 연우가 한연화의 마나를 못 느낄 리가 없지. 몸을 돌린 차헌은 잠에 취해 비틀거리는 연우를 부축했다.

“왜, 무슨 일이야?”

걱정이 담긴 손을 잡은 연화가 거칠게 혀를 찼다. 그것만으로 상황을 파악한 연우가 동생의 등을 도닥였다.

연화는 에스퍼 증을 받는 것과 동시에 센터와 계약했다. 온갖 러브콜에 시달리던 연우는 연화가 센터에 입사하는 순간 보호자 자격을 내려놓았다. 그와 동시에 로터스 길드가 해체되고 센터는 전례 없이 많은 신입 사원을 받게 되었다.

연우는 연화가 걸어 다니는 길마다 입을 맞추려 달려드는 광신도를 보며 조용히 분노했고, 차헌이 본보기로 몇 명에게 벌을 내린 뒤에야 센터는 예전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광신도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근무하던 에스퍼도 말 한마디 붙여 보려 기웃거렸지만, 연화는 자신의 연구소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연화는 책을 찢으며 자신의 이능인 강제력을 잃었지만, 예지 능력은 그대로였다. 그 덕에 연우와 차헌이 활개 치며 바꿔놓은 미래가 예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비교할 수 있었고.

연구소에서 낯선 작업을 하는 연화에게 윤석현은 좋은 사수가 되어주었다.

같은 정신계라 그런가, 연화가 잠이 드는 타이밍을 기민하게 눈치채고 곁을 지켜주었고, 체력이 약한 연화를 요령껏 꼬드겨 체술이나 총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반면 연화 님의 방패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입사한 박성광은 쓸모없으니 꺼지라는 말에 피눈물을 흘렸고, 수업을 핑계로 센터에 들락거리던 부용희는 대놓고 거품을 물었다.

“그 인간들 눈에는 내가 뭐로 보이는 걸까?”

연우는 따끈하게 데운 우유를 연화의 손에 쥐여 주며 조용히 이를 갈았다. 책을 쓰는 기계가 아니라 에스퍼로 살아보려 다짐하는 애쓰는 연화에게 둘은 도움이 되질 않았다. 차라리 윤석현처럼 뭐라도 알려주는 게 나았을 것이다.

오늘도 홀로그램 마수의 공격 궤도를 예지하려는데 둘이 달려들었다고 했다. 예지를 보기도 전에 박성광이 마수를 터트리는 바람에 어이가 없어 멍하게 서 있는데 두 손을 꼭 잡고 가이딩을 불어넣어 준 부용희가 앞을 막아섰다. 지켜주고 싶었단다. 가이드가 에스퍼를.

“오빠도 그 정도는 아니었어!”

세상 사람 모두가 연우에게 과보호라며 혀를 차곤 했지만, 정작 연우는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라며 방생한 쪽에 가까웠다. 연화가 울타리를 세우고 자발적으로 갇혀 있었던 거지.

“어떻게 할 거야?”

몸을 돌린 연우가 차헌을 올려보았다. 드래곤과 손장난을 치고 있던 차헌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리랑 팀을 짜는 게 제일 좋긴 한데, 처제가 싫다잖아요.”

“내가 오빠를 정말 사랑하긴 하는데, 오빠가 시도 때도 없이 애정 행각 하는 것까지는 정말 보고 싶지 않거든요.”

이마가 붉어진 연우는 차헌과 연화의 입을 막았다. 이 주제로 몇 번이나 싸웠던 터라 합의점을 찾을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자제해보려 했지만, 차헌이 앞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그때마다 표정이 썩는 연화를 봐도 어쩔 수가 없었다.

세기의 사랑꾼 납셨다며 빈정거리는 연화의 입을 막은 연우가 차헌에게 눈짓했다. 용희가 현관 앞을 맴돌고 있었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나섰던 차헌이 곧장 돌아왔다.

“화 풀릴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전해달라던데요.”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

[얘기만 한다면서 소매는 왜 걷는데?]

연화가 제일 무섭다며 달달 떨던 드래곤은 둘의 눈치를 보다 현관으로 차닥차닥 기어나갔다. 제일 재밌는 구경이 싸움 구경인데 거기에 사랑까지 붙었으니 그 기회를 드래곤이 놓칠 리가 없었다.

언성이 높아지지 않는지 잠시 지켜보던 연우는 안방 화장실로 들어갔다.

“씻고 있었어?”

세수하고 있던 차헌이 한발 물러서자 안쪽으로 들어간 연우는 팔을 벌려 그를 끌어안았다.

“같이 씻을까?”

“미안해서 그런 거예요, 진짜 같이 씻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둘 다?”

웃음을 터트린 차헌은 안겨드는 연우와 함께 샤워부스로 들어갔다. 차헌의 옷을 벗기고 제 옷도 벗던 연우는 민망한 표정으로 가슴을 내려보았다.

“나 좀 커진 것 같지 않아…?”

차헌이 정성을 다해 빨아준 젖꼭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살짝 부풀어 있었다. 거품을 내던 차헌은 홀린 듯 연우의 가슴을 문질렀다. 차헌의 아래는 당연하다는 듯 빳빳하게 서 있었다.

“하려고? 지금?”

“빠르게 하면 될 것 같지 않아요?”

차헌이 이끄는 대로 벽에 손을 짚던 연우는 엉덩이를 활짝 벌리는 손길에 눈을 질끈 감았다. 차헌이 뒤를 핥고 넓혀주는 행위는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질 않았다. 파들거리는 연우의 허리를 쓸어주던 차헌은 발갛게 부어있는 구멍 위를 문질렀다. 몇 시간 전까지 차헌을 머금고 있던 구멍은 풀어주지 않아도 부드럽게 손끝을 집어삼켰다.

너무 부은 것 같은데. 고민하던 차헌은 연우의 허벅지에 거품을 문질렀다. 몽글거리는 거품이 흘러내리는 감촉에 연우가 반사적으로 다리를 모았다. 그런 연우의 뒤에 선 차헌이 맞붙은 다리 사이로 성기를 끼워 넣었다.

열이 오른 성기가 허벅지 사이를 문지르는 감촉에 연우는 가슴을 주무르는 차헌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 형… 너무 좋아요.”

시선을 내려 제 성기 아래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차헌의 귀두를 지켜보던 연우는 고개를 돌려 혀를 내밀었다. 기다렸다는 듯 입을 벌려 혀끝을 쪽쪽 빨아주던 차헌은 골반을 잡고 허리를 쳐올렸다.

성기가 길게 빠져나갈 때마다 회음부가 뭉개지는 감각과 허벅지 사이를 밀고 들어올 때 고환을 툭툭 치며 들어오는 감촉이 소름 끼치게 좋았다. 헐떡거리던 연우가 손을 내려 제 성기를 문지르자 가슴을 넓게 쓰다듬던 차헌이 귀를 깨물었다.

차헌이 혀를 움직일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웅웅 울렸다. 유독 약한 부위를 깨물고 핥을 때마다 헐떡거리던 연우가 몸을 돌려 차헌을 꽉 끌어안았다. 차헌의 마나가 온몸을 조이자 압박감과 함께 터져 나온 백탁액이 차헌의 배에 쏟아졌다.

연우가 숨을 고르는 동안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춰주던 차헌은 그의 허벅지를 붙잡으며 다리를 넓게 벌렸다. 통통 부은 구멍에 귀두를 맞춘 차헌이 성기를 문지르자, 구멍이 오물거리며 들어오라는 듯 재촉했다.

그대로 박을까, 고민하던 차헌은 인내심을 가지고 구멍 위에 정액을 쏟아냈다. 힘이 빠진 연우를 씻긴 뒤 밖으로 나가자 거실에 앉아있던 연화가 짐승을 보는 듯한 얼굴로 차헌을 노려봤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연우와 있다 보면 머릿속에 그 짓만 가득한 짐승이 된 기분이었으니까. 연우는 어색한 얼굴로 웃으며 연화와 용희를 번갈아 봤다.

“화해했어?”

“아니. 얘가 한 번만 더 그러면 접근 금지 명령 내려줘요. 박성광도 마찬가지고.”

“그러던가요.”

차헌이 응하자 용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작작 하라니까. 중얼거린 차헌을 올려보던 용희는 연화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럼 하루에 세 번, 아니, 한 번이라도 만나주세요. 가이딩 할 시간은 있어야 하잖아요.”

그 말에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연화가 고개를 끄덕이자 차헌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형이랑 표정이 똑같아서요.”

“내가 저런 표정을 지어?”

“네.”

[응.]

얼굴을 더듬어보던 연우는 아웅다웅 다투는 용희와 연화를 쳐다보다 조용히 웃었다.

“왜 웃어요?”

“좋아서.”

“형은 동생이 싸우고 다니는 게 좋아요? 저러다 가이드 하나 잡겠는데?”

그 말에 연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게 연우가 바라던 미래였다. 연화가 사람들과 섞여 별거 아닌 일로 싸우고 웃고 떠들며 사는 삶. 그래, 이런 미래를 꿈꿔왔다.

거기에 환상적인 남편까지. 차헌을 끌어안자 드래곤이 손목에 감겨왔다.

[나는?]

너는 나랑 한 몸이잖아.

연우의 대답에 뿌듯한 표정을 짓는 드래곤을 내려보던 차헌이 연우의 허리를 간지럽혔다.

“둘이 무슨 얘기 했어요?”

“아니, 그냥.”

좋아서. 똑같은 대답을 한 연우는 사진을 찍듯 풍경을 눈에 담았다.

드래곤 하트 없이도 연우의 소원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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