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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한 게 최곱니다-40화 (40/136)

그저 평범한 게 최곱니다 40화

알파 팀은 호출이 뜬 곳으로 빠르게 차를 몰았다. 생각보다 먼 곳이라 차량 안에는 무거운 공기가 맴돌았다.

“하진 형도 같이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정당한 사유 없이 가이드와 함께 임무를 나서는 것은 금지다.”

“나도 알아요. 그냥 아쉬워서 하는 말이지.”

막내의 볼멘소리에 운전대를 잡은 차진우가 소리 없이 한숨을 쉬었다.

철없는 소리를 단번에 잘라낸 차진우지만, 그도 마음만은 이도윤과 같았다. 오히려 그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이도윤이 부럽기까지 했다.

마음 같아선 임무건 어디건 하진을 곁에서 떼어놓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하진이 스트레스로 까칠해지는 게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혼자만의 시간도 어떤 핑계를 대서든 주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팀장, 좀 더 빠르게 밟을 순 없어?”

한승호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빠져나온 차진우는 그에게 잔소리하는 대신, 액셀을 밟는 발에 좀 더 힘을 줬다.

에스퍼 출동용으로 특별히 개조된 차량은 최대 시속 400킬로미터까지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겠지만, 에스퍼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신체를 갖춘 이들이었기에 그 정도 가속도는 그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일반인은 견딜 수 없는 속도로 에스퍼 전용 도로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한 알파 팀은 굉음을 내며 차를 세운 후, 빠르게 내렸다.

협회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하던 그들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서류를 들고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다니던 모습은 알고 보니 빈 서류를 들고 입만 뻐끔거리며 같은 곳만 계속해서 반복해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당장 숙소로 돌아간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차진우가 명령을 내리며 다시 차로 돌아가려 하자, 마치 그게 신호라도 된 것처럼 같은 행동만 반복하던 직원들이 알파 팀에게 달려들었다.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것 같으니 공격은 해선 안 된다!”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었던 이들은 차진우의 일갈에 이를 악물면서도 힘을 풀었다.

차라리 저들이 배신을 한 것이라면 망설임 없이 공격할 텐데, 초점이 없고 침을 흘리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그들의 의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협회를 잘 아는 자의 짓이다.’

차진우는 달려드는 직원들을 피하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현 상황과는 분리된 것처럼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대체 누구 짓일까. 협회 소속 에스퍼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협회 소속 직원에게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협회 내부의 배신자? 아니면 외부? 어느 쪽이든 큰일이었다.

협회 내부의 배신이라면 배신자가 이렇게 세력을 키우는 동안 협회가 몰랐다는 뜻이 되었다.

그러나 외부 세력의 짓이라면 그들이 협회 내부를 흔드는 동안 협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능한 집단인 셈이었다.

“아오, 이 머저리들은 무슨 짓을 당한 거야!”

몸을 던지는 직원들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차로 접근하는 게 수월하지도 않았다.

조종당하는 중이면서도 그들이 노리는 게 차량인 걸 눈치채자마자 차량 근처를 직원들이 둘러싸는 바람에 이도 저도 못 하는 중이었다.

“팀장! 집어 던지는 것도 안 돼?!”

“후…… 살살 던져라.”

지치지도 않고 덤벼드는 이들에 질린 차진우가 하는 수 없이 허락하자 직원들의 몸이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소극적으로 피하기만 하던 알파 팀은 순식간에 차로 달려들어 달라붙어 있는 직원들의 뒷덜미를 잡아 던졌다.

공중을 날다가 바닥에 떨어지는데도 비명 소리 하나 없는 광경은 퍽 징그러웠다.

조금 타박상이 생기긴 하겠지만, S급 에스퍼가 던졌는데 그 정도로 끝나는 게 오히려 다행인 줄 알아야 했다.

되돌아오는 시간을 끌기 위해 최대한 멀리 집어 던진 알파 팀은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들이 되돌아오기 전에 시동을 걸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팀장, 협회에 연락 넣을까요?”

백자안의 물음에 차진우가 고개를 저었다.

“어디까지 당했을지 모른다. 우선은 숙소로 돌아가 하진 씨의 신원을 확보하는 게 먼저다.”

“젠장……! 어떤 새끼가…….”

불안한 만큼 액셀을 밟는 힘이 강해졌다. 그러나 반대로 달릴 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숙소로 되돌아온 그들을 반긴 것은 텅 빈 숙소였다.

“하진 형!”

그들은 숙소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고 싶지 않아 숙소를 전부 뒤졌다.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가이드가, 이하진이 사라졌다.

뇌리에 그 문장이 떠오른 순간, 그들은 갑자기 산소가 사라진 듯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각인이라도 했더라면 적어도 하진이 무사한지는 알 수 있을 텐데 그마저도 알 수 없었다.

산소가 부족한 사람처럼 짧게 숨을 끊어 쉬던 백자안이 돌연 몸을 돌렸다.

이곳에는 하진이 없다. 그렇다면 하진이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그러나 그런 백자안의 앞을 차진우가 막았다.

“어딜 가는 거지?”

“비켜요.”

이미 백자안의 눈은 제 앞을 막아선 차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차진우는 그런 눈빛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며 다시 물을 뿐이었다.

“어딜 가냐고 물었다.”

“……하진 씨를 찾아야죠.”

대답을 들었지만, 차진우는 물러나지 않았다.

“지금은 긴급 사태다. 개인행동은 용납하지 않는다.”

백자안에게는 그와 실랑이 따위나 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그들이 이러는 와중에도 하진은 백자안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 멀어지고 있을 텐데 왜 그의 앞을 막는다는 말인가.

백자안은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인 저와 달리 멀끔해 보이기만 한 차진우의 얼굴을 갈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팀장은 멀쩡해 보이네요.”

백자안은 마치 차진우가 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노려보며 낮게 목을 울렸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승호와 이도윤 또한 어느 정도 백자안의 말에 공감했다. 그들의 눈에도 차진우는 침착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들도 주체할 수 없는 화를 참아내느라 입을 다물고 있을 뿐, 마음만은 백자안과 다를 게 없었다.

힘 조절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나서 가만히 있을 뿐, 그게 아니었더라면 백자안보다 먼저 움직이면 움직였을 이들이었다.

적대 어린 시선을 마주하며 차진우는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었다.

“그래 보인다니. 다행이군.”

말을 마친 차진우는 언제 웃었냐는 듯 다시 입꼬리를 내렸다. 사나웠던 웃음기가 사라지자 무표정은 오히려 음울해 보였다.

그 모습에 백자안의 기세가 가라앉았다. 적어도 차진우를 공격하고 하진을 찾으러 가겠다고 튀어 나가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그럼 팀장은 어떻게 할 생각인데?”

조금 진정된 분위기를 지켜보던 한승호가 일 분 일 초가 아깝다는 듯 물었다.

“협회로 가야지.”

“만약 협회까지 모조리 장악당한 상태라면?”

이도윤의 질문에 차진우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만약 그렇다면…… 그땐 협회를 버린다.”

중징계 정도는 우습게 받을 수 있는 발언이었음에도 알파 팀은 오히려 마음에 든다는 듯 사납게 웃었다.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빨리 가자.”

“차 시동 걸게요.”

제멋대로 돌아가 서로 맞물리지 못해 튀어 나가려던 톱니바퀴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듯, 알파 팀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 * *

다행인지 불행인지 협회는 무사했다. 다만 협회 또한 상황을 파악했는지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갔다.

“파악이 안 된다는 게 말이야?! 어떻게든 알아 와!”

“이만한 정신 조종이 가능한 에스퍼가 있었다고? 미치겠네.”

얼마나 바쁜지 말단 직원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알파 팀이 왔음에도 누구 하나 알아채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곧장 협회장실로 향했다.

그러나 협회장실로 향하는 직통 엘리베이터 앞에서 경비를 서던 에스퍼 하나가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약해 빠진 에스퍼가 앞길을 막아서자 참을성이 부족한 한승호가 인상을 와락 쓰며 사납게 일갈했다.

“뒤지기 싫으면 꺼져. 지금도 존나 참고 있으니까.”

“안 됩니다. 정신 조종 계열 에스퍼에게 당한 이들이 많은 와중에 확인 절차도 없이 협회장실로 들일 수는 없습니다.”

“시발, 제정신이 아니면 여기 들어선 순간에 다 뒤졌다고.”

“그래도 확인 절차는 거쳐야 합니다.”

자꾸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이에 울컥한 한승호를 진정시킨 건 차진우였다.

“맞는 말이지. 그럼 빨리 끝내도록. 지금 최선을 다해 참는 중이니까.”

“예, 예.”

갈무리하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기세만 느껴도 그들이 얼마나 인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협회장실로 향하는 길목을 지키고 있던 B급 에스퍼는 빠르게 움직여 능력에 당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계를 가지고 왔다.

기계를 이용해 마치 비행기 탑승 전 몸수색을 하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확인 끝났습니다. 올라가시죠.”

“쯧.”

마지막으로 한승호까지 확인 절차를 마치자 B급 에스퍼는 그제야 그들에게 길목을 열어주었다. 한승호는 혀를 찬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협회장실이 있는 층에서 내린 그들은 노크 같은 사소한 예절은 무시하고 곧바로 협회장실 문을 열어젖혔다.

절차를 거치는 동안 협회장에게 연락이 올라갔는지 그는 놀라지도 않고 알파 팀을 맞이했다.

“이하진 가이드, 신원 확보 했습니까?”

“일단 앉게.”

협회장의 말에 차진우의 미간이 처음으로 구겨졌다. 저 말은 하진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협회가 멀쩡히 기능하고 있는 지금, 절차 없이 뛰쳐나가봤자 탈주로 취급당할 뿐이었다.

차진우는 알파 팀은 물론이고 자신 또한 진정시킨 후 자리에 앉았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를 보내주십시오.”

“물론 그럴 걸세. 알파 팀뿐만 아니라 S급은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두고 수색에 동원할 걸세.”

협회장으로서도 작정을 했다는 뜻이었다.

하진을 구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자 알파 팀은 그제야 제멋대로 날뛰는 기세를 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자 안색이 조금은 편해진 협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이하진 가이드가 납치당한 장소가 어디인지는 알아냈네.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곳으로 향하니 한지우 가이드와 교육장에서 일하는 직원 하나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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