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누구지?’
아리안은 남자의 얼굴을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다. 하지만 곧 피가 눈동자로 흘러들어 시야가 흐려졌다.
불그스름한 시야에서 남자는 변함없이 정적이었다. 그는 지루한 듯이 이따금씩 커튼을 열고 마차 밖을 내다보았고, 그가 창문을 열 때마다 마차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강해졌다.
아리안은 따끔거리는 눈을 애써 뜨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왜 날 구했어?”
차라리 자기소개부터 시작할걸, 아리안은 즉시 후회했다.
남자가 고개를 돌려 아리안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시큰둥했다.
“그냥.”
대답 또한 그랬다.
“그냥…?”
“마침 지나가는 길이기도 했고.”
그가 다시 한 번 커튼을 걷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마차는 이제 숲길을 달리고 있었다. 좁은 도로 양옆에 줄지어 선 가문비나무들은 아르테미스 신전의 기둥 같았고 완만한 오르막길은 어둑한 소실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널 치료할 수 있는 곳으로.”
남자가 그렇게 대답하면서 아리안을 한 번 훑었다.
아리안의 온몸은 크고 작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손발톱 스무 개가 모두 없었고 썩어 가는 상처에서는 피와 진물이 함께 흘렀다. 넝마는 피투성이였으며 아직까지도 진득한 피가 배어 나와 마차 바닥으로 떨어졌다.
“심문관들이 지독했군.”
남자가 감정 없는 눈으로 천천히 말했다.
“그건 충분히 죽을 수 있는 상처야.”
불사성이 곧 모든 고통으로부터의 면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상처는 죽음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질병도 마찬가지였다.
아리안은 모든 힘을 쥐어 짜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몽롱했다. 상처의 통증 대신 둔탁한 어지럼증이 그를 덮쳤다.
“곧 도착하니까 조금만 버텨. 양귀비를 썼으니 통증은 느껴지지 않을 거다.”
남자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아리안의 의식도 점차 멀어졌다. 고맙다고 말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