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목젖을 짓누르는 손아귀 힘이 우악스럽게 조여들었다 풀어졌다를 반복했다. 호흡도 따라서 돌아오다가 다시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눈앞이 새카맣게 뒤집혔다. 요한의 광기 어린 외침도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아득하게 멀어졌다. 두 손이 본능적으로 요한의 팔을 긁어 대고 죽음을 앞둔 몸통은 펄떡이며 마지막 발악을 했다. 그리고 천천히 잦아들었다.
갑작스레 목을 조르던 요한의 두 손이 훌쩍 떨어져 나갔다.
“흐읍…!”
숨이 단번에 돌아오며 허파가 미친 듯이 벌렁거렸다. 심장이 펄떡이고 산소가 몰리며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었다. 입가로 침이 흐르고 눈물이 줄줄 흘러 뺨을 적셨다. 기침이 터져 나왔다. 요한이 그 비참한 얼굴 위로 입술을 내려 눈가를 핥았다. 아리안은 그것을 피하지도 못했다.
요한의 손바닥이 마치 애틋한 것을 쓰다듬듯이 아리안의 고통으로 벌겋게 달아오르고 타액으로 젖은 뺨을 감쌌다.
“어때, 아리안. 아직도 그 차원 마수에게 정절을 지킬 마음이 남아 있나?”
그는 아리안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몇 초 전까지 애틋하게 아리안을 쓰다듬던 손이 우악스럽게 돌변하여 아리안의 턱을 짐승 다루듯이 좌우로 난폭하게 뒤흔들었다. 작은 머리통이 따라 흔들리며 눈물방울이 함께 튀었다.
요한은 눈물과 피로 젖은 그 얼굴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아. 참으로 갸륵하고 애틋하도다. 흐음. 어디 내가 좀 도와줄까?”
그가 침대에서 고된 호흡에 몸부림치는 아리안을 내팽개치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핫, 하하하! 그래, 내가 좀 도와줘야겠어. 이 먼 차원까지 달려와서 몸도 마음도 바치고 결국은 신격까지 잃은 주제에! 아직도 그 짐승을 사랑한다고? 아무렴! 내가 도와줘야지!”
그가 침대에서 뛰어 내렸다.
탁자로 비척비척 다가가더니 미친 사람처럼 양피지와 잉크병을 끌어당겼다. 잉크병에 펜촉을 푹 꽂았다가 난폭하게 들어 올렸다. 잉크가 후드득 그의 피투성이 뺨과 가슴팍으로 튀었다.
그가 양피지를 한 손으로 와락 구겨 잡고 그 위에 펜을 휘둘렀다.
“친… 애… 하… 는… 동… 생….”
눈이 광기로 희번덕거렸다.
“신관은… 파살리아에서… 지극한 비호를 받으며….”
아리안이 그가 무슨 짓거리를 꾸미는지 알아차린 것과 동시에 짧은 편지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