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모, 못 하겠어! 더는 못 해….”
울먹이는 목소리에는 원망이 섞여 있었다.
그가 침대 기둥 뒤로 달아나 몸을 감추었을 때 대공이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았다.
남자의 눈에 푸르스름한 빛이 번득였다. 그것은 흥분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반듯한 얼굴과 섬뜩하리만치 대조되었다.
그가 성큼성큼 침대로 걸어갔다. 단 몇 걸음 만에 침대 앞에 도착한 대공이 침대 위로 한쪽 무릎을 올렸다. 휘장이 내려진 침대 기둥 뒤에 숨어서 떨던 아리안이 히익 하고 목을 움츠렸다. 아리안은 제대로 도망도 치지 못했다. 떨리는 무릎을 애써 붙여 흥분한 다리 사이를 감춰 보려고 할 뿐이었다.
대공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가 천천히 한 손을 아리안의 무릎 위에 얹었다. 손에 힘을 주어 무릎을 바깥쪽으로 벌렸다.
“으….”
아리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도망칠 거였으면 침대로 달아나면 안 됐지.”
대공이 아리안의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며 느긋하게 중얼거렸다. 아리안의 목덜미로 땀이 촉촉하게 솟구쳤다. 아리안이 손을 밑으로 내려 사타구니를 어떻게든 가리려 애썼다.
대공이 그 손목을 잡아당기며 땀으로 젖은 목에 코끝을 가져다 댔다. 땀 냄새와 섞인 야릇한 향기가 솟아올랐다.
아리안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긴장감에 팔다리가 뻣뻣했다.
어느 순간, 대공의 가슴팍이 크게 부풀었다. 그가 한 팔로 아리안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며 침대로 함께 몸을 던졌다. 커다란 손이 그 손바닥에 반의 반절도 차지 않는 납작한 가슴을 우악스레 주물렀다.
기겁한 아리안이 비명을 지르면서 그의 어깨를 밀었다.
“아, 아파, 아…!”
그 입술을 대공이 집어삼켰다.
아리안은 혀를 빨리면서 팔다리를 꿈틀거렸다.
가슴을 쥐어 비트는 손이 유륜을 덮었다. 아리안의 허리가 움찔 튀었다. 부풀어 오른 유륜의 접힌 살 틈을 손가락이 비집어 벌렸다. 충격에 아리안이 발버둥 쳤다. 억지로 틀어 막힌 입술 사이로 비명이 샜다.
어느샌가 페니스는 바짝 발기해 있었다. 대공이 한 손을 아래로 내려 그 페니스를 어루만졌다.
“아읏, 아, 아… 안 돼…!”
아리안의 발이 침대 시트를 밀었다. 흰 몸이 삽시간에 땀으로 젖어 들었다.
대공이 이제는 그 가슴을 빨았다. 퉁퉁해진 유륜을 거세게 빨아 그 틈에 감춰진 유두를 억지로 끄집어냈다. 그리고 유륜 위로 솟구친 섬세한 젖꼭지를 대공이 혀끝으로 부드럽게 어른 순간 아리안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사정했다.
“아, 아… 아읏… 아….”
아리안의 몸이 벌벌 떨렸다. 대공이 정액을 쏘는 귀두 끝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히….”
흰 엉덩이가 들썩이며 페니스에서 다시 한번 정액이 길게 튀었다.
대공이 고개를 들어 흐느끼는 아리안의 입술로 다가갔다. 그가 부드럽게 입술을 겹치며 침으로 미끈대는 젖꼭지를 손끝으로 얼렀다. 반대편은 유륜만이 아플 정도로 심하게 부풀어 있었다. 야릇한 안타까움에 아리안이 가슴을 들썩였다. 어째서 반대편은 꺼내 주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젖은 눈이 대공을 바라보았다.
대공이 소리 없이 눈웃음 지으면서 아리안의 입 안으로 혀를 넣어 깊게 입 맞추었다.
“우으음….”
아리안이 팔을 벌려 대공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한참의 입맞춤이 끝난 뒤 대공은 손가락으로 반대편 젖꼭지도 꺼내 주었다.
그 순간 아리안은 긴 비명과 함께 엉덩이를 들썩이며 두 번째로 사정했다. 짧은 간격을 두고 이루어진 두 번째 사정은 기세가 확연히 줄어들어 정액을 쏜다기보다는 흘리는 것에 가까웠다. 주르르 몇 번에 걸쳐 흘러내린 정액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사타구니를 축축하게 적셨다.
몽롱하게 풀린 눈이 대공을 올려다보았다.
대공은 그 눈을 내려다보면서 천천히 아리안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이제 양쪽 젖꼭지는 모두 가슴을 쓸어내릴 때마다 손바닥에 걸릴 정도로 튀어나온 채였다.
아리안의 가슴팍은 천천히 위아래로 오르내렸고, 곤두선 유두는 지나치게 예민해서 손바닥에 쓸릴 때마다 끙끙거리는 신음이 이어졌다.
인위적으로 빼내지 않는 이상 유륜 틈에 숨어 있는 젖꼭지에 집게를 달아 억지로 키워 주는 것도 제법 흥미롭겠지만, 이렇게 매번 유두를 끄집어내 주는 것만으로도 사정할 정도로 아리안이 심하게 느끼는 것을 보는 편이 더 즐거우리라.
대공의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그가 팔꿈치를 침대에 짚어 상체를 일으키며 반대편 손으로 휘장을 묶은 끈을 당겼다. 휘장이 풀리며 침대를 가렸다. 침대 안이 어둑해졌다.
달아오른 아리안의 몸으로 그림자가 떨어졌다. 대공이 그 위를 덮었다.
묵직한 무게에 깔린 아리안이 작게 신음했다. 대공이 그 입술을 어루만졌다. 혀끝을 간지르는 손가락에 아리안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손가락이 입 안으로 조금 더 깊게 들어왔다.
“하아, 하아… 아….”
입천장을 누르는 손가락을 작은 혀가 열심히 핥았다.
대공은 그 야릇한 애무를 즐기면서 천천히 옷을 벗었다.
그의 몸은 이미 흥분해 있었으며 사냥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전신의 근육이 날카롭게 곤두서고 흉곽은 한껏 부풀었다.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듯이 날 선 근육은 땀으로 젖어 번들거렸으며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선과 면으로 떠올라 있었다.
그가 침대 머리로 손을 뻗어 작은 서랍을 열었다. 두꺼운 금속 고리를 꺼내 스스로 페니스에 채웠다. 그러고도 한참을 남는 굵은 몸통에 기름을 충분히 발랐다.
그 몇 번의 손짓만으로도 그의 것은 완벽하게 발기했다. 두툼하게 불거진 머리는 배꼽을 칠 정도로 힘있게 솟구쳐 있었고 선명한 핏줄이 몸통을 휘감았다.
어둠 속에서도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남근에 아리안의 시선이 닿았다.
아리안의 어깨가 약간 움츠러들었다.
대공이 그의 몸을 뒤집고 등 뒤에서 올라탔다. 아리안은 짐승의 자세로 엎드린 채 대공을 받아들였다.
커다란 귀두가 기름의 미끄러짐을 이용해 그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흐읏….”
침대를 짚고 선 아리안의 팔이 후들거렸다. 도중에 기어이 그 팔꿈치가 꺾이며 상체가 풀썩 엎어졌다. 대공이 그의 어깨를 잡고 상체를 당겨 일으켰다.
“하아, 하아… 아, 모, 못 하겠어… 못 해….”
아리안이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대공이 양손으로 그의 허리를 우악스레 움켜잡더니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허벅다리 위에 앉혔다. 엉덩이가 밑으로 주저앉으며 남근을 깊숙하게 집어삼켰다.
단번에 삽입이 끝까지 이루어졌다. 대공의 남근 뿌리에 채워진 금속 고리가 엉덩이 사이에 짓눌릴 정도로 깊은 삽입이었다.
아리안의 눈에 번쩍 빛이 들어왔다가 빠르게 꺼졌다.
“아….”
벌어진 입술이 그대로 달싹였다. 흰 몸이 파드득 경련했다.
“아, 히익…!”
비명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대공이 아리안의 허리를 양손으로 꽉 조여 잡은 채 아래에서 위로 박아 올렸다. 납작한 아랫배에 흐릿하게 떠오른 남근의 윤곽이 사라졌다가 다시 솟았다. 그때마다 아리안이 몸부림쳤다.
“아, 악, 앗, 아, 아, 아!”
그가 거세게 삽입할 때마다 뭉툭한 선단이 좁은 내벽을 열어젖히며 몸속을 때렸다. 아리안은 입을 벌린 채 고통과도 같은 쾌감에 경련했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이어졌다.
“아, 너, 너무, 세, 아, 아, 아… 살살, 제발, 히, 히잇… 흐으, 악, 아…!”
대공은 아리안의 뒷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한참 피스톤질한 끝에, 아리안의 사지에 힘이 빠져나가 흐느적거릴 때가 되어서야 움직임을 멈췄다.
그가 아리안을 놓고 빠져나왔다.
아리안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아름다운 등이 격렬한 호흡으로 들썩거렸다. 다리가 쩍 벌어져 벌겋게 달아오른 엉덩이 틈이 드러나 있었다. 그 틈은 아직까지 약간 벌어져 있었다. 대공의 남근에서 옮겨 묻은 기름으로 미끄덩거리는 붉은 구멍이 약간 옴쭉거렸다.
대공이 몸을 내려 그 구멍을 잡아 벌렸다. 주름이 벌어지며 안쪽이 드러났다. 그곳에 전혀 수그러들지 않은 남근을 대고 그대로 삽입해 들어갔다.
“흐으으응…!”
아리안이 길게 신음했다.
벌어진 허벅다리가 뻣뻣하게 굳어지며 엉덩이가 위로 쭉 솟았다. 마치 삽입을 고대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대공은 한 팔로 아리안의 허리 옆 시트를 짚고 하반신을 내려 완전하게 삽입했다. 동시에 팔꿈치를 굽혀 상체를 아리안의 등에 붙여 짓눌렀다.
침대와 대공의 몸 사이에 납작하게 깔린 아리안이 쌕쌕거리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무, 거워… 아….”
뱀처럼 그의 몸을 팔다리로 옭아맨 채 대공이 느릿하게 몸을 움직였다. 아리안의 아랫배가 꿈틀거렸다. 그 배 안쪽을 굵은 남근 몸통이 뱀처럼 휘저었다.
“아, 안 돼, 아, 아… 아으응… 흐으, 흐, 아, 아, 아…!”
아리안의 몸은 마치 액체처럼 흐느적대며 대공에게 달라붙었다.
대공이 조금씩 가빠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아리안의 어깨를 깨물었다. 아리안은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저 다리를 한껏 벌려 대공을 받아들인 채 앞으로는 조금씩 정액을 흘리고 있었다.
대공은 최대한 깊게 그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귀두 끝이 좁은 내벽을 파고들어 배 속을 애무했다. 더, 더, 더…. 기어이 금속 고리가 걸리며 결합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