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라티아 (22)화 (22/130)

#22

“싫…!”

싫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공이 축축하게 젖은 구멍을 빨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손가락으로 그곳을 벌리고 혀를 밀어 넣어 개처럼 핥았다.

아리안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이런 것은 결코 그가 바랐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바랐던 것은… 그저… 보통의 평범한 것이었다.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아래를 짐승처럼 빨리는 것은 그가 바라기는커녕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시, 싫어! 싫어!”

아리안이 버둥대자 대공이 양손으로 그의 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몸을 반으로 접듯이 짓눌렀다. 그러고는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그 틈을 물고 빨았다. 집요한 혀가 작은 점처럼 오므라든 구멍을 애무했다. 긴장으로 아리안의 엉덩이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며 그곳이 꿈틀거렸다.

“으으응….”

아리안이 턱을 뒤로 젖히며 길게 신음했다. 페니스를 빨리는 것과 다른 야릇한 쾌감이 일었다. 허리가 자꾸만 들썩거리고 구멍이 벌름댔다. 이것은 낯선 쾌감이었다. 아리안이 자꾸만 몸을 뒤채자 대공이 고개를 벌떡 들고는 아리안의 몸을 뒤집었다.

대공이 아리안의 등 뒤에서 몸을 붙여 왔다.

그가 한 손으로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반대편 손가락을 구멍 안쪽으로 비집어 넣었다.

“힉!”

아리안이 딸꾹질을 했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단번에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그것은 조금의 여유도 없이 안쪽을 거칠게 쑤셔 댔다.

“아! 앗. 앗. 앗. 아앗!”

온갖 체액으로 젖은 구멍에서 철퍽이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드나들 때마다 허연 엉덩이가 절박하게 들썩였다.

아직 삽입 당하는 쾌감을 모르는 몸은 손끝이 전립선에 닿았을 때에야 간신히 다시 발기했다.

대공이 다시 그의 몸을 뒤집어 페니스를 빨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사정이라기보다는 묽어진 정액을 그저 질질 흘리는 것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짧은 시간에 연속으로 사정한 탓에 그것은 통증을 수반했다. 귀두가 따끔거리고 요도까지 욱신댔다. 아리안이 아프다고 울며불며 난리를 치든 말든 대공은 더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것을 쭉쭉 빨아 댔다.

미친 사람 같았다. 그는 마치 아리안의 페니스에서 꿀이라도 흐르는 듯이 굴었다.

그것이 제대로 발기하지 못하자 아리안의 아랫배에 얼굴을 묻고 배꼽 옆을 이로 질근거렸다. 옆구리를 입술로 쓸고 손가락을 빨았다. 겨드랑이 살이 접히는 부분에까지 코를 묻고 핥아 댔다.

아리안의 온몸은 이제 땀과 침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더 물어뜯을 곳이 없나 탐색하던 대공의 시선이 대리석 덩어리처럼 흰 몸 위에서 유달리 도드라지는 가슴 끄트머리에 닿았다. 흥분으로 유륜이 도톰하게 부풀어 있었고, 유두는 부풀어 접힌 살 틈에 감춰져 보이지 않았다. 대공이 망설임 없이 양손으로 그것을 잡아 비틀었다.

“악!”

충격과 고통에 아리안이 비명을 올렸다.

그는 몸을 비틀어 대공의 우악스러운 손길에서 가슴을 숨겨 보려고 했다. 하지만 대공이 그의 하반신 위에 올라탄 채여서 약간 몸을 뒤척이는 데에 그쳤다.

기어이 대공이 살이 접힌 유륜 틈으로 손가락을 비집어 넣어 억지로 젖꼭지를 끄집어냈다.

“하, 하지 마아….”

아리안이 충격으로 입술을 벌벌 떨면서 속삭였다.

물론 큰 소용은 없었다.

거친 손끝이 섬세한 유두를 아프도록 비비다가 커다란 손이 납작한 가슴을 움켜잡고 끝을 덥석 입에 물었다.

“으읏….”

뒷덜미가 오싹오싹 달아오르면서 발끝이 움찔거렸다. 아리안은 앓는 듯이 신음하며 발뒤꿈치로 바닥을 밀었다. 허리가 자꾸만 떠올랐다. 빨리고 있지 않은 반대편 젖꼭지까지 충혈되어 부풀어 올랐다.

충격적이게도 그 야릇한 쾌감에 페니스가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귀두가 단단해지며 충혈된 그곳에 따끔거리는 통증이 찾아왔다. 아리안은 또다시 그가 자신의 성기를 붙들고 미친 것처럼 빨아 댈까 봐 두려워 어떻게든 다리를 붙여 발기한 성기를 감추려 했다. 하지만 느슨하게 발기한 것이 대공에 몸을 건드렸고, 대공은 아리안이 가슴을 빨리며 다시 흥분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공의 젖은 입술에 나른한 미소가 걸렸다. 흐트러진 눈꼬리가 잘록하게 좁아지며 달콤한 눈웃음이 떠올랐다.

그 미소에 아리안의 등 뒤로 오한이 내달렸다. 그것은 쾌감, 또는 공포를 닮았다. 아리안은 그저 입술을 달달 떨면서 고개를 저어 댔다.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아….”

대공의 손이 아리안의 페니스를 어루만졌다. 축축하게 젖은 귀두 끄트머리를 엄지로 문지르다가 선액이 흐르기 시작하자 그것을 기둥 전체에 바르듯이 손을 움직였다.

그가 분홍색으로 충혈된 아리안의 페니스를 내려다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마치 고깃덩어리를 앞에 둔 짐승 같았다.

그 표정을 본 아리안이 겁에 질려 굳어진 순간, 그가 다시 아리안의 무릎을 양쪽으로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고는 벌어진 가랑이로 느리게 얼굴을 묻었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느렸다. 그래서 아리안은 그의 입술이 자신의 것을 천천히 삼키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아리안이 홀린 듯이 바라보았던, 키스하기에 딱 좋은 입술이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입술이 자신의 성기를 삼키고 있었다.

그 순간 아리안은 완전히 발기했다.

“하아, 하아, 하아… 흐으으, 으응….”

가늘게 일그러진 녹색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차올랐다가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축축하게 젖은 속눈썹이 눈동자를 가렸다. 입술이 헤벌어지고 눈꼬리가 느슨하게 풀려 갔다. 반들거리는 두 뺨은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페니스에서 이제는 정액도 아닌 묽은 체액이 주르르 넘쳐흘렀다. 대공이 탐욕스럽게 그것을 빨아 삼켰다.

아마 대공은 그를 이런 식으로 죽이려는 모양이었다.

아리안은 힘없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려 대공이 잠시 고개를 들고 그를 놓은 틈을 타서 달아나려 했다. 대공은 약에 취해 있었고 그의 밑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얼핏 쉬운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리안의 손이 의자 다리 하나를 잡은 순간 대공이 그의 몸을 낚아채 엎어 놓고 등 뒤에서 깔아뭉갰다.

“으읏….”

아리안은 제대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힘없이 신음했다. 단단하고 뜨거운 몸이 그를 짓눌러 댔다.

아리안의 눈꼬리에서 다시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이제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아리안이 헐떡이면서 애원했다. 할 수만 있다면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을 것이다. 불운히도 두 팔이 모두 대공에게 붙잡혀 바닥에 눌린 상태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네가 먼저 바랐던 거잖아.”

“아니야. 이런걸 바란 게 아니라….”

“그럼?”

대공이 그렇게 속삭여 물으며 한 손으로 아리안의 턱을 꽉 움켜잡아 약간 돌렸다. 그의 입술이 아리안의 뺨에 붙었다. 그 입술에서는 아리안 자신의 정액 냄새가 났다. 아리안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진득한 키스가 이어졌다. 다른 손이 가슴을 더듬어 퉁퉁 부은 젖꼭지를 아프게 짓뭉갰다. 아리안의 아래가 다시 젖어 들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곳으로 얼굴을 묻었다.

삽입은 없었고 대공은 마지막까지 옷도 한 장 벗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아리안을 놓아주었을 때, 아리안은 가물가물한 의식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칼릴은….’

어쩌면 그는 다른 방향에서 일왕자보다 더한 변태가 아닌가?

옷감 너머로도 느껴질 정도로 발기한 것이 뚜렷했음에도 대공은 단 한 번도 그것을 어찌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아리안의 정액을 뽑아내는 데에만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

‘미약이 잘못된 걸까?’

그러나 더는 생각을 이어 갈 틈이 없었다.

아리안은 부들거리는 사지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려던 무릎에 힘이 빠지며 쿵, 하고 그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리안은 허우적대면서 반대편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대공이 그를 힐끗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희멀건 엉덩이를 드러낸 채 바닥을 기어 달아나는 아리안의 뒷모습이 보였다.

마침내 반대편 벽에 도달한 아리안이 몸을 웅크린 채 구석으로 딱 붙었다. 무릎을 모으고 양팔로 몸을 감싼 채 벌벌 떨면서 대공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괴물에게서 달아나듯 절박한 모습이었다.

다행히 대공은 이제 만족한 모양이었다.

그는 젖은 입술을 한번 핥고는 아리안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가 배부른 짐승처럼 느릿느릿 걸어 몇 걸음 떨어져 있는 의자로 향했다. 방금 전까지 돌바닥을 뒹굴며 미친 듯이 아리안의 몸을 물고 빨았던 남자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여유로운 걸음이었다. 쿵, 묵직한 몸이 의자 위로 미끄러졌다. 곧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리안은 한참 동안 그 숨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고 평온한 채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온몸에 힘을 풀고 스르르 옆으로 쓰러졌다.

차가운 돌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와 끓는 듯이 달아올랐던 그의 몸을 차갑게 식혔다.

‘미약이 잘못된 거야… 나쁜 수단을 써서 벌을 받은 거야… 칼릴이 변태인 게 아니라… 미약이 잘못돼서….’

아리안은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모으며 한참 훌쩍이다가, 의자에 기대 잠든 대공을 감히 살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방에서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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