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티아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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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티아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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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가만히 있어!”
커다란 손이 아리안의 턱을 우악스럽게 움켜잡았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그의 머리통을 침대에 짓눌렀다. 푹신한 침상에 얼굴이 묻히며 숨쉬기가 괴로웠으나 아리안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입술에 와 닿는 손가락을 있는 힘껏 물어뜯었다. 짧은 순간 남자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아리안은 그대로 정수리로 남자의 턱을 들이받았다. 퍼억 하는 소리가 울렸다. 위에 올라탄 남자가 비틀거렸다.
아리안은 남자를 밀치고 몸을 비틀어 간신히 그의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몸이 침대 밑으로 철퍼덕 떨어졌다. 다행히 두껍게 깔린 카펫 덕에 심한 통증은 없었다. 후들거리는 두 팔로 바닥을 짚어 몸을 일으켰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었다.
그는 쏜살같이 내실을 가로질러 문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문짝을 붙잡고 선 뒤에야 숨을 헐떡이며 침상을 돌아보았다. 남자가 휘청거리며 기둥을 잡고 침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리안은 그를 향해 자신이 아는 모든 언어를 동원하여 욕설을 쏘아붙이고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
아리안은 밤새도록 후회했다.
적어도 그렇게까지 욕설을 쏟아붓지는 말 것을 그랬다. 아니, 최소한 노새 엉덩이 같은 놈이라는 모욕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순간의 분노에 사로잡혀 온갖 욕설을 쏟아 내고 말았던 고작 몇 시간 전을 후회하고 있을 때, 밖에서 저벅거리는 걸음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순찰을 돌고 오는 야경꾼의 걸음 소리였다.
곧 종이 울렸다.
대앵, 대앵, 대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