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 in Credit Cookieland 1
[익명|어제 송병규 교수님께 대학원 상담받으신 선배님
어제 분홍 종이 가방에 꽃다발 담아 가지고 송병규 교수님 만나러 가던 분 찾습니다
공대 앞에서 길 헤매셔서 제가 연구동까지 데려다 드렸는데
검은 바지에 연분홍색 셔츠 입고 계셨던 분이요
제 눈 보면서 대학원 준비하신다고 하셨을 때…
전 아직 2학년이지만 솔직히 따라가서 같이 상담 받고 싶었습니다
이런 글 한 번도 안올려봤는데
놓치고 싶지 않아서 용기내서 올려봅니다
쪽지 기다리겠습니다…]
혹시 아버지 욕이 올라오진 않았나 걱정스러운 마음에 송 교수의 아이디로 한국 대학교 커뮤니티를 살펴보고 있던 지영은, 아버지를 두고 S 교수니 킬러니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게시글을 발견했다.
“아빠.”
“응?”
거실에 앉아 채언에게 받은 쪽파를 다듬고 있던 송 교수가 소파에 누워 있는 지영을 돌아보았다.
“어제 누가 꽃다발 들고 아빠 만나러 온 적 있어요? 학교에요.”
“아니? 꽃다발은 받은 적이 없는데.”
“그럼 이건 뭐지?”
지영은 다시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게시글에는 분명히 ‘송병규 교수님’이라고 적혀 있었다.
“왜?”
“누가 사람 찾는다고 글을 올렸는데, 그 사람 특징이 어제 아빠한테 대학원 상담받으러 간 거예요.”
“그런 사람 없었는데. 다른 교수님 이름을 잘못 알고 올렸나 보네.”
송 교수는 다시 쪽파 다듬기에 열을 올렸다. 오늘 파전을 해 먹으려고 막걸리까지 사 와 냉장고에 넣어둔 상태였다.
“연구동까지 찾아갔다는데…, 흠.”
지영은 아무래도 글이 잘못 올라온 것 같다고 생각하며 어플을 껐다. 아버지가 꽃다발을 받았다면 집에 가져왔을 텐데 어제 아버지가 들고 온 것은 쪽파 다발뿐이었다.
“지영아. 엄마 오늘 몇 시에 들어온다고 했지?”
“일곱 시 반이요. 그러고 보니까 이제 얼마 안 남았네? 아빠, 밀가루 미리 개어놓을까요?”
“그래, 그러는 게 좋겠다. 오늘 먹을 만큼은 손질 다 했으니까.”
“넵.”
밀가루를 가지러 가기 위해 소파에서 일어난 지영은 앉아 있는 송 교수 옆을 지나가다가 다듬지 않은 쪽파가 담겨 있는 분홍색 종이가방을 보고 발을 멈추었다.
아까 그 글에서도 종이가방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아빠랑 상관없으니까! 어깨를 으쓱인 지영은 룰루랄라 부엌 안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