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2부) (101/103)

[Voice] 강수 일부러 넘어져 주고 강공 웃어주어라

오늘의 기온은 섭씨 29도. 

" .......강한경-! 뭘 그렇게 꾸물거리는거야-!!!!!!" 

" ..........후.." 

" 강한경-!!!!!" 

" ...............오늘 따라 날씨 정말 덥네..." 

" 강한경-~!!!!!!!!!!!!!!!!!!!!!!!!!!!!" 

- 덥썩,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몸에 맺힌 땀들을 목에 걸어져 있던 수건으로 쓰윽- 하며 닦았다. 

흙먼지가 날라다니고, 많은 사람들의 애달픈 숨소리가 가득한 공사장. 

아슬아슬한 다리같이 생긴 곳을 수많은 벽돌을 나르면서 기다시피 올라가는 것도 벌써 1년째다. 

저렇게 하늘은 파란데. 왜 나는 깝깝하기만 할까. 

낭만에 한참 젖어있을때 누군가가 내 어깨위로 손을 덥썩하니 올렸다. 

" 뭐, 뭐예요-!!!! " 

" 강한경, 일은 밀려서 바빠죽겠는데 뭘 꾸물꾸물 거려-?!!!! 얼른 날러-!!!" 

" ..............예예,-." 

전라남도 나주. 

의사선생님의 말로는 분명 나는 학교에서 나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나는 학생이였노라고. 

평소 더워서 교복 마이를 걸치고 나가지 않은 탓이였을까. 정장바지인지, 교복바지인지 구분하기 

힘들고, 어디 학교 인지 구분이 가기 힘들 정도의 검정색 바지 였던지라- 내가 어느 학교 였는지도 

찾아내기 힘들었다. 위에는 달랑 하얀 셔츠였으니 더욱 그럴만도 하였지만. 

내가 만약 학생이였더라면 지금 나는 평범한 대학생이였을지도 모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다니면서 대학생활에 흠뻑 빠진 철없는 학생이였을지도 모른다. 

" 우, 우아앗차차차차차.." 

" 너무 많니? 한경아?" 

" .......괘, 괜찮아요. 이정도는." 

등뒤로 수많은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지면서 다리에 힘이 더욱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후로, 잠잘 곳도- 밥먹을 곳도 없어진 나는 약 한달을 악바리로 길거리에서 

버티다가 낯선 여자에게 걸려 2주 정도를 그 집에서 머물렀고 그러다 그 집에서 도망쳐 나와, 

거지마냥 한푼, 두푼 모아서 기차를 타고 나주라는 낯선 지방 쪽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아는 사람도 생기지 않았다. 단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만 생길 뿐이였다. 

21살 . 벌써 사고가 난지 3년이 흘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 어어- 거 벽돌 다 부셔지겠어, 천천히 놓으라고-!!!" 

" ....후, 무, 무사하면 됬죠 뭐; .." 

이렇게 악바리로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깊은 정이 흘렀다. 

나는 이곳에서 가정이 있는 어른분들께 밥을 얻어먹고, 힘들때는 작은 격려를 받아가면서 해왔다. 

기억 사실증에 걸리기 전에, 내게는 부모님이 있었을 것이고, 

내게는 이렇게 화목한 가정이 있을것이다. 

내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을 테고 평범한 학생으로서 선생님께 사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눈물이 날것 같지만,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 ........한경아~~~~~" 

" ............................." 

" 강한경~!!!!! 한경아~~~!!! 밥먹게 얼른 내려와라~" 

" ............................." 

" ........................가,강한경-!!!!!!!!!!!!!!!!!!!!!!!!!!!!!!!!!!!!!!!!!!!" 

" 네, 네네-? .....지, 지금내려갈께요!!!! " 

그리고, 나는 강한경이라는 내 이름이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마치 다른 사람 이름처럼, 내이름이 아닌것 마냥 내 몸은 아직 까지도 

그 이름에 적응이 되어있지 않았다. 

" 오늘 한잔 어떠냐- 한경아" 

" 그래- 오늘은 한잔하자. 한경아- " 

" 아저씨 죄송해요- 오늘도 아르바이트 있어요.. 상수아저씨-!! 저도 태워줘요!!" 

그래도 나는 강한경이다. 21살에 낮에는 막노동으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호프집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꼬박 보내야 하는 바쁜 청년이다. 

막바지로 접어드는 어느 더운 여름날. 

나는 그렇게 땅거미가 질 무렵, 조금은 친해지다 싶이 한, 아저씨의 트럭 안으로 운전석 옆에 

올라타 덜컹 덜컹, 소리를 내며 좁은 골목길을 나왔다. 1년동안 막노동으로 번 돈들과, 

얼마 시작하지 않은 호프집 아르바이트 돈을 다 합치면 2천만원은 조금 넘어가는 실정. 

악바리로 번 돈으로 만든 목표는 작은 원룸 전세로 구하는 것이였다. 

" ..........한경아-" 

" .............................." 

" ........욘석이-!!! 부르면 대답좀 해라. 응?" 

" 죄; 죄송해요- " 

" ....이녀석, 저녁 밥은 꼬박 챙기는지 모르겠네- 가서 일 열심히 해라. 알았제-? " 

" ..........네-!!!!! 상수아저씨. 그만 가볼께요." 

흙먼지가 가득 쌓인 옷을 그대로 안은체 나는 트럭에서 내렸다. 

휘양찬란한 색색의 간판들이 줄지어 있는 이 길에서 나는 터덜터덜 어두운 호프집 안으로 

들어갔다. 구질구질한 모습을 한체 들어선 내모습이 이제는 적응도 되었다 싶은 중년의 사장님이 

서빙하면서 입을 여벌의 옷을 주면서 빙긋 웃으셨다. 

자자. 투잡스. 학벌도 없는 나는 투잡스다. 청년 실업이 어마어마 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잡일을 

하지 않아서이지 않겠는가. 내게는 자랑스러운 투잡스라는 명칭이 붙여져 있었다. 

" 오늘도 공사장에서 바로 오는것 같구나-" 

" .......네, 사장님- 머리에 흙먼지가 남아있는것 같은데.....저 혹시, 샴프있으세요.;" 

....결국은 오늘도 여기서 머리를 감게 되는구나. 

사장님께 건네받은 샘플 샴프를 가지고 공중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게 되었다. 

나는 나에 대해서 까맣게 잊어버리는 그 순간 부터, 생활하면서 깨닳은 것인데 나는 분명 

어렷을적 물속에 빠졌을지도 모를거라 단정지었다. 

세수를 할때에도, 심지어 목욕탕에서 목욕을 할때도, 나는 얼굴을 담근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 

하고 있었다. 온 신경이 곤두 세워지면서 세수를 할때는, 

고양이 세수로 북-북- 문 댈수 밖에 없었다. 

얼굴을 물 속에 담근다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오싹해져 온다. 

- 쏴아아아아아아아아---- 

" ....생활비가 부족한데, 집에서 인형 눈깔 밖는 부업이라도 할까.." 

쓰윽- 쓰윽, 머리를 물안에 행구면서 고개를 업드렸다. 다시 쏴아아아아- 물이 틀어지면서 

귀가 멍멍해져 온다. 나의 부모님은 뭐하고 계실까. 기억을 잃어버려 홀로 살아가는 나를 

아직도 애타게 찾고 계실까. 이런 헛된 생각이 간혹 날때마다, 나는 이렇게 쓰디쓴 눈물을 

참아 내면서, 하루를 버텼다. 

" 너 이새끼-!!! 결혼 하더니 많이 변했어-!!!!!!" 

" 씨발. 니새끼는 어쩌고- 매일 같이 찾아와서, 승백씨, 승백씨- 눈꼴시려, 새꺄-" 

................................... 

....................................................... 

- 쏴아아아아아아아아- 

화장실 문을 열면 보이는 밤거리. 귀가 멍멍해지는 틈을 타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라고 문을 열고 획 하며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이렇게 과거를 갈망하고 있다. 왜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도 나는 과거를 그리워 하고 찾아볼려고 애를 쓴다. 

" 손님 바글바글 몰려왔다~ 안내려 오니~!!! " 

" ..................지, 지금 내려갈께요-!!!!!" 

오후 8시 오늘도 역시 호프집에서 바쁜 홀서빙을 시작한다. 

맥주 냄세와, 셀수 없이 터져 나오는 수다 소리, 그 소리를 장단 맞춰 움직이기 힘든 몸으로 

쉬는 동안 젓가락을 손에 쥔체 애꿋은 벽만 퉁퉁- 때릴 뿐이였다. 

아아- 난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 드럼을 칠줄 아는 음악소년이였나 보다. 

" 이봐- 거기 귀여운 종업원. 여기 과일안주랑 맥주 1000cc 추가-!!!" 

"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긴머리, 레게머리, 개성 만점 스타일의 예쁜 여자들이 각선미를 자랑하듯 짧은 치마를 뽐내며 

자리에 앉아 유난히 나만 바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절로 들었다. 

난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나 보다, 저런 노출 심한 모습을 보아도 아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요염한 가슴선에 가느다란, 쇄골선을 보아도 심장도 뛰지 않았다. 

그저 공연히 주문 한 것을 힘겹게 들고갈 뿐이다. 

- 탁. 

" 과일안주랑, 맥주 1000cc 입니다-" 

" ..........어라, 놓고 그냥가? " 

여자만 있는것도 아니였다. 그 얼굴에 빠지지 말아야 할 멋있는 남자가 한두명 있기 마련이였다. 

흥미롭게 나를 바라보는 한 남자. 이 기분 정말 역겹다. 

그냥 갈거냐는 식으로 나를 바라보자 그 옆에 앉아있던 여자 또한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취해있었다. 물론 그에 맞춰 여자들도 다같이 취기가 잔뜩 들어 

나를 장난감 처럼 바라봤다. 

- 주물럭, 주물럭. 

" 이야- 엉덩이 탱탱한데-?" 

" .............................소.........손님........." 

넘어올 것 같다. 순간적으로 다가온 그 남자의 손이 내 오른쪽 엉덩이를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얼굴의 핏기가 싹- 하고 가시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여자들이 웃으며 ' 거봐- 내말이 맞지-!' 

라며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취기가 오른 사람들의 장난감 상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을 불안한듯 바라보시는 사장님이 계셨기에 입을 다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혹이나 주먹이라도 날릴까봐 초조해 하시는 사장님이셨기에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고, 이어서 

나를 보며 엉덩이를 여전히 만져대는 그 남자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 돈이 필요해? 20? 30? 그것도 안되면...........큰거 한장? 큭큭- 엉덩이 만지게 한 봉사값이야- 

대신에 왼쪽 엉덩이도 대주겠어? 푸하하하핫- " 

.......................................... 

........................................................ 

나는, 공중위로 날려진 백만원 짜리 수표를 받아 들었다. 

난 온몸에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그 역겨운 느낌을 찾아가면서 손에 쥐어진 백만원짜리 

수표를 보며 작게나마 씁쓸하게 웃었다. 

곧, 나는 앉아있던 그 남자 가까이 다가가 내 엉덩이를 주물거리는 그 남자에게 헌신 껏, 

봉사할 수 밖에 없었다. 

인생은, 돈이면 다 된다. 

..............돈이면 된다. 

무슨 일이던지, 나 강한경은 돈이면 가능하다. 

강수 일부러 넘어져 주고 강공 웃어주어라. - 1 - 

" ................학.....................하...하악-.학-, 웃, 으읍- 흣-!!!!" 

꽈악. 손가락 마디 사이가 새 하얗게 변하면서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정말 한 사람만 들어가도 가득차 보이는 작은 단캇방에서 아무런 가구 하나 없이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오늘도 얇은 이불 하나만 덮고 자던 중, 미칠것만 같은 악몽에 시달린다. 

" ...........학., 우, 우우우우- 우우우웃- 흑, 흐으윽- 흐,ㄱ" 

가위라면 차라리 낳다. 끔찍한 고통이 아찔하게 몸을 침투해 온다. 

울어도 울어도, 아픈 고통이 잔인한 그리움이 그렇게 몸을 쇠약하게 만들어 갔다. 

소리내고 싶지 않은 신음이 작은 단캇방에 울리면서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무언가를 안고 자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 

심각한 불면증에 요 한달 동안 누군가 추천해준 수면제를 복용했지만 한동안 괜찮더니 

또 말썽이다. 

" 보........보, 보고싶어- 보고..싶어, 보고싶어.. 항, 하악- 학, 보..보.." 

침도 제대로 넘어가질 않아 입밖으로 세어나왔다. 

얼굴은 화상 입은 것 마냥 빨개진체 붉어진 입술 사이로 힘든 신음을 소리내었다. 

부모님? ...아니다, 이렇게 미친듯이 간절히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굴까. 

이렇게 악몽에 시달릴 때 보이는 그 사람은 얼굴 전체가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그저 무거운 몸으로 내 몸을 누르고만 있었다. 

" ...........기다릴...께., 흑, 흐으윽- 기, 기다릴..께, 기다.. 기다.. 으-으읏-훗," 

뜨거운 열기가 허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은 그 사람이 내 얼굴위로 

눈물을 뚝- 뚝- 떨어트렸다. 누굴까. 나를 바라보면서 표정은 보이지 않아도 상당히 

애처로워 보이는 저 사람의 이름은 대체 무엇일까.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기다려줘. 기다려줘- 기다려줘 ' 

그에 맞춰서 나는 기다릴께. 기다릴께 라는 말을 반복하고 되풀이 했다. 

" .........우, 우, 흑- 흑,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 벌떡-!!!!!!!!!!!!!!!!!!!!!!! 

..................그리고, 언제나 그 악몽의 끝은, 

내가 하늘위로 붕- 하고 떠올라 지면서 하늘이 보이는 그 장면이였다. 

그리고 지독한 약 냄새가 나는 병원에서 눈을 서서히 감으며 보이는 그 주위 환경을 

관찰하는 그 즉시 찢어질 것 같은 고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였다. 

....2주만에 다시 꾼 꿈이다. 

" ...하....하학..하학...하학.........................또, 또 꾼거야......또...." 

이젠 질린다. 언제나 상대방의 얼굴은 끝까지 보이지도 않았다. 

상대방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버리면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는다. 

끔찍하기만 한 악몽, 잠에서 깨어나도 몸을 누르던 그 뜨거운 온기를 잊을 수가 없었다. 

" .........언제까지...........대체, 언제까지..........내 꿈에..나올꺼야.......언제까지.............흑..흐흑." 

........................................... 

..................................... 

................................... 

............................... 

............................. 

......................... 

.................... 

........... 

.......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어제 새벽에 들어왔는데 새벽 6시 잠도 제대로 붙이지 못한체 

아침 기온은 좀 많이 내려가 긴 팔을 걸치고 이빨을 닦은 뒤, 밖으로 나갔다. 

오늘부터 장원아파트 우유 배달 담당이였기에 요즘 들어 아침에 꽤나 추워진 것이 원인인지 

아들아들 떠는 몸을 애써 이겨낸체 밖을 달렸다. 

오늘도 강한경의 하루 일과가 시작될 것이다. 

단 한치의 오점하나 없이. 단 한치의 우연 하나없이. 

늘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오늘도 나는 힘든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오늘부터 우유 배달도 하기로 했으니, 나는 투잡스가 아니라 쓰리잡스라고 불려도 좋을것 같다. 

" 강한경-!!!!!!!!!!!!!!!!!!!!!!!!!!!!" 

" 예, 예예옛-?!!!!" 

" ........확-!! 하고 짤라버리기 전에 열심히해-!!!" 

" 마, 맡겨만 주세요-!!!" 

....................... 딱 뿌러지게 당당히 말했지만, 나는 아직도 자신이 없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한가지 죽지못해 살아가는 것이다. 기억을 잃기전 내게 있는 

가족을 다시 찾을 수 있을꺼라는 희망 하나를 가지고... 

" 이런- 제길-!!!!!!!!!!!!!!!!!!!!!!!!!!!!!!!!!!" 

" 사, 사장님." 

수십개의 파일이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나주로 지시를 받고 내려가 찾고, 찾고 또 찾아도 

도저히 찾을수가 없어서 다시 경기도로 올라와 죄송하다고 말하는 승백과, 준혁을 눈 앞에 있으면 

사지라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였다. 1년도 아니고, 2년도 아니고 3년이다. 

3년동안 전국 사방 곳곳을 뒤져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공주인이 어딘가에 꼭꼭 숨어버렸다. 

장난같은 숨박꼭질 그만하고 이리 나와, 공주인. 

이만 하면 충분 하잖아. 라고 말해도 녀석은 나오지 않는다. 

" 최비서-!!!!!!!!!!!!!!!!!!!!!!!!!!!!!!!!!!!" 

" ...예? ...예-!! " 

3년 내내, 맘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 최비서는 늘 강한경사장 앞에서는 입 다물고 눈치 살살 

봐 가면서 행동하는게 현명한 판단이였다. 그런 최비서를 한경이는 큰소리로 부르면서 말했다. 

정말 이 방법만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런쪽은 아주 도가 튼 그 두사람을 불러야만 했다. 

어떤 사건을 덮은체 3년전 헤어짐이 전부였던 그 두명을 다시 부르자니 꺼림직 스럽지만. 

정말 부르고 싶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불러야 겠다 생각했다. 

정말 많이 참았다. 스스로 찾아볼 수 있을 능력으로 샅샅히 뒤져보았지만 찾지 못했으니 

최후의 수단이다 싶어서 자신이 준 엄청난 상처를 사랑하는 연인의 고통과, 자신의 육체적 고통을 

받음으로서 죄값을 치룰수 있었던 그 두명을 다시 불러야만 하다니, 그래도 어쩔수 없잖는가. 

" ........................강하다. 강인해를 불러." 

" ........네? " 

" 부르라면 불러-!!!!!!!!!!! 잔소리 하지 말고 부르란 말이다-!!!!!!!!!!!!! 불러-!!!!!!!!!!!!!!!!" 

" .............예, 예에-!!!!!!!!!!" 

사적인 일을 공적인 일에 투입하지 않는 다는 것은 어렷을 적부터 철저히 받아온 

프로그램으로 인해 다행이 터질 것 같은 이 울분이 회사에 투입되지 않은 것은 천만 다행이였다. 

폭팔 할 것 같은 화산마냥 사나워진 강한경이 최비서가 나간 공허한 사장실에 가만히 서서, 

시가를 피우기 시작했다. 이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만 하는가. 

" 공주인, 너는 분명 나를 기다려 준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나를 기다려 주지 않았다.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틀림없이 

이것은 공주인의 고의적인 행동이 아닐꺼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달랐다. 꾹 참고 있다가 이때를 틈타서 도망간 것은 아닐까. 

이대로 사라져서 평생을 못 찾는것은 아닐까. 나를 버리고 도망가 지금쯤 부부가 되있지 않을까. 

하루에도 수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뒤덮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그가 아니였다. 

" 그래, 공주인 내손으로 널 찾았을때, 넌 내 소유다. ....내 소유," 

죽어도 너의 목덜미에서 내 손을 놓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했다. 공주인. 언제 불러 보아도 생소 하기만한, 아름답기만한 아름다운 이름. 

공주인 대체 어디에 숨어서 머리카락 한 톨조차도 보이지 않는거냐. 

내가 싫었다면 내가 미웠다면 내가 짜증이 났다면 그랬던 거라면.............................. 

.............................다시 나를 머릿속에 인식시켜 주기전에 제발, 제발 나타나. 

지독한 소유욕이라는, 독점욕이라는 것이 내 머리를 뒤덮기 전에 제발 나타나.. 

.............................................나타나. 공주인. 

비서실. 

회색 정장에 색깔이 잘 어울리는 어두운 넥타이를 맨 남자가 전화 수화기를 두손으로 잡고 

간드러지게 슬픈 목소리를 자아내며 울먹거리고 있었다. 그는 아니라 말할지 몰라도 

충분히 겁먹은듯한 목소리였다. 

" ...오늘도 꽃병 파손, 도자기 파손- 모형조립 배도 파손. 등......." 

- 요새 강한경 사장님 심기가 꽤나 불편하신가 보네요 

" 나, 하루에도 열 댓번 심장이 떨어졌다 붙였다 하는 것 같아요....한석주씨." 

- 은효씨 스트레스 갖지 말고- 편하게 맘 가져요- 저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니까. 

" 밤에 잠이라도 푹 잤으면 좋겠어요~!!!! (한경의 주택에 Stay 中) " 

- ..........아아, 은효씨- 제가 내일이라도 공주인군 찾아낼테니까- 

" 그말이 벌써 몇백번 째에요-!!!!!!!!!!!!!!!!!!!!!!!!!!!" 

이 둘은 알콩달콩 사랑 진행형 중이다. 

강한경의 무서운 행동에 잔뜩 겁먹어서 전화하는 곳은 한석주 뿐이였다. 

이렇게 상황이 안 좋을때 둘은 예전 닭살 공주인 강한경이 부럽지 않은듯 사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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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온 섭씨 25 도 

어제 보다는 몇도 내려간 날씨지만 여전히 땀방울이 몸을 휩쓸고 있었다. 

" 오늘은 어째 기분이 좋아 보인다- 한경아-" 

" .......예? 아, 아하하하하- 오늘 월급 들어오는 날이잖아요.." 

" 그것 뿐이냐? 저번 달에도 이정도는 아니였는데에....." 

" 에- 아저씨 눈치도 빨라- 호프집 아르바이트 월급도 오늘 들어오구요- 

오늘 시작한 우유 배달하는 곳에 부탁해서 한달 월급 당겨 받았다니까요~!!!" 

내 들뜬 목소리에 마치 흥미롭다는 듯이 아저씨는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참 더울 시간이라 열기가 가득 차 오른 공사장에서 간간히 쉬던 아저씨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내 이 기분 보다 더 들떠 보이던 아저씨들이 다가와서 

내 어깨위로, 머리위로 손을 올려가며 내게 물었다. 

" 이제 원룸 한채 전세로 구하겠구나-?!!!!" 

" 네-!!!!!!! " 

오늘 한턱은 내야지- 라면서 내 등을 쳐주고 설계도를 들며 오는 건축 전문가를 보자마자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네- 좋아요 아저씨들. 

제가 오늘 낮엔 시원한 막걸리로 배 부르게 해드리겠습니다-!!!! 라고 생각하며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엄청난 무개의 벽돌을 등뒤로 받은체 흔들 흔들 위태로운 그 계단 위로 올라갔다. 

이 힘든 일도 이제는 곧 그만 둘 생각이다. 

오늘 6시쯤 이 일이 끝나면 부동산을 찾아가 괜찮은 원룸을 알아볼 생각이다. 

원룸을 구하면 한 몇년은 전기세, 물세- 등 가벼운 세금을 내면서 살수 있으니까 생활비랑 

함께 벌수 있는 간단한 홀서빙이나 배달 같은 것을 시도할수 있을것 같았다. 

해가 뉘엿 뉘엿 지기 시작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고 부동산에 가면 일단 원룸의 위치와 가격대를 알아보고 정해지면 

내일은 그 원룸을 방문해야 할것 같아서 오늘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해야할 것 같지만 일단 내일까지는 보류다. 

" 아저씨-!!!! 막걸리 사왔어요~!!!!!!! " 

" 오늘이 한경이 마지막이니까- 특별히 제가 족발로 쏘는 겁니다-!!!!" 

건축 설계를 담당하시는 아저씨와 함께 공사장에서 나가 족발 13인분에 막걸리 열 몇병을 

사들고 들어오자 그 모습이 마치 하나님을 만난듯한 황홀한 표정으로 뛰어오는 어린 양만 

같았다. 아저씨들은 그렇게 처절히 먹을 것 앞에서 무너지셨고, 곧 내 손에 들려있던 

막걸리는 제 냄새를 뽐내며 사람들 사이에서 향을 피웠다. 

" 너 가면- 이제 무슨 재미로 일하러 오겠냐- 한경아-" 

" 아저씨도 참-; " 

" ....이녀석 힘들때 애교가 아주 직빵이였는데-" 

" .................자; 자주 들릴께요-" 

약속이다- 일주일에 세 네번은 들려야돼-!!! 라고 신신 당부 하시는 아저씨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 수많은 아저씨들 틈에서 나는 가장 작은 어린 아이에 불과했고. 

아저씨들은 동안으로 보이는 내 얼굴이 자식뻘 이였기에 다들 내게 잘해주셨던 것을 기억한다. 

이 많은 분들을 나는 잊을 수 없다. 

" 강한경- 넌 아직 인생이 많이 남았으니까- 힘내야 한다!!" 

" 힘들 때는 자주 찾아오고-!" 

" 대신 빈손은 안된다~!!!" 

" 네. 1년동안 저 많이 보살펴 주시고 돌봐주셔서 감사드려요." 

........ 

.......... 

....................... 

그 인사를 마친체 나는 터덜터덜 한참을 걸어야 하는 집 근처 부동산을 향하였다. 

아무것도 없는 내가 먼저 가져야 할 것은 집이였다. 

일단은 집이 있어야지 내가 살아가는 주가 될것 아닌가.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모여서 손을 흔들어준 그 분들이 가족같은 정이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내 부모님이 저런 분이셨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눈물이 날것 같은 슬픔을 참고 

걸어 갔을땐 어느 새 내 몸은 부동산 앞이였다. 

이제 내 인생을 시작하는 거다. 이제까지의 1년은 살아가기 위해 준비한 기간이라 생각하자. 

통장과 도장을 들고 있던 손을 올려 통장을 펴 보았다.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약 2천 5백만원 이만하면 막노동도 해먹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부동산 문을 열고 안으로 몸을 내세웠다. 

- 딸랑. 

" ..............................................." 

" 저......... 저, 전세로 원룸을 얻고 싶은데요." 

검정색 테두리 안경을 끄집어 올리며 신문을 읽고 계시던 아저씨가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위 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시멘트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장화 비슷한 신발에 

축 늘어진 고쟁이 같은 어두운 바지. 그리고 나보다 꽤 큰 카라티. 

이 옷들도 구하려고 얼마나 수많은 아파트 단지를 뒤졌는가. 헌옷 물품함에서 이 옷을 

건져 입은 것 만으로도 난 충분한데, 뭐가 그리 불쾌 한건지 나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이 차림에서 더 어떻게 꾸미는 것을 할줄 몰라, 

그저 머리위에 쌓였을 것 같은 흙먼지를 툭툭- 하며 털었다. 

" ................투룸 구했다간 아주 죽을 상이구만." 

" 예-? " 

" 자리에 앉어봐. 좋은 원룸 소개시켜 줄테니까." 

인상은 좀 나빠 보이지만, 좋은 원룸을 소개시켜 준다는 말에 그저 좋아서 푹신한 

쇼파위로 나는 푹- 소리를 내며 앉았다. 밖은 약간 서늘했지만 이 안은 서늘한데도 불구하고 

틀어진 에어컨 덕에 몸이 오들 오들 떨리는 것 같았다. 

곧 무슨 목록표를 가지고 오면서 내게 내미는 것을 나는 볼수 있었다. 

그 종이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고, 이 곳 지도가 그려쳐 원룸의 자리가 표시되어 있었다. 

" 대략 얼마 준비 했는데-" 

" .............2천..5백이요." 

나는, 손에 쥐어진 통장과 도장을 꾸욱 쥐었다. 

" 그럼 도로 주변은 안되겠다. 좀 많이 걸어가야 할텐데 그래도 괜찮겠어-? 

그 빌라의 4층이고- 도로와는 좀 많이 멀꺼다. 여기- 여기어때?" 

나를 바라보면서 지도 위에 어떤점을 가리켰다. 내가 알수 있는 것이라고는, 

길로 보이는 선에서 그 점은 좀 먼듯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많은 작은 네모들이 

둘러 쌓여져 있는 것을 보면 주위에 건물들도 많은 것 같았다. 

" ...........얼마............예요?" 

" 계약금은 2백만원정도고, 보증금은.......집주인이 2천 2백을 원하네-" 

" ..................으에에에엑...." 

" 걱정말어- 도배, 장판 다 되어있으니까- 집주인은 지금 서울에 있으니까 당장은 못오고- 

어때. 내일 거기 한번 들려볼터? 낼이라도 입실 가능하기도 한다니까-" 

2천 4백만원..허억.솔직히 지금 준비한 이 통장의 돈에서 몇백은 남을줄 알았는데, 

이거 생각외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나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아저씨를 바라봤지만. 

헛기침을 하면서 계약서를 내밀었다. 

" 일단 할꺼면 거기다 도장 찍고- 계약금만 일단 주면 되는데... 지금 이 집을 노리는 사람이 

꽤 있거들랑-? 내일 확인하고 짐만 들고오면 장땡인데 어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머지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 거렸다. 그저 하루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다. 

그 생각에 빨리 보증금을 내어주고 빨리 계약금을 내어주고 집을 얻고 싶어서 들떠있었다. 

보증금을 줘야한다는데, 어떻게 줘야하나.. 계좌이체라는 것을 해보지 않아서 

어리둥절 그를 바라보자, 그는 안도해 하는 한숨과 함께 처음부터 계좌이체를 바라지 않았다는듯 

나를 보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 뭐해-!!! 얼른 요 앞에가서 2천 4백만원 안빼오고-!!!!" 

" 예-? 네, 네네- 지, 지금 금방 다녀올께요-!!!" 

이제 내게도 작은 집이 생긴다. 도배도, 장판도 이미 다 되고 나 혼자 생활할 아늑한 공간이 

이제 드디어 내게도 생기는 것이다. 든든한 버팀목이 하나 생기고, 이제 내 마음데로 꾸밀수 있는 

내가 다스릴 수 있는 그 아담한 집이 생기는 것이다. 

밖은 불빛이 켜져있지 않는 이상 앞이 보이지 않을 시간이지만, 거침없이 어둠 속을 뛰어나갔다. 

365 코너에 가서 돈을 빼냏어 가방에 넣는 그 순간은 이제 막 천국을 들어가는 

사람의 기분이라 표현 할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것을 잊고 지내서 집이란 소중한 존재 또한 잊었지만. 

이제는 기억해 내보려 한다. 

왠지 집이 생기면 무언가를 얻을수 있을것 같은 기분. 

이 들뜬 기분은 형언 할 수 없다. 

" ..........이제, 집이 생긴다............." 

1년 동안 피땀 빠지도록 노력해서 번 돈이였다. 밥도 제대로 못먹고 사람들에게 얻어먹으면서, 

나와 비슷해 보이는 또래가 딱 보기에도 명품을 몸에 바르며 다니는 모습에 겉으로는 

사치라 욕하지만, 속으로는 부러워 죽을 것만 같았던 그 과거들을 울먹이면서 모은 

이 돈으로 나는 집을 산다.앞으로의 내 기억이 남겨질. 

그런 내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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