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 강공에게 걸려 넘어지다 - 98 -
" 10월 16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아시아나 항공사표 끊어놓았습니다. 여기 여권과 비자.."
" 김직원, 알겠으니 그만 나가주세요."
" ........아, 죄, 죄송합니다. 최비서님."
공주인의 전화를 받고 나가버린 강한경이사님.
거울을 보니 이미 눈두덩이만 부어있었다. 제길, 이번주 토요일이라면, 몇일 남지도 않았다.
이제 막 떠난다고 하니 왜그렇게 그사람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처음만났을때, 당황한 표정으로 부드럽게 안아주던 그사람이 생각나버렸다.
매달리면서 자연스레 신음을 뱉어올릴때 사랑스럽게 안아주던 그 사람이 생각나버렸다.
그리고 , 이젠 떠나야 한다.
" 날더러, 이제 어떻게 하란말입니까."
아무도 없는 공중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해버리고야 말았다. 책임회피.
최비서는 지금 책임회피중이였다. 이렇게 떠나가고야 말꺼면서 도데체, 뭘 어떻게 할려고
웃기지도 같잖지도 않은 유혹에 빠져 허둥데냔 말이다, 최은효-! 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봐도
돌아오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발버둥치는 책임회피뿐.
오늘도 역시나 처럼, 한석주에게서 전화벨이 울렸다.
-Rrrrrrrrrrrrrr.Rrrrrrrrrrrrrrrrr
전화벨 소리가 깊어질수록, 한석주의 얼굴을 더더욱 일그러져만 갔다.
어찌해야 하는가, 사랑에 빠져버린 마음을 어떻게 다시 돌려야만 하는가.
만일 최은효가 한석주에게, 당신사랑에 진심으로 빠져버리고 말았어요.라고 말을 한다면.
아니- 그럴수도 없을것이다.
"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니까. 그런거니까."
늘 미친듯이 집착하던 일들도, 포기해야겠다 싶으면 쉽게 미련없이 보내는게 최비서였다.
냉정하고, 얼음처럼 무뚝뚝한 그였지만, 왜그렇게 한석주에겐 통하지 않았는가 생각했다.
사랑? 웃기지 말라고 해라. 최은효에겐 사랑따윈 없다.
예전에 강한경이사가 사랑따윈 없다고 말해놓고 사랑을 찾았다고 해서, 나마저 그럴리는 없다.
이거는 우연이다.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준 사람이 단 한명뿐이라서 흔들리는 것 뿐이다.
- 털썩,
전화를 받으려고 몸을 일으켰다가 그냥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는 전화벨만 울리면 저절로 몸을 일으켜 받으려고 하다니- 저건 확인해 보지 않아도
분명 한석주의 전화였다. 오후 늦게 비서쪽으로 걸리는 전화는 항상 한석주였으니깐 말이다.
받지 않는다면 찾아올것이 틀림이 없었던 한석주라 주저앉은 의자에서 최비서가 일어나
정장 마이를 걸쳐입었다.
" 저, 가십니까? 최비서님."
" 예- 저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다들 좋은하루 보네세요."
- 문이 열립니다.
엘레베이터 앞에 서자, 곧 서류를 들고 급한나머지 출입구를 통해 올라가는 직원과
인사를 마친후, 열린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부터 하루종일 한석주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대체 어떻게 하면 지워질수가 있는 것일까. 웃음나오지만 갑자기 생각이 난건데.
회사를 위해서, 이사님을 위해서 몸을 바친것, 그거- 미국에 가서도 유효했으면 하는 생각에
코 끝이 찡해져 왔다.
- 1층에 도착하셨습니다.
지이잉- 하는 기계적인 음에 맞춰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낭비하는것을 좋아하지
않아하는 최비서는, 집에 도착하면 부동산에 연락해 가격을 좀 내리더라도 팔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은 1년도체 있지 않은 집에서 자신있는
볶음밥을 해먹고, 잠이 안올때 자주먹던 포도주를 한잔 마셔야 겠다고 생각했다.
몇일전 구해놓은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책 읽는것을 끝맞춰도 될것만 같았다.
" 어- 내려오시느라 받지 않으셨군요-?"
" ............................!!!!!!!!!!!하, 한석주..씨?"
핸드폰을 든체 인사를 하는 한석주가 바로앞에 서있었다.
당황해버린 최은효는 들고있던 가방을 뚝- 하고 떨어트릴것만 같아, 두손을 불끈쥐었다.
물론 최은효의 안경또한 미끄러져 내려가버릴것 같았다. 최은효를 보자마자, 한석주는
들고있던 핸드폰 폴더를 닫아 주머니에 넣어버렸고 들고있던 최은효의 가방을
한석주가 거의 뺏다싶이 건네받아 들어주면서 자연스레 어깨위로 손을 둘렀다.
" 오늘은 꼭 저녁을 사주고 싶더라구요- 제차로 모실께요."
" ..........아...저, 저... 한석주씨, 저 오늘은... 제..차로..집에.."
입술이 저절로 떨려왔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면, 한석주가 말한 화이트 레이디 유혹에 빠졌음을 어떻게
표시를 내지 않을수 있을런가- 그것이 걱정이였다. 빨리 이 자리를 뜨고싶다는 생각.
그러나 한석주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그럼 오늘은, 최은효씨 차를 타고 갈까요?"
" ......................아니, 저 그게- 죄송하지만 오늘은........"
한석주는 그날 bottom들의 술자리 현장을 덮쳐, 정말 오랜만이 최은효와 하룻밤을
지내놓고, 그날이후 처음 보는거라 이대로 물러설수 없었다.
그때 최은효가 뭐라그랬는가- 한번더 자면 최은효 자신이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 최은효를 이끌며 당연히 주차되어 있을 지하주차장쪽 은효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끌려가고 있으면서도, 붙잡은 그 손을 차마 거부할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이제 그만하고 도망가, 끝내, 이대로 사라지면돼 라고 울리는데, 이성은,
본능은 자꾸만 그것을 억누르면서 오히려 끌려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석주. 늘 자상하기만하고, 잘웃는 이사람이- 과연 내가 사라진다고 울어줄까.
" ...............갈꺼면, 예전에 화이트 레이디 대접해준 Bar로 가죠."
" 아-, 내가 프로포즈했던?"
" .............................."
직접적으로 프로포즈했던곳- 이라며 한석주가 들먹였다.
바텐더 자격이 워낙 뛰어나, 게이바가 아니더라도 여러군데서 해봤던 한석주는
화이트 레이디 라는 칵테일을 건네면서 프로포즈를 한 평범한 Bar에서 했던 기억이 있었다.
달콤한 유혹에 빠졌다는 신호도 보내면서, 그런데 지금 최은효가 그 Bar에 가고싶다 말해서
기분이 묘해진 한석주가 되물었지만 아무말없이 슬픈표정을 지은 은효만 보였다.
" 잘됬네요-, 마침 그곳을 갈려고 했는데,-그럼 오늘은 핑크 레이디를 선사하죠,하핫-"
최은효가 차키를 건내면서 아무말도 안하자, 조금은 무안한건지 문을 열어 은효를 앉히며
한석주가 머릴 긁으며 말했다. 화이트 레이디처럼, 여성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칵테일의
이름은 아주 다향하다. 한석주는 그걸 노리면서 최은효의 마음을 뒤흔들려고 했지만.
왠지 다시시작해야 할것같은 저 얼굴을 보니 한숨만 처절하게 나올뿐이였다.
곧이어, 시동이 걸리면서 칠흙같은 어둠에 환한 라이터를 비춰가며 거리로 사라졌다.
최은효에게는 마지막이 될 한석주와의 만남, 물론 그 마지막만남은 한석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 한석주씨."
" 말씀하세요, 최은효씨"
" 블랙 젠틀맨이란건 없나요......."
" 블랙 젠틀맨? 그게 뭐죠-?"
" .....................아닙니다."
최은효 머리에서 나름데로 생각한 이름, 화이트 레이디의 반댓말. 블랙 젠틀맨
아- 그런 칵테일이 있었더라면 간접적으로 헤어짐을 알릴텐데. 오히려 그게 뭐냐고
물어보는 한석주의 물음에, 아니라고 대답해줄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말하는 동안, 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회사라 Bar하고도 멀지 않았던것을 이유로
Bar 앞에 도착했다. 꽤 큰 Bar 인지라 직원이 키를 받아들고 주차를 대신 해주었고
그곳에서 한석주가 문을 열어 최은효를 모시다 싶이 했다.
- 딸랑,
" 오늘은,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없네요."
" 그렇네요. .....바텐더-! , 바통터치- 쿡쿡,"
전에 왔을때는 새끈하게 잘빠진 여자가 거미의 부탁이라는 노래를 불렀었다.
주황색 조명아래에서, 웃으며 건내는 화이트 레이디를 한석주에게 받으며 들었던
같이살자. 그리고 달콤한 유혹의 내용으로 프로포즈를 받았었다.
그것은 필시 조명때문에 분위기 때문에 잠시 가슴이 두근 뛴것이라 생각했는데.
한석주는 바텐더에게, 은빛이 찬란하게 비추는 통을 건내들고 4종류의 재료들을
넣어 흔들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그 4종류중 하나는 생크림임을 알수있었고
다른 하나는 달걀 흰자인것 같았다. 싱긋 웃으면서 계속해서 흔들면서 이제는 얼음을
넣고 흔들었다.
" 핑크 레이디 이녀석은 참 운도 좋은놈이지요. "
" ...............예?"
" 이놈이 등장하자마자 그때 당시 연극이 흥행할쯤 핑크 레이디라는 연극에서
Helen Hayes가 Pink Lady를 마시며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그후로도 여성분들에게는
늘 손꼽히는 칵테일로 이름을 알렸죠."
그렇게 자상하고 부드럽게 말하니 최은효의 코 끝이 찡해져 왔다. 헤어져야 하는데.
이거야 말로, 마치 12시가 되면 돌아가야 하는 신데렐라 꼴이 아닌가-
꽃병에 안개꽃을 경비병인듯 주위에 감쌓아져 꼭꼭 숨어버릴듯 가운데에 놓인 분홍색
장미가 뚝- 하고 꺽어졌다. 한석주가 뚝 하고 꺽어버렸다.
한손으로 장미꽃잎을 뜯어 최은효의 앞자리에 고이 뿌려주었다.
" 뭐 하는...."
" 핑크 레이디는 아름다운 핑크빛이 여성을 아름답게 장식한다고도 합니다."
곧, 냉각시킨 소서형 샴페인 글라스 잔에 담겨 핑크레이디가 장미 꽃잎을 밟으며
놓여졌다. 주변에서는 뿌려진 장미 꽃잎위로 분홍색빛이 맴도는 핑크 레이디를 받아쥔
최은효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 ............................전, 여자가 아닙니다. 한석주씨."
" 예, 당신은 제게 있어서 여자보다 더 아름다우신 분이죠, 최은효씨."
곧이어 최은효가 어벙한 얼굴로 한석주를 바라보는데, 도데체 어디서 나온건지
노래부를때나 사용하는 마이크가 끈도 없이 한석주의 뒷춤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잔잔히 흐르기 시작하는 반주소리, 노래부를 사람이 없어서였는지 가만히 앉아있던
피아노 치던 사람도 , 멈춰져 있던 드럼마져, 심지어 서있던 바이올린 까지 연주되었다.
" ....아-"
" ..............오늘은 제 무대 보여줄려고 올려고 한겁니다."
" 하, 한석주씨-?!"
최은효의 부름이 끝나자마자, 반주가 끝나가고, 곱고 고운 그리고 부드럽고 자상하기만한
한석주의 목소리가 Bar 아래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하얀 담배연기가 투명한 공기위에 뿌려지듯이.
" 헤어지잔 얘기말고 다 들어줄께.-제발.. 너를 뺏어가지는 말아줘- ,
니가 나를 보며 미소짓지 않아도 괜찮은...걸, 그냥 널 만나고 싶어-"
노래를 부르던 한석주가 잠시 힐끔 최은효를 바라보면서 장미꽃잎울 한잎 주워
입술을 스쳐 지나가게 한뒤 다시 하늘하늘 떨어지도록 낙화시켰다.
" 내가 계속 전화해서 귀찮게 한거니-, "
그래, 가수는 아니니까 고현욱만큼의 가창력은 없을것이다. 그러나 한석주, 그는 모든
감정을 그 노라 가사에만 실어서 불렀다. 한석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노래와 맞아
마음을 울리도록 만들었다. 갑작스레 시작된 한석주의 즉석 라이브,
사람들은 어디서 노래가 들리는건지 고개를 돌리다가 한석주를 바라보았다.
" 미안해..... 오늘부터 꾹 참을께 "
노래가 아닌것처럼 들려왔다. 마치 일대일로 직접대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마치- 한석주가 최은효에게 직접적으로 대놓고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것처럼 들렸다.
...결국 최은효는 두눈을 꾸욱 감았다.
심금을 울리는 애뜻한 목소리에 울음을 터트려 버릴것만 같았다.
바이올린도, 피아노소리도, 드럼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한석주가 부르는
고현욱의 헤어지지말자라는 가사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 이젠 너를 많이 사랑하지 않을께……제발 떠나가지는 말아….내가 좀더 많이 노력해볼께
…헤어지지마 우리 헤어지지 말자….
이렇게 너를 잡고있는 나..를 봐….너를 사랑하잖아
…
부족했던 내모습 모두 고치고…널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오늘도 넌 나를 잊으려고 했었니….아주 가끔 내 생각은 좀 했었니
…
난 보고 싶어 하는 말은 계속 참을게…. 내가 보고 싶어질때는 망설이지 말고 제발 전화해
- 고현욱 - 헤어지지말자 中 - 」
한석주, 오늘 분명 작정하고 나온거다
아니면 이렇게 마치 짜여졌다는듯, 분홍색 장미가 있을리가 없잖은가.
이렇게 라이브 Bar 에서 노래부르는 사람이 없을리가 없잖은가. 노래반주가 준비되어있을리가
없잖은가. 마이크가 준비되어 있을리가 없잖은가.
이렇게 눈물을 애써 참으며 어금니를 꽉 물고 참을 최은효가 아니잖은가.
" 언제나 그대를 지금처럼만….이렇게 사랑을 하겠지-,"
과연 언제나 나를 지금처럼만 계속 사랑해줄수 있을까. 이제는 최은효가 마음속으로 한석주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한석주씨, 나는 이미 당신이 말한 그 화이트 레이디 유혹에 빠져버렸단 말이야.
바보같이 영원히 한사람만 사랑할것같은 유혹에 빠져버렸단말이야.
화라도 내고 싶었다. 만약. 여기서 박차고 도망친다면, 그걸로 끝인거고 ,
먼저 나서서 껴안으면 영원한 사랑이 약속된다.
그러나, 최은효는 겁쟁이였다.
그역시 사랑받아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사랑한다는 말은 단 한번도 해본적 없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것도 이번이 처음이였다.
최은효가 자리에서 일어나 핑크레이디를 들어올린체 색깔만 감미하고는, 맛은 보지않고
가만히 원래 자리가 이곳이라는듯, 장미 꽃잎위에 살며시 올려두었다.
두눈이 새빨개진 상태에서 최은효가 한석주를 바라보았다.
" 다시는 널 힘들게 하지 않을께...."
" 한석주씨. 죄송합니다."
" 제발 날 버리지는 마......."
" 앞으론 얼굴도 마주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화도 삼가해주시구요."
"사랑했는데 정말 행복했었는데 "
이미 최은효의 몸은 출입구 가까이 가있었다. 여전히 마이크를 떼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한석주. 그런 한석주의 모습에 최은효는 고개를 돌리면서 천천히 걸어나갔다.
잡지 않아주길 바래서 하는 행동임을 한석주는 알고있었다.
- 저벅, 저벅, 저벅...
그래, 잘된거다. 내일모래 아침, 미국으로 가게되면 다시는 한석주의 얼굴을 볼일이
없을거다. 일로 만날일도 없을거다. 그래 없을거다.
아마 미국에 가면 바쁜일로 분주해질테니, 공적인 일로 만나더라도 그건 단 몇초일뿐이다.
처음부터 사랑이 없다 생각했으면 될거를, 왜이렇게 눈물이 뒤돌아 서서 나는지.
간혹 한석주사장이 미국본사에 들린다면 모델건으로 오는것뿐이니까, 최은효를 만날
가능성은 실로 적었다.
" ..............................안녕히 계십시요. 나의 첫사랑이여."
안보이는 곳에서 꾸벅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던 최은효가 대리 주차를 해준사람에게
차키를 건네받은뒤 주차장을 향하였다.
홀로 Bar 에 남은 한석주는 어찌되었을까,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두눈을 꾸욱 감고
그렇게 직진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 집에 가, 헤어지지말자라는 노래가 든 씨디는 모조리
버려야 할것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
그리고, 앞으로도 죽을만큼 좋아할 노래가 될것만 같으니까.
이제막 끝나가는 노래를 뒤돌아선 최은효를 바라본 한석주가
Bar 중앙에 서서, 사람들의 이목을 받으면서 서있었다.
" 이렇게 울기는 싫은데 .................................."
한석주가, 늘 웃던 눈을 풀고 마이크를 입에서 뗀체, 눈물을 뚝- 하고 떨어트렸다.
이렇게 울기는 싫은데, 여자보다 더 아름답고 투명해보이는 그 영혼을 가진 사람이
단 한순간에 획- 하고 돌아서서 걸어가버렸다.
위태위태해 보이는 모습으로 걸어서 가버리고 말았다.
" 이렇게 울기...싫은데..............최은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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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보이쓰입니다-
이제 한편만 쓰면 되나요; 아; 그게아니지요
잘하면 101편도, 102편도 될수 있습니다.
제가 100편을 써놓고 무언가 부족하다. 싶으면요-
하핫- 보이쓰도 이제 드디어 끝내고 자유의 생활로 빠질수 있는겁니까-!!!
...그동안의 고생많이 있었습니다.
두고보십쇼-!! 제가 다쓰고, 서러움 나열할껍니다!!!T0T
다들 위로해주셔야해요-!!!!!!!!!!!! [[ 도장, 쾅쾅;
24시간이란게 이렇게 짧은건지 이제서야 세삼 깨닳았다.
하루종일 껴안고 있었으면서, 아픈 몸을 살살 어루달래어 어제 하루 종일 땀을 붙이고
있었으면서-, 계속 입술만 붙이고 있어서 입술이 살살 아파오는데도 24시간이 부족했다.
시간은 오전 7시였다. 일찍히 눈뜬것은 강한경이였고, 출발은 8시안에 해야만 한다.
공주인은 어제 하루가 그렇게 피곤하고 힘들었던건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금부터, 강한경은 저 옷장에서 단 한벌의 정장을 입어야 하고,
시계도, 반지도 끼지 않은체 감은 머리를 뒤로 넘겨야만 했다.
예쁘게 놓여져있는 칫솔과 치약을 언제 다시 만진다는 제약없이 마지막으로 손을 대야
한다. 욕실에 들어갈때 신던 욕실 전용 슬리퍼도 잠깐 사용해야하고, 단 하나의 넥타이를
목에 메어야 한다. 역시나 언제 다시 만진다는 제약없이 부엌도구들을 마지막으로 만져야 한다.
"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기다려 준다고 해준 공주님...."
잠시 깨어나지 않은 공주인을 바라보았다. 어깨부근이 이불위로 올라와 있어서
한경이는 손으로 이불을 올려주었다. 잠시 뒤척이는 공주인.
혹이나 깰까봐 조심스레 떨어진 강한경이 후라이팬을 들어 가스렌지 위에 앉혔다.
공주인이 힘들지도 모른다.
공주인의 생활에서 강한경이 낑겨있다가, 갑자기 한순간에 사라진다면, 그 공간이
허전해 많이 울지도 모르고, 많이 서러울지도 모른다.
물론 강한경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그는 이제부터 바쁜생활에 시달려갈테니 공주인을
생각하는 시간은 그리우면서도 줄어들것이 뻔했다. 그렇게 되면 가장 힘든것은 공주인.
........생각을 마치고 보니 한숨이 절로나왔다.
고등어 조림을 워낙 좋아하는 공주인을 생각해서 만들줄은 몰라 전에 시켜놓았던것을
따뜻하게 뎁히기 시작했다. 간장게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꺼내어
잘 먹지않는 다리는 다 뜯어버리고 몸통만 남겨두었다.
볶음밥도 좋아하는 녀석이라 싫어하는 피망을 빼놓고 좋아하는 햄을 넣고, 싫어하는 양파
빼면서 좋아하는 계란과 오이, 당근을 넣어 섞었다.
별로 한것도 없는데 시간을 보니 벌써 오전 7시 50분이였다.
" 이제.. 출발할 시간인가."
준비해놓은 음식을 둔체 작은 쪽지를 남겨두었다. 맛있게 먹어, 라는 짧은 한마디
수성 사이펜으로 끄적거린체 다시 공주인을 바라보았다.
준비한 서류들만 든 가방을 두고 신발을 신었다. 공주님, 너의 군주님이 떠난다.
그러나 나는 반드시 돌아온다. 그리 오래 걸리게 하지 않을께.
미국에 가서 목소리만 듣는다고 해고, 너하나만 바라볼께 ,바람피지 않을께.
공주인. 다른사람에게는 해줄수 없는 사랑을 너에게 한다.
" ...................................돌아올께."
추운 가을 바람이 열린 현관문 사이로 세어들어왔다. 나체인체로 이불만 덥고 있는
주인이가 혹이나 감기에 거릴까 걱정하던 한경이는 얼른 작게 쾅-하는 소리가
들릴정도로만 문을 닫았다. 이 순간부터, 언제 만날지 모르는 이별을 시작한다.
" 바보같기는..."
한경이가 나간지 10분뒤, 주인이가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허리가 아파오면서 몸이 잘 듣지 않았지만, 그래도 애써일어나 이미 씻어진 몸위로
따뜻한 추리닝을 걸쳐 입었다. 부엌을 지나치면서 이미 차려진 밥상을 쓰윽- 바라보았다.
막 만들었음을 증명하는듯 볶음밥은 뜨거운 열기가 모락모락 나오고 있었다.
맨살에 추리닝 윗도리를 쑤욱- 입은 주인이가 부엌으로 걸어가 식탁위에 놓인
작은 메모지를 바라보았다. 메모지에 남긴 한마디
「 맛있게 먹어, - 강한경 」
" ...........글씨도 제대로 못쓰는 이상한놈이야, 넌"
식탁아래 휴지통에는 수많은 메모지가 꾸깃꾸깃 접어져 쓸쓸이 내팽겨진체 남아있었다.
펴보지 않아도 뻔할 뻔자였다. 저 수많은 메모지위해, 강한경이 마지막으로 남기는
단 한마디 맛있게 먹어, 이글자만이 삐툴삐툴 그려져 있을것이다.
그뿐만 아니였다. 수성 사이펜으로 쓴것이 애초에 잘못이였다는듯, 맛있게 먹어라는
글씨는 한방울의 물에 젖어 번져 있었다.
" ...........그렇게 훌쩍이고는 문닫고 나가서 서러운것 마냥 우는데...
내가 깨지 않고...배기겠냐, 강한경............................................"
주춤거리던 주인이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마지막까지 상처는 주지 않을려고
일찍일어나, 밥상을 차려주었다. 헤헤- 거리면서 밥 차리는 소리에 진작 주인이는 깨어있었고,
메모지에 한마디를 쓰는데 훌쩍이면서 여러번 꾸깃거리며 종이를 내던지던 소리도
공주인은 이미 깨어있었기 때문에 들었었다.
나갔으면서, 문앞에서 서럽게 우는것도 .....
나가는걸 확인하자마자 눈을뜬 공주인이 다 듣고 있었다.
화장실을 들어가봐도 칫솔과 슬리퍼는 그대로다. 옷장문을 열어도 옷은 그대로다.
신발장을 열어보아도 신발들고 그대로다. 강한경이 전에 넣어둔 매실주도 그대로다.
모든것이 그대로 인데, 사라진것은 강한경 단 한사람이였다.
침대를 바라보는데, 침대가 왜 그렇게 넓어보이는지 모르겠다.
" 늦게오면............강한경, 네 베개 내가 버려버리고 말꺼다.."
공주인은 강한경의 베개를 움켜잡은체 꼬옥 끌어안고 다시 침대위에 누웠다.
볶음밥이 다 식어도 눈요기로만 여긴체 한입도 데지 않았다.
좋아하는 반찬만 빼내어준 한경이가 너무도 고마웠지만 공주인에게
그런것들을 신경 쓸 때가 아니였다.
" 이름은, 강한경. 나이는 18살 생일은 5월 18일
정장을 입을땐 늘 조르지오 아르마니 블랙라벨만 즐겨입는다........사이다를 좋아하고
맥주는 ...화이트 맥주만 고집하고....오렌지를 꽤 좋아한다."
이제 공주인은 강한경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잊지 않기위해 하나씩하나씩
머릿속에 인식시키기 시작했다. 잊지 않아야 하기때문에 이제까지의 한경이를 생각하면서
한경이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기억해 놓아야한다.
그래야만히 긴 공백이 끼여있더라도...... 다시 붙을수 있으니까.
"녀석은.......후렝크 소시지, 고등어, 달걀반찬을 좋아한다...."
공주인은 간장게장과, 고등어 조림을 좋아한다.
강한경은 후렝크 소시지와 고등어 , 달걀반찬을 좋아한다. 강한경은 공주인이 좋아하는
음식을 행복한 표정으로 만들고 갔을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주인이가 울면서 읆조렸다.
" 나중에 너가오면....내가 꼭, 후렝크소시지와, 고등어, 달걀반찬 해줄께. 꼭-"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단 한번의 사랑은 어떤 사람이든지 변화를 가지게 해준다.
그러나 그 변화는 다양하다고 볼 수 있었다.
공주인은 사랑을 안다. 그러나 사랑을 아는 공주인이 해줄수 있는 것 단 한가지는.
영원히 사랑하고, 기억해주고- 기다려주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