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103)

강수 강공에게 걸려 넘어지다 - 59 - 

- 쓰윽. 

조용한 빈공간안에서 내가 움직이는 소리가 귓가에 맺혔다. 

...고개를 살며시 돌려보려고 하는데, 

우두둑- 하면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목이 뻐근했다. 

그런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을땐. 

이곳은 체육실안이였고. 

결정적인건 아무도 없었다. 

....목이말라왔고- 온몸은 땀이 휩쓸고 지나가서 인지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아래의 느낌은 엄청난 고통과 함께 내가 깨어남을 알려왔다. 

" 공주인...너 살아 있냐-?" 

내가 내게 물었다. 

살아있냐- 너? 정신상태는 말짱하냐-? 

이미 아래는 인정사정없이 찢어져 버린것 같은데. 

너 상태는 멀쩡해-? 

일어나려고 하는데, 살짝이 힘을 주니, 

무언가 미끈한것들이 주르륵- 소리를 내며 허벅지 안부분을 쓸었다. 

더러운 것들이 피와 섞혀 흘러내렸다. 

뒷처리도 안해주고 간놈들을 원망할 기력따윈 없다. 

그저, 강인해가 앉아있었던 뜀틀을 잡으며 일어날려고 했다. 

- 털썩, 

그러나, 이미 손은 행위중에 얼마 없는 손톱으로 긁어 판 

팔뚝이 모든 힘을 중지시켰고, 아파 죽을것만 같은 부분이, 

엉덩방아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 아, 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면서 어떻게든 고통을 없애보려고 혼자 있는발악, 

없는 발악을 해보아도, 없어지지 않아. 

눈물이 말라 따끔거리는 볼위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도 참, 많다. 

공주인은 눈물이 많은 인간도 아니였는데.. 

발을 한발짝 땅에 댈때 그 고통이 

이제는 뇌까지 닿아가면서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잠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빈혈은 단 한번도 걸린적이 없었는데.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일까- 온 세상이 까매졌다가. 

다시 시력이 찾아왔다. 

" 한경아..."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강한경...하고 다시불러봤다. 

두려움이다. 이것은 옆에 강한경이 없는 두려움.- 

눈을 찔끔 감고, 다른 한발을 다시 땅에 댔다. 

" ...........강한경..!!!!!!!!!!!!!!!으윽.." 

아픔을 얼쑤 안고, 

그렇게 체육실을 나오려고 발악하다가, 

마지막엔 체육실앞에서 이름모를 누군가를 보고 풀썩- 하고 쓰러졌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놈이 나를 보며 

" 공주님-!!!!" 하고 뛰어오자. 

나긋하게 녀석을 타이르며 말했다. 

" 걱정하지말고.....나좀 아무데나..눕혀줘.." 

내가 두눈을 감으려고 할때, 

낯설지 않는 손이 땀에절었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이거 뭐...야.........................공주인...이거뭐야...이게뭐야..이게뭐야-!!!!!!!!!!!!!!!!!!!!!!!!!!!!!!!" 

강한경이였다. 

그 목소리는 틀림없이 강한경이였다. 

정신이 없었던 나는 녀석이 " 공주인-!" 하고 부르는 소리를, 공주님으로 잘못들었고 

시야가 흐릿해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것을 후회하고, 

감기는 눈을 주체하지 못한체 쓰러졌다. 

- 움찔 

" 일어났으면 눈뜨지 말고 대답만해-" 

" .....................흣-!" 

눈도 뜨기전에, 역시 아까와 같이 아찔한 고통이 찾아와 

신음을 뱉으려는 순간, 

보이지 않는 한경이가 하는 소리에 나는 

절대 복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바보같이. 

강한경을 보고나니까, 그놈 혹시 그녀석들 말처럼 피해는 

안당했는지 내 눈이 녀석의 온몸을 구석구석 훑어보았다. 

씨발놈...다친곳없이 온몸이 멀쩡하구만 

갑자기 

왜 내가, 절대복종을 해야하는데-? 

내가 뭘 잘못했어-? 

나는 당한것 뿐이잖아- 라는 말은 머리속에서 맴돌기만할뿐 

그냥 두눈을 꾸욱 감았다. 

" 강하다와, 강인해가 언제 전학을 왔지-?" 

" ................................" 

" 대답해-" 

" ..................." 

훗- 

비웃음의 작은 어조가 들려오면서 세차게 무언가가 

깨어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귀에 꼿혔다. 

- 쨍그랑-!!!!!!!!!!!!!!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거렸고- 그와함께 아까의 일이 전염이 된것인지 

몸이 덜덜덜- 떨려왔다. 무서움과 공포가 그대로 아직까지 내 몸에 남아있었다. 

팔을 움직일려고 하는순간, 

양쪽 팔뚝이 붕대에 감겨있음이 느꼈졌다. 

" 확실히 공주인, 많이 풀어져 있었나봐-?" 

" .........아...아아아...아아..아악...아.." 

목이 셌다. 

강한경을 부르려고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자 눈이 번쩍 떠졌고 

짙은 한경이의 눈썹이 일그러지면서 옆에 작은 수첩이 놓여있던것을 집어들어 

갑자기 내쪽으로 세차게 던졌다. 

- 쿵!!!!!!!............ 

" .............!!!!!!!!!!!!!!!!!!!!!!아..아아.." 

" 그 쉰소리 집어쳐, 남자 둘이랑 뒹굴어본 소감이 어때-?" 

강한경의 냉소적인 저 차가운 말투가 

내 가슴을 쥐어짜는듯 했고, 내 바로옆 벽에 맞은 수첩때문에 

놀라 크게 떠졌던 두눈이 한경이의 차가운 두눈과 

그렇게 충돌하였다. 

강한경.. 

넌..대체..대체..왜 나를... 

왜 나를 선택한지-? 왜 나를 좋아한거지-? 

이렇게 아프게 할꺼면서. 

이렇게 아파하게 만들꺼면서. 대체 왜. 

내 눈은 이미 모든것을 전하고 있었지만. 

한경이는 아무 의미없다는듯, 풋- 하고 웃으면서 

손에 쥐고있던 안경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 주인이녀석은 내가 길들여 놓은 곳을 이리저리 뿌리고 다니고 말이야.. 

이젠 기가차서 웃기지도 않아-씨발, 즐거웠어-?" 

" ......................(꼬옥)" 

" 공주인 난 더러운 사람은- 질색으로 싫어하지" 

한경이가 천천히 담배한대를 꺼내어 입에 넣었고, 

난 몸을 뒤척일려고 하는데, 오른손에 링겔이 꼿아져 있다는것을 

그때서야 세삼 느꼈다. 

그리고 상체부분역시 붕대로 둘러쌓여 

누워있어서, 등이 더 쓰라린듯 했다. 

" 뒹굴고 나니까- 쾌락에 어쩔바를 모르겠지-?" 

" ..........아아..아.." 

" 그 둘이 주인님의 뒤가 심하게 찢어질정도로 이뻐한것 같던데."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을 파고든다. 

고개를 숙이면서 이불로 눈물을 조금씩 훔쳐냈다. 

떨리는 어깨를 어떻게든 지지해볼려고 

양손으로 붕대위를 잡았는데. 

손가락 하나하나가, 붕대가 돌려져 있었다. 

" 일 하러 간다." 

아픈 내 모습을 힐끔 쳐다보면서 

신발방으로 걸어가 신발을 신던 한경이가 뒤도 안돌아보고, 

현관문을 열어 걸어나갔다. 

.....강한경 너는, 끝까지. 

- 쾅!!!! 

내 눈물을 닦아주지 않아..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새끼들에게 휘둘렸는데. 

그렇게 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안심을 했었는데. 

어제저녁 너의 안부를 확인하고 

얼마나 울고싶었었는데. 

내게 어떤 마음으로 그짓거리를 하면서 

너를, 지켜볼려고 했는데.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뚝. 뚜뚝. 

링겔을 뽑아버리자. 

피가 역류했는지 침대시트위로 뚝뚝- 하고 떨어져 나갔다. 

허리의 통증이 척추를 타고 계속해서 뇌를 쳐댔지만. 

이를 악물고 앉은 나는, 침대옆 서랍장위에있던 물컵을 바닥으로 내리쳤다. 

- 쨍그랑-!!!!!!!!!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도 도망가고 싶었어-!!! 

나도 도망가고 싶었어. 처음으로 약한 나를 원망했어 

처음으로!!!! 너아닌 다른사람에게 치욕스러움과, 수치스러움을 당했어. 

처음이야-!!!처음으로 무서웠어.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어. 

너 다음으로 처음으로!!!!!!!!!!!!!!!!!!!!!! 

" 우악..아아..아악.아아아아아아아악-!!!!!!!!!!!!!!!!!!!!!!" 

도데체 어떻게 참은것일까. 

체육실 안에서 깨어났을 때부터, 애써 참아왔던 울음소리와 

고함소리를 뒤섞어 미친듯이 빈 허공만 보면서 외쳤고. 

머리를 쥐어뜯다가. 침대위에 녀석이, 가끔 하나씩 사오는 인형들을 

모두 죄다 쓸어버렸다. 

- 와르르르르.. 

나무로 만들어진, 비행기들과 여러가지 인형들이 침대밑으로 다 쏟아져 내렸고, 

얼마나 더 흘릴 눈물이 남아있다고 

얼굴 전체를 뒤덮었다. 

" 우...........우욱-!!!!!!!!!!!!!!!!!!" 

넘어올것만 같은 구역질에 한손으로 입을 입을 막으며 침대위로 

털썩쓰러지는데, 갑자기 눈이 찔끔감길정도로 

속이 매슥거리더니, 무언가가 넘어와 왼손을 적셔왔다. 

하얗고, 비린내가 나는, 이것은.. 

혼자 체육실 안에서 깨어났을때 

입안에서 맴돌았던 비린내였다. 

그 두명은 기절한 나를 두고, 몇번이고 내 몸을 손댄것이 틀림없었다. 

다시한번 온몸이 흔들리더니. 

침대시트 위로 그 하얀 정액들이 입에서 위액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 꽈아악. 

침대보를 움켜잡았다. 

"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오열했다. 

강한경의 그 차가운 말이 비수가되어 

가슴에 꼿혀서. 

그리고 더러운 몸이 되어 강한경이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는게 

참을수 없는 서러움이 되었다는거. 

" 아악-!!!아악-!!!아아아아아아아아악!!!!!!!!!!!!!!!!!!!!!!!" 

듣기싫은 고함소리가 계속해서 울렸고, 

아픈 허리가 더욱 소리를 질러대면, 나는 더더욱 소리를 높혀 

고함을 질렀다. 

어떻게 참아왔는지가 신기할정도였다.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아악-!!!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고함을 지를때쯤, 

- 와장창창창-!!!!!!!!!!!!!!!!!!!!!!!!!! 

하고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밖에 유리는....계단창문이라는 것밖에 없는데.. 

..............................................강한경이 울고있다. 

강한경의 울음소리가 

내가 멈추자마자, 아주 희미하게 들려왔다. 

녀석이 울고있다. 

나는, 울지도 못했다. 

녀석이 우니까. 

나는 울지도 못하고, 고함소리를 내지 않고 

침대보를 손마디가 하애질정도로 잡으면서 

입엔 이불을 물어 

눈물과 아픔과, 그리고 슬픔을 모두 삼켜넣었다. 

빛한점 비추지 않은 어느 어두운 창고안 

무거운 정적만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날씨는 푹푹찌는 어느더운 여름, 그여름해 에어컨도 없이 

그안에 있는 세명은 땀한점 흘리지도 않고 

그 차갑고 무거운 정적안에서 고요할뿐이였다. 

그 안에는, 두 남자에게 둘러 쌓여진체로 의자에 묶여 

미동도 하지 않는 한명의 남자와. 

그 남자를 둘러싸고 있는 두명의 남자는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두명은 마치 축제를 즐기고 있는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앉아있는 한명은 마지막 축제를 즐기는 허탈한 얼굴을 하고있었다. 

" 여기까지 직접 찾아올줄은 꿈도 꾸지 못했었지." 

" 우리를 죽이러 올꺼라고 생각했는데-?" 

마주보는 두명의 눈빛은 심상치가 않았다. 

그랬다. 

한명은 방안에 빛이 들어온다면, 은빛을 찬란히 뽐낼 

쇠파이프를 한손에 들고 앉아있는 이를 가리키며 주위를 돌았고. 

한명은 아담한 크기의 총을 손에 쥐고, 

앉아있는 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될것이라고는, 피트에 어긋난 일. 

그둘의 계획에 있어서 분명 그 남자는 자신들을 죽이러 올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랬기에 몇년이 걸리도록, 그남자가 자신들을 죽이러 올때 

그 둘을 지켜줄 뒷빽을 찾아 힘을 길렀는데. 

그 몇년이 허탈해지고 있었다. 

" 사람을 냉정히 버릴줄 아는 사람이." 

" 사랑을 한다는건 말이 안되지." 

천천히 마주보고 있던 그 두명이서 눈빛을 교환했다. 

알수없는 정적이 다시 흘렀고, 아무것도 담지 않은듯한 

눈을 하고 있던 묶인 사람은 아무말 없이 마치 앞에 

누군가라도 서있는듯, 아무도 없는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 얼마나 꿈을 꿔왔는지 모른다." 

쇠파이프를 들고있던 사람은, 행복에 겨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쇠파이프를 들어올렸다. 

그 둘에게 있어서 앉아있는 사람은 최악의 악마. 

자신들을 무참히 사창가에 팔아놓고도 모자라 

모든것을 잃게 만들어 버린사람. 

그 사람의 몸에서 피가 흐르게 하는것이 

11년의 배신속에서 길러온 자신의 유일한 소망. 

자신의 유일한 기쁨. 

그것을 그둘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 너를 죽이는꿈을 꿨지" 

" 많은 사람을 죽이며 쾌감을 느꼈어" 

" 잔인하게 저주하면서" 

" 너를 죽이는것이라 생각하면서" 

" 그냥죽이지는 않아. 손톱과,발톱을 하나씩 뽑고, 손가락과 입술을 잘라버리고 

맨정신으로, 손목과 발목을 잘라. 두눈깔을 장식으로 해주고 싶다." 

그랬동안 기다려 온만큼, 쇠파이프를 잡은 사람이 

바람을 가르며 공중에서 아래로 사정없이 내렸다. 

" 내가 11년을 어떻게 살았는데-!!!!!!!!!!!!!!!!!!!!!!" 

- 퍼억!!!!!!!!!!!!!!!! 

아주 세차게 내리쳤다. 

앉아있던 사람의 허벅지쪽이 큰 마찰력을 내면서 쇠파이프를 맞이했고. 

눈하나 꿈뻑하지 않았던 그가, 잠시 몸을 움찔거렸다. 

허벅지의 뼈는 손상이 가지 않은것같은데. 

틀림없이 부어오르다 못해,보라색 피멍이 파랗게 들었으리라. 

그러나 이 고통은 재미에 불과함을 알고있었다. 

" 사창가에 팔려가면서 우리는 생각했지." 

- 철컥, 

오른손에 총을 들고있던 한남자는, 앉아있던 그 남자쪽을 가리키며 

방아쇠를 잡아당겼고, 망설임 없이 세차게 잡아당기자. 

두눈을 찔끔 감기게 할정도의 소음이 들려오면서 

애석하게도 총알은 맞은 그 허벅지의 윗 살갓을 스쳐 지나갔다. 

우연이 아니였다. 그것은 틀림없는 고의였음을 알고있다. 

" 그곳에서 너를 죽도록 원망하는 법을 배웠고" 

" 그속에서 저주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의자에 앉아있던 그 남자는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사람이 

머리카락을 움켜잡아 뒤로 꺽자, 그대로 목이 뒤로 꺽였다. 

머리카락이 몽땅 빠질것같은 고통, 

그러나 그 아픔은 관자놀이 부근의 땀이 대신해줄뿐, 

아무런 소리조차 없었다. 

" 그 더러운곳에서 굴러가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줄 알아-!!!!!!!!!!!!!!!!" 

- 퍼억!!!! 

등을 후려치자, 몸이 앞으로 꺽여버리는 느낌이다. 

어지간히 쎄지 않으면 이정도의 고통은 느끼지 못할텐데. 

그 남자의 말이 끝나면서. 

다시한번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소리와 소음이 들리더니. 

맞았던 그 등짱을 세차게 총알이 스쳐지나갔다. 

" 강한경 그 다음은, 팔." 

의자에 몸이 묶인체 고문을 당하던 남자는 

강한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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