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화 (52/103)

강수 강공에게 걸려 넘어지다 - 52 - 

내가 도데체 무엇때문에 여기까지 힘들게 뛰어온거지? 

장작- 30분정도는 족히 뛴것만 같았다. 

폐가 고장난듯이 숨을 거세게 들이켰고 목이 턱턱 막혀와- 

몇분동안 가만히 움추려 앉아있었다. 

............... 

........................ 

내가 여기까지 현승이를 쫓아온 이유는. 

한마디만 할려고, 

하다보면 그 한마디가 두마디가 될지 세마디가 될지는 모르는 거겠지만. 

한마디만 할려고.. 

그럴려고, 쫓아온거다. 

그래서 나는, 현관문을 주먹으로 세차게 찍어내렸다. 

-쾅!!!!!!!!!!!!!!!! 

" 최현승!!!!!!!!!!!!!!!!!!!!!!!!!!!!!!!!!!!" 

................................................. 

.....................조용하다. 

반응도 없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 그냥.. 하고 싶었던 말만 하자- 그것만 하면 돼, 

그것만.. 

그순간- 물이 눈에서 툭- 하고 떨어짐을 조용히 느꼈다. 

" ........................나, 이말하러 온거니까- 그냥 듣기만해-" 

" ..................." 

" 너, 많이 좋아해- 아니 사랑해! 

나 그동안 착각했어- 니가 날 좋아한다고, 내가 널 좋아한만큼 

너도 날 좋아한다고. 

그래서 혼자 들떠서- 그래서, 착각하고 행동한거 많은것 같아, 

정말로 미안하고-!!! ..........................................." 

" ......................." 

" 동정 뺏은것도 미안하고............................... 

질투한것도 미안해, 어찌보면...너가 한 일들 모두다. 당연한 일을.................한건데" 

이미, 눈에선 수십방울이 흘러내린것 같았다. 

제발, 목이 미어지지 않기를 바랬지만... 목이 미어져 갔다 

" 듣고있어-?" 

" ......................" 

" 듣고있으면-.. 문이라도 똑똑- 뚜드려줘.." 

" ............................"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자. 

나는, 자포자기한듯 두눈을 내리깔려는데- 

- 똑, 똑-! 

하고 소리가 들렸다. 

하고 싶은말, 내가 할말 다 할께- 이번만, 정말 이번만. 

" 난.....................난.....................진짜로 

너도 역시 나를 좋아한줄 알았어............정말로 착각해서 미안해. 

방금 알았어-, 너 쫓아가면서 방금 알았어... 

그렇게 입안이 다 터지도록 고통을 참았던 이유도 이제 알아- 

미친듯이 도망쳤던 이유를 알아. 

내 얼굴을 보지 않는 이유도 알아.. 그래서.......................미안하다." 

" ..........................." 

" 난 이제 너가 가보고 싶다던 바다도 못갈것 같고- 

꼭 같이 가자고 약속했던 비행기 까페도 못갈것 같고.... 

....일본에 너가 말하던 그 온천집 난 못갈것 같다... 

.....................넌 친구를 원해서 말한건데. 

.....난 그때도 오해해버렸어. 

.............나말고 다른 친구를 찾아. 

바다도 같이 가지고, 까페도 같이 가지고, 온천집도 같이 가줄 

친구를..................................................마지막으로 미안해" 

" ......................똑- " 

현관문에서 다시한번 똑- 소리가 들렸다. 

.....내말을 들어주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대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눈을 쓰윽- 닦은체 마지막으로 말했다. 

" .......................끝 ............................." 

그리고, 그렇게 

녀석을 마지막으로 보내고, 오피스텔밖으로 뛰쳐 나가버렸다. 

눈물로 보낼 사랑따위 이제 안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하지 않고....이대로...이대로.. 

영원히 마음편하게만 지냈으면 좋겠다. 

- 똑- 똑- 쏴아아아아아-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장마라 그랬었나-? 

비가 맞으면 아플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도, 조금은 사람마음을 이해 하는지, 그렇게 내 몸위로 쏟아져 내려왔다. 

" 자....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해볼까................................!!!!!!!!!!!!!" 

- 와락! 

.......................................... 

....................................................누굴까- 

나를, 빗속에서 거침없이 안아버리는, 이사람은 누굴까. 

또 내 착각이 만들어낸, 그녀석은 아닐까. 

고개를 돌리기가 무서웠다. 

" 아니야-!!! 이, 이런게 아니야!!!!!!" 

" ....................끝....................." 

제발 더이상- 확인시키지 마-!! 

싸고싼, 동정따위-!! 그딴거 필요없어-!!!제발!!! 

" 그런게 아니란 말이야-!!!!" 

" 끝.!!!!!!!!" 

" 이젠 내말을 들어!!!!!!" 

" 끝!!!!!!!!!!!!!!!!!!!!!!!!!!!!!!!!!!!!!!!!!!!" 

- 쏴아아아아아아.............................. 

녀석의 품안에서 떨어져 나와, 뛰어나가기 시작했지만, 

내 손목을 잡아 다시 돌리는 녀석때문에 

가지 못하고, 그렇게 고개를 돌린체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 ............그여자................공주인이야...내가, 한경이 새끼 놀려줄려고-!!! 

그럴려고, 내가 ....여장시킨거였어-!!! 거짓말 아니야-!!! 좀 믿어!!" 

" ...................그래서-? 그래서 바뀐게 뭔데-?" 

" 바뀐거-? 바뀐거 많아 이현제. 

..........이제까지 너랑 했던거 싫은적 한번도 없었어!!!!!" 

" ............................." 

" ..........세, 세, 세, 세.......세, 세....섹스할때도 싫지 않았어!!!!" 

" .............거짓말" 

나는, 두눈이 크게 떠지면서도, 고개는 들지 않은체 

다시한번 확인 사살을 하는데. 

갑자기 빗속에서 현승이가 나를 껴안았다. 

- 와락!! 

" ...........................최현승...너 나랑 장난하는거 아니잖아.." 

" .............짜증났어....." 

" ........." 

" 짜증났다고-!!! 나보다 키도 작고, 나보다 덩치도 더 여리하고-!!! 

여자처럼 생기고-!! 힘도 약한 너한테 내가 깔릴때마다!!!! 

...........짜증났단말야...........부, 부끄러웠다고-!!! 

아파서 학교에서 절뚝거리면, 공주인 새끼가 배일 비웃고... 

..........................내, 내가 아래에 눕는다는자체가 차, 창피했다고..." 

" ...........최현승.............." 

" 그래도....싫은건 아니였어................내 마음이 니마음과 같으니까." 

" 너, 너지금..." 

나는, 고개를 든지 오래였고, 

그제서야, 그 차가운 비를 맞으면서도 빨개진 녀석의 얼굴을 볼수가 있었다. 

" 나도 사랑하니까....그, 끝이라는 말 하지마.." 

" ........................" 

" ................................." 

" ............................................" 

- 털썩. 

나를 보고있던 현제가 갑자기 

무릎을 굽혀 앉아 내 어깨를 잡았다. 

" ...............뭐하는거야-" 

" 내, 내가 여자역이잖아...........나, 키스하고싶다- 빨리해줘-" 

푸, 푸훕-!!! 

웃음을 억지로 참고 현승이의 

두 얼굴을 잡아 입술을 부딧혔다. 

천천히 먼저 나를 인도하는, 녀석의 혀가, 

급하다는듯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 .............으웁.....아...으읏-.." 

" ....................................사랑한다 말해봐, 현승아." 

" ...짓꿋어- 이현제.....읍..." 

" 사랑한다 말해봐." 

" ...................................................................사..사랑해....웁-!" 

끝이라는 말은... 

절대 없기를 바라면서.. 

두눈을 감았다. 

끝없이 쏟아지는 빗줄기가, 마치, 나와 현승이를 

감싸주는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쏴아아아아아아아아-.............................. 

" 어디있는지는 아는거지-?" 

" 그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칠흙같이 깜깜한 어둠이 방안을 감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 어둠속에서 

익숙해진 동공으로 보일수 있는건, 

그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것들 뿐이다. 

" 제, 제발..제발 살려줘, 흐윽- 제발!!!" 

온몸을 웅크린체, 엎드려, 땅을 치고, 

손을 싹싹 빌어가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이사람은 

젊었을때 대기업에서 꽤나 잘나가는 사람으로 유명했던 잭 베벌드 씨였다. 

그는, 한국인이나- 미국 시민권을 얻어서,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베벌드는 이젠 머리가 뽑힌, 나약한 노인에 불과했다. 

- 철컥! 

어둠속에서, 나는 소리란 것은 

사람의 온몸의 세포를 곧두시키는것과 같았다. 

더구나, 그 공포에 휩쌓인 방안에서 들리는 철컥이라는 소리는, 

쇠붙이였다. 

그것은, 분명 베벌드를 겨냥할 쇠붙이였다. 

" 대체!! 대체 내게 왜이러는거야!! 왜...흑흑..흑..제발..살려줘.." 

- 퍽!!! 

쇠붙이를 들고있던 남자와는 다르게, 

발로, 베벌드의 등을 짓누르던 그 남자는, 거만하게 

아래로 쳐다보다가, 결국은, 벌벌떠는 베벌드를 세차게 걷어찼다. 

" 우, 우윽-!!!" 

" 이런, 베벌드씨는, 벌써 우리를 잊으셨군.." 

" 으윽...윽.!!!..." 

- 쓰윽, 

익숙해진, 베벌드의 동공으로 비춰진것은, 

자신을 향한 쇠붙이의 방향이였다. 

저것은, 분명 자신의 심장과, 머리 , 온몸이 벌집이 

되도록 박힐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신을 이제껏, 찼던 그 발을 붙잡고 늘어졌다. 

" 돈-?!!! 다 줄께!! 제발!!! 제발 살려줘...." 

그 남자는, 총을 들고있던 남자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이고는, 자신의 다리를 잡고 놔주지 않는 베벌드에게 

물었다. 

" 강한경,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우리는, 한국에 경기도라는 것밖에 몰라, 말한다면.. 

.............................살려줄수도 있어-" 

" ...흑-!!허업-!!! 나, 난 그딴거 모, 몰!!!" 

- 끼익... 

방아쇠가 당겨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세세하게 들리는, 자신의 귀를 원망하고 또 원망해보았다. 

천천히 그 방아쇠가 당겨지면, 

결국엔 자신은 죽는다..죽는다..죽는다............죽는다. 

" 겨, 경기도에!!!주흥 고등학교!!!!!!!!!!!!!!!!!!!!!!!" 

- 탕!!!!!!!!!!!!! .......쨍그랑!!!!!!!!!!!!!!!!!!!!!!!!!!!!!!!!!1 

" 으, 으아아아아악!!!!!!!!!!!!!!!!!!!!!!!!!!!!!!!!!!!!!!!!!!!!!!!!" 

방아쇠는 결국 당겨졌고- 

그 몇초전, 주흥고라고 뱉어낸 베벌드는, 

고함을 지르며 엎드렸다- 

그 순간, 베벌드 바로 옆에 지금 분위기와는, 많이 대조적인 

아름다운 장미가 꼿힌 꽃병이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 끼이익. 

이미, 그둘은 베벌드와 많이 떨어져있었다. 

베벌드도, 어느순간, 잡고있던 다리를 놓아버렸던 것이다. 

그둘은, 현관문을 열었고- 

열자마자, 그 안으로 하얀 햇빛이 세어들어오고 있었다. 

" 아쉽게도, 아직은 교도서로 직행하고 싶진 않군- 잭 베벌드. 

.................................248번과, 249번을 평생 잊지말게-" 

다시한번, 철컥- 하고 소리가 나더니, 

새어들어왔던 빛들은, 언제그랬냐는듯, 사라져버렸고- 

베벌드는, 그대로 쓰러졌다. 

" 아...안돼....하. 한경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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