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 강공에게 걸려 넘어지다 - 52 -
내가 도데체 무엇때문에 여기까지 힘들게 뛰어온거지?
장작- 30분정도는 족히 뛴것만 같았다.
폐가 고장난듯이 숨을 거세게 들이켰고 목이 턱턱 막혀와-
몇분동안 가만히 움추려 앉아있었다.
...............
........................
내가 여기까지 현승이를 쫓아온 이유는.
한마디만 할려고,
하다보면 그 한마디가 두마디가 될지 세마디가 될지는 모르는 거겠지만.
한마디만 할려고..
그럴려고, 쫓아온거다.
그래서 나는, 현관문을 주먹으로 세차게 찍어내렸다.
-쾅!!!!!!!!!!!!!!!!
" 최현승!!!!!!!!!!!!!!!!!!!!!!!!!!!!!!!!!!!"
.................................................
.....................조용하다.
반응도 없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 그냥.. 하고 싶었던 말만 하자- 그것만 하면 돼,
그것만..
그순간- 물이 눈에서 툭- 하고 떨어짐을 조용히 느꼈다.
" ........................나, 이말하러 온거니까- 그냥 듣기만해-"
" ..................."
" 너, 많이 좋아해- 아니 사랑해!
나 그동안 착각했어- 니가 날 좋아한다고, 내가 널 좋아한만큼
너도 날 좋아한다고.
그래서 혼자 들떠서- 그래서, 착각하고 행동한거 많은것 같아,
정말로 미안하고-!!! ..........................................."
" ......................."
" 동정 뺏은것도 미안하고...............................
질투한것도 미안해, 어찌보면...너가 한 일들 모두다. 당연한 일을.................한건데"
이미, 눈에선 수십방울이 흘러내린것 같았다.
제발, 목이 미어지지 않기를 바랬지만... 목이 미어져 갔다
" 듣고있어-?"
" ......................"
" 듣고있으면-.. 문이라도 똑똑- 뚜드려줘.."
" ............................"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자.
나는, 자포자기한듯 두눈을 내리깔려는데-
- 똑, 똑-!
하고 소리가 들렸다.
하고 싶은말, 내가 할말 다 할께- 이번만, 정말 이번만.
" 난.....................난.....................진짜로
너도 역시 나를 좋아한줄 알았어............정말로 착각해서 미안해.
방금 알았어-, 너 쫓아가면서 방금 알았어...
그렇게 입안이 다 터지도록 고통을 참았던 이유도 이제 알아-
미친듯이 도망쳤던 이유를 알아.
내 얼굴을 보지 않는 이유도 알아.. 그래서.......................미안하다."
" ..........................."
" 난 이제 너가 가보고 싶다던 바다도 못갈것 같고-
꼭 같이 가자고 약속했던 비행기 까페도 못갈것 같고....
....일본에 너가 말하던 그 온천집 난 못갈것 같다...
.....................넌 친구를 원해서 말한건데.
.....난 그때도 오해해버렸어.
.............나말고 다른 친구를 찾아.
바다도 같이 가지고, 까페도 같이 가지고, 온천집도 같이 가줄
친구를..................................................마지막으로 미안해"
" ......................똑- "
현관문에서 다시한번 똑- 소리가 들렸다.
.....내말을 들어주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대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눈을 쓰윽- 닦은체 마지막으로 말했다.
" .......................끝 ............................."
그리고, 그렇게
녀석을 마지막으로 보내고, 오피스텔밖으로 뛰쳐 나가버렸다.
눈물로 보낼 사랑따위 이제 안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하지 않고....이대로...이대로..
영원히 마음편하게만 지냈으면 좋겠다.
- 똑- 똑- 쏴아아아아아-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장마라 그랬었나-?
비가 맞으면 아플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도, 조금은 사람마음을 이해 하는지, 그렇게 내 몸위로 쏟아져 내려왔다.
" 자....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해볼까................................!!!!!!!!!!!!!"
- 와락!
..........................................
....................................................누굴까-
나를, 빗속에서 거침없이 안아버리는, 이사람은 누굴까.
또 내 착각이 만들어낸, 그녀석은 아닐까.
고개를 돌리기가 무서웠다.
" 아니야-!!! 이, 이런게 아니야!!!!!!"
" ....................끝....................."
제발 더이상- 확인시키지 마-!!
싸고싼, 동정따위-!! 그딴거 필요없어-!!!제발!!!
" 그런게 아니란 말이야-!!!!"
" 끝.!!!!!!!!"
" 이젠 내말을 들어!!!!!!"
" 끝!!!!!!!!!!!!!!!!!!!!!!!!!!!!!!!!!!!!!!!!!!!"
- 쏴아아아아아아..............................
녀석의 품안에서 떨어져 나와, 뛰어나가기 시작했지만,
내 손목을 잡아 다시 돌리는 녀석때문에
가지 못하고, 그렇게 고개를 돌린체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 ............그여자................공주인이야...내가, 한경이 새끼 놀려줄려고-!!!
그럴려고, 내가 ....여장시킨거였어-!!! 거짓말 아니야-!!! 좀 믿어!!"
" ...................그래서-? 그래서 바뀐게 뭔데-?"
" 바뀐거-? 바뀐거 많아 이현제.
..........이제까지 너랑 했던거 싫은적 한번도 없었어!!!!!"
" ............................."
" ..........세, 세, 세, 세.......세, 세....섹스할때도 싫지 않았어!!!!"
" .............거짓말"
나는, 두눈이 크게 떠지면서도, 고개는 들지 않은체
다시한번 확인 사살을 하는데.
갑자기 빗속에서 현승이가 나를 껴안았다.
- 와락!!
" ...........................최현승...너 나랑 장난하는거 아니잖아.."
" .............짜증났어....."
" ........."
" 짜증났다고-!!! 나보다 키도 작고, 나보다 덩치도 더 여리하고-!!!
여자처럼 생기고-!! 힘도 약한 너한테 내가 깔릴때마다!!!!
...........짜증났단말야...........부, 부끄러웠다고-!!!
아파서 학교에서 절뚝거리면, 공주인 새끼가 배일 비웃고...
..........................내, 내가 아래에 눕는다는자체가 차, 창피했다고..."
" ...........최현승.............."
" 그래도....싫은건 아니였어................내 마음이 니마음과 같으니까."
" 너, 너지금..."
나는, 고개를 든지 오래였고,
그제서야, 그 차가운 비를 맞으면서도 빨개진 녀석의 얼굴을 볼수가 있었다.
" 나도 사랑하니까....그, 끝이라는 말 하지마.."
" ........................"
" ................................."
" ............................................"
- 털썩.
나를 보고있던 현제가 갑자기
무릎을 굽혀 앉아 내 어깨를 잡았다.
" ...............뭐하는거야-"
" 내, 내가 여자역이잖아...........나, 키스하고싶다- 빨리해줘-"
푸, 푸훕-!!!
웃음을 억지로 참고 현승이의
두 얼굴을 잡아 입술을 부딧혔다.
천천히 먼저 나를 인도하는, 녀석의 혀가,
급하다는듯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 .............으웁.....아...으읏-.."
" ....................................사랑한다 말해봐, 현승아."
" ...짓꿋어- 이현제.....읍..."
" 사랑한다 말해봐."
" ...................................................................사..사랑해....웁-!"
끝이라는 말은...
절대 없기를 바라면서..
두눈을 감았다.
끝없이 쏟아지는 빗줄기가, 마치, 나와 현승이를
감싸주는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쏴아아아아아아아아-..............................
" 어디있는지는 아는거지-?"
" 그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칠흙같이 깜깜한 어둠이 방안을 감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 어둠속에서
익숙해진 동공으로 보일수 있는건,
그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것들 뿐이다.
" 제, 제발..제발 살려줘, 흐윽- 제발!!!"
온몸을 웅크린체, 엎드려, 땅을 치고,
손을 싹싹 빌어가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이사람은
젊었을때 대기업에서 꽤나 잘나가는 사람으로 유명했던 잭 베벌드 씨였다.
그는, 한국인이나- 미국 시민권을 얻어서,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베벌드는 이젠 머리가 뽑힌, 나약한 노인에 불과했다.
- 철컥!
어둠속에서, 나는 소리란 것은
사람의 온몸의 세포를 곧두시키는것과 같았다.
더구나, 그 공포에 휩쌓인 방안에서 들리는 철컥이라는 소리는,
쇠붙이였다.
그것은, 분명 베벌드를 겨냥할 쇠붙이였다.
" 대체!! 대체 내게 왜이러는거야!! 왜...흑흑..흑..제발..살려줘.."
- 퍽!!!
쇠붙이를 들고있던 남자와는 다르게,
발로, 베벌드의 등을 짓누르던 그 남자는, 거만하게
아래로 쳐다보다가, 결국은, 벌벌떠는 베벌드를 세차게 걷어찼다.
" 우, 우윽-!!!"
" 이런, 베벌드씨는, 벌써 우리를 잊으셨군.."
" 으윽...윽.!!!..."
- 쓰윽,
익숙해진, 베벌드의 동공으로 비춰진것은,
자신을 향한 쇠붙이의 방향이였다.
저것은, 분명 자신의 심장과, 머리 , 온몸이 벌집이
되도록 박힐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신을 이제껏, 찼던 그 발을 붙잡고 늘어졌다.
" 돈-?!!! 다 줄께!! 제발!!! 제발 살려줘...."
그 남자는, 총을 들고있던 남자에게 다가가,
작게 속삭이고는, 자신의 다리를 잡고 놔주지 않는 베벌드에게
물었다.
" 강한경, 그는 지금 어디에 있지-? 우리는, 한국에 경기도라는 것밖에 몰라, 말한다면..
.............................살려줄수도 있어-"
" ...흑-!!허업-!!! 나, 난 그딴거 모, 몰!!!"
- 끼익...
방아쇠가 당겨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세세하게 들리는, 자신의 귀를 원망하고 또 원망해보았다.
천천히 그 방아쇠가 당겨지면,
결국엔 자신은 죽는다..죽는다..죽는다............죽는다.
" 겨, 경기도에!!!주흥 고등학교!!!!!!!!!!!!!!!!!!!!!!!"
- 탕!!!!!!!!!!!!! .......쨍그랑!!!!!!!!!!!!!!!!!!!!!!!!!!!!!!!!!1
" 으, 으아아아아악!!!!!!!!!!!!!!!!!!!!!!!!!!!!!!!!!!!!!!!!!!!!!!!!"
방아쇠는 결국 당겨졌고-
그 몇초전, 주흥고라고 뱉어낸 베벌드는,
고함을 지르며 엎드렸다-
그 순간, 베벌드 바로 옆에 지금 분위기와는, 많이 대조적인
아름다운 장미가 꼿힌 꽃병이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 끼이익.
이미, 그둘은 베벌드와 많이 떨어져있었다.
베벌드도, 어느순간, 잡고있던 다리를 놓아버렸던 것이다.
그둘은, 현관문을 열었고-
열자마자, 그 안으로 하얀 햇빛이 세어들어오고 있었다.
" 아쉽게도, 아직은 교도서로 직행하고 싶진 않군- 잭 베벌드.
.................................248번과, 249번을 평생 잊지말게-"
다시한번, 철컥- 하고 소리가 나더니,
새어들어왔던 빛들은, 언제그랬냐는듯, 사라져버렸고-
베벌드는, 그대로 쓰러졌다.
" 아...안돼....하. 한경 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