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A La fin de La Memoire(3)
그 말이 시작이었다. 비 오듯 쏟아진 페로몬은 그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보여 주고 있었다. 아, 잘못 건드렸나. 그런 후회도 잠시, 그가 또 한 번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아……!”
발가락을 있는 힘껏 오므렸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로 간절히 이불깃을 붙잡았다. 파드득 튀어 오른 몸을 어르고 달래며 그는 자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못 걸으면 내가 안고 다닐게.”
“그게…… 힉!”
휙, 다리가 들어 올려졌다. 내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그가 한쪽 어깨에 발목을 모두 걸치게 했다. 각도가 바뀐 탓에 꼬리뼈가 찌르르 울려서 나는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헐떡거리는 신음을 내질렀다.
“……흑, 아, 으, 하읏!”
철퍽거리는 소리가 외설스럽게 울렸다. 그는 내 종아리에 뺨을 문지르며 다짜고짜 속도를 높였다. 다리가 붙잡힌 탓에 도망칠 수조차 없었고, 그저 상체를 비틀며 앓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흐, 하윽, 너무, 빨…… 아흐응……!”
“네가…… 후, 빨리, 해달라며, 응?”
“아흑, 흣, 흐…… 아!”
“너무 조이지, 하아, 말고…….”
한마디 할 때마다 그의 것이 깊은 곳을 건드렸다. 깊숙이 밀고 들어온 성기는 내가 느끼는 부분을 마구 짓눌렀다. 그가 무게를 실어 푹, 푹, 내리찧을 때마다 지독한 고양감이 온몸을 감쌌다.
“흐으…….”
머리가 엉망이 되는 기분이었다. 분명 맨정신이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히트 사이클이 왔을 때처럼 정신이 몽롱해서, 팡팡 터지는 쾌감만이 온몸 가득 차올랐다.
“권이도, 흣, 권이도 씨…….”
“……그게 아니지, 세진아.”
권이도가 픽 웃음을 흘렸다. 그는 다리를 옆으로 내려 주고 내 위로 상체를 숙였다.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베개에 얼굴을 묻으려는데, 그가 내 옆머리를 매만지며 자신을 마주 보게 했다.
“자기야, 라며.”
“……흣, 으.”
반쯤 들어온 성기가 둥글게 움직였다. 그대로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오더니, 비비적비비적 내벽을 헤집는다. 배가 결리는 것 같아서 몸을 웅크리자, 그가 내 눈가를 살짝 혀로 핥았다.
“울지 말고.”
어느샌가 생리적인 눈물이 맺혔던 모양이다. 나는 그의 목을 끌어당겨 어리광을 부리듯 키스를 졸랐다. 혀를 내어 그의 입술을 핥자 권이도가 내 혀를 앞니로 살짝 깨물었다.
“으응…….”
쪽, 그가 내 혀를 빨아들였다. 이내 잡아먹을 것처럼 입술을 머금더니 페로몬과 함께 뜨거운 숨결을 넘겨준다. 미처 받아 마시지 못한 타액이 옆으로 흐르고, 그가 내 머리칼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하.”
나직이 터진 신음이 달짝지근하기 짝이 없었다. 권이도는 턱이고 입술이고 할 것 없이 입을 맞추고 고개를 움직여 귓불을 쪽쪽 빨아들였다. 그러면서 움직임을 멈추진 않았기에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방울이 희열을 담고 흘러내렸다.
“좋아, 흐…… 하으응!”
“하, 씹. 진짜…….”
그가 흥분하는 포인트는 알 만하다가도 가끔은 알 수가 없었다. 평소엔 내가 우는 걸 그렇게 싫어하면서, 이럴 땐 내가 눈물을 흘릴수록 더 반응하곤 했다. 각인한 이후 서로의 감정을 너무도 잘 아는 터라, 지금 머리가 뜨거워질 만큼 이성을 잃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자기야, 거기, 응, 흐으…….”
거기에 더 불을 붙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신음 섞인 목소리로 불렀을 뿐인데 배 속을 가득 채운 성기가 꿈틀거리는 듯했다. 까득 소리가 들릴 만큼 이를 악문 그가 나를 꼭 끌어안으며 푹, 푹, 허리를 쳐올렸다.
“아, 아……!”
찰방, 차오른 쾌감이 일순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아래가 얼얼할 만큼 빨라진 움직임은 더할 나위 없이 깊은 삽입을 이어 가며 배꼽 아래쪽을 마구 긁어내고 있었다.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버거웠으나, 아찔한 쾌감도 함께였다.
“……큿.”
푹! 허리를 움직인 권이도가 몸을 웅크렸다.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나를 내리누르고, 노팅할 것처럼 한계까지 성기를 밀어 넣었다. 내가 울컥 정액을 배출함과 동시에, 그 또한 내 안쪽에 길게 파정했다.
“흐…….”
우성 알파의 사정량은 평범한 남자들보다 많은 편이라고 했다. 몇 번이나 받아 본 것이었으나, 배 속이 가득 차는 감각은 영 낯설었다. 그는 느른한 숨을 내뱉으며 사정감을 즐기다가 여유롭게 내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페로몬을 들이마셨다.
“하아, 흐읍…….”
섹스가 좋은 건, 행위의 쾌감뿐만 아니라 온전히 느껴지는 애정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 권이도가 벅차오르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내게 입을 맞추는 것처럼.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을 마음껏 만끽하자, 풍선이 부푸는 것처럼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
그는 내 혀를 집요하게 옭아매며 키스를 이어 갔다. 말캉한 혀가 입 안 곳곳을 건드리고 여린 점막을 문지르며 양껏 서로를 탐닉했다. 여전히 그가 내 안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허리를 움찔거릴 때마다 굵은 존재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하아.”
느리게 떨어진 입술에 길게 실타래가 늘어졌다. 나는 그의 입술을 부드럽게 머금고 일부러 쪽 소리가 나게 빨아들였다. 별안간 아랫입술이 잡아당겨진 권이도가 눈가를 찌푸린 채 헛웃음을 흘렸다.
“체력이 남나 보네.”
“조금……?”
사실은 거의 바닥났지만, 부러 여유를 부리며 장난을 쳤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서 가물가물 눈을 깜박이고 있는데 말이다. 그는 귀엽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보곤 땀에 젖은 머리를 조심조심 넘겨 줬다.
“잘됐네요. 내일 주말이니까.”
“……꼭 이럴 때만 존댓말 쓰더라.”
이 사람 뒤끝이 기네. 먼저 나가떨어지지 말라는 말을 참 열심히 돌려 하고 있다. 한 번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기에 푸스스 웃음을 흘리며 그의 손바닥에 얼굴을 문질렀다. 그는 가만가만 나를 쓰다듬다가, 뒤늦게 허리를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으…….”
굵은 성기가 빠져나가는 감각이 생생했다. 들어올 때보다 더 이상한 느낌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아래를 바짝 조이고 말았다. 아직 발기가 풀리지 않았던 기둥이 제자리에 문득 멈춰 섰다.
“빼지 말라고?”
“아니…….”
그 또한 웃음기가 서린 걸 보니 농담으로 한 말인가 보다. 내가 힘없이 고개를 젓자, 그가 내 배를 손바닥으로 꾸욱 눌렀다. 굵은 성기가 모두 빠져나간 곳에서 묽은 정액이 주르륵 흐르는 게 느껴졌다.
“…….”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불쾌하진 않았는데, 조금 민망한 기분이긴 했다. 실례를 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몸을 섞는 건 많이 익숙해졌는데, 뒤처리만큼은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다.
“반만 싸면 좋을 것 같은데…….”
“……?”
그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대충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젓자, 싱겁다는 듯이 시선을 돌린다. 문제는 여전히 젖어 있는 입구에 이번엔 손가락 두 개가 쑥 들어왔단 것이었다.
“……잠까, 안…….”
찌걱찌걱, 손가락이 안쪽을 헤집었다. 몸을 돌려 도망가려고 했으나, 발목이 단단히 잡히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오히려 나를 엎드리게 한 권이도가 양손으로 엉덩이를 벌리고 엄지를 밀어 넣었다.
“흣, 내가 이거 싫다고……!”
“싫어도 해야지.”
주르륵, 정액이 흘러내렸다.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바들바들 허리를 떨었다.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들어 올린 자세는 지나치게 무방비한 기분이 들었다.
“안에 두 번 싸면 배부르잖아.”
특유의 우아한 음성이 이토록 얄미울 수 있을까. 단조롭게 말한 권이도가 구석구석 정액을 긁어냈다. 이미 말랑해진 내벽을 손가락으로 꾹꾹 문지르며 제 흔적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굳이 그걸 눈으로 볼 필요는 없을 텐데. 어떤 이유를 붙여도 이게 반쯤은 그의 취향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진짜.”
변태 새끼도 아니고.
귓가가 홧홧 달아오르는 듯했다. 아무것도 싸지 않으려고 노력해 봤지만, 그럴수록 뻐끔거리는 구멍만 더 잘 보일 뿐이었다. 기어코 그는 모든 정액을 빼낸 다음에야 느릿느릿 손가락을 거둬들였다.
“흣…….”
다시 말랑한 귀두가 엉덩이 사이에 닿아 왔다. 엉덩이골을 지나 입구를 꾹 눌렀다가, 미끄러지듯 고환 아래까지 쭉 문지른다. 딱히 체위를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이 자세로 있으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줄어들었다.
“……권이도 씨.”
“응.”
그가 나긋이 대꾸했다. 이야기하라는 듯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 느긋하게 상체를 어루만지기도 했다. 가슴께를 덧그리는 손길을 느끼며, 나는 길게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위에서 할게요.”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그렇게 이야기한 걸 반쯤 후회했다. 그를 침대에 눕히고 위로 올라간 순간,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내 몸 곳곳을 훑어봐서가 아니라, 그 커다란 물건을 내가 직접 넣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하아.”
호기롭게 무릎을 세우고 앉은 것까지는 좋았다. 손을 뒤로해서 그의 성기를 고정하고 귀두에 입구를 맞춘 것까지도 괜찮았단 말이다. 위에서 하겠다는 말에 권이도가 멈칫하는 순간 알아야 했는데. 설마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흣…… 크기 좀, 작게 못 줄여요?”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그가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 조물조물 내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며 다른 손으로는 발기한 성기를 톡 건드린다. 장난감을 만지듯 까딱거린 그가 달뜬 숨을 내뱉었다.
“정세진 씨, 그러다 날 새우겠어요.”
아래를 세운 사람치곤 여유로운 음성이었다. 눈동자엔 이미 초점이 나갔는데, 내가 어떻게 하는지 구경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그게 조금 얄미워서 손끝으로 그의 성기를 문지르며 하체를 조금 아래로 내렸다.
“응…… 조금만 도와주면…… 쉬울 것…… 흑!”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하반신을 들썩였다. 허리를 빳빳이 곧추세우자, 이번엔 양손으로 내 골반을 붙잡는다. 내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권이도가 팔 힘으로 나를 꾹 내리눌렀다.
“아흑……!”
푹! 안쪽이 깊게 꿰뚫렸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바람에 그의 위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 넣고 있었는데, 자세가 바뀌니 또 새롭게 버거운 기분이었다.
“흐, 잠시만…….”
“세진아, 내가…….”
그가 억눌린 목소리로 운을 뗐다. 언제 여유를 부렸냐는 듯 눈을 깜박이는 얼굴에 이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목울대를 움직이며 숨을 몰아쉰 그가 반쯤 일어선 내 몸을 다시 붙잡았다.
“인내심이 별로, 안 좋아서.”
“……아, 흡!”
또다시 푹, 배 속이 가득 찼다. 무게가 실린 터라 자칫 목으로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있으면 내가 조절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도망갈 곳이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흐으, 흣…….”
그는 나를 단단히 고정한 채 아래에서 위로 허리를 움직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그를 따라 하반신을 들썩이고 있었다. 그의 상체에 손을 짚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로 이따금 몰아치는 쾌감에 고개를 뒤로 젖혀야만 했다.
“하아, 흐, 흐응…….”
“……하.”
나를 붙잡았던 손은 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상체로 옮겨갔다 튀어나온 유두를 손톱으로 튕기더니 손가락 사이에 끼고 은근히 문지른다. 잡을 것도 없는 가슴을 손바닥으로 주무르는가 하면, 갈비뼈를 지나 배꼽 근처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내가…… 후, 말했던가.”
“……흣, 뭐를?”
“좀…… 더럽히고 싶은 인상이라고.”
생각나는 말이 있었다. 몹쓸 짓을 하고 싶다고 그랬던가. 흐리멍덩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자, 그가 내 뒷덜미를 감싸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키스해 줘, 얼른.”
바라는 것도 많지. 여기저기 날 만지고 있으면서 이제는 입술까지 내어 달라고 한다. 그게 또 싫은 요구는 아니라서 그의 얼굴 옆에 손을 짚고 입술을 맞물렸다.
“흡, 흐응…….”
그는 무릎을 세우고 조금 더 편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내 날개뼈를 덧그리며 푹푹 내벽을 자극한다. 빠듯이 벌어진 입구가 기둥을 바짝 조여서, 그가 빠져나갈 때마다 아쉬움을 내비쳤다.
“……흐.”
끝내, 나는 그의 혀를 깨물며 또 한 번 사정했다. 토끼처럼 싼다는 말에 공감하고 싶진 않은데. 그와 섹스하다 보면 절정에 다다르는 횟수가 내 쪽이 훨씬 많긴 했다. 체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테크닉의 문제인지. 어느 쪽이건 간에 내 잘못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아, 흣, 그, 아……!”
그런데 사정의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그가 내 성기를 붙잡았다. 그러면서 여전히 하반신을 들썩여서, 전립선이 자꾸만 꾹꾹 짓눌렸다. 그가 한껏 예민해진 귀두를 문지르는 바람에 눈앞에 번쩍번쩍 별이 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싫어, 흣…… 그만, 아, 흑……!”
배뇨감이 일었다. 그의 손목을 붙잡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이미 열락에 취한 몸뚱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그의 상체를 짚었으나, 그 역시 내가 싸지른 정액 탓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아, 아……!”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듯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고양감이 가슴께를 크게 부풀렸다. 그가 밭은 숨을 몰아쉬는 소리, 그리고 질척거리며 성기가 안쪽을 헤집는 소리, 상체를 무너뜨린 내게 숨결처럼 속삭이는 소리까지.
“쉬이…….”
“……!”
발기가 풀린 줄 알았던 성기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내가 아래를 바짝 조이자, 그 또한 낮은 신음을 내뱉으며 사정했다. 서서히 배가 부르는 느낌과 함께 성기 끄트머리에서 울컥, 물이 터져 나왔다.
“……흐.”
투명하고 말간 액체는 결코 정액이 아니었다. 참으려고 해서 참아지지도 않았고, 억지로 막는다고 해서 막힐 무언가도 아니었다. 울컥, 울컥, 새어 나온 무언가는 내 상체는 물론 권이도의 몸까지 적시고 흘러내렸다.
“…….”
나는 몸을 웅크린 채 시근덕거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상체를 일으켰다간 내가 싸지른 액체를 권이도에게 들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무 말 못 하고 얼굴을 붉히는데, 그가 내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잘했어.”
기시감이 느껴지는 칭찬이었다. 지난번에도 분명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었다. 이 사람 또 일부러 그랬구나.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울컥 괘씸하단 생각이 들었다.
“……진짜 변태 새끼.”
기어코 내 입에서 이 말이 나오게 만든다. 내가 그의 어깨를 콱 깨물었지만, 그는 조금 움찔할 뿐 나를 밀어 내지 않았다. 뒤통수를 지나 뒷덜미를 주무르며 내 정수리에 입술을 내리눌렀을 뿐이다.
“침대에서 하는 욕은 애교라니까…….”
“……흐읏!”
다시금 안쪽에서 성기가 부풀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대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를 어떻게든 해보고자 쇄골까지 깨물었으나, 오히려 그 행동이 자극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하으, 흡, 아…….”
“……더 깨물어도 돼.”
깨물어도 된다는 게 아니라, 깨물라는 말처럼 들렸다. 마음껏 상처 내도 된다고 너그럽게 허락했던 그때처럼.
나는 그의 위에서 야금야금 온 상체에 흔적을 남겼다. 그가 내게 그러듯 세게 빨아들였다가, 이따금 힘 조절을 못 하고 잇자국을 남기기도 했다. 역시나 권이도는 전혀 개의치 않고 도리어 그런 내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으스러뜨릴 것처럼 나를 끌어안았다.
“……하, 세진아.”
이제는 그 부름이 나를 갈구하는 목소리라는 걸 안다. 애정 어린 음성이 주는 만족감은 내가 늘 바라고 갈망하던 것이었다. 그는 기꺼이 내게 온몸을 내어 주고, 내가 부리는 심술을 전부 받아 줬다.
그렇게 우리는 밤새 서로에게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흐드러지게 핀 페로몬은 아주 오랜만에 그의 방 안을 자욱하게 물들였다. 무리할 정도로 쉴 새 없이 몸을 섞은 탓일까. 다음 날, 권이도는 정말 온종일 나를 안고 다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