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A La fin de La Memoire(2)
지난 몇 달간 나는 권이도의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 굳이 방문할 이유가 없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만남을 밖에서 가졌기 때문이다. 함께 밤을 보낼 때는 그의 집이 아닌 내 오피스텔에서 머물렀다.
내가 말을 꺼내지 않으니, 권이도 역시 딱히 집으로 가자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마 짐작건대, 내 기억에서 비롯될 트라우마를 염려하는 게 아니었을까. 정작 나는 별생각 없건만 아직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은가 보다.
“……집?”
역시나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지그시 향해 온 시선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깍지 낀 손을 꼭 움켜쥔 그가 넌지시 물어 왔다.
“괜찮겠어?”
“걱정은…….”
나는 가느다란 웃음을 흘리며 눈을 찡긋했다. 사업을 할 땐 그렇게 대범한 사람이, 나와 관련된 일에는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구는지 모르겠다. 괜찮다고 말해 봤자 듣지 않을 것 같아서, 그의 손을 기어 위에 올려 주고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
“슬슬 놓고 온 물건도 가지러 가야죠.”
“…….”
그는 군말 없이 기어를 바꾸고 차를 출발시켰다. 핸들 위에 올려 둔 왼손엔 까만 가죽으로 된 손목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모 명품 브랜드에서 권이도를 위해 각인까지 새겨 만들어 준 제품이었다.
“물건은 전부 가져가려고?”
“뭐 우선은 꽃이랑 향수…… 그리고 차 키?”
대부분 반쯤 장난이었다. 전부 권이도에게 받은 것들이고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문제없는 물건들이었으니.
그런데 내 얘기를 듣자마자 권이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수려한 눈매가 살짝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고, 나는 혹시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설마 버렸어요?”
“아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대답은 칼같이 돌아왔다. 흘긋, 백미러를 살핀 권이도가 핸들을 돌리며 느릿느릿 운을 뗀다.
“버린 게 아니라…….”
말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버린 게 아니면 뭘 그렇게 망설일까. 그리 생각할 즈음에야 뒷말이 나왔다.
“내가 좀 썼어.”
“…….”
이 사람이 쓸 만한 물건이 있던가. 굳이 내 걸 쓰지 않아도 옷이고 시계고 차고 넘칠 만큼 많을 텐데. 그중에 굳이 권이도가 쓸 만한 거라면…….
“차를?”
“아니.”
“…….”
“향수를.”
“……향수를?”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그의 냄새를 맡았다. 옅은 페로몬에 섞인 묵직한 향기는 우리가 사귀게 되었던 날 내가 선물한 것이었다. 설마 이걸 말하는 건 아닐 테고, 그 외에 떠오르는 향수는 두 개였다.
“어떤 향수요, 내가 희나 씨 공방에서 만든 거?”
“아니, 내가 너한테 선물한 거.”
아무래도 G사에서 출시한 은방울꽃 향수를 말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출장 가는 권이도에게 공병에 조금 덜어 줬던 기억이 있다. 혹시 그때 써보고 마음에 들었던 걸까.
“잠이 안 와서 몇 번 뿌리고 잤거든.”
“…….”
멍하니 그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정면을 응시하는 눈동자 위로 도로의 불빛이 조금씩 비쳐 보였다. 잠이 안 와서 뿌리고 잤다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도 다른 이유였다.
“……그래서 잠은 잘 잤고?”
“뭐…….”
못 잤구나.
애매하게 돌아온 대답이 퍽 난감해 보였다. 살포시 찌푸린 눈매는 권이도답지 않게 멋쩍은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푸스스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아니, 써도 상관은 없는데…….”
내가 하던 짓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안 어울리게 귀여운 짓을 한다는 생각이 반, 불면증이 있었나 싶어 당황스러운 마음이 반. 내 향수를 뿌리고 잤다면 이유는 하나일 텐데, 그러면서 지금껏 아무렇지 않은 척 나를 마주했던 모양이다.
“요새도 뿌리고 자요?”
“요새는 그럴 시간이 없지.”
왜일까, 그 담담한 대꾸에 괜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요새는 그럴 시간이 없긴 하지. 향수를 뿌리는 게 아니라 매일 서로의 페로몬에 범벅 돼서 잠이 드니까.
우리는 그의 집으로 향하는 내내 시답잖은 잡담을 주고받았다. 직원들이 우리 사이를 알게 됐다는 말에 소리 없이 웃던 권이도는 이제부터 조심해야겠다는 얘기를 듣고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남들이 보고 있는 걸 알면서 내게 입을 맞춘 게 분명했다.
회사에서 권이도의 집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저 멀리 익숙한 대문이 보이자마자 나는 묘한 기분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하나. 여길 나올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차고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세운 권이도는 이번에도 친히 내 안전벨트를 풀어 줬다. 안전벨트를 따라 올라온 손은 그 언젠가처럼 내 뺨을 살짝 어루만지고 멀어졌다. 간질거리는 손길에 눈꺼풀을 떨자, 조심스레 입을 맞추기도 했다.
“……원래 이렇게 뽀뽀하는 걸 좋아해요?”
애정 표현이 헤픈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요 몇 달 사이 생각이 바뀌었다. 그동안 대체 어떻게 참았나 싶을 만큼 숨 쉬듯 표현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지금도 이렇게, 다정한 눈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원래는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는 단조로운 어투로 대답하곤 다시금 입술을 맞물렸다. 아까보다 진한 입맞춤이었으나 내가 입술을 벌리려는 순간 곧장 떨어졌다. 아쉬움에 눈꼬리를 내리는 내게 그는 어르는 것처럼 상냥한 어투로 이야기했다.
“너 밥부터 먹고.”
갑작스럽게 찾아왔음에도 주방장은 익숙하게 두 명분의 식사를 내어 왔다. 호화롭게 차려진 식사는 의선당에서 먹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얼핏 듣기로는 유명 호텔의 수석 셰프로 있던 사람이라는데, 왜 개인이 그런 인재를 데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식사를 마친 뒤엔 자연스럽게 내 방으로 향했다. 이제는 내 방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곳이었으나, 집을 나가기 전과 달라지지 않았으니 아직까지는 그리 부를 만했다. 2층 끝자락에 있는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나도 바뀌지 않은 방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진짜 아무것도 안 버렸네.”
모든 게 그대로였다. 내가 쓰던 침대, 테이블, 내 책들과 옷가지, 그리고 협탁에 놓인 물건들까지.
“이걸 다…… 그대로 보관했어요?”
나는 묵묵히 있는 그를 뒤로한 채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처음 약혼했던 그때처럼, 넓은 방 안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가구나 인테리어는 모두 내 취향이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엔 서서히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
기분이 이상했다. 그건, 권이도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슬쩍 돌아본 권이도가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 내가 이 방에 들어와 있는 게, 그리고 권이도와 함께 있다는 게, 모든 게 참 낯설게 느껴졌다.
“이 방에 자주 들어왔어요?”
“……아니.”
그는 내가 질문한 다음에야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긴장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주변을 쭉 둘러보며 가까이 걸어온 그가 눈을 찌푸린 채 이야기했다.
“네 생각이 나서…… 못 들어왔어.”
“…….”
웃기지 않나. 잠이 안 와서 향수까지 뿌려 놓고 정작 방에는 못 들어오다니.
침대 옆에 놓인 협탁으로 다가갔다. 유리돔을 씌운 은방울꽃과 내가 이희나의 공방에서 만든 향수가 놓여 있었다. 그중, 권이도가 사용했다는 향수는 없었기에 나는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다른 향수는 어디 있어요?”
“내 방에.”
“……방에?”
아주 본격적으로 가져가서 사용한 모양이었다. 향수에 수면제 성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도 그를 타박할 입장은 아니지만,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권이도 씨 방으로 가요.”
그렇게 찾은 권이도의 방 역시 마지막에 기억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조로운 모노톤의 가구, 방 안에 퍼져 있는 페로몬과 옅은 향수 냄새. 그리고 그의 말대로 침대 옆 협탁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향수 하나.
“…….”
향수병을 들어 올리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무게가 가벼울 때부터 이상했건만, 절반…… 아니 그보다 더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나도 몇 번 사용하지 않은 향수를 대체 얼마나 쓴 건지.
“……몇 번 뿌렸다더니.”
몇 번 수준이 아닌데……. 나는 그리 생각하며 병을 살짝 기울였다. 안에 들어 있는 액체가 찰랑찰랑 흔들렸다. 뚜껑에 달린 은방울꽃 장식엔 반짝이는 조명 불빛이 부서졌다.
“나한테 선물한 걸 본인이 다 썼네…….”
픽, 웃는 와중에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느샌가 가까이 다가온 권이도가 살그머니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귀 뒷부분에 코를 문지른다.
“다시 사줄게.”
간지러운 숨결이 닿아 왔다. 가끔, 그가 하는 행동이 어린 짐승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지금처럼 애교를 부리듯 비비적거리거나 할 때.
“이 방을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사줄게.”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며 페로몬샘이 있는 부분을 입술로 깨물었다. 여린 살결을 살짝 베어 물고 쪽 소리가 나게 빨아들이기도 했다. 그 간지러운 감촉에 목을 움츠리자, 허리를 감쌌던 손이 넥타이 위로 올라왔다.
“응? 세진아.”
“…….”
굳이 다시 사줄 필요는 없는데.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목선을 따라 입술을 문지른 그가 마침내 내 입에 깊이 입술을 맞물렸다. 새가 모이를 쪼듯 입맞춤을 이어 간 그가 넥타이 윗부분에 손가락을 걸며 속삭였다.
“자고 갈 거지?”
* * *
“흐, 잠깐…….”
푹신한 침대에 뒤통수가 닿았다. 내가 고개를 돌리려고 했으나, 그는 내 턱을 부여잡고 집요하게 입을 맞췄다. 말캉한 혀가 입술 틈새를 간지럽히고, 거부할 새도 없이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으응.”
향긋한 페로몬은 이미 방 안을 가득 채운 뒤였다. 누구 것인지 모를 두근거림 탓에 온몸의 피가 빠르게 흐르는 기분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그의 혀를 쪽쪽 빨다가, 맨살이 드러난 어깨를 손으로 꾹 움켜잡았다.
“……하아.”
히트 사이클도 아닌데 정신이 혼미했다. 머릿속이 녹진하게 풀려서, 오로지 권이도 하나만 바라게 됐다. 언제부터였더라. 자고 가라는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던 그때였나. 아니면 권이도가 나를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을 때였나.
“아, 흣…… 으으…….”
느릿하게 미끄러진 입술은 쇄골을 지나 가슴께에 닿았다. 우리 둘 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탓에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발기한 성기가 자꾸만 그의 것과 닿았고, 씻으면서 풀어 준 뒤는 흥건할 만큼 젖은 상태였다.
“아……!”
그가 앞니로 톡 불거진 유두를 깨물었다. 근래에 항상 못살게 군 터라 조금만 건드려도 따끔거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내가 아파하는 걸 기가 막히게 아는 권이도는, 금세 나를 달래듯 혀끝으로 튀어나온 돌기를 살살 건드렸다.
“흐응…….”
그가 건드리는 모든 부위가 성감대가 된 기분이었다. 입술이 지분거리는 가슴도, 손끝으로 간지럽히는 허리도, 그리고 다른 손이 파고든 허벅지 사이도.
“앞이고 뒤고 다 젖었네…….”
“……으응, 아, 거기…….”
커다란 손이 내 성기를 살짝 그러쥐었다. 내가 결코 작은 크기는 아닌데, 그의 손이 워낙 큰 탓에 한 손으로 쥐면 사이즈가 꼭 맞았다. 모양새를 가늠하듯 위아래로 훑은 그가 엄지로 귀두를 살짝 문질렀다.
“흐읏……!”
허벅지가 움찔거리며 떨렸다. 반사적으로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자 그가 가슴 윗부분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허리를 간지럽히던 손이 내 허벅지를 붙잡아 제 옆구리에 단단히 고정했다.
“……하아, 얼른.”
나는 어깨를 붙잡았던 손으로 목과 이어진 부분을 어루만졌다. 늘 일하기 바쁜 사람이 몸은 어찌나 좋은지. 만지는 부분마다 보기 좋게 근육이 붙어 있었다. 피부는 부드러운데, 감촉은 단단해서 손으로 만지다 보면 그 촉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얼른 넣어요…… 응?”
“보채지 말고.”
그는 간지럽게 웃으며 내 코에 코를 문질렀다. 그러는 저야말로 눈에서 이미 이성이 날아갔는데 말이다. 온몸에 손자국을 낼 것처럼 조몰락거리던 권이도는 뺨과 귀에 입술을 내리누르며 하반신을 바짝 밀착했다.
“……하아.”
몇 번이나 넣어 본 것인데, 이 상황에서는 항상 긴장됐다. 그가 내 다리를 붙잡고 회음부에 귀두를 문지르는 바로 지금이. 질척거리며 젖은 입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듯하게 벌어지는 그 감각이.
“아, 흡…….”
“……큿.”
둘레가 조금만 작았어도 이렇게 버겁진 않을 것이다. 그의 페로몬에 취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중인데도 그가 내 안을 파고드는 게 선명히 느껴졌다. 두툼한 귀두가 좁은 내벽을 억지로 벌리고, 가장 굵은 부분을 지나자마자 빨려 들어가듯 쑥 삽입됐다.
“아, 흐……!”
미끄러지듯 들어온 성기는 내가 느끼는 부분을 긁으며 안쪽 깊은 곳까지 꿰뚫었다.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찌릿찌릿한 쾌감에, 사정감이 팡 하고 터지고 말았다. 내가 덜덜 떨며 정액을 배출하는 동안 권이도는 느른한 숨을 뱉으며 내 얼굴을 구경하고 있었다.
“……흐으.”
“항상 생각하지만…….”
그가 손바닥으로 내 가슴께를 문질렀다. 질척거리는 정액이 피부에 뭉개졌다. 깊이 삽입한 그대로 허리를 둥글게 돌린 그가 흥분에 젖은 눈을 깜박였다.
“잘 느낀다니까.”
“……하읏!”
권이도가 크게 허리를 쳐올렸다. 덜컹이며 흔들리는 몸이 하릴없이 움찔거렸다.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끙끙 앓자, 그가 배앓이 하는 아이를 달래듯 아랫배를 살살 문질렀다.
“착하지…….”
“아아, 흐…….”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배가 볼록 나오지 않았을까. 거의 배꼽까지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으니, 아마 내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가물가물 실눈을 뜨자, 그가 내 양 눈두덩에 입을 맞춰 왔다.
그리고 깊이 삽입됐던 성기를 천천히 뒤로 물리기 시작한다.
“……하으!”
푹! 안쪽이 거칠게 꿰뚫렸다.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게 또 아프다기보단 지나치게 좋아서, 방금 사정한 성기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흐으, 흣, 아…… 흐응…….”
권이도는 나를 끌어안은 채로 느릿느릿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크게 움직여 놓고, 그다음엔 감질날 만큼 느린 움직임이었다. 아마 아직 몸이 덜 풀려서 그러나 본데, 그 때문에 오히려 더 미칠 지경이었다.
“……더, 흐, 빨리. 얼른…….”
칭얼칭얼 그에게 애원하며 매달렸다. 내가 먼저 하반신을 들썩이고 그의 허리에 다리를 꾹 감기도 했다. 그가 빠져나가는 게 너무 아쉬워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바짝 몸을 밀착했다.
“……후.”
그는 억눌린 숨을 토해 내며 내 등을 끌어안았다. 미치겠다는 듯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내 페로몬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를 만나는 동안 서서히 양이 늘어난 탓에, 이제는 어느 정도 평범한 오메가만큼 페로몬을 낼 수 있게 됐다.
“감당 못 할 거면서 맨날 조르지.”
경고성 짙은 한마디엔 대꾸할 말이 없었다. 지난번에 한 번 몸을 섞었을 때, 몸이 달았던 내가 그를 자극했다가 다음 날 걷지도 못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별거 하지도 않았고, 그냥 장난처럼 호칭 한 번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으응, 거기…….”
하지만 그건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 아닌가.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긴 했지만, 그 당시엔 무척이나 좋았으니 말이다. 지금도 더 빠르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이야기했다.
“아, 자기야…….”
“…….”
그가 뚝, 움직임을 멈췄다. 이미 깊이 들어왔던 성기가 더 커다래진 느낌이었다. 아플 정도로 빠듯한 감각이었으나,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의 등을 쓸어내렸다.
“내일 주말인…… 아, 흐윽!”
퍽! 내리찧는 듯한 쾌감이 온몸에 일었다. 눈앞이 하얗게 점멸할 만큼 거센 움직임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 그르렁거리는 목소리가 나직이 대꾸했다.
“……그래, 자기야. 내일 주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