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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억의 끝에 (58)화 (58/131)

58화. Complete Strangers(6)

첨벙! 물이 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등줄기를 따라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모락모락 피어난 수증기가 시야를 가렸다. 바닥에 벗어 둔 내 옷가지 위에 넥타이와 재킷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흣, 잠깐…….”

나는 상체를 숙여 욕조 턱을 간절히 붙들었다. 손끝에 잔뜩 힘을 줬지만 물이 묻은 탓에 자꾸만 헛손질을 하길 반복했다. 하는 수 없이 팔을 겹쳐 엎드리자 목구멍으로 삼킨 신음이 더 적나라하게 울렸다.

“아……!”

뜨겁고 축축한 무언가가 아래쪽에 닿았다. 말캉한 감촉이 민망한 부위를 길게 핥아 냈다.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자세를 무너뜨리자, 억센 손길이 내 골반을 붙들었다. 그러곤 엉덩이를 콱 깨물며 이야기한다.

“똑바로 서야지.”

권이도는 그 말만 하고 다시 그곳으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예민한 부위를 핥는 바람에 끙끙 앓는 소리가 나왔다. 혀를 세워 다물린 근처를 건드리던 그는 양손으로 엉덩이를 벌린 채 비좁은 입구를 파고들었다.

“아, 흐, 안 돼…….”

어쩌다 이런 자세가 됐을까. 야릇한 행위가 될 줄은 알았지만, 이토록 적나라한 절차를 밟을 줄은 몰랐다. 권이도가 하나하나 정장을 벗을 때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욕조에 들어왔을 때도 말이다.

“흐읍…….”

혀를 꾹 깨문 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이따금 물이 튀는 소리에 섞였다. 높은 콧대가 꼬리뼈 아래를 툭툭 건드리고 말랑한 입술이 애액이 고인 부분을 빨아들였다.

“흐으…….”

안쪽 깊숙한 곳을 쑤시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아까부터 발기한 성기에서 프리컴이 뚝 뚝 떨어졌다. 아래쪽을 핥고, 깨물고, 빨아들이던 권이도는 내가 조금만 자세를 무너뜨릴라치면 손쉽게 나를 일으켜 세웠다.

“아 그만…… 거기, 흣…….”

“왜, 이거 싫어?”

나지막이 물은 권이도가 손바닥으로 허벅지를 쓸어내렸다. 미끄러지듯 뒤에서 앞으로 문지르더니 발기한 성기를 한 손에 그러쥔다. 퍼뜩 놀라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다른 손으로는 엉덩이를 꽉 움켜쥐기도 했다.

“아흐……!”

뻐끔거리던 구멍에 입술이 닿았다. 쪽쪽 빨아들이는 소리가 이렇게까지 수치스러운 줄 몰랐다. 그가 뒤처리를 해줄 때처럼, 아니 그때보다 더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유려한 동작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뒤에선 뜨거운 혀가 공들여 뒤를 풀었다. 이미 한차례 괴롭혔던 터라 흐물흐물하게 풀린 구멍이 더 예민하게 자극을 받아들였다.

“흐응, 흣, 아, 아흐…….”

눈을 감으면 촉감이 생생하고, 그렇다고 눈을 뜨자니 견딜 수가 없었다. 뒤쪽에 닿는 축축한 느낌이 물인지, 타액인지, 아니면 애액인지 알 수가 없었다. 차곡차곡 쌓이는 쾌감 탓에 머릿속이 녹진하게 풀리고 있었다.

기둥을 감싼 손가락은 딱 사정하지 않을 정도로만 여유롭게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마치, 뒤를 빠는 동안 손에 쥐고 있을 장난감이 필요한 것처럼. 다른 손으로는 젖은 살결을 주무르는 거로 봐선 그게 틀리지 않을지도 몰랐다.

“제발, 권이도 씨…… 흐, 힘들, 힘들어…….”

권이도는 내가 고개를 저으며 사정사정할 즈음에야 나를 놓아줬다. 정확히는 입술을 떼어 내고 뒤에서 날 끌어안으며 목덜미를 잘근거렸다. 몸을 축 늘어뜨렸지만, 그가 단단히 받치고 있는 터라 물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싫어하는 것도 많지……. 뒤처리하는 것도 싫어하고, 쉬하는 것도 싫어하더니, 이젠 빠는 것도 싫습니까?”

“그걸 누가 좋아하는…… 하아…….”

싫어할 만한 것만 골라서 말해 놓고,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허리를 감싸 안았던 권이도는 뒤에서 하반신을 바짝 밀착한 채 아랫도리를 비비적거렸다. 굵고 기다란 기둥이 한껏 예민해진 부위를 길게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느끼니까 문제지.”

“흐응…….”

두툼한 귀두가 엉덩이골부터 회음부까지를 집요하게 문지른다. 삽입할 것처럼 입구에 틱 걸렸다가 미끄러지듯 허벅지 사이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 감질나는 감각에 신음을 흘리는 순간, 그가 단숨에 뿌리 끝까지 성기를 푹 처박았다.

“……!”

너무 놀라는 바람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허리가 낭창하게 휘고, 아랫배가 납작하게 들어갔다. 큿, 신음을 삼킨 권이도가 으스러뜨릴 것처럼 나를 꼭 끌어안았다.

“쉬이…….”

그는 얼어붙은 나를 달래듯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벌어진 입술을 억지로 파고들어 손가락으로 혀를 꾹 누르기도 했다. 그가 내 아래턱을 내리누르는 바람에 턱을 따라 타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 아, 아흐…….”

생리적인 눈물이 뚝 떨어졌다. 아니, 머리카락에 매달려 있던 물일지도 모르겠다. 모자란 숨을 헐떡이는 동안, 권이도는 입에 넣지 않은 손으로 내 상체를 매만졌다.

“반응만 보면 아파하는데…….”

“…….”

“그런 것치곤 너무 토끼처럼 쌌죠.”

미끄러지듯 내려온 손이 움찔거리는 성기를 붙잡았다. 그의 말대로, 머릿속이 새하얘진 사이 나도 모르게 절정에 다다라 버렸다. 내가 싸지른 정액은 상반신과 물에 지저분하게 흩뿌려져 있었다.

“그렇게…… 흐으, 갑자기…….”

이미 셀 수 없이 넣어 본 물건이었으나 넣을 때마다 버거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5cm만 작았어도 조금 덜 그랬을 텐데. 길이는 물론 굵기도 장난 아니게 굵었다.

“다음엔 천천히 넣을게요.”

권이도는 누가 들어도 거짓말인 소릴 아무렇지 않게 했다. 내 턱을 한 손에 움켜쥐고 고개를 돌리게 해 입술을 겹쳐 왔다. 그가 넘겨주는 페로몬을 꼴딱꼴딱 받아 마시는 동안, 그는 허리를 슬슬 움직이며 움직여도 될지를 가늠하는 듯했다.

“……아!”

툭, 깊이 들어온 성기가 내벽을 건드렸다. 가벼운 탄성과 함께 입술을 떼자 그가 강제성 짙은 손길로 내 얼굴을 고정했다. 그러더니 내 혀를 옭아매며 몸을 바짝 밀착한다.

“후응, 흐, 흐웁…….”

타액과 온기가 입 안에서 정신없이 섞였다. 화사하게 피어난 페로몬은 비가 내리는 것처럼 내 온몸에 쏟아졌다. 말캉한 혀가 문질러지는 감촉, 그리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심장 박동과 느릿느릿 안쪽을 넓히는 허리 짓까지.

“으으응…….”

오늘따라 제법 입맞춤이 집요했다. 이갈이하는 어린 짐승처럼 간간이 혀나 입술을 깨물어 대기도 했다. 그러면서 성기는 빼내지 않고, 비비적거리며 여유로운 움직임을 이어 간다.

몰아치는 쾌감은 없었으나 찰방찰방 차오른 희열은 더 감질났다. 내게 바짝 들러붙은 그는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도 결코 작은 체격이 아닌데, 권이도가 뒤에서 덮으면 거의 파묻혔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우응.”

그는 양껏 입을 맞추고, 쪽 소리와 함께 입술을 떼어 냈다. 수증기 탓에 유독 반질거리는 입술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톡 건드리면 핏물이 배어 나올 것처럼 어여쁘고 선연한 색이었다.

나는 그의 손목을 붙잡으며 다 풀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흐트러진 머리는 살짝 젖어 있고 얇게 쌍꺼풀진 눈매는 나와 마찬가지로 흥분에 젖어 들었다. 생긴 것만 보면 금욕적이고 우아한데, 이렇게 잔뜩 흐트러진 얼굴은 또 더없이 야하기만 했다.

“어떻게 이렇게 생겼지…….”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그는 한쪽 눈썹을 삐쭉 들어 올렸다. 느른하게 깜박이는 두 눈이 한가득 내 모습을 담고 있었다. 살며시 내 아랫입술을 베어 문 권이도가 부드럽게 눈을 휘며 속살거렸다.

“누가 할 소릴…….”

그는 내 뺨에 입을 맞추고 턱 아래쪽에 코를 문질렀다. 페로몬샘이 있는 부분에 얼굴을 묻더니 양팔로 내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기도 했다. 슬금슬금 올라온 손이 유두를 긁어내리는 순간, 그가 갑작스럽게 크게 허리를 쳐올렸다.

“아흣……!”

찌르르한 쾌감이 등허리를 울렸다. 그 가벼운 움직임이 그 나름의 예고였던 모양이다. 그는 언제 여유를 부렸냐는 듯 단숨에 속도를 올려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하읏, 흣, 아, 아, 흑……!”

입으로 잔뜩 풀어 놨던 덕에 그가 움직이는 게 훨씬 수월했다. 이미 흐물거렸던 구멍은 빠듯하게 삽입된 성기에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빠져나갈 때면 아쉬운 듯 조였다가, 깊이 삽입될 땐 의지와 상관없이 길을 열어 줬다.

“거기, 응, 흐읏, 아…….”

권이도는 내가 별말 하지 않았음에도 느끼는 부분을 알아서 자극했다. 꾹꾹 짓누르다가 내가 움찔거리면 뒤에서부터 거칠게 꿰뚫었다. 나는 열에 들뜬 몸으로 정신을 못 차리다가 동아줄처럼 욕조 턱을 꼭 붙들고 있어야 했다.

“아흑……!”

푹, 들어온 성기가 배꼽 아래쪽을 난잡하게 헤집었다.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린 터라 첨벙이며 욕조 물이 넘쳐흘렀다. 억지로 엉덩이를 들어 올리게 한 그가 뒤에서 내 목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물 들어가니까 제대로 들고 있어요.”

“아, 흐, 싫어…….”

물이 들어가긴커녕 조금의 틈조차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자꾸 무릎걸음으로 기려고 하자, 응징하듯 날개뼈 부근이 콰득 깨물렸다. 알싸한 통증과 함께 그는 약이라도 바르는 양 제가 깨문 분위를 핥아 내렸다.

“너 나중에 배 아파.”

경고하듯 건넨 말은 이번에도 그다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절정에 다다르는 것만으로 체력이 빠지는데, 자세를 유지하는 건 더 힘들었다. 그러다 별안간 권이도가 성기를 쑥 빼내었다.

몸이 휙 돌아갔다. 가끔 느끼는 건데, 권이도는 나를 종잇장 뒤집듯 아무렇지 않게 들어 올리곤 했다. 멍하니 숨을 헐떡이는 동안 나를 제게 안기게 한 권이도가 다시 깊이 삽입했다.

“아흐응……!”

첨벙, 물속에 몸이 잠겼다. 따뜻한 물이 목 언저리까지 차올랐다. 괜스레 무서운 기분이 들어서 그에게 매달린 채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그에 권이도는 작게 욕지거리를 짓씹으며 내벽을 쳐올렸다.

“흣, 아, 아으, 안, 안 돼…….”

입욕제를 안 풀길 잘했지. 그가 움직일 때마다 꿀렁이며 물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정말 배라도 아프면 어쩌나, 그 사실이 걱정될 정도였다. 그런데도 머리가 녹아내릴 만큼 기분이 좋아서, 열락에 취한 채로 그의 목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으응, 거기, 더…… 흣, 좋아…….”

“……하.”

뜨거운 숨을 뱉은 그가 내 귓가를 깨물었다. 혀로 귓바퀴를 문지르곤 귓불을 쪽쪽 빨아 댄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욕조에 채워진 물이 찰방찰방 물소리를 냈다.

끝내, 그는 물속에서 나를 꼭 끌어안은 채 사정했다. 꿈틀거리는 성기에서 배가 부를 만큼 많은 양의 정액이 한가득 쏟아졌다. 동시에 나도 사정한 탓에 투명한 물에 묽은 액체가 가라앉았다.

“하아, 흐…….”

온몸에 힘이 빠져나간 와중에도 그의 품에서 떨어지진 않았다. 발가락을 잔뜩 오므린 채 허벅지를 움찔거리며 절정의 여운을 즐겼다.

“그대로 있어요.”

권이도는 그 말과 함께 나를 받쳐 안고 불쑥 몸을 일으켰다. 몸뚱이에 딸려온 물이 쏴아, 욕조 안으로 떨어졌다. 방금 사정한 건 매한가지인데,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욕조 바깥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 잠깐, 흐…….”

문제는, 그가 성기를 빼내지 않은 탓에 움직일 때마다 내벽이 자극됐단 점이었다. 팔을 놓자니 떨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그에게 매달리자니 고조된 성감이 잔뜩 예민했다.

“흣, 으으…….”

들썩거리는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욕실을 나선 권이도는 내가 떨어지지 않게 안정적으로 나를 고쳐 안았다. 그가 걸어온 바닥에 물로 된 발자국이 흥건하게 남았다.

권이도는 침대에 다다른 뒤에야 나를 내려놓고 성기를 빼냈다. 벌어진 입구로 유독 흥건한 정액이 빠져나오는 게 느껴졌다. 느낌이 이상해서 다리를 오므리려고 했는데, 그는 아무렇지 않게 젖은 입구에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었다.

“열이 있는 것 같은데…….”

“흣, 뭐 하는…….”

질척질척, 굵은 손가락이 내벽을 헤집었다. 다른 손으로는 배를 쓸어내리며 안에 들어온 내용물을 모두 빼내려 했다. 꿀렁이며 정액이 빠져나갈 때마다 옅은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열을, 흐, 누가 거기로 재요…….”

“정세진 씨가 뭘 모르나 본데.”

그가 픽, 웃음을 흘렸다.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손가락을 쑥 빼내기도 했다. 이제 다 끝났나 싶어 안도하는 사이 권이도가 다시 입구에 귀두를 맞췄다.

“아이들은 원래 여기로 재요.”

“……아흐.”

굵은 성기가 부드럽게 밀려 들어왔다. 길게 숨을 내쉰 권이도가 나른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잠깐 조여드는 내벽을 즐기던 그는 내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고 상체를 숙여 침대를 짚었다.

“아, 아흑, 흐응……!”

아까보단 느렸지만, 이번에도 자비는 없었다. 안쪽을 쿡 쿡 건드리곤 내 발목을 잡아 입으로 가져간다. 무얼 하나 싶었는데, 그는 아무렇지 않게 발바닥에 쪽 입을 맞췄다.

“정세진 씨 진짜…… 맛있게 생긴 거 압니까?”

하얗다는 둥, 말랑거린다는 둥, 그는 변태 같은 소리를 하며 내 발을 깨물었다. 발 옆부분을 깨물고 핥다가 복사뼈가 있는 곳까지 올라와 빈틈없이 입을 맞췄다.

“하읏…….”

잘하면, 잡아먹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발부터 종아리까지를 연신 깨물어 대는 게, 진심으로 나를 맛있다고 생각하는 듯했으니. 반대쪽 발로 그의 어깨를 밀어 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그쪽 발목도 덥석 붙잡았다.

“……흐, 아, 그거…… 그만…….”

“왜, 간지러워서?”

“으응, 흐…….”

온 다리를 다 깨물린 후엔 뒤이어 상반신까지 내어 줘야 했다. 그는 못다 한 애무를 다 하겠다는 것처럼 고집스럽게 가슴께를 괴롭혔다. 나중엔 유두가 따끔거릴 정도였으니 그의 행동이 얼마나 집요했는지 알 만했다.

“흣, 권, 이도, 아…… 아흣……!”

그가 두 번째 사정하는 순간엔 정신이 아득히 멀어졌다. 과하게 밀려든 쾌감이 끝없는 절정에 나를 가둬 뒀기 때문이다. 배 속 깊이 차오른 충족감이 그에게 완전히 속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

“…….”

맞닿은 가슴에서 누구 것인지 모를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두근두근 뛰는 속도가 가빠진 호흡만큼이나 빨랐다. 그는 사정한 뒤에도 삽입한 것을 빼내지 않고, 연신 내 몸뚱이에 입을 맞췄다.

나는 그런 권이도를 살짝 밀어 내며 눈을 깜박였다.

“권이도 씨.”

“응, 세진아.”

나직한 대답은 평소와 같은 존댓말은 아니었다. 섹스할 때면 늘 반말을 하는 그가 한가득 달큼한 목소리로 대답한 것이다. 내 이름이 이렇게 듣기 좋았구나. 그걸 29년을 산 뒤에야 깨달았다.

“이 집에 처음 왔던 날…… 이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은 내 것이라고 했던 말 기억나요?”

그가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내리깔린 속눈썹을 어루만지며 사르르 미소 지었다.

“당신도 이제 내 방에 있는데…….”

“…….”

“내 건가?”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우리는 아직 연결된 채였고, 아마 이 행위는 끝나지 않은 듯해서. 내게 약간의 쉴 틈을 준 뒤 권이도가 곧장 나를 몰아붙일 게 뻔했으므로.

“아쉽게도 나는 물건이 아니지만…….”

권이도는 보드라운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감았다. 눈두덩을 만지는 내가 조금 더 편하게 만질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것처럼.

“이 방에 있지 않아도 당신 소유긴 하지.”

“…….”

퍽 너그러운 허락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쉽게 내 것이라고 확답을 줄 줄 몰랐는데. 그 사실이 신기하기도, 벅차기도 해서 그 입술로 손을 미끄러뜨리며 말꼬리를 늘였다.

“그럼…….”

“…….”

“우리 각인할래요?”

눈꺼풀이 들어 올려지는 순간은 도무지 잊을 수 없을 만큼 또렷했다. 얄팍한 눈꺼풀에 가려졌던 눈동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내려다봤다. 반질거리는 눈동자에 담긴 빛은,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종류였다.

“이제 나한테 남은 건 권이도 씨밖에 없거든요.”

내가 가진 모든 건, 권이도의 너그러움 속에 만들어진 환경이다. 내가 속해 있던 모든 울타리가 허물어진 이상, 이제는 그에게 속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

권이도는 선뜻 긍정의 말을 돌려주지 않았다. 살며시 두 눈을 감은 채 깨지기 쉬운 것을 다루듯 조심조심 입을 맞춰 왔을 뿐. 다정하게 섞인 혀는 분명 따스했으나, 내게는 그게 대답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졌다.

우리는 그 후에도 셀 수 없이 오래 몸을 섞었다. 몸에 남은 물기가 다 마르고, 축축하게 젖은 침대가 온갖 체액으로 뒤덮일 때까지.

그러나 끝내, 권이도는 끝내 내게 각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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