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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억의 끝에 (45)화 (45/131)

45화. Origine du parfum(7)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그럴 정신도 아니었고, 그가 대답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뒤척였을 뿐.

“……흐.”

-…….

전화 너머에선 이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자위하는 걸 알면 목소리라도 좀 들려주지. 그런 염치 없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탁,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조금 빠르다시피 걸음을 옮기는 소리도.

“하아…….”

-…….

“흣, 으응…….”

발소리가 들렸다. 단정하고 올곧은 소리는 평소와 달리 훨씬 조급하게 느껴졌다. 말없이 있던 그가 짜증스러운 한숨을 터뜨리고, 들릴 듯 말 듯 욕지거리를 짓씹는 소리까지 들렸다.

“……권이도 씨.”

-얘기해요.

“흣, 빨리…….”

3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을까. 그가 내게로 오고 있단 생각에 점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그의 침대에 남은 페로몬으로는 내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빨리 와요…….”

-…….

권이도는 아무런 대답 없이 또 한 번 한숨을 터뜨렸다. 어쩐지 화를 내는 느낌이라 너무 보챘나 싶어 살짝 신경이 쓰였다. 물론 이미 이성을 앞선 본능이 그 모든 생각을 마비시키고 말았다.

“……흐.”

손에 힘이 빠져서 내가 만지는 거로는 사정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조금 더 세게 쥐고 흔들었으면 하는데 자꾸만 붙잡은 손이 미끄러졌다. 아, 이걸 정말 어쩌면 좋지. 그런 생각을 할 즈음에야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집이 넓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쓸데없다느니, 대충 그런 말이 들린 것 같았다. 그 내용이 아니라 목소리에 집중한 탓에 그가 내뱉은 말들은 잘 와닿지 않았다. 지금 들리는 발걸음 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전해진 건지 아니면 문밖에서 나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

깜박,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언젠가처럼 굳게 닫힌 문이, 이번만큼은 열릴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조금 거칠다시피 방문이 벌컥 열렸다.

“…….”

“…….”

권이도는 잔뜩 웅크린 나를 보자마자 눈썹을 삐쭉 들어 올렸다. 방문을 닫고 내게로 걸어오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현실감 없었다. 나는 여전히 볼품없이 널브러진 채로 파르르 속눈썹을 떨며 그를 올려다봤다.

“……왔어요?”

그가 거칠게 머리를 헤집었다. 단정히 정리되었던 머리가 엉망으로 헝클어졌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침대로 올라온 권이도가 나를 번쩍 들어 침대에 가지런히 눕혔다.

“이것도 재주지.”

“…….”

“나를 전화 한 통에 뛰게 만드는 사람은 정세진 씨밖에 없거든요.”

권이도가 성의 없이 이불을 치워 버렸다. 조금 전까진 동아줄 같은 것이었으나, 이제 진짜 권이도가 생겼으니 별로 상관없었다. 나는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내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얼른, 얼른 해요…….”

목덜미에 코를 폭 파묻었다. 페로몬샘이 있는 부위였기에 고작 이불에 남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양이 흘러나왔다. 비비적거리며 얼굴을 문지르자, 이미 흐려진 이성이 몽롱하게 취해 갔다.

“빨리 넣어 줘…….”

“……하.”

하반신을 그에게 밀착했다. 그는 나를 억지로 떨어뜨리며 내려다봤다. 그러면서 반쯤 벗겨져 있던 바지를 속옷과 함께 벗겨 버렸다.

“너 바로 못 넣잖아, 세진아.”

희게 드러난 다리를 권이도가 붙잡았다.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고 젖어 버린 성기를 슬쩍 만져 보기도 했다. 그러다 회음부를 따라 손을 미끄러뜨릴 땐 미간을 찌푸리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여기가 이렇게 좁아서…….”

뚝, 뒷말이 끊겼다. 그가 뒤쪽을 더듬으며 손가락을 밀어 넣는 순간이었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쑥 삽입된 손가락이 움찔 제자리에 멈췄다.

“아…….”

권이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즐거워서가 아니라, 차오르는 욕망을 참지 못해서. 짙은 눈동자가 음습하게 가라앉고 비틀린 입매에서 갈라지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짜 미치게 하네.”

그는 망설임 없이 바지 버클을 풀고 아랫도리를 밀착했다. 정장을 벗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바지를 다 내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삽입만이 목적인 것처럼, 성기를 꺼내 뿌리 끝까지 거칠게 밀어 넣었을 뿐.

“아흑……!”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했다. 그가 공들여 풀어 놔도 조금은 버겁던 행위였다. 그런데 내가 어설프게 준비한 상태에선 어떻겠는가. 내벽이 빠듯하게 벌어지는 감각은 통증과 함께 강렬한 쾌감이 수반됐다.

“…….”

나는 신음조차 흘리지 못한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다리를 덜덜 떨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탈색되는 순간, 상체에 묽은 액체가 터져 나왔다. 권이도는 무언가 가늠하듯 허리를 가볍게 튕기곤, 내가 입고 있던 티셔츠를 대충 벗겨 냈다.

“아, 아파…….”

“……엄살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가 그렇게 말하며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었다. 가지 말라는 의미로 허리에 다리를 감았는데 그는 애초에 뺄 생각이 없던 것처럼 거칠게 아래를 꿰뚫었다.

“하으응!”

“내 좆이…… 그렇게 좋은 건 알겠는데.”

“으읏, 흐…….”

“놔줘야 내가 움직이지.”

좁은 내벽이 권이도의 성기를 콱 물었다. 아랫배가 납작해지도록 힘을 주자, 권이도가 성난 짐승처럼 목울대를 울린다. 그는 살살 허리를 돌리며 내 다리를 제 어깨에 걸쳤다.

“힘 풀어.”

“……아, 아아, 하읏!”

푹, 푹, 굵은 성기가 내벽을 건드렸다. 딱히 섬세한 움직임이 아니었음에도 크기가 크기인지라 내가 느끼는 부분을 마구 짓눌렀다. 배가 터질 것처럼 가득 차는 기분이었으나, 그보다 온몸에 쏟아지는 쾌락이 더 커다랬다.

“흣, 거기…… 으응, 흣, 아……!”

벼랑 끝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벌어진 입에서 타액이 흐르고, 부푼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어 댔다. 엉망이 된 침대에서, 그보다 더 엉망으로 이어진 행위였는데, 그가 주는 모든 자극이 만족감으로 탈피했다.

“흐읏…….”

손을 뻗어 권이도의 옷깃을 붙잡았다. 나체가 된 나와 달리, 권이도는 넥타이까지 모두 갖춘 차림이었다. 머리가 흐트러졌다는 것만 빼면 무척이나 금욕적인 모습이었단 말이다.

“……아, 아흣!”

그런데 그러한 와중에도 나를 몰아붙이는 힘만큼은 자비가 없었다. 난잡하게 아래를 헤집던 그는 내가 유독 커다란 반응을 보일 때면 눈치 빠르게 그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흐응, 아으, 거기, 응…… 흣…….”

미치도록 좋았다. 앞으로 그 없는 히트 사이클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아, 너무…… 흣, 좋아…….”

발가락을 오므라뜨리며 허리를 들썩였다. 그가 조금 더 깊이 들어왔으면 해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그에게 몸을 밀착했다. 다리를 내려 주고 상체를 숙인 그가 내 얼굴 옆에 손을 짚었다.

“오늘 왜 이렇게 급해.”

급한 건, 당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러트도 안 왔을 사람이 눈이 다 풀려 있지 않은가.

“흣, 으응…….”

“하…… 진짜.”

쪽, 쪽, 얼굴이 연신 입맞춤이 내려앉았다. 쾌감을 이기지 못해 흐른 눈물은 권이도가 냉큼 받아마셨다. 온 얼굴에 한가득 키스를 퍼부은 그는 뒤이어 목으로 내려가 여린 살을 입술로 부드럽게 빨아들였다.

“아으, 흣, 흐응.”

아마 이 행위가 끝나면 온 살결에 그의 흔적이 가득 찰 터였다. 이제는 목을 가리는 옷도 입기 힘든데, 병에 걸린 사람처럼 죄다 울긋불긋해질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게 상관없을 만큼 지금 당장 그에게 속해 있는 기분에 마냥 들뜨기만 한다.

그는 나를 꽉 끌어안은 채 연신 허리를 움직였다. 꺼덕거리며 흔들리던 성기가 권이도의 배에 문질러졌다. 흥건한 정액이 그의 옷에도 묻어나서 정장이 죄 엉망이 되고 말았다.

“흣, 옷이…….”

“옷 걱정할 여유도 있고.”

권이도는 느른하게 눈을 깜박이며 상체를 일으켰다. 뭘 하려나 싶었더니, 귀찮다는 듯이 옷가지를 벗기 시작했다. 여전히 내게 깊숙이 삽입한 채로, 넥타이부터 와이셔츠까지 찢듯이 벗어 냈다.

후두둑, 떨어진 단추가 침대 위로 나뒹굴었다. 벌써 몇 개째 셔츠를 해 먹는 건지. 이러다 그가 가진 옷들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다. 아니, 가지고 있는 셔츠를 다 망가뜨리려면 앞으로 몇 달간 매일 섹스만 해야 하려나.

“세진아.”

집중하라는 듯,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무심코 마주친 시선은 나처럼 흥분에 잠식돼 있었다. 풀풀 풍기는 페로몬은 이제 내 온몸을 물들일 것처럼 한가득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집중해야지.”

“……아흣!”

덜컥, 그가 허리를 튕겼다. 동시에 뱃가죽이 볼록 튀어나왔다. 손바닥으로 내 아랫배를 덮은 그가 배를 꾹 누른 채로 다시 한번 허리를 움직였다.

“아, 아흐……!”

가뜩이나 좁은 배 속이 더욱더 버거워졌다. 핏줄 하나하나가 그려질 만큼 그의 성기가 생생히 느껴졌다. 차오르는 희열은 배가 되었지만, 좋은 만큼 훨씬 고문당하는 기분이기도 했다.

“흐으, 흣……. 안 돼…….”

그는 내가 엄살을 부리는 건지, 아니면 정말 아파하는 건지 기가 막히게 알아냈다. 투정을 부리듯 고개를 저어 봤자, 속도를 늦춰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깊숙이 들어왔다가 반쯤 빠져나간 성기가 배꼽 아래쪽을 길게 긁으며 들어왔다.

“아흐……!”

쾌감이 팡 하고 터지는 듯했다. 벌써 몇 번째 사정인지,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물처럼 묽은 정액을 흘리는 나를 보고, 권이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이따 깨물어 봐도 됩니까?”

“흣, 될 리가, 으응, 없잖아요…….”

인상을 찌푸린 채 권이도의 어깨를 밀어 냈다. 어차피 이 자세에선 입에 넣지도 못하겠지만, 괜히 위기감이 든 탓이다. 흥건히 젖은 성기가 대체 뭐 그리 맛있게 생겼다고. 아쉬워하는 눈빛에 어이가 없었다.

“그런 말 말고…… 흣, 빨리…….”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박기나 해라?”

괜히 불만스레 되물어 놓고, 그는 내가 요구하는 대로 착실히 움직였다. 가늘게 웃음을 흘리는 걸 보면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내 위에 바짝 엎어진 그가 서서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아, 아……, 흐응!”

“……후.”

“하으, 응, 좋아…….”

그가 움직일 때마다 질척질척 야한 소리가 들렸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들어맞은 내벽이 그에게 맞춰 조였다가 풀어지길 반복했다. 귀두만 남기고 허리를 뒤로 물린 그는, 다시금 매끄럽게 안으로 푹 파고들었다.

“흐으응…….”

속궁합이 잘 맞는다고. 새삼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됐다. 비교할 상대는 한 명도 없었지만 권이도가 아니라 다른 상대였다면 이러지 못했을 거다. 그가 원체 노련한 사람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좋을 수 있는 건 타고났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하아, 흣, 아, 아……!”

푹! 밀려든 성기가 강렬한 쾌감을 안겨 줬다. 내 목에 얼굴을 묻은 권이도가 푹푹 허리를 움직였다. 가뜩이나 커다랗던 성기가 조금 더 부푼다고 생각한 순간, 그가 으스러뜨릴 것처럼 나를 꼭 끌어안았다.

“……흐.”

숨이 탁 터져 나왔다. 등허리를 따라 올라온 환락이 파도처럼 거센 오르가슴이 되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노팅하는 줄 알았다. 그가 움찔거리는 게 생생히 느껴졌으니까. 그러나 그는 까드득 이를 악물며 내 안에 길게 사정했다.

“하아…….”

극우성 알파이기 때문에 그는 한 번 사정하는 정액조차 나와는 달리 양이 많았다. 지나가듯, 정세진 씨 배가 터질 것 같다고 한 게 빈말은 아니었나 보다. 지금은 딱 한 번뿐임에도, 이토록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정말…… 임신시킬 생각 없는 거 맞아요?”

나는 숨을 몰아쉬며 느릿느릿 권이도에게 물었다. 그때까지도 사정의 여운을 즐기던 권이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어깻죽지에 뺨을 대고 있는 모양새가, 그답지 않게 귀엽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노팅 없이도 애가 생길 것 같은데…….”

중얼거리듯 한 말에 그는 비스듬히 입꼬리를 올릴 뿐이었다. 쇄골 언저리를 살짝 깨문 그가 아직 삽입되어 있는 상태로 은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한 번 해볼까요.”

“흣, 뭐를…….”

“노팅 없이, 애가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

푹, 내벽이 거칠게 꿰뚫렸다. 어느 포인트에서 다시 흥분했는지 그에게선 열기로 가득한 페로몬이 한가득 느껴졌다. 물론, 내 페로몬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임신할 때까지 하면 되겠네.”

“그게 말이…… 하읏!”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었는데 그게 권이도에게 불을 지폈던 모양이다. 하늘이 반으로 갈라져도, 노팅 없이 임신이 될 리가 없건만. 게다가 나는 가뜩이나 그 가능성이 작은 남자 오메가인데.

“뭐든 직접 해보기 전엔 모르죠.”

“하아…… 천천히, 흣, 으응……!”

이미 가득 차 있던 정액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꿀렁이는 기분이었다. 처음 삽입할 때보다 부드러웠지만, 그렇기에 자극은 더 강했다. 벌써 몇 번이나 절정에 내달린 나를, 권이도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흣, 권이도 씨, 제발…….”

그만하라는 말은 아니었다. 그냥, 두려울 정도로 차오른 열락에 위기감이 들었을 뿐. 이러다 뇌가 잘못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어쩌지, 나는 정세진 씨가 애원하는 게 그냥 듣기 좋은데…….”

“……하으, 흣, 으…….”

“더 해볼래요?”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변태 같은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해놓고, 정작 권이도는 다정하게 내 뺨에 입을 맞췄다. 신음을 참지 못해 혀를 깨물려는 찰나엔, 억지로 내 양 뺨을 누르기도 했다.

“……흐읍.”

빈틈없이 맞닿은 입술 사이로 말캉한 혀가 들어왔다. 조금 강압적인 손길이었으나, 결국 이어진 입맞춤만큼은 상냥하기 그지없었다. 집요하게 내 입 안을 탐닉한 권이도가 숨과 함께 페로몬을 후 불어 넣었다.

“…….”

긴장했던 근육들이 느슨하게 풀렸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부분까지 아무런 저항 없이 축 늘어졌다. 그의 페로몬이 주는 안식은 거의 마약이나 다름없어서, 복잡한 생각 따위는 깨끗이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나는 권이도를 꼭 끌어안은 채 열심히 타액을 받아마셨다. 뜨거운 혀를 쪽쪽 빨아들이며 조금이라도 더 그를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권이도는 내가 마음껏 자신을 음미할 수 있도록 고개까지 틀어가며 집요한 입맞춤을 이어 갔다.

“으응…….”

그의 손이 내 가슴 위로 올라왔다. 두근거리는 박동을 느끼려는 것처럼, 한동안 그 가운데에 그대로 머물렀다. 아까보다 여유로워진 허리 짓은 이제는 마구잡이로 나를 한계까지 내몰지는 않았다.

“하아…….”

떨어진 입술로 가늘게 실타래가 늘어졌다. 권이도는 다시 입을 맞춰 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가슴 위에 올라왔던 손은 그 옆으로 옮겨 가 꼿꼿이 선 유두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흣.”

평소엔 있는 줄도 모르는 부위가, 이럴 때면 유독 예민했다. 엄지와 검지로 꼬집듯 문지르는 것도, 손톱을 세워 살짝 긁어내는 것도 모두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그러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기기까지 하면 나도 모르게 허리가 들썩거렸다.

“잘하면…… 여기로만 갈 수도 있겠는데.”

권이도는 학구열에 불타는 아이처럼 제법 순진하게 이야기했다. 넣은 채로 가슴만 만지면 어떻겠냐고, 믿을 수 없는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당황한 내가 눈을 부릅뜨자, 그가 더없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볼 필요 없어요. 지금은 나도 급하니까.”

“…….”

그럼, 다음에 급하지 않으면 하겠다는 말일까.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침대에선 왜 이렇게 천박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취향 진짜…… 흐읏…….”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다시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짧은 휴식이 마지막 자비였을까. 이번엔 꽤 마구잡이로 푹푹 성기를 밀어 넣는다. 견디기 힘든 쾌감에 그에게 손톱을 세우려다가, 혹여나 등을 다치게 할까 싶어 손을 떼어 내려던 때였다.

“상처 내.”

그가 너그럽게 허락의 말을 내뱉었다. 귓가에 살짝 입을 맞추고 달큼하게 속삭이기도 했다.

“긁고 싶은 만큼 긁어도 돼.”

그 말이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손끝을 세웠다. 제법 아프다시피 살갗을 긁었지만, 권이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자세를 한껏 낮춘 채 배 속을 거칠게 쳐올렸을 뿐.

“아, 흑!”

정신없는 쾌감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나는 그에게 매달린 채 힘없이 흔들렸다. 종국에는 이 벅차는 감정을 막을 길이 없어서, 생전 해본 적 없는 욕지거리까지 뱉을 뻔했다.

짐승 같은 행위였다. 그는 내 몸을 죄 깨물고 빨아 대며 흔적을 남기기 바빴다. 정말 임신이라도 시키려는 것처럼, 성기를 빼내지 않고 몇 번이고 안쪽 깊숙한 곳에 사정했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가 온전히 지날 때까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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