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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억의 끝에 (38)화 (38/131)

38화. Quelques Fleurs(10)

“그걸 왜…… 흣…….”

깊이 들어왔던 손가락이 쑥 빠져나갔다. 그걸 대체 왜 삼키냐고 항의하려던 찰나였다. 순식간에 텅 비어 버린 내벽이 아쉬운 것처럼 한껏 조여들었다.

“가끔 맛있을 것 같거든요.”

“…….”

“정세진 씨 물건이 워낙 예쁘게 생겨서.”

예쁘다고 표현할 만한 부위가 아니었다. 색이 좀 연할 뿐,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도 않을 것이다. 숨을 헐떡이며 그를 바라보자, 그가 내 허벅지 안쪽에 짙게 키스 마크를 남겼다.

더럽히고 싶다더니, 그게 이런 의미였을까. 내 몸이 도화지도 아니고, 뭘 저렇게 울긋불긋하게 칠해 놨나 싶다. 흉터 하나 없던 몸이 이제는 온통 지저분해졌다.

“……누가 보면 전염병 걸린 줄 알겠어요.”

“나 말고 여길 누가 본다고.”

연달아 다리를 깨물던 권이도가 별걱정을 다 한다는 듯 픽 웃음을 흘렸다. 허벅지는 둘째치고, 상반신은 옷을 입으면 교묘하게 가려지는 위치였다. 느슨하게 파인 니트를 입어야 쇄골 근처가 좀 보이는 정도.

“넣을 거니까 힘 풀어요.”

그는 내 다리를 팔꿈치에 걸치고 한 손으로는 제 성기를 붙잡아 회음부에 길게 문질렀다. 고환 아래를 꾹 눌렀다가 흐물흐물하게 풀린 구멍까지 천천히 옮겨 간다. 귀두 끄트머리를 입구에 맞춘 그가 느리게 안으로 전진했다.

“……아흑.”

밑이 억지로 벌어지는 감각엔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히트 사이클이 왔을 때도 버거웠으니, 맨정신인 지금은 얼마나 아득하겠는가.

“아…… 잠깐, 잠깐만…….”

그래서 간절히 그의 팔뚝을 붙잡았다. 늘 서늘하던 피부가 지금은 뜨뜻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단단한 살갗을 콱 움켜쥐자 그가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까딱했다.

“정세진 씨.”

흐리멍덩한 시야로 그를 바라봤다. 정염에 뒤덮인 두 눈은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게 신기할 정도로 본능으로만 가득했다.

“심호흡해요. 최대한 길게.”

“…….”

“후우, 하고.”

끙끙 앓다 말고 그를 따라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천천히 숨을 내뱉자마자 그가 한 번 더 하라는 듯 가볍게 눈짓한다. 이러면 좀 덜 아픈가. 그런 생각으로 다시 한번 후우, 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

푹, 미끄러지듯 굵직한 성기가 단숨에 삽입됐다. 잠깐 방심하고 있던 터라 아래쪽에 힘을 줄 새도 없었다. 망설임 없이 뿌리 끝까지 밀어 넣은 그는 나직이 신음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큿.”

내벽이 한껏 조여들었다. 갑작스러운 침입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물밀듯 밀려든 압박감은 눈앞이 새카맣게 점멸하기에 충분했다. 그 또한 빠듯한 내벽이 버거웠는지 크게 숨을 몰아쉬며 내 쪽으로 상체를 숙였다.

“……흐읍.”

부드럽게 내려앉은 입술에선 달뜬 숨결과 페로몬이 넘어왔다. 나를 편하게 해주려는 듯 그는 한참이나 혀와 호흡을 섞었다. 딱딱하게 굳었던 근육이 서서히 이완되고, 마비된 것 같던 아래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흐, 아파…….”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아팠다. 정확히는 무섭고 버거웠다. 몸이 잘못되는 기분이었는데, 어리광처럼 내뱉은 말에 그는 상냥한 목소리로 나를 달랬다.

“응, 괜찮아.”

가벼운 입맞춤이 두어 번 입술에 내려앉았다. 부드럽게 뺨으로 향했다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입술로 닦아 주기도 한다. 이윽고 상체를 바로 세운 그가, 칭찬하듯 내 아랫배를 다독였다.

“잘했어요.”

“……흐으.”

쪼그라들었던 폐가 서서히 펴지는 듯했다. 나는 그의 팔뚝을 꼭 붙든 채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겨우겨우 숨을 헐떡이는데, 그가 손바닥을 허벅지로 미끄러뜨렸다.

“섹스를 좀 자주 해야겠죠.”

“……아흣!”

덜컹, 몸이 흔들렸다. 억지로 아래를 끼워 맞춘 그가 가볍게 허리를 튕긴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린가 싶어 눈을 깜박이는데, 권이도가 다시 한번 허리를 가볍게 들썩였다.

“기껏 길을 텄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곤란하잖아요.”

“흣, 아, 그만…… 아으…….”

꾸욱, 꾸욱, 안쪽이 억지로 벌어졌다. 이미 가득 찬 배 속을 그는 여유롭게 헤집기까지 했다. 하, 웃음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낸 그가 내가 느끼는 부분을 지그시 짓눌렀다.

“흐으응…….”

찌릿찌릿한 쾌감이 척추를 따라 올라왔다. 온몸이 파르르 떨리고 머릿속에 스파크가 튀는 기분이었다. 감전된 것처럼 몸을 움찔거리는 내게, 그는 자비 없이 다시 한번 허리를 쳐올렸다.

“하읏!”

푹, 삽입된 성기가 같은 부분을 자극했다. 언제 아팠냐는 듯, 남은 건 오로지 성감뿐이었다. 미칠 것 같은 기분에 손에 힘을 주자 그가 내 팔을 제 목에 둘러 줬다.

“아…… 흐응, 흣…….”

지난번과는 달리 느린 시작이었다. 권이도는 적응할 시간을 주려는 듯 반쯤 빼내었다가 같은 곳을 자극하길 반복했다. 여유롭고 느긋한 행위였으나 그의 페로몬에 범벅된 나로서는 그렇지 못했다.

“거기, 흣…… 조금만 빨리…….”

그래서 안달이 났다. 이미 파도처럼 밀려드는 쾌감을 아는 몸이다. 첫 삽입은 버거웠을지언정 지금은 그에게 꼭 맞춘 것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다리를 탄탄한 허리에 감고 칭얼거리듯 하반신을 비비적거릴 정도로.

“빨리, 흐응, 더…….”

“보채지 마, 여기 아직 덜 풀렸어.”

권이도는 그런 나를 내리누르며 여전히 더딘 움직임을 반복했다. 최대한 길을 내려는 것처럼 깊이 삽입한 채 허리를 둥글게 돌리기도 했다. 단번에 끝까지 밀어 넣은 건 본인이면서, 이제 와 다칠 걸 걱정하는 모양이다.

“아응, 흐, 거기…….”

“……여기? 응?”

쿡, 내벽을 건드린 그가 허리를 뒤로 물렸다. 그러더니 내리찧듯 성기를 깊숙이 삽입한다. 배꼽 아래를 길게 긁어내리는 감각에 그의 등 뒤에서 발목이 교차했다.

“아, 아……!”

또 사정감이 들었다. 그는 한 번도 안 했는데, 나 혼자 세 번이나 절정에 다다르게 생긴 것이다. 그를 꼭 끌어안은 채 어깨에 이마를 문지르자, 권이도가 내 머리칼에 뺨을 비비적거렸다.

“……아흣!”

묽은 정액이 배 언저리에 터져 나왔다. 사정을 하는 동안에도 민감해진 성기가 그의 몸에 문질러졌다. 그는 나직이 신음을 흘리곤 잠깐 조여드는 내벽을 즐기는 듯했다.

“……하아.”

포식자와도 같은 숨소리였다. 그는 내가 싸지른 정액을 손으로 훔쳐 내곤 한쪽 다리를 붙잡아 몸을 옆으로 돌리게 했다. 하릴없이 삽입 각도가 달라진 탓에 굵은 성기가 이번엔 다른 곳을 자극했다.

“아, 으으…….”

등허리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무릎을 세우고 상체를 바로 한 권이도가 조금 더 편하게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아까와 달리, 이번엔 그에게 안길 수 없는 자세였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베개에 뺨을 문지르며 이불깃을 움켜쥐는 것밖에 없었다.

“아응, 흐, 천천히…… 흣…….”

찌걱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비 오듯 쏟아진 페로몬은 이제 열기인지 페로몬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았다. 숨을 쉴 때마다 권이도가 밀려들어서, 그에게 흠뻑 젖어 버린 기분이었다.

퍽, 퍽, 그가 안쪽을 쳐올릴 때마다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기운이 쭉 빠져 버린 와중에도 열락에 취한 몸은 접합부를 조였다가 풀길 반복했다. 마치 예전부터 쭉 이어져 온 행위인 것처럼 적응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배가, 흐, 배가 이상한데…….”

“어디가 이상해, 세진아.”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커다란 손으로 아랫배를 덮었다. 여전히 한쪽 다리는 높이 들어 올린 채 단단히 고정한 상태였다. 깊숙이 뿌리 끝까지 삽입한 그가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를 꾸욱 눌러 왔다.

“여기?”

“잠, 아, 안 돼, 싫, 흐읏……!”

간절히 고개를 저었다. 몸을 뒤집으려고도 해봤지만, 그는 붙잡은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저 삽입할 때마다 배를 꾹꾹 누르며 터질 것처럼 아래를 자극했을 뿐.

“제발, 흑, 잠깐만, 아, 아흣!”

푹, 푹, 안쪽을 꿰뚫는 감각이 너무도 선명했다. 지나치게 차오르는 희열에 다리를 허우적거리자, 그가 자세를 고치려는 것처럼 성기를 빼내었다. 잠깐 쉴 시간을 줄 줄 알았는데, 그는 나를 침대에 엎드리게 한 후 내 양 손목을 머리맡에 고정했다.

그리고 뒤에서 나를 덮친 채로 다시 깊숙이 성기를 밀어 넣었다.

“……하으응!”

찌르르, 묵직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양손이 고정된 탓에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도망칠 곳이라도 있으면 몰랐으련만, 납작 엎드린 몸을 옴짝달싹하기도 쉽지 않았다.

“흐, 아, 권이도, 흑…… 권이도 씨…….”

“……흣, 얘기해. 세진아.”

“흐으으, 미칠 것, 같…… 흐읏…….”

무게를 실은 삽입만큼 자극이 극심한 것도 없다. 푹, 푹, 밀려 들어온 성기는 건드리는 족족 성감대나 다름없었다. 그는 어깻죽지에 이를 박아 넣은 채로 빠듯하게 벌어진 안쪽을 연신 쳐올렸다.

“아, 아응, 흐으!”

다리를 버둥거렸지만, 그는 제 다리로 손쉽게 나를 제압했다. 발목으로 종아리를 누르며 느슨하게 페로몬을 풀어 낸 것이다. 체격이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탓일까. 잠깐 시도했던 저항은 금세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아, 미치겠, 는데, 후으…….”

좋은데, 좋은 만큼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머리에 이상이 생긴 것처럼 뇌가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몽롱한 눈앞엔 뵈는 게 없었고, 그가 날개뼈를 깨무는 감각조차 쾌감으로 느꼈다.

“……흐, 으.”

“하, 씨발…….”

그는 으스러뜨릴 것처럼 나를 꽉 붙잡은 채 속도를 올렸다. 그가 내뱉는 욕지거리에 놀랄 틈도 없었다. 퍽, 퍽, 거칠게 이어지는 삽입 끝에 나는 또 한 번 이불에 묽은 정액을 질질 흘려야만 했다.

“하으…….”

동시에, 움찔거리는 내벽에 뜨거운 액체가 뿌려졌다. 아래를 바짝 밀착한 권이도가 내 안에 파정한 것이다. 내벽을 꽉 들어찬 성기가 꿈틀거리며 길고 진한 사정을 이어 갔다.

우성 알파답게, 그는 배가 부를 만큼 많은 정액을 쏟아 냈다. 만약 노팅했더라면 이 한 번으로 권이도의 애를 배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벽이 움찔움찔 그에게 들러붙고, 온몸 가득 만족감이 퍼져 나갔다.

“…….”

“…….”

등 뒤에서 쿵쿵 심장 박동이 전해졌다. 하아, 숨을 몰아쉬는 동안 권이도는 보이지 않는 부위에 연신 입을 맞춰 왔다. 아마 앞과 마찬가지로 뒤 역시 그가 남긴 흔적으로 가득할 것이다.

“물먹은 솜처럼 됐네요.”

그는 축 늘어진 나를 보며 가느다란 웃음을 흘렸다. 여전히 결합 된 아래는 떨어뜨리지 않은 채였다. 내가 흘린 애액과 권이도가 사출한 정액, 그 두 가지로 젖은 안쪽은 권이도가 조금 움직일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를 냈다.

“힘들어요?”

“……하아.”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대답을 들을 생각도 아니었는지 그는 내 목덜미에 쪽, 입을 맞추고 사근사근 질문했다.

“예의상…… 의견을 묻죠.”

“……의견이요?”

의견이라니. 겨우 고개를 젖혀 권이도를 바라봤다. 그는 은근하게 허리를 돌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몽롱하게 풀린 두 눈이 여전히 흥분감이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 줬다.

“어떤 자세가 편하겠어요?”

“……자세라면 어떤, 으응.”

“나는 아직 한 번밖에 안 쌌는데…….”

“아…… 흣, 잠시만…….”

“지친 건, 정세진 씨니까.”

“……흐.”

“정세진 씨가…… 후, 편한 자세로 해야죠.”

말을 이으면서도 그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까처럼 격한 행위는 아니었고, 뭉근히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정도였다. 더 이상 배출될 정액도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만하라고 말리고 싶지도 않다.

“저는 그냥…….”

느리게 운을 떼고 잠깐 뒷말을 망설였다. 내가 내 손으로 무덤을 파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힘이 드니, 이쯤 그를 말리는 게 좋을 텐데. 아득히 멀어지는 환락은 그 무엇보다 중독성 넘치는 것이었다.

“……그냥?”

그는 대답을 재촉하며 내벽을 슬슬 문질렀다. 일부러 자극이 강한 부위는 미묘하게 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것이 지나치게 커다란 탓에 꾹꾹 눌리긴 했지만.

“그냥…….”

“…….”

“권이도 씨가…… 하아, 편한 대로…….”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깊숙이 성기를 밀어 넣었다. 푹, 들어온 성기가 경련하는 내벽을 거세게 자극했다. 그의 말대로 물먹은 솜처럼 늘어진 나는 허리를 간헐적으로 떨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아…….”

성감이 차오르는 건 금방이었다. 권이도는 딱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며 내 몸을 여기저기 건드렸다. 손을 앞으로 넣어 가슴을 꼬집거나, 배꼽 아래 발기가 풀린 성기를 조몰락거린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물론, 나를 달뜨게 하는 데엔 화사하게 퍼진 페로몬 역시 한몫했다. 비를 맞은 나무가 꽃을 피운 것처럼, 그가 흥분할수록 달큼한 향내가 자욱이 스며들었다. 히트 사이클이 오지 않았음에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욕이 차오를 정도였다.

“후으…… 읏…… 거기, 아으…….”

“또 입 안 다치려고.”

자꾸만 혀를 깨무는 나를 보고 권이도가 입술 틈새에 억지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내가 언제 또 입 안을 다쳤더라. 그런 생각 역시 잠시였다.

그는 내 상체를 일으켜 세우곤 뒤에서 나를 꼭 끌어안았다. 이미 지쳐 버린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너른 품에 단단히 고정해 놓았다. 스르륵 배를 타고 내려간 손길이 축 늘어진 성기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흣…… 그거, 싫, 아읏…….”

“여기 만지는 거 싫어?”

고개를 끄덕였지만, 권이도는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조물조물 손장난을 치며 조금 더 속도를 높여 허리를 움직였을 뿐. 다른 손은 여전히 내 입 안에 들어와 있었기에 턱 언저리로 타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으응…….”

기다란 손가락이 내 혓바닥을 잡아 빼내었다. 내가 숨을 헐떡이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권이도가 내 턱을 잡아 고개를 뒤로 돌리게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난잡한 키스였다. 타액은 줄줄 새고 혀가 섞이는 소리마저 적나라했다. 내 허리를 꼭 끌어안은 그는 넣어도 넣어도 부족하다는 듯 제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것만 같았다.

“……숨 쉬는 연습을 다시 해야겠네.”

입술을 떼어 낸 그가 흘러내린 타액을 혀로 핥아 줬다. 헐떡거리며 지쳐 있는 나를 보고 장난스럽게 뺨을 깨물기도 했다. 그 표정이 정말 귀여운 것을 보는 듯해서, 자꾸만 기분이 미묘하게 간질거렸다.

그는 이후에도 오랜 시간 나를 붙잡고 있었다. 지난번처럼 사과를 건네진 않았지만, 무언가 갈망하는 느낌인 건 분명했다. 이따금 억눌린 신음을 토해 내던 권이도는 끝내 두 번째 사정을 할 땐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 왔다.

“……세진아.”

귓가에 속삭이는 음성이 지나치게 익숙했다. 마치 이 부름을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 본 것처럼. 얼핏 기억 하나가 스친 것 같았지만, 그 역시 짧은 찰나에 불과했다.

그날, 그는 총 세 번 사정했고, 날이 밝을 즈음에야 나를 놓아줬다. 몸이 잔뜩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기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나를 온전히 감싸는 체온이 마음에 들어서, 종국에는 내가 더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나는 권이도에게 꽤 많이 의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권이정과의 기억을 털어 버릴 수 있던 것도, 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권이도가 아니었다면, 그 기억은 또 다른 악몽이 되어 매일 밤 나를 괴롭혔겠지.

창립 기념식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제는 권이도와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시간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평화로운 마무리였다.

물론 그 당시의 나는 그가 권이정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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