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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억의 끝에 (37)화 (37/131)

37화. Quelques Fleurs(9)

“붙어 있던 사람들이라니…….”

간질거리는 태도와 달리 딱딱한 목소리였다. 그 안에 담긴 뉘앙스가 도무지 불만 외의 것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어깨를 움츠리며 되물은 말에 그는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태진건설 둘째라든가.”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수다스럽기 그지없던 한 남자가.

“……그렇게 가까이 있지 않았습니다.”

향수 냄새를 맡을 만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애초에 잠깐 대화를 나눴을 뿐, 그 또한 내게 별다른 관심은 없었을 터였다.

“하긴, 그래도 그 사람은 양반이었죠.”

권이도는 순순히 내 말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넓게 목 언저리를 입술로 야금야금 깨물었다. 비비적거리며 쇄골까지 내려간 그가 도드라진 뼈 부근을 아프게 깨물었다.

“아!”

따끔한 감각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권이도는 전혀 개의치 않고 깨문 부위를 빨아 댔다. 빨간 자국이 남을 만큼 못살게 굴더니, 목덜미를 받쳤던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 안는다.

“다른 사람들은 굳이 여기저기 만져 대면서 여우짓을 하던데.”

“……흣.”

“마음 같아선 정세진 씨가 받은 명함을 다 찢어 버리고 싶더군요.”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옭아맨 그가 목과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을 콰득 깨물었다. 대놓고 심술을 부리는 행동이었으나, 나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저를 만져 댔다고…….”

기념식 내내 많은 사람과 인사를 나눴음에도 그가 ‘만져 댄다.’라고 표현할 만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권이도는 내 넥타이를 풀어내며 가느다란 실소를 흘렸다.

“눈치가 없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그의 손이 등과 어깨를 매만졌다. 그대로 팔을 타고 내려왔다가 팔꿈치 위쪽을 살짝 움켜쥔다. 커다란 손이 와이셔츠 너머로 또렷이 느껴졌다.

“굳이 팔까지 잡으면서 대화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

그가 무얼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의 말대로 팔을 잡는다거나 어깨를 감싼다거나 하는 의미 없는 접촉. 전자는 주로 나보다 키가 작은 여자들이었고, 후자는 키가 비슷한 남자들이었다.

“그거야…….”

사실, 그들에게서 사심을 느끼지 못했다면 거짓말이었다. 다만 굳이 경계하거나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그랬지. 오늘이 아니면 볼 일 없는 상대에게 뭐 하러 그런 정신력을 쓴단 말인가.

“관심이 없는 거였군요.”

권이도는 내 생각을 정확히 알아채고 딱 잘라 이야기했다. 느른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린 그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뒷말을 더 했다.

“그래서 딱히 뿌리치지도 않고.”

“…….”

딱히 날카로운 어조가 아니었음에도 혼나는 기분이었다.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단 사실에서 오는 놀라움보다 당장 변명할 말이 없다는 당혹스러움이 더 커다랬다. 권이도는 긴장하지 말라는 듯 부드럽게 뺨 언저리에 입을 맞춰 왔다.

“베타들은…… 그래, 못 먹는 감 찔러라도 보는 거라고 치고.”

특이 형질은 보통 특이 형질끼리 맺어진다. 별다른 외압은 없었으나 대개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러했다. 다시 한번 쪽 입을 맞춘 그가 내 귓가를 어루만졌다.

“주제 파악 못 하는 알파들은 좀 경계할 필요가 있겠더군요.”

대답해야 할 타이밍일까.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으니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다. 권이도도 그 사실을 알기에 경고처럼 나직이 내뱉었겠지.

“날 생각하라고 준 향수 위에 다른 향을 묻혀 오면 안 되지.”

“…….”

내게 페로몬이 없는 탓에 도드라졌을 뿐, 그다지 짙은 페로몬도 아니었다. 그저 곁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묻는 엷은 존재감 정도. 애초에 이제는 향수 냄새만 은은하게 남은 상태였다.

“그게 싫으면…….”

나는 느리게 운을 떼며 맞잡은 손을 얼굴로 가져왔다. 그리고 권이도의 손등에 뺨을 문지르며 살짝 두 눈을 들어 시선을 맞췄다.

“이제부터 권이도 씨 향으로 덮으면 되겠네요.”

“…….”

그 말이 불을 붙이는 기폭제였던 모양이다. 그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페로몬을 쏟으며 빈틈없이 입을 맞췄다. 질식할 것처럼 자욱한 페로몬 속에서 그가 내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내리는 게 느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반라가 되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드러난 상체를 손바닥으로 문지른 그가 허벅지로 내 중심부를 꾸욱 눌러 왔다. 발기한 성기를 자극하는 감각에 목울대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읏…….”

“여기, 언제부터 이랬습니까?”

“잠, 흐…….”

꾸욱, 꾸욱, 탄탄한 허벅지가 연신 다리 사이를 자극했다. 별거 아닌 동작이었는데도 뒤이을 행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내가 몸을 파르르 떨자, 그가 바지 버클을 풀고 그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우선 한 번 빼고 느긋하게 할까요.”

“아, 잠깐…… 흐…….”

큼직한 손이 성기를 마구잡이로 주물렀다. 단숨에 속옷 안쪽까지 침입한 탓에 하릴없이 자지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팔뚝을 붙잡은 채 신음을 삼키자 그가 요령껏 손바닥으로 귀두를 자극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내가 가장 느끼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한 손으로 여유롭게 주무를 뿐인데 착실히 쾌감이 쌓이고 있었다. 내가 혼자 자위하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자극적인 손길이었다.

“흡……!”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권이도의 손안에 사정했다. 그의 유려한 손길과 파도치는 페로몬의 결과였다. 여유롭게 내 정액을 모두 받아 낸 그가 힘들이지 않고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겨 내 침대 아래로 던져 버렸다.

저러면, 옷이 다 망가질 텐데. 힘없이 시선을 돌리는 내게 나직한 한마디가 건네졌다.

“벗기려고 사준 옷이에요.”

“…….”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힌 사람이다. 하긴, 이미 와인으로 엉망이 된 옷이긴 했다. 내가 체념하는 사이, 그는 제가 입고 있던 옷가지도 벗어 내리기 시작했다. 재킷 가슴팍에 달린 브로치가 잘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어설프게 반만 벗었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 그는 와이셔츠까지 모두 벗어 침대 아래로 던져 버렸다. 새하얀 셔츠가 사라진 몸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떡 벌어진 어깨 아래 너른 가슴팍. 척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상체엔 올록볼록 자리 잡은 복근도 있다.

“밝히긴.”

“……음.”

민망한 말이었으나 부정할 수는 없었다. 단연코 밝히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드러난 나신을 보는 순간 침이 꼴깍 넘어가고 말았다. 권이도는 애써 시선을 돌리는 나를 보며 흥미로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런 얼굴로 제법 변태 같은 면이 있네요.”

“그런 얼굴이라니…….”

반사적으로 그렇게 되물었다. 제가 더 집요하게 내 몸을 훑은 그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느릿느릿 대답했다.

“정세진 씨, 본인이 좀 더럽히고 싶은 인상이라는 거 압니까?”

더럽히고 싶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미간을 좁히자, 그가 여전히 발기한 성기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처음 보이는 알몸도 아니건만 수치심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이렇게 알몸으로 누워 있으면, 가끔 몹쓸 짓을 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실제로 몹쓸 짓을 하고 계시는데요.”

그의 손이 장난치듯 성기를 만지작거렸다. 조금 전에 사정한 탓에 성감이 잔뜩 예민해져 있었다. 혀를 꾹 깨물며 신음을 참자, 권이도가 놀라운 타이밍으로 경고했다.

“혀 깨물지 말고.”

“…….”

가끔 투시 능력이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속마음을 읽는 능력도 함께.

“……바지는 안 벗으세요?”

괜히 민망한 기분에 말을 돌렸는데, 무심결에 눈을 내렸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새카만 정장 바지 너머로, 두드러진 성기 윤곽이 또렷하게 보였으니까.

주머니에 뭘 넣었나?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었다. 작지 않은 크기라는 걸 알고 있고, 이미 한 번 넣어 본 적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엔 하도 정신이 없어 그의 물건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권이도는 내 시선을 개의치 않고 느릿느릿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벌어진 바지 틈새로 새까만 속옷과 함께 불룩 튀어나온 부피감이 느껴졌다. 배꼽 아래, 은밀한 곳으로 이어지는 아랫배엔 도드라진 핏줄 따위가 있었다.

“빨아 볼래요?”

그는 아무런 부끄럼 없이 내 무릎을 매만지며 물었다. 내가 흠칫 놀라 시선을 들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기도 했다.

“맛있겠다는 듯이 보길래.”

“……빠는 거 말고.”

“말고?”

“만지는 정도라면…….”

내 대답이 의외였는지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웃는 것처럼 휘어진 두 눈이 음습하게 가라앉았다.

“그럼 만져요.”

“…….”

“어차피 정세진 씨가 넣을 건데.”

홀린 듯 상체를 일으켰다. 그는 내가 손을 뻗는 순간에도 가만히 내가 하는 양을 지켜봤다. 손끝으로 다리 사이에 있는 둔덕을 쓸어내리자 아랫배에 바짝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심조심 권이도의 속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뜨겁고 굵은 살덩이가 손바닥에 닿았다. 내 것조차 잘 만지지 않으니, 타인의 것을 만지는 행위가 지나치게 긴장이 됐다. 살살 기다란 기둥을 손에 쥐자 그가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입을 맞췄다.

“더 세게 쥐어야지.”

그가 속삭이는 말대로 성기를 쥔 손에 힘을 줬다. 맥박이 뛰는 것처럼 울퉁불퉁한 핏줄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위에서 아래로 찬찬히 쓸어내리자, 꺼덕거리는 모양새가 참으로 위협적이었다.

히트 사이클로 정신이 없을 때와 맨정신일 때는 확연히 다르다. 눈으로 보는 것과 손으로 만져 보는 것도 확연히 달랐고. 왜, 주사 맞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 괜히 더 아픈 기분이 드는 것처럼.

“이거…… 못 넣을 것 같은데요.”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하자 권이도가 픽 웃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어이없다는 듯 차분히 반박한다.

“지난번에 정세진 씨가 넣은 건 이게 아닌가 보죠.”

침이 꿀꺽 넘어갔다. 긴장감인지, 아니면 기대감인지는 모르겠다.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뛰어서 호흡에 열기가 섞일 정도였다. 아마 히트 사이클이었다면 내 페로몬을 주체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나는 양손으로 그의 성기를 빠듯이 감싸 쥐었다. 굵은 만큼 길이도 길어서, 그렇게 잡았는데도 남는 부분이 있었다. 심지어 다 선 게 아니었는지 몇 번 손을 움직이자 조금 더 부풀어 오른 듯했다.

키가 크고 손도 크니 여기까지 큰 모양이다. 내게 아무리 비교 대상이 없다고 한들, 그의 것이 한참이나 커다랗단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조금 신기한 기분으로 그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그는 내 귓바퀴를 지그시 깨물어 왔다.

“……재밌습니까?”

부정할 말이 없었다. 사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심정이긴 했다. 그가 내 성기를 가지고 손장난을 치던 게 이해될 정도로.

“좀…… 신기하긴 하네요.”

“정세진 씨한테도 똑같은 게 있을 텐데요.”

“크기가 이만하지 않아서요.”

뒷말은 장난이었는데 그는 퍽 진지하게 내 아랫도리를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감상평이라도 하듯 눈을 가늘게 떴다.

“모양은 그쪽이 더 예쁜데.”

“…….”

“가끔 아까울 정도예요. 정세진 씨가 오메가라 이런 걸 달고도 쓸 일이 없다는 게.”

“…….”

“제법…… 사치스러운 사이즈거든요.”

먼저 장난을 건 사람은 나인데, 왜 항상 부끄러운 것도 내가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가만히 입을 다물자, 그가 가느다란 웃음을 흘리며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시 나를 침대에 눕혔다.

“만지는 건 나중에 더 해요. 지금은 나도 급하니까.”

바지와 속옷을 벗은 그가 나를 덮치듯 위에서 내리눌렀다. 맨 살결이 스치는 감각은 등줄기가 오싹할 만큼 기분 좋았다. 턱 언저리에 입술을 문지른 그가 곧장 가슴께로 위치를 옮겨 갔다.

“으응…….”

뜨뜻한 혀가 톡 튀어나온 유두를 짓눌렀다. 반대쪽은 길쭉한 손가락이 꼬집듯 장난을 치고 있었다. 간지러운 감각을 참지 못해 이불깃을 움켜쥐자, 그가 조금 더 세게 가슴께를 빨아들였다.

“……흐.”

분명 평소엔 있는 줄도 몰랐던 부위였다. 그런데 그가 몇 번이나 만졌다고 이렇게까지 몸이 근질거리는지 모르겠다. 그는 집요하다 싶을 만큼 돌기를 깨물다가 따끔한 감각이 들 즈음에는 혀를 세워 괴롭히던 부분을 문질렀다.

“거기, 그만……. 흐응…….”

한 번에 터지는 쾌감은 아니었지만, 미칠 것 같은 건 이쪽도 매한가지였다. 바르작거리며 몸을 뒤트는 나를, 그는 별반 어렵지 않게 제압했다. 내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음에도 소용없었다.

“아, 흐으……!”

쪽쪽거리는 소리가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그 부근에 얼룩덜룩 자국이 남았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또 병에 걸린 사람처럼 반점을 매단 채 며칠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권이도는 양껏 가슴을 희롱한 뒤에야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가슴 위편을 잘근잘근 깨물고 쇄골과 어깨 부근까지 빈틈없이 빨아들였다. 그러다 팔 안쪽에 다다라서는 여린 살을 콱 깨물어 잇자국까지 남겨 놨다.

“하아…….”

이러다 잡아먹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집요한 행위였다. 권이도는 내 모든 부분을 맛보려 들었고, 실제로 망설일 것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 온통 권이도의 흔적으로 가득 차서, 이제는 향수 냄새가 아닌 그의 페로몬에 범벅될 정도였다.

“그만 빨고…….”

나는 허리를 들썩여 그에게 하반신을 문질렀다. 머릿속이 몽롱해서 본능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바짝 발기한 성기가 서로 문질러지자, 그 또한 눈가를 찌푸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빨리 넣어 달라고?”

가라앉은 목소리는 진작 흥분에 뒤덮인 상태였다.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춘 그가 아랫입술을 쪽 빨고 멀어졌다. 그러고는 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양 무릎을 어깨에 걸쳤다.

하반신이 쑥 들어 올려졌다. 무얼 하는 건가 싶어 눈을 깜박이는 찰나였다. 허벅지에서부터 입술을 미끄러뜨린 그가 바짝 발기한 성기의 뿌리 부근을 가볍게 깨문 것이다.

“잠깐, 권이도 씨……! 흡.”

다급히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 내 성기를 한입에 물었기 때문이다. 뜨겁고 축축한 입 안에서 그의 혀가 귀두를 문지르는 게 느껴졌다.

그걸로 모자라, 그는 한 손을 내 엉덩이 사이로 가져왔다. 이미 흠뻑 젖어 버린 입구에 손가락을 밀어 넣은 그가 내벽을 덧그리며 안쪽을 헤집었다. 헤매는 기색 없이 정확히 한 지점을 자극했을 땐, 허리가 튀어 오를 만큼 강렬한 쾌감을 느껴야만 했다.

“아……!”

발가락이 꽉 오므라들었다. 그는 입 안쪽 깊은 곳까지 성기를 삼키고는 목구멍을 조이며 혀로 기둥을 옭아맸다. 아래를 꿰뚫은 손가락은 벌써 한 개에서 두 개로 늘어난 다음이었다.

“아, 안 돼…….”

허우적거리던 손으로 권이도의 머리를 붙잡았다. 하반신이 들어 올려진 탓에 그가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나, 음모를 건드리는 콧대 따위가 심장이 터질 것처럼 외설스러웠다.

“그, 그만…… 흐으.”

정신없이 다리를 오므렸다. 그는 고개를 움직이며 내 사정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뒤를 푸는 손가락을 멈추지 않았기에, 앞뒤로 오는 자극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입에서 나는 건지, 아니면 뒤에서 나는 건지 헷갈렸다. 어디까지 넣나 싶을 만큼 깊이 성기를 머금은 그가 목구멍을 꽉 조이며 손가락을 내벽을 꾸욱 짓누른다.

“그만, 제발…… 권이도 씨, 흡…….”

절정에 마구잡이로 내던져지는 기분이었다. 앞이고 뒤고 죄 권이도의 손안에서 놀아나니 무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이제는 한계라고 간곡히 애원했지만,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손가락을 핑그르르 돌릴 뿐이었다.

“아, 아……!”

끝내, 나는 그의 입 안에 길게 사정했다. 아랫배가 바짝 조여들고, 허벅지가 파들파들 떨릴 만큼 강렬한 쾌감이었다. 손가락이 들어온 아래쪽을 한껏 조이자, 그가 눈꺼풀을 들어 올려 나와 시선을 맞췄다.

“흐으…….”

그의 입에서 성기가 빠져나오는 광경은 꿈에 나올 것처럼 자극적이었다. 선단에서부터 이어진 액체가 발간 혀를 따라 길게 늘어졌다. 입 안 가득, 내가 싸지른 정액을 머금은 그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눈가를 찌푸렸다.

그리고.

“…….”

꿀꺽, 목울대가 움직였다. 권이도가 머금고 있던 정액을 목구멍 너머로 삼킨 것이었다. 내가 눈을 커다랗게 뜨는 사이, 그는 번들거리는 귀두를 입술로 머금으며 특유의 기품 있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여전히 맛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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