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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의 작은 마녀와 뱀파이어-183화 (183/189)

〈 183화 〉 결혼식이 시작해요

* * *

아침이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

아오이와 라피아도 결혼식으로 인해서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기에 질의 옆에서 잠들어 있었어요.

하지만 질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죠.

어쩌면 잠들어 있는 아오이와 라피아가 대단한 것일지도 몰라요.

실감이 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결혼식이 시작되기까지 몇 시간도 안 남았잖아요?

질처럼 잠자리를 뒤척이다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게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인 거예요.

질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캠프의 흔적이 남아있는 광장이었어요.

검게 탄 바닥과 아직 치워지지 않은 의자들.

그 의자 중 하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어요.

보라색과 파란색이 섞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는데요.

결혼식을 올리는 날로서는 정말 최적인 날씨였죠.

그런데 모두가 잠들어 있어야 할 이 시간에, 멀리서 어떤 작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어요.

질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잘 정비된 도로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어요.

질은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기에 그것이 곧 마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하루 전에는 오겠다더니….”

작게 투덜거린 질은 마차 세 대가 광장에 멈춰 서는 걸 보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섰어요.

기다릴 것도 없이, 마차의 문이 곧바로 열려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황녀였어요.

네, 아오이에게 혼나면서 쫓겨났었던 황녀 레나이 말이에요.

“오랜만이군, 지르니트!”

“이런 시간에 오면 어떻게 해요? 다른 사람들 다 깨잖아요.”

“걱정 말라고, 본인이 그런 것 하나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나? 선물을 가져오느라 조금 늦었을 뿐이야.”

“선물?”

“짐을 가져와라!”

황녀의 명령에 마차에 타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마차 안에서 내려, 짐칸에 실려있던 물품들을 꺼내오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선물을 준비했더라도 질의 말대로 이런 시간에 이만한 소란을 일으킨다면 전부 잠에서 깨우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정작 제일 화낼만한 질은 그 물품들 가까이에 가서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놀라는 눈치였어요.

“이게 다 뭐예요…?”

“간단한 생필품과 각종 마도구들이지. 보고도 모르는 척을 하는 건가? 지르니트, 그대 혼자만의 힘으로 이 마을을 가꿔나가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그건 알지만, 이런, 이런 건…. 시중에 팔지도 않는 거 아니에요…?”

질이 발견한 마도구들 중에는 케이넨과 비델이 빨래를 직접 해야 했던 것을 알아서 해주는 마도구도 있었어요.

연료로 쓰이는 마나 역시 자연에서 조금씩 끌어와 충전하는 형식의 최신품인 것 같았죠.

게다가 질의 말대로 판매하는 물건이 아니라면 아직 개발 중인 무언가일 거예요.

그것을 제일 먼저 질에게 선물하기 위해 가져왔다는 것은, 분명히 점수를 따기 위함이겠네요.

이에 황녀의 어깨가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아니, 실제로 황녀의 태도는 조금 콧대가 높아진 듯했어요.

마치 자신이 잘한 일을 뽐내고 싶은 어린아이처럼요.

“아니면 너무 고마워서 머리 회전이 잘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해해주지.”

“이건 또 뭐예요? 간이 설치 천막…?”

질은 짐의 포장지에 적혀있는 물건의 이름을 읽어냈어요.

그러자 황녀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죠.

“음, 우리 황궁의 기사단이 쓰는 천막에 조금 개량을 더 한 시험작이지. 추위는 완벽히 막아주며, 더위 역시 천막 설치 시에 천장에 부착되는 마도구가 해결해주는 반영구적 천막이라고 생각하면 돼. 게다가 내부 인테리어는 테이블부터 의자, 침대까지 별도의 재료 없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겠군!”

“…이런 선물 같은 거 안 가져와도 된다고 했잖아요. 하나도 아니고 몇 개예요 이게….”

“축의금 대신이라고 생각하라고, 본인이 이전에 너무 막무가내로 마군주 셀레스를 데리고 왔던 일도 있으니. 이런 말은 조금 그렇지만…. 사과의 대신으로 받아들여도 좋아.”

아무래도 황녀가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오이와 질에게 잘못했던 것이 미안했나 보네요.

그런 것치고는 가져온 선물의 가치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은 것뿐이라서 문제겠지만요.

질이 받기 미안한 마음에 받을지 말지 망설이고 있잖아요.

“으음, 그래도 받기 꺼려진다면 이건 어떻지? 이 뉴페리시니는 원래 대신전으로 가는 길목이었으니, 그 쉼터 역할을 하는 마을을 다시 살려내기 위한 재투자라는 목적이라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수는 없겠죠…. 알았어요. 그, 그런데…. 황녀님은 다 준비하신 거예요?”

“꽤 정성을 들이기는 했지만, 좀 짧을 텐데 괜찮나? 그리 긴 건 본인이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야.”

“준비하셨다면 그걸로 됐어요. 제가 부탁드린 건 그것뿐이었으니까.”

질은 황녀가 품속에서 꺼낸 종이봉투를 보고는 바로 안심하는 눈치였어요.

황녀가 불쑥 찾아왔을 때 부탁했던 것이 저 종이인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뭐가 쓰여 있는 걸까요?

“음, 그럼 하나하나 설치해보도록 할까. 그대는 들어가서 더 자도 좋아. 보아하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지금껏 한숨도 잠들지 못한 것 같은데 말이야.”

“아, 역시 한 번에 알겠어요? 이따 화장 안 먹히면 어쩌지….”

확실히, 지금의 질은 상당히 지쳐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새벽 내내 애썼을 테고, 잠이 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동시에 신경이 곤두섰을 테죠.

그게 질의 표정과 얼굴로 전부 드러나고 있었어요.

앞에 있을 결혼식이 걱정되는 것도 어쩔 수 없죠.

“지르니트, 그대만 괜찮다면 간이 천막의 설치에 도움을 줬으면 하는데. 어차피 이 뒤로 할 것이 없는 건 당연하겠지? 그럴 바엔 직접 간이 천막을 어디에 설치할지 지휘하고 직접 설치하는 게 어떤가.”

“…알겠어요. 받기만 하는 것도 미안하니까.”

질은 그렇게 황녀와 병사들을 돕기 시작했어요.

말없이 한동안 열심히 천막을 세우나 싶으면, 결혼을 하게 된 심정이 어떤지 황녀가 질문을 해오기도 했죠.

“결혼이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제가 생각하고 계획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막상 시작하면 벌벌 떨지도 몰라요. 사람들이 저랑 언니들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그 광경을 본다면 분명, 그렇겠죠.”

질은 천막 설치에 필요한 자재를 잡아 들면서도 의외로 성심성의껏 대답해줬어요.

황녀가 말없이 그것을 받아들면서 듣는 모습에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질이에요.

“꼭 그 사람들이 모인 걸 보는 게 아니더라도 저는…. 으응, 좋은 날인데 이런 자신 없는 이야기는 안 할래요. 황녀님 기억해요? 가능성의 길은 열어두시겠다면서요.”

“아, 마음이 바뀌기라도 했나?!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이전에 이야기했던 마군주와 관련된 일인가 보네요.

황녀의 말대로 이렇게 빠르게 마음이 바뀐 걸까요?

아오이와 라피아와 행복하기만을 바라고 있던 질은 어디로 간 걸까요?

질의 마음을 돌린 건 누구의 영향일까요?

“사실 완전히 마군주랑 엮이기 싫다는 건 아니에요. 로니아…. 아니지, 황녀님이 아는 베리아의 힘을 물려받고 난 뒤에는 변한 게 있다면, 제 의지로 저의 마음속 신념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더 많은 사람을 구하겠다는 거. 저와 같은 일을 겪게 하지 않겠다는 거. 그걸…. 포기하지 못하겠더라구요.”

“본인이 보기에는 단순한 핑계처럼 들려오는데,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면 다 말하는 게 어떤가?”

기둥을 지면에 박는 동안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주고 있던 질은 정곡을 찔린 것처럼 시선을 아래로 깔았어요.

그렇지만 숨길 생각은 없었는지 곧바로 속내를 꺼냈죠.

“피네라고 저와 비슷한 나이의 여자아이가 이 마을에서 치료 중이에요. 피네뿐만이 아니에요. 이 마을에 있는 모두를 보니까 알게 됐어요. 마기노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제가 얼마나 노력하든 원점이라는 사실을요. 이제 와서는 약간은, 아오이 언니의 마음도 약간이지만 이해가 가요.”

그동안 마을과의 교류가 잦았던 것도 아니며, 깊었던 것도 아니니 어쩌면 관심 밖의 일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이야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을 보고서 마을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지킨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되었을 거예요.

이전에는 단호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행복을 좇으려 했지만, 자신의 과거와 겹쳐 보이는 사람들을 코앞에서 보게 되니 그럴 수가 없던 거예요.

신념을 지켜 사람들을 구한 뒤에는?

슬리브스터도 마기노도 존재하는 동안 위협은 여전히 남아있잖아요.

질도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 것이라고, 깨달은 거예요.

“그대도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군.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만 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지켜지는 대상이 바라지 않더라도.”

“의미를 모르겠지만, 전 이미 어른이에요! 성인식만 안 했을 뿐이라구요!”

“다 큰 어른을 몰라 뵈어서 미안하게 되었군.”

“화, 황녀라고 제가 화 못 낼 줄 알아요?! 저도 화낼 줄 안다구요!!”

“다른 사람들 깬다고 걱정하던 게 누구였지? 조용히 하도록.”

“이익…!!”

시종일관 어린아이 취급하는 모습의 황녀에 질은 이를 갈았어요.

그 와중에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황녀에게 뭐가 그렇게 좋냐고 따졌죠.

라피아라면 함부로 하지 못했을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을 보면 질도 상당히 대담해요.

무엇보다 원래 성격이 이런 탓도 있겠지만, 이를 받아주는 황녀도 나름 대인배 같다고 할까요.

“무얼, 힘든 결정을 해주어 고마울 뿐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른 것뿐이겠지만, 본인은 그것만으로도 이 세계가 약간은 구원받는다고 생각한다.”

“구원…. 구원은 너무 거창하잖아요. 그러니까….”

질과 황녀의 대화는 천막이 완성될 때까지 쭉 이어졌어요.

천막이 하나가 아니다 보니 황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질과 황녀도 같이 만들어야 했기에 시간이 꽤 걸렸죠.

맞아요.

결혼식의 시간이 다가오기 직전까지요.

그만큼 마을 사람들을 위한 일에는 진심이라는 의미겠지만, 결혼식도 상당히 중요한 일일 텐데요.

뭐가 됐든, 질은 지금 결혼식 전에 화장을 하고,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기 위해 준비된 결혼식장의 뒤편으로 가 있었어요.

아오이와 라피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천막을 만들기에 바빴던 질과는 달리 미리 준비를 마쳐 다른 장소에서 결혼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아오이, 안 불편해? 네 거는 길이가 좀 길잖아.”

“이 정도는 괜찮아요. 정 불편하면, 이러면 되잖아요? 식장에 입장할 때 다시 돌려놓으면 되니까.”

아오이의 핑거 스냅 한 번에 새하얗던 웨딩드레스는 드러난 어깨 부분부터 보라색으로 물들기 시작해, 치마 끝자락에 가서는 옷 일부분을 태우듯이 소멸시켰어요.

끝에는 몸에 착 달라붙는 시스 드레스처럼 변화했어요.

아오이의 작은 몸에도 불구하고 굴곡이 전부 보이는 형태로 변했기에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죠.

“와…. 너 진짜…. 평소에 왜 맨날 입는 원피스만 입는 거야? 그렇게 이쁜 걸 입으면 질도 나도 더 사랑해줄 자신 있는데.”

“뭐, 뭐라는 거예요…. 응? 잠깐만요. 그럼 평소에 더 사랑해줄 수 있으면서 그러지 않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어, 어?!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장난이에요. 질이 늦으니까 기다리기 지루해서요.”

“너, 너도 진짜 많이 변했다? 이런 장난도 칠 줄 알고….”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아오이의 표정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는 라피아였어요.

뺨이 약간 물들어있는 것을 보면 부끄러워서 그런 것인가 보네요.

아니면, 아오이가 웃어주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던가.

“그런가요? 그건 둘째치고, 라피아도 꽤 잘 어울려요. 아까 하나 남는 웨딩드레스를 봤는데, 라피아도 질처럼 짧은 걸 입었잖아요. 둘이 맞춘 것 같아서 약간 질투 나기도 하네요.”

“이거 전부 질이 정해준 거잖아, 나한테 뭐라고 해도….”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그래도 짧은 편이 라피아에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항상 옆에서 보고 있으면 라피아는 기운이 넘치는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말이 좀 이상하지 않아? 기운이 넘치는 거랑 짧은 거랑 무슨 상관이야?”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드리자면, 라피아처럼 밝고 활기찬 기운을 발산하기 위해서는 그런 활동하기 편한 웨딩드레스가 어울릴 것 같다는 말이에요.”

확실히 아오이가 말한 것처럼, 라피아에게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운이 있어요.

평소에는 밝고 장난기가 약간 섞여 있지만 싸울 때나, 진지한 부분에서는 그 기운을 확실하게 내뿜으니까요.

그런 면을 생각해보면 활동성이 좋은 옷을 입는 편이 잘 어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게다가 본인도 그걸 알기에 평소에 편한 옷들 위주로 코디를 하고 다녔기도 하고요.

칭찬이 맞는지 의심이 되었는지 되묻는 라피아에게, 아오이는 말을 덧붙였어요.

“그럼요. 지금의 라피아는 사랑스러우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해요.”

“하, 씨…. 질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날이 갈수록 엄청 뻔뻔해지는 거 알아? 진짜 가끔 보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까 두려워진다니까?”

“질이 바라는 제 모습은 이런 모습일 테니까, 미리 연습해두는 거예요. 라피아도 제게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최대한 맞춰드릴 테니까요.”

“나는 지금의 네가 마음에 들어. 굳이 누구한테 맞춰주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네가.”

“그, 그래요….”

이번에는 아오이가 당했네요.

한 번 해냈다는 사실에 기분 좋은 표정이던 라피아는 잠깐 생각에 빠지더니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어요.

“진짜 처음 봤을 때랑 이미지가 달라도 너무 다르네. 완전히 소녀가 다 됐어. 슬슬 익숙해지려고는 하는데….”

“…칭찬이죠?”

“칭찬이지. 좋은 변화잖아? 그,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랑 질에게만 한정되어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예전 같았으면 라피아는 뒷말에 한마디를 덧붙였을 거예요.

실제로 살아온 기간은 300년이 넘었니 마니 하면서요.

그랬던 라피아가 이제는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수줍은 미소로 퉁명스레 말하는 걸 보면 확실해요.

라피아가 진심으로 아오이를 칭찬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미안해요! 저 많이 늦었죠!”

그런데 라피아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도중에 멀리서 질이 달려오며 소리쳤어요.

달려오면서 허리춤에 커다랗고 새하얀 리본을 달고 나풀거리는 것을 보면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 질이었지만, 아오이와 라피아에게는 다르게 보였던 것 같아요.

바로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잊고 있다가 질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나서야 겨우 한다는 말이 시간에 대한 말이었거든요.

“괜찮아, 사람들 봤어? 엄청 많이 왔던데? 아마 서로 소개하고 있느라 조금은 늦어도 상관없을 거야.”

“맞아요. 원래 주인공은 늦게 나타나는 법이잖아요?”

“그런가아…? 어, 어쨌든! 저 괜찮아요?”

“네, 평소보다 더 이쁘네요.”

잘못을 탓하지 않는 둘의 모습에 놀라다가도, 한껏 꾸민 자신의 모습이 괜찮은지 물어보는 질이에요.

자신의 눈에는 괜찮아 보이더라도, 중요한 것은 아오이와 라피아가 어떻게 봐주냐에 달린 것이니까요.

“충분히 이쁘니까, 멍청히 있지 말고 가자. 모처럼 주인공처럼 이쁘게 입었으니까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후우으, 떨려…! 언니들은 정말 괜찮은 거죠? 정말, 후회 안 할 거죠?!”

한껏 차려입고 나서 칭찬까지 받았는데도 큰일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지, 기뻐하기보다는 둘의 생각부터 물어보네요.

둘의 마음은 어제 전부 확인했으면서도 뭐가 그렇게 걱정인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못 믿겠어?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결정한 일이야, 아오이도 그렇잖아?”

“네, 이 세상 누구보다도 질과 라피아를 사랑하고 있어요.”

“…무슨 말을 못 하겠네, 아! 됐고! 얼른 가자니까?!”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라피아는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억지로 이끌었어요.

하지만 질도 아오이도 불만을 말하지 않고 라피아의 걸음 속도에 맞춰 이끌려주었죠.

결혼식장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많은 사람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해, 걷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어요.

문 앞에 가까워 졌을 때는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곧멈춰 섰어요.

이 앞에서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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