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뉴페리시니 (11)
* * *
케이넨과 피네는 생각보다 큰 문제 없이 집결지에 도착했어요.
다행히도 둘을 제외한 아는 얼굴들도 미리 자리에 도망쳐 와 있었죠.
그런데 그중에서도 단 두 명, 피네의 부모님은 보이지 않았어요.
아, 그렇다고 피네의 부모님만 없다는 건 아니에요.
피네가 알고 있는 마을 사람 중 몇 명도 이 자리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 모인 엘프들이 중요해봤자 얼마나 중요하겠어요?
지금의 피네에게는 부모님 이외엔 눈에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자리에 없는 것을 알고도, 피네는 옷에 붙은 나뭇잎과 풀떼기를 떨쳐낼 생각도 못 한 채 마을 사람 중 한 명이었던 엘프에게 다가갔어요.
자신의 부모님을 보지 못 했냐고 물어보기 위해서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 대부분이 그렇듯이, 전쟁통에 자기 몸 챙기기도 바쁠 텐데 남의 모습에 관심을 가질 위인이 얼마나 될까요?
결말이야 뻔하지만, 모두가 본 적이 없다고만 대답할 뿐.
피네는 케이넨에게 위로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날 것처럼 보였어요.
“쥐새끼들을 찾았다!!!”
추적자의 말 한마디에 집결지는 또다시 시장판처럼 되었어요.
다급해진 케이넨이 피네를 안아 들어,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죠.
“피네, 꽉 잡아! 조금 멀미 날지도 모르니까!!”
“으, 으응!”
피네가 대답하자마자, 케이넨의 등 뒤에서는 날개가 돋아나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그렇게 잘 도망치려나 싶었는데….
지면에서 높이 떠서 시야에서 멀어지려는 순간에 케이넨은 중심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어요.
추락하는 와중에도 피네를 꽉 안아 놓치지 않으려는 케이넨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게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인지 의심이 갈 정도였어요.
지면에 강하게 머리부터 부딪히는가 싶던 케이넨은 아슬아슬하게 꼬리로 나뭇가지를 붙잡고선 힘겹게 바닥에 착지하는 게 가능했죠.
땅에 완전히 착지하고 난 뒤에 떨리는 몸에 힘을 줘서, 힘겹게 고개를 든 피네는 케이넨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날개가 반쯤 불타 사라져버린 것을 봤어요.
남아있는 잔불을 털어내기 위해 날개를 한두 번 펄럭이면 그만큼 딸려오는 고통에 신음하는 케이넨이었어요.
“언니 날개가…!”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뒤에 보지 마, 품에 안겨있어! 녀석들을 따돌리는 건 달리기만 해도 할 수 있으니까!”
도망치기만 하기에도 바쁜 탓에 케이넨이 소리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피네에게는 생소한 모습이었어요.
항상 자신에게 웃어주고 장난스럽지만 상냥했던 케이넨이었잖아요.
부모님하고 떨어져,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태에서, 케이넨마저 자신을 신경 써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피네는 풀이 죽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질만큼 성숙하지는 않지만, 피네도 직감적으로 알고 있을 거예요.
케이넨이 자신을 위해 힘써주고 있으니 불평할 일은 아니라고요.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요.
케이넨과 피네는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어요.
쫓아오던 슬리브스터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케이넨이 감지했거든요.
어림잡아 세 시간은 뛰었을 거예요.
안전해졌나 싶으면 다시 쫓아오고, 한숨 돌릴까 싶으면 또 추격해오고, 제대로 쉬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처럼.
마치 가지고 노는 듯한 모습에 케이넨은 점점 짜증이 났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추격이 뜸해지더니 점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아예 조용해진 숲만이 둘을 반겨 주었어요.
이에 긴장된 신경과 몸 때문에 지쳐버린 케이넨은 안전이 확보되자마자 품에 안고 있는 피네를 놔주었어요.
“하아, 미안해…. 피네, 널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부모님하고 떨어트려 버렸네….”
피네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어요.
케이넨이 자신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신의 눈에 확실하게 보였으니까요.
비늘이 덮여있지 않은 부분의 부드러운 피부는 수풀을 헤치고 도망치느라 여기저기 긁히고 베여 상처로 가득했어요.
불씨를 떨쳐냈지만 반쯤 타버린 날개에서는 탄내와 함께 피가 흐르고 있었고요.
옷도 상당히 더러워지고 너덜거리게 되어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결정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케이넨의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하면서도, 공포를 덜어주기 위해 애써 웃어주고 있었거든요.
그렇기에 억지로 자신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는 케이넨에게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몸을 지탱하기 위해 나무에 기대고 있는 케이넨을 조용히 안아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죠.
“피네…. 안 되겠네, 안심시켜주려고 노력했는데 전혀 못 하고 있잖아…. 내가 위로받는 상황이라니.”
“언니 미안해요…. 무슨 말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괜찮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무사히 도망치면, 내가 사는 곳으로 가자. 거기서 같이 살자.”
케이넨은 피네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어요.
사실은 피네도 더는 부모님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기에.
그렇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은 질도 알고 있듯이 행복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충분히 둘에게 힘든 이야기지만, 더한 괴롭힘이 이 앞에 기다리고 있었죠.
뿌리친 줄 알았던 슬리브스터의 손길은 숲속에서의 노숙 도중에 다시 다가왔어요.
하필이면 케이넨이 살짝 졸았을 때 습격했으니 반응할 틈조차 없었어요.
운이 나빴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어쩌면, 슬리브스터가 케이넨이 방심하기만을 기다렸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거점으로 이송되는 와중에도 케이넨은 자신이 깨어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숨을 죽이며, 반격의 기회를 찾기도 했어요.
하지만 자신의 목에 걸린 새빨간 목걸이가 걸려있다는 사실에 저항하려던 생각을 접어야 했죠.
이후에 거점으로 옮겨진 뒤에는….
“그, 그 이야기는 안 해주셔도 돼요! 저도, 케이넨 씨도 힘들 테니까….”
이야기의 도중에 억지로 끼어드는 질이에요.
듣다 보니 암울해지기만 한 분위기에 참을 수 없던 거겠죠.
무엇보다 피네는 자신과 비슷한 나잇대의 여자아이이니까 고생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질이 만약 아오이를 따라가지 않았더라면 겪었을 일이었을 테니까요.
가능성의 문제인 거예요.
처음에는 아오이도 질에게 차가운 모습을 보였잖아요?
질에게서 자신의 옛날 모습을 엿보았기에 한번은 도움의 손길을 내어줄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예요.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변한 아오이가 아니었기에, 질을 그대로 놔두고 가버릴 수도 있었잖아요.
질의 다른 미래였을 가능성도 있으니 듣기 껄끄러웠을 수도 있어요.
“으음~ 그래? 뭐~ 간단하게라도 알려주자면 슬리브스터의 명령에 거부할 수 없게 된 피네가 내 몸을 다치게 하고, 꼬리를 자르게 되었다는 거야. 싫은데도 몸이 움직이니까, 피네는 결국 마음을 닫아버린 거지.”
“그런 잔인한 일을….”
“그땐 정말이지, 나까지도 포기한 상태였으니 피네를 달래주는 게 고작이었어. 이 정도 아픈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피네만 괜찮으면 되니까 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잠깐만요. 피네가 언니를 다치게 한 거라면, 피네는 왜 다친 거예요? 그냥 당한 거라고 보기에는 조금…. 그 정도가 심하잖아요.”
“그거 알아? 피네는 대단해.”
“네?”
뜬금없는 피네의 칭찬에 되묻는 질이에요.
다쳤는데 대단하다니 무슨 말일까요?
“지르니트 언니는 빨간 목걸이에 저항하는 사람을 본 적 있어?”
“아직까진 없어요. …응? 설마?”
“엘프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나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피네는 목걸이에 저항했어.”
케이넨이 대단하다고 할 만하네요.
같이 잡혀 온 모험가도, 신체적으로 뛰어난 수인도, 심지어는 피네를 지켜주던 케이넨마저도 목걸이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했잖아요.
그런데 케이넨이 말하기를.
갓 태어났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10대의 엘프 소녀가 목걸이에 저항했다는 거예요.
과장을 조금 더 보태자면, 마군주가 개발한 장비에 저항해 낸 거죠.
“피네는 사실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던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저항해 낸 것 때문에 명령을 듣지 않다 보니까 노예상 녀석들한테 괴롭혀진 거야. 하루 이틀이면 모를까, 거의 매일. 표정에는 변화 하나 없으면서, 나를 다치게 하는 명령에만 힘껏 저항했지.”
“그래도 이젠 탈출했으니까 케이넨 씨도 피네도 걱정하거나 고생할 일은….”
“혹시 모르지, 피네가 회복하고 나면 노예상들에게 복수하겠답시고 싸우는 법을 알려달라고 할지?”
질은 자신도 그랬었으니 피네가 얌전히 새로운 삶을 살아갈 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겠다며 장단을 맞춰주었어요.
“응? 으음~ 뭐 그땐 언니가 좀 도와주면 돼. 비슷한 경험이 있는 거지? 피네한테 말해줘, 대재앙이 일어났을 때부터 지금의 언니가 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슷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저도 피네한테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정이 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잘 챙겨줄 거예요.”
“기특하지만, 지금도 많이 나아진 거야. 알지? 피네가 고개를 까딱이거나 수신호로 대화를 하게 된 건, 언니가 자주 찾아와서 피네랑 어울려 줬기 때문인걸!”
“아직 말은 하지 못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요…. 혹시 어디 아프냐고 물어봐도 고개를 젓거나 아니라고만 하니까….”
“몇 번이고 말하지만? 언니는 충분히 잘해주고 있어. 구해졌을 때만 하더라도 피네는 아무런 말도 안 하고, 못했었잖아.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걸? 게다가 아무도 모르게 인형이라거나, 옷이라거나, 나중에 다 낫게 된다면 사용할 액세서리 같은 선물도 계속 가져와 줬잖아! 모를 줄 알았어?”
케이넨은 피네를 걱정해주는 질이 기특한지 조금은 강하게, 머리가 풀어 헤쳐질 정도로 머리를 쓰다듬어줬어요.
마치 바람에 휘날려, 새의 둥지가 된 것 같은 머리카락을 정리한 질은 선물에 대해서 변명하듯이 말하기 시작했어요.
“서, 선물은! 피네도 저랑 비슷한 나잇대니까…. 제가 좋아하는 거라면 비슷하게 좋아해 주지 않을까 해서….”
“그래, 그래! 피네가 잘 회복해가고 있는 건 다 언니가 정성을 쏟아준 덕분이야! 그래도 3주에 한 번씩은 너무 뜸하니까 자주 찾아와줘. 피네만 보고 갔던 날도 있던 것 같은데, 어제처럼 모두하고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언니를 보고 싶은 마음인 사람도 많다는 거, 언니도 느꼈을 거고.”
질은 쑥스러운 마음에 뺨을 붉히면서도 알겠다며 대답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피네만 보고 갔던 날이 있다는 것은, 일부러 마을 사람들을 피했다는 걸까요?
자신이 구해낸 사람들인데 만나기 껄끄러울 이유가 있었을까요?
아오이를 찾던 때는 바빠서 그랬겠지만, 그 이후에는 딱히 피할 이유가 없었을 텐데요.
아니면 만날 때마다 과일이나 음식 같은 자그마한 선물 같은 것을 받아야 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약속이다? 자, 손가락 걸어!”
“소, 손가락 걸기라니, 언니….”
“얼른~ 나 팔 아프다고?”
질은 하는 수 없이 케이넨과 엄지를 맞대어 약속했어요.
어린아이끼리도 아니고, 손가락을 걸어하는 약속에 질은 작게 웃어버렸어요.
하지만 케이넨은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밝게 웃어주며 그만 돌아가자며, 그대로 질을 이끌었죠.
그러는 와중에도 케이넨은 마을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말 나온 김에! 우리 마을 사람들하고 더 놀다가 가! 어차피 내일까지는 있어도 되잖아?”
“그, 그렇죠…. 옷은 준비됐나요?”
하지만 역시 질에게는 마을 사람들보다는 다른 게 더 중요한가 보네요.
바로 다른 대화 주제를 꺼내버렸으니까요.
그런데 또 케이넨은 이 주제 변경에 별다른 불만을 말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진지하게 대답해주었죠.
“물론이지! 옷뿐만 아니라 주변 길도 다 정비해놔서 깔끔해서 이쁘고, 준비된 장소야 언니가 따로 업체를 불러서 만들어 놨잖아? 몬스터를 쫓아내는 결계도 완벽해!”
“정말 늦춰지기만 했었는데…. 이제 진짜로 얼마 안 남았네요.”
“솔직히, 처음에 언니의 부탁을 들었을 때는 놀랐어. 마기노의 수장 중의 하나인, 마군주와의 결혼이라니. 그뿐 아니라 마군주도 여자인데, 한 명하고 결혼하는 게 아니잖아? 하프 뱀파이어까지 세 명이서 하는 결혼.”
3명이 맺어지는 결혼식이라니, 생각보다 더 큰 일을 준비하고 있었네요.
반지를 준비하고 있다길래 프러포즈만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케이넨이 아오이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 또한 의외인 사실이에요.
“…실망했어요?”
“설마, 그걸 듣고서도 언니를 도와주려고 마음먹은 거니까. 그런데…. 미리 이야기는 전한 거야?”
그렇죠.
아오이와 라피아의 의사도 중요해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지만, 결혼은 달라요.
아오이는 그저 자신의 기분과 마음에 따르면 되는 문제이지만요.
라피아는 자신의 가문에 속박되어 있으니까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될 일인 것은 분명해요.
“세르디, 제 소환수에게 미리 부탁해뒀어요. 오늘 잠들기 전에 언니들한테 제 말을 전해달라고…. 만약, 언니들이 싫다고 한다면…. 결혼식에 오지 않을 거예요.”
“그럼 놀라게 해줄 계획도 물거품이 됐겠네. 아, 이, 있잖아! 언니는 왜 결혼식을 생각한 거야…?”
“저는 욕심이 많아서 서로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관계가 깊어졌다는 증거를 눈으로 봐야 해요. 그 추억까지 전부 제 마음속에 담아둬야 해요.”
“으음~ 나야 언니가 하자는 대로 하겠지만 잘 안되더라도 너무 상심하지는 말고.”
“아하하…. 상상만 해도 울 것 같은데요? 저, 정말…. 슬퍼지기 시작했어요….”
방금까지 덤덤하게 이야기하던 질의 눈에는 빠르게 습기가 차기 시작했어요.
그걸 눈치챈 케이넨은 놀라지 않고 질을 바로 안아주며 달래기 시작했어요.
이런 게 바로 세월의 힘이라는 걸까요?
비슷하게 긴 시간을 살아온 아오이와는 다른 노련함이 보이네요.
“울지 마세요, 마, 마마가 여기 있잖아요~ 착하지 지르니트~”
“…이번엔 엄마 같지 않아요. 너무 어색해서 눈물까지 들어간 거 같아요.”
그렇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성숙해져 버린 질에게는 상당히 웃긴 방법이었나 봐요.
조심히 케이넨을 밀어내고는 찔끔 새어 나온 눈물을 닦아내며 웃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울지 않게 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지만요.
“당연히 어색할 수밖에 없지! 알도 안 낳아봤는데! 기껏 달래줬더니…. 너무하는 거 아니야?”
“미안해요. 그래도 겁 안 먹기로 했으니까요. 케이넨 씨도, 마을 분들도, 로니아도 도와주고 있으니까. 더는 겁 안 먹어요. 저 스스로에게 다짐했어요. 지킬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장하네. 말하는 사이에 마을에 돌아왔는데 조금 배고프지 않아?”
“약간? 주방에서 만났던 그, 린 미어 씨였었나? 그분이 만들어준 음식이 맛있더라구요.”
“정해졌네! 돈은 엄마가 내줄게!”
케이넨의 장난스럽게 던진 말에 질은 걸음을 멈춰 서서 당황한 표정으로 빤히 쳐다봤어요.
“어, 엄마…? 아직도 그, 컨셉은 유지하는 거예요? 처음 들었을 때는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는데에….”
“아니, 생각을 해봤는데~ 마을의 촌장인데 엄마라고 불린다 해도 딱히 상관없지 않나 싶어서. 딸이라고 불러줄까? 딸~”
“윽, 그건 조금….”
“그렇게 싫어하면 상처받는데….”
그야 알고 지낸 지는 좀 됐겠지만, 지금까지는 케이넨의 일방적인 호감이 질에게 향했다면….
이제는 질도 케이넨과 꽤 친해진 느낌이 드네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