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화 〉 파과 (2)
* * *
라피아는 한동안 아오이의 손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없었어요.
평소의 아오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과격한 모습에 힘들어하면서도 쾌락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었죠.
“라피아도 대단해요. 지칠 만도 한데 이렇게 버티고 있다니.”
“하아, 읏…. 네 능력만 아니었다면…. 아래에 깔리는 건 너였을 텐데….”
“아쉽게 됐네요. 말했잖아요? 제 의지로, 라피아와 함께이고 싶다고. 이번만큼은 양보 못 해요.”
아직도 서로 누가 더 위인지를 따지고 있네요.
어쩌면 이 모습이 둘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싶지만요.
“슬슬 라피아의 처녀를…. 받아가도 될까요?”
“일일이 다 물어보지 말라고, 부끄러우니까….”
“아, 그런데…. 라피아? 당신은 엄청난 재생 능력이 있잖아요. 그럼 처녀도 순식간에 재생되는 거 아닌가요?”
“뭐, 뭐어!? 아니, 그, 그럴 리가…! 그럴, 리가…. 하지만, 으응? 응…. 생각해본 적도, 경험해본 적도 없어서 모르겠는데….”
한껏 당황하면서도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라피아가 꽤 답답했는지, 아오이는 예고도 없이 손가락 두 개를 세웠어요.
그리고는 라피아의 끈적한 물기로 질척거리는 곳에 가져가, 천천히 안쪽으로 찔러넣었죠.
지금까지 당한 것이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라피아는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소리를 억제했어요.
별로 큰 효과는 없었기에 있는 그대로의 신음이 흘러나와 아오이를 더 자극할 뿐이었지만요.
손가락은 더 들어가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멈췄어요.
찾고 싶은 것을 찾은 것처럼, 제자리에 멈춰 서서 천천히 무언가를 어루만지고 있었죠.
“이게 라피아의….”
“어차피 그거…. 아플 거 빼면 아, 아무런 느낌도 안 날 테니까…. 할 거면, 빨리하라고…. 부끄러워….”
“라피아도 부끄러운 걸 아는 사람이었어요?”
“날 누구로 아는, 악! 아파, 아파…! 너 말도 없이, 진짜아…!”
“다른 고통에는 비명조차 내지 않으면서 엄살은…. 그렇게 아파요? 개인차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다던데요.”
말은 짓궂게 하지만, 아오이는 곧바로 손가락을 빼내며 소량의 피가 묻은 손으로 라피아의 아랫배를 문질러 줬어요.
그렇지만 라피아는 그 손길을 거부하듯이, 아오이의 손을 쳐내며 구석에 처박혀 몸을 웅크렸어요.
“그렇게 문지른다고 아픈 게 사라지겠냐…?! 흐윽, 진짜, 말 좀 하라고!”
“우, 울 정도로 아팠어요? 미, 미안해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봐서 마음까지 약해진 아오이는 지금까지의 강경한 태도를 버리고 라피아를 안아줬어요.
라피아의 고통이 진정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줬을 거예요.
조금은 진정된 라피아가 꿈틀거리며 아오이의 품에 더 파고들면서 조용히 말했어요.
“아오이, 네가 진심인 건 잘 알겠는데…. 정도가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 평소에 비해서 너무 저돌적이랄까….”
“아까도 말했잖아요? 하지만, 조금 더 이유가 필요하다면…. 그렇네요. 가족이면서 사랑하는 관계가 됐으니까. 라피아가 어떻게 대해줄지 궁금했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 저돌적인건 라피아의 가슴 때문에 화났던 것도 있고요.”
“가슴은, 조금…. 웃을 뻔했지만? 대충 이해했어. 잠깐만 놔줄래? 내가 위로 가는 일은 없을 테니까.”
“…무슨 생각인 거예요?”
가슴을 먼저 언급하는 탓에 아오이의 기분이 나빠질 뻔했지만, 위로 갈 일이 없다는 말에 쉽게 풀어줬어요.
그렇게까지 아래에 깔리는 게 싫은 걸까요.
질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뱀파이어의 능력은 매료만 있는 게 아니라고? 여기서 더 아픈 건 싫으니까…. 이제부터는 나도 기분 좋아야지 않겠어?”
“무슨….”
“저번에 훈련장에서 싸울 때 보니까, 이런 것도 괜찮다 싶었어. 지속 시간은 짧지만.”
라피아는 엄지를 살짝 깨물어 피가 배어 나오도록 하고는 아오이의 하복부에 피로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항상 궁금한 거지만, 안 아파요? 방금 전에 막을 찢을 때만 하더라도….”
“아프지! 나답지 않게 울기까지 했는데! 그래도 버틸 만하니까 참는 것뿐이야. 너나, 질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금방 나으니까.”
금방 낫는다는 말 때문인지, 자신을 위해서라는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오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어요.
그러다 라피아의 손이 멈춘 것을 보고 이게 뭐냐며 물어봤어요.
“뱀파이어는 흡혈을 하고 살아가야 하잖아? 황궁 덕분에 세계가 평화로워진 지금에서야 잘 안 쓰이는 거지만, 황궁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자주 쓰이던 방법이라고 하더라고. 내가 쓰는 건 정보가 부족해서 그 열화판이라고 보면 되겠지만.”
당연히 해주는 입장에서야 물어봐 주는 게 당연히 기분이야 좋겠지만요.
라피아의 설명이 길어지려는 낌새가 보였는지, 아오이는 짜증이 담긴 말투로 되물어봤어요.
그래서 이 문신은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이냐고.
“지속 시간 20분 정도? 그동안 몸의 감도를 높이는 문신이지. 너한테 먼저 그리고…. 나한테도 그린 다음에…. 링크할 거야.”
“링크…?”
“쉽게 말해서 내가 느끼면, 느낀 그대로 너도 느껴. 반대로 네가 느껴도, 그대로 내가 느끼지.”
“…위험한 거 아니에요? 만약에, 누구 하나가 절정이라도 한다면 무한 반복되는….”
그야 그렇겠죠.
만약 라피아가 절정에 달하면, 그대로 아오이가 두 배의 절정감을 느끼게 될 거예요.
그 두 배의 감각을 다시 라피아가 맛보고, 다음에 세배의 감각을 아오이가 느끼는 거예요.
위험한 방법이에요.
좀처럼 없는 복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죠.
하지만 이런 아오이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라피아는 괜찮다고만 할 뿐이에요.
“응, 그래서 내가 열화판이라고 했잖아? 원래는 먹잇감에만 전달이 되도록 만들어진 건데, 지금은 그러면 불공평하기도 하고 위험하니까. 지속 시간을 30분으로 줄인 거야.”
“이런 건 보통 더 잘 어울리는 종족이 있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서큐버스라거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아무리 관련 서적을 들여다봐도 서큐버스나 인큐버스같은 음마는 정보가 아예 없더라. 응, 다 됐다. 둘 다 이쁘게 그려졌네.”
라피아는 마저 자신의 배에 문신을 그려 넣고, 서로의 것을 확인해가며 설명을 마쳤어요.
문신에는 큼지막한 하트에 주변으로 세세한 장식이 들어가 있었죠.
여기에 매끈한 복부에 원래부터 있던 것처럼 연한 빛을 내뿜기까지.
아오이의 시선과 관심은 온통 문신에 쏠릴 수밖에 없었어요.
“…음란, 하네요. 새빨간 데다…. 문양이, 이거 라피아가 생각해낸 모양인가요…?”
“아, 아니거든?! 저기, 저기 우리 본가에! 어! 본가에 있는 뱀파이어 관련 책에 나온 거 따라 그린 거야!”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소리를 질러요…?”
“어, 어쨌든! 링크는 이미 진작에 끝났어…. 자, 느껴져?”
라피아가 자신의 배에 새겨진 문양 위로 손가락을 올리자, 아오이가 작은 신음을 흘렸어요.
반응 하나는 확실하네요.
“윽!? 이거, 계속 반복되는 건가요…? 느낌이 안 사라지는데…!”
“세 번 절정에 달하면 리셋되게 만들어졌을걸?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래.”
“세, 세 번?!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걱정 마, 순식간이니까. 겁먹지도 말고. 다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순식간이라니 전혀 안심되지 않는 말이네요.
세 번이나 절정에 달해야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선물이라는 단어 선정도 좋지 못하고요.
아오이가 이게 무슨 선물이냐며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요.
“그래도 이러면 네가 바란 대로 같은 위치에서 서로 마주 보고 사랑할 수 있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요…. 이건 아무리 저라도 무서운데….”
그래도 라피아의 진심이 담긴 말이 전해졌는지, 더 이상의 화를 내지는 않는 아오이에요.
물론, 화만 내지 않을 뿐이지 아직도 라피아의 손가락이 자신의 하복부를 누르는 느낌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죠.
이에 답답한 라피아가 먼저 다가왔어요.
“아무리 방이 후끈해졌다고 해도, 아무것도 안 하면 몸이 식어. 마저 해야지, 남은 시간도 얼마 없어.”
“읏…. 아,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잠깐만 심호?!”
그런데 아오이가 말을 갑자기 멈추고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눈동자를 문 쪽으로 굴리며, 점점 크게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죠.
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을 때….
“저, 저기, 손님…? 아직 계신가요…?”
점원이 말을 걸어왔네요.
점원이 찾아온 돌발 상황에 아오이는 물론, 라피아까지 돌이라도 된 것처럼 굳어버렸어요.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널브러진 옷을 주워입기 시작한 것은 아오이였어요.
“이, 일단 옷부터…. 아, 으! 끈적거려…! 축축해…!”
“방도 후덥지근하고, 땀이랑 습기 때문에…! 마, 마법으로 어떻게 안 되는 거야?! 마, 맞다! 방음 마법은?!”
아오이는 방음 마법은 문제없을 거라며 대답하는 와중에도 라피아의 주문을 들어줬어요.
아오이의 전매특허라고도 할 수 있는, 버블 캐논.
옷을 순식간에 빨아내고는 물기까지 짜내었어요.
문제가 있다면 빨고 난, 더러운 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는데요.
생각보다 간단하게 문을 다른 공간…. 특히 드넓은 평원에 연결해 물을 쏟아내고는 옷도 순식간에 바람에 말려버렸어요.
이 일련의 행동이 끝마치는데 걸린 시간은 단 3분.
격렬하게 세탁한 결과, 옷에 주름이 좀 심하게 잡히고 실밥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위기를 넘기는 데에 있어 견딜만한 대가였어요.
아직 방은 어질러져 있지만, 문만 살짝 열어 얼굴만 내밀어 대답하면 되는 일이잖아요?
“무, 무슨 일이시죠?”
“아, 저, 그게…. 손님…. 잠깐이지만, 청소하다가 봤는데에…. 카운터에서 물품 도난 방지용으로 마도구가 실시간으로 방을 보여주거든요? 그러니까, 저…. 그런 일은 집에 가셔서 해주셨으면….”
고개를 푹 숙이고 홍당무보다도 더 붉은 얼굴로 조심스럽게 말해오는 점원 덕분에, 아오이는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안’ 하는 게 아니에요, ‘못’ 하는 거죠.
잠깐이라지만 자신이 라피아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봤다고 말하는데 뭐라 답하겠어요.
당장이라도 다시 문을 닫고, 집과 연결해서 도망치고 싶을 텐데요.
“손님?”
“네, 네!? 죄송해요! 뒷정리 금방 청소하고 나갈게요!”
“앗…! 손님! 청소는 저…!”
아오이는 점원의 말을 듣기도 전에 문을 닫아버렸어요.
얼마나 부끄러운지는 둘째치고, 아오이는 당장 이 장소를 떠나고 싶을 테니까요.
곧바로 라피아를 불러 어질러진 방안을 정리하는 건 물론, 젖은 바닥을 말리는데 애썼어요.
정말 그 어느 때보다도, 누구보다도 더 열심이었을 거예요.
가게를 나올 때까지도 아오이와 라피아는 쉽게 얼굴을 들지 못했죠.
계산할 때도 서로가 최소한으로만 대화를 나눴으니 분위기가 어땠을지는….
덕분에 아오이는 바깥에 나와서도 좀처럼 열을 식히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라피아는 아니었나 봐요.
“음, 흠! 미안한데, 아오이. 이번엔 진짜로 못 참겠어.”
“…방금 그런 일을 겪고도 더 하겠다는 거예요? 저는 못해요. 못 참겠으면 라피아 혼자 하면 되겠네요.”
“어, 혼자 하든 말든 멋대로 할게. 근데 그건 알아둬. 아직 효과 지속 시간이 15분에서 20분 정도 남아있다는 거.”
당연히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라피아는 멋대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대답했어요.
“…설마! 이 마법은 풀어줘야죠!”
“미안한데 풀 줄 몰라.”
“하아…. 아아! 그렇게 하고 싶다는 거죠?! 알았다고요! 저도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웠으니까요! 끝을 보, 아, 또, 또 이런 일이?!”
“왜!? 왜 그래?! 그만 잡아당겨!”
아오이는 라피아의 손목을 잡아 이끌고는 골목으로 데려갔어요.
그리곤 벽 뒤로 얼굴만 살그머니 내밀어 바깥을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했죠.
자꾸만 똑같이 얼굴을 내밀려는 라피아를 숨기려고 하면서요.
“질이에요! 지금 이 상태로 만날 수는 없잖아요! 아직 눈치 못 챈 것 같으니까, 적어도 이 마법의 지속 시간이 다 지나갈 때까지만이라도!!”
“밀지 좀 마! 갑자기 어디서 이런, 힘을…! 으극…!”
“잠깐만 가만히 있어 주세요…! 어? 어디 갔지…?”
라피아는 체구에 걸맞지 않은 힘의 아오이 때문에 어깨를 힘껏 눌려 바닥에 주저앉게 되어버렸어요.
넘어지면서 약간의 흙먼지를 날리기까지 하는데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아, 조금은 더 과장되게 삐진 척을 하는 라피아에요.
그렇지만 아오이에게 화를 조금도 내지 않는 것도 대단해 보이네요.
“좀 기다려보라니까요!? 질이 사라져서…! 왜 자꾸 어깨를…!!”
그런데 왜 넘어진 라피아한테 자꾸 짜증을 내는 걸까요?
시선 한번 주지 않으면서 뭐가 그렇게 불만이길래?
정작 라피아는 곤란한 목소리로….
“있잖아, 아오이? 그거 나 아닌데….”
…라고만 할 뿐이에요.
어깨를 라피아가 건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나 본데, 라피아가 말하는 걸 보면 아니거든요.
그보다는 조금 작은 데다가, 머리 색도 빨간색과는 정반대인….
“네, 네, 알았다고요. 이따 봐줄 테니까 지금은 사라진 질부터! 라피아! 그만 좀…!”
“아오이 언니.”
“히야악?! 질?! 아윽! 윽~!!”
네, 푸른 바탕에 빨간 포인트가 들어간 머리카락을 가진 질이에요.
아오이가 얼마나 놀랐으면 질을 돌아보자마자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뒷걸음질을 칠까요.
여기에 더해 ‘빡!’ 같은 둔탁한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뒷머리를 벽에 박아버린걸요.
“언니 괜찮아요…? 그 정도로 놀란 거예요?”
“아으…! 분명, 저 앞에 큰길에 있었는데…! 라피아! 왜 진작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
억울함 가득 담긴 눈으로뜬금없이 자신을 탓해오는 아오이가 이해되지 않는 라피아였어요.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큰 길가만 관찰하던 건 아오이였으니까요.
“그거어, 으응…. 마법이에요. 사실 저 멀리서부터 언니들을 봤는데, 갑자기 저를 보더니 숨어버리잖아요! 그래서 놀라게 해 주려고 일부러 마법을 썼어요.”
마녀를 속일 수준의 마법을 쓰게 되었다니, 질도 이제 다 컸네요.
부끄러운 일을 겪었기에 못 알아챈 것일 수도 있지만요.
그런데 이 정도로 아오이를 놀라게 할 정도였다면 분명 볼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거겠죠?
슬슬 아오이와 라피아도 상황에 적응해 침착을 되찾은 것 같으니까 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겠죠.
“그리고, 같이 찻집에 갈까나 생각해서…. 바빠요?”
“아니? 안 바쁙!? 너 이씨! 아까부터 뭐합?! 읍!! 으읍!?”
“바빠요. ”
아오이가 급하게 옆에 선 라피아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역시 두 번째부터는 화를 낼 수밖에 없겠죠.
그나마도 곧바로 입을 틀어막혀버렸지만요.
아무리 하복부에 새겨진 문신을 숨기고 싶다지만, 너무한 거 아닐까요?
이전에 질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던 아오이는 어디로 간 걸까요?
그런데 이런 단호한 모습의 아오이에게 갑자기 라피아가 다가와 귓속말을 했어요.
“그러지 말고 같이 가지? 어차피 그럴 의도가 담긴 터치가 아니라면 반응도 안 하거든.”
“…정말인 거죠?”
“내가 거짓말을 해서 뭐해? 질,가자! 시간 괜찮대!”
“정말요? 다행이다! 어서 가요!”
질이 좋아하니 다행이지만, 어째서인지 아오이와 라피아가 동시에 몸을 흠칫거렸어요.
질은 단순히 아오이의 손을 잡은 것 뿐인데 말이에요.
신기한 일이예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