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8화 〉 파과 (1)
* * *
“어서 오세요! 손님 여기에는 처음 오시는 건가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카운터에서 엄청난 크기의 소리로 마중을 나오는 점원.
평범을 넘어선 접대에 아오이와 라피아는 할 말을 잃고 밝은 얼굴의 점원을 쳐다봤어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둘을 본 점원은 고개를 까딱이며 무슨 일인가 궁금해했죠.
“무슨 일 있으신가요, 손님? 안색이 좋지 못하신데요?”
“아, 아니에요.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요? 겉보기에는 잘 꾸며져 있는데…. 책을 보는 곳치고는 너무 다양한 게 있는 것 같아서요.”
아오이의 질문에 점원은 반짝거리는 별을 담은 것처럼 밝은 눈을 했어요.
처음부터 그 질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요.
“잘 물어보셨어요! 따라오시겠어요? 보여드릴게요! 여기에는 저와 이야기에 진심인 분들이 그린 만화들이 엄청 많이 진열되어 있거든요! 어린아이들이 들어봤을 법한 전래동화부터, 한창때의 남자아이가 좋아할 용사 이야기, 소녀가 좋아할 사랑 이야기, 어른이 좋아할 19세 이상의 이야기까지!”
점원을 따라가는 아오이와 라피아는 가게 안 벽면을 가득 채운 책을 봤어요.
카테고리가 하나하나 다 붙어있어 전 연령층을 노린 것 같았어요.
특정 층이 아닌 전연령을 노리는 것으로 장사가 될까 의심이 가는 둘이었지만요.
보아하니 내부 인테리어가 새것인 게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덕분에 얼마 안 가서 망할지도 모르지만, 무슨 상관이겠어요.
둘이 즐기기만 하면 될 텐데요.
“그런데! 만화만 보는 곳으로 장사를 한다면 요즘 세상에 살아남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해낸 것은, 자기 집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먹기까지 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돈은 조금 받지만.”
“먹을 건 뭐가 있는데요?”
“메뉴 여기 있어요!”
메뉴에는 꽤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수가 적혀있었어요.
하지만 그 가격은 다른 곳에서 파는 것보다 비싸서, 불합리하다고 생각될 정도였어요.
이에 서로 눈빛 교환을 한 아오이와 라피아는 메뉴 보기를 포기하고 이용방법에 관해 물어보기로 했어요.
“이용방법? 아, 설명을 안 해드렸구나! 한 시간에 300 Eli에요! 두 시간에 500 Eli, 세 시간에 700 Eli! 가격이 조금 있어 보이지만, 책만 읽을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저기 아기자기한 방 여러 개가 보이시나요? 저기서 영화를 볼 수도 있어요!”
점원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보면, 최대 4명이 들어갈 만한 방이 있었어요.
두 명이라면 충분히 넓게 쓸 수 있을만한 방이었죠.
그런데, 영상이라니, 뭘 하는 곳일까요?
“영화? 제가 알고 있는 그 영화가 맞나요? 황궁이나 귀족이 아니면 못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네! 말 그대로 영상이에요! 특별계약을 맺어, 재밌어 보이는 건 전부 영상으로 담아놨어요! 직접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그래서어? 이용하실 건가요?”
“아, 네…. 여기 돈, 앗….”
“감사합니다! 자유롭게 이용해주세요! 뭔가 드실 거라면 카운터에 와서 주문해주시면 됩니다!”
점원은 아오이가 돈을 내밀자마자 가로채 갔어요.
카운터로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조용했던 라피아가 작은 소리로 점원을 욕했어요.
그런데도 아오이와 라피아 이외에 이용하는 사람이 꽤 되는 걸 보면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네요.
“라피아, 어차피 이번만이잖아요? 돈은 두 시간분 냈으니까 일단 그동안은….”
“아, 알아~ 그냥, 내가 이런 걸 넘어갈 수가 없어서 그래. 그래서? 뭐부터 할래? 책 읽는 것도 좋지만, 나는 저기 영화라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그건, 그렇죠. 샤워기나 싱크대의 수도 같은, 그런 것들을 보면 생활 대부분이 중세풍의 냄새를 풍기는 현대에 가까우면서도 TV나 영상 쪽의 기술은 평민에게는 거의 풀지를 않았으니까요. 마도구라는 좋은 게 있는데도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건 따지는 게 아니야. 일단 가서 뭐가 있는지 보자.”
라피아는 아무래도 아오이와 지금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겠죠.
세세한 건 전부 필요 없는 거예요.
다른 건 관심 밖, 제대로 눈 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예요.
“…특이하게 방문에 다 태그가 적혀있네요.”
아오이는 라피아보다 먼저 여러 방 앞에서 살펴보며 말했어요.
방의 문마다 태그가 하나씩 붙어있어, 그와 관련된 영화를 골라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보였죠.
같은 태그의 방이 최소 3개씩은 준비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이 같은 장르를 보지 못한다는 그럴 걱정은 없는 것 같아요.
“흠, 이럴 땐…. 무서운 거지!”
“이런 경우에는 보통 로맨스 장르 아니에요? 오늘 무슨 일로 나왔는지만 봐도….”
서로 의견이 엇갈렸네요.
이렇게 되면 이전에야 말싸움으로 인한 신경전이 펼쳐졌겠지만, 관계의 변화도 있었고 무엇보다….
“뭐야, 아무리 문이 있다지만 방음이 잘 안될 것 같은데. 그래도 되겠어?”
라피아는 오늘 하루 자신이 했던 말을 지키기 위해 틈만 나면 이런 식으로 기회를 엿봤거든요.
그렇다고 아오이가 이런 도발성 강한 말에 심한 거부반응을 보였느냐면, 그건 아니었어요.
조용히 문을 열어 그 방 안으로 들어가 앉아버리는 모습이었죠.
“…뭐야, 진짜야?”
당황한 라피아가 아오이를 향해 되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어요.
조용히 바닥에 앉은 상태로 자신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두 번 톡톡하고 두드릴 뿐이었어요.
“…그렇게 유혹하면 나, 진짜 못 참아.”
“영화, 안 볼 거예요? 저는 영화가 궁금해서…. 라피아랑 같이 보고 싶은데요.”
“아아~ 이러면 안 넘어갈 수가 없잖아.”
라피아는 어쩔 수 없다는 모습으로 방에 들어와 문을 닫았어요.
고개를 살짝 돌려 수줍은 눈으로 바라봐오는 아오이를 보고, 누가 거절할 수 있겠어요.
오히려 버틴다면 그것만으로 대단한 거예요.
뺨까지 발갛게 물들인 걸 보면, 아오이가 얼마나 용기를 내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요.
“이 마도구 어떻게 쓰는지는 알아? 일단은, 보는 척이라도 해야 될 거 같거든.”
“…전생에 쓰던 거랑 딱히 다를 건 없어 보이지 않아요?”
“이렇게 인가? 음, 뭔가 많기는 하네. 제목이 다 이쪽 세계에 맞춰진 것 때문에 뭐가 뭔지 모르겠, 지만….”
마도구를 성공적으로 사용한 라피아였지만, 그 말은 끝마치지 못했어요.
아오이가 문에 달린 창문을 가리기 위해서 커튼을 치고, 불을 꺼버렸거든요.
정말 어디까지 진심인지 알 수가 없네요.
“아오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진심을 보이는 거야?”
“예전부터 궁금하기는 했어요. 라피아가, 질에게 주는 사랑이.”
“…그걸 너한테도 보여주면 좋겠다고?”
이번에도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아오이에요.
라피아는 마도구에서 들려오는 영화의 빛과 소리에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아오이가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얼마나 주체하기 힘든 부끄러움을 참고 있는지 알 수 있었죠.
“아오이, 이리 와 봐.”
라피아는 벽에 기대어 앉아, 팔을 벌렸어요.
“무릎에 올라타서, 안기라는 거예요?”
“응, 질에게 했던 것과 같은 걸 바라고 있다면원하는 대로 해줄게.”
안겨서 도대체 뭘 할 것이냐는 아오이의 질문에도 라피아는 답해주지 않았어요.
사실, 아오이는 라피아가 대답을 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을 거예요.
라피아가 흡혈을 할 것이라고요.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안고 있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흡혈밖에 없잖아요.
“읏…. 후읏, 알았어요.”
하지만 아오이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하며, 점점 라피아에게 가까워졌어요.
흡혈 도중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 시선을 피할 수가 없는 어둠 속에서 빨갛게 빛나는 라피아의 눈동자.
자신의 의지가 담겨있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발걸음까지.
이 모두를 보고도 라피아에게 안기는 것이 아오이의 목표라는 것처럼, 천천히.
“착하지, 잘 왔어.”
“도대체 무슨 능력을 쓴 거예요? 이렇게 쉽게 안기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아오이가 자신의 품에 안기자마자 라피아는 머리를 쓰다듬어줬어요.
품에 자연스레 안긴 아오이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투덜거렸지만요.
“나름 좋은 기분 아니었어? 매료를 써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대로만 있으, 뭐, 뭐 하는 거야!?”
“매료? 어쩐지, 몸이…. 이상하게…. 큿!”
“왜 풀어버리는 거야?!”
순식간에 힘을 해방해, 자신에게 걸린 매료를 해제한 아오이에요.
먼저 이런 행위를 시작하자고 한 것은 아오이였을 텐데, 무슨 이유로 해제한 걸까요?
“라피아, 저는 이런 능력을 바란 게 아니에요. 저는, 부끄럽지만…. 제 의지로 하고 싶어요. …자.”
아오이는 스스로 셔츠의 단추를 풀어, 가슴까지 옷을 내려 보였어요.
돌발적인 일에 머리가 따라가지 않는 라피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죠.
그저, 매끄러운 선을 그리는 아오이의 가녀린 어깨와 목에 시선을 고정할 뿐이었어요.
그 따가울 정도의 시선 때문이었는지 아오이는 그대로 라피아를 끌어안았어요.
부끄럽지 않게,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전에 황녀님이 과일 향이 난다고 하던 느낌을 알 것 같네. 관리 열심히 한다는 거 하나는 알 것 같아.”
“알아주니 고맙다고 해야, 윽!? 갑자기 말도, 없이…! 원래 이렇게 아픈, 흐윽…!”
아오이는 어깨 부근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고통에 놀라 소리치다가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그리곤 라피아를 꽉 안아, 뭔가에 참는 모습을 보였죠.
숨이 점점 가빠져 라피아를 탓하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걸 보면, 벌써 효과가 나오는 걸지도 몰라요.
라피아가 다 빨아들이지 못한 피가 새어 흘러내려서는 아오이의 속옷을 빨갛게 물들였지만, 그런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어요.
아오이는 이번 흡혈이 처음이라서 처음 느껴보는 쾌감에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요.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언젠가 질이 그랬던 것처럼, 라피아의 옷 주름을 세게 잡는 일밖에.
라피아는 한동안 천천히 피를 빨면서도 아오이의 반응을 즐겼어요.
한 번씩 몸을 흠칫거릴 때마다 놓아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아오이를 안은 손에 힘을 줬거든요.
적당히 만족한 라피아가 아오이를 놓아주었을 때, 그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어요.
“네 피도 맛있네. 원래 피 맛은 상대방이 어떤 기분이냐에 따라 달라지거든.”
라피아는 아오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물어봤어요.
하지만 대답도 없이, 아오이는 다시 라피아에게 안길 뿐이었죠.
“아하하…. 왜 이러실까?”
“…질은, 이런 걸 어떻게 버틴 거예요….”
“안 버텼지, 그대로 받아들였어. 그러니까 너도 참지 않는 게 어때?”
라피아는 이어 얼굴을 보여달라고 말하며 아오이를 자신의 품에서 약간 떨어트려 놓았어요.
그마저도 부끄러운지 곧바로 얼굴을 돌려, 삐진듯한 투로 대답했어요.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고 쉽게 말하네요….”
“아하하…. 그것도 맞지, 나는 흡혈을 당하는 게 무슨 기분인지 모르니까. 막연하게 기분이 좋다는 것만 알…!?”
라피아가 말을 잇지 못한 이유는, 아오이가 먼저 입을 맞춰왔기 때문이에요.
설마하니 아오이가 먼저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질이랑 있을 때도 그랬지만 주도권을 잡는 것은 항상 라피아였잖아요.
이렇게 주도권을 빼앗기기만 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 거예요.
물론, 그렇다고 당황하기만 할 라피아는 아니었어요.
입맞춤에 응해, 허리와 치마 속으로 손을 옮겨 아오이의 몸을 본격적으로 탐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 덕분에 아오이가 라피아와 혀를 섞는 속도는 점점 더뎌졌어요.
더뎌지다 못해, 라피아의 손길에 버티지 못해 입을 떼고선, 라피아의 손목을 잡아 저지하려고 했죠.
“하앗, 으응, 흐윽…! 라피아, 잠깐, 만….”
“왜? 이제 와서 싫다는 건 아니지?”
먼저 시작한 것은 아오이였으니, 라피아가 쉽게 멈춰줄 생각은 없어 보여요.
그렇지만 아오이가 말하기를.
“옷이, 더러워지니까아…. 하아, 읏…. 적어도 옷을 벗게 해줘요….”
숨을 정돈하며 스스로 반쯤 벗은 셔츠의 나머지 단추를 풀어가는 아오이였어요.
천천히 드러나는 아오이의 가슴은 평균보다 작지만 탄력있게 자리 잡고 있어서, 라피아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어요.
특히 가슴에서부터 갈비뼈로 이어지는 선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굴곡이 져 있어 당장이라도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죠.
라피아는 말없이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셔츠의 단추가 다 풀려갈 때쯤에….
“…못 참겠다.”
“네…?”
“못 참겠다고!”
“라피아앗?!”
라피아는 아오이를 억지로 바닥에 쓰러뜨려, 그 위에 올라탔어요.
억지로 눕혀진 탓에 한껏 놀란 아오이는 다음에 이어질 라피아의 행동도 막지 못했어요.
너무나 재빠른 탓에 한순간에 브라를 벗겨져 부끄러운 곳을 다 보이게 됐어요.
새하얀 피부와는 대조되는 연한 분홍색의 유두를 드러내, 속옷을 입고 있을 때와는 다른 색기를 뿜었어요.
이런 와중에도 다행인 게 있다면 올라탄 자세 때문에 팬티만은 벗겨지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라피아! 라피아?! 이건 너무, 너무 빠르잖아요!”
“빨라? 이렇게 적셔놓고 뭐가 빠르다는 거야!?”
“읏, 흐읍?! 그, 그렇지만…! 하다못해 목소리만이라도 조금 낮춰요…!”
순서를 따지던 아오이는 아직은 속옷을 벗겨지지 않아, 드러내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축축하게 젖은 것을 들켜버렸어요.
사실 들키고 말고를 떠나서, 이렇게 만든 게 라피아니까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만져질 때마다 터져 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서 입을 손으로 막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죠.
의미가 없었어요.
“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걱정돼? 하긴, 우리 말고도 사람은 조금 있었으니까!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마법으로 어떻게든 해봐! 나는, 나는 더 못 참겠으니까! 유혹은 네가 한 거라고! 네가 나쁜 거야!”
“네!? 그런, 막무가내로…! 으믑?! 으응!!”
아오이는 가슴을 만져지는 동시에, 입속으로 침입하는 라피아의 혀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일은 잊지 않았는지, 왼쪽 팔을 천천히 움직였어요.
하지만 곧바로 저항의 낌새를 본 라피아의 손에 의해 저지되었죠.
한 손뿐만 아니라, 다른 손도 같이 잡으며 아예 저항의 가능성을 없애버렸어요.
“하앗, 후우…. 너, 생각보다 음란한 몸을 하고 있는 거 알아? 이런 작은 가슴으로, 사람을 미치게 하다니…!”
“윽, 평소에도, 이렇게…. 하아…. 격하게 해요…? 질한테도…? 잠, 하윽?!”
질의 이름을 꺼내자마자 아오이를 더 몰아붙이는 라피아에요.
마치 자신에게만 집중하라는 것처럼 벌을 주듯이 말이에요.
가슴을 부드럽게 잡아 끝을 간지럽히듯이 만지기도 하고, 살짝 꼬집듯이 집으면서.
너무 세다 싶었으면 풀어주는가 싶다가도 혀로 핥아주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했죠.
덕분에 혈기가 돌았는지는 몰라도, 아오이의 가슴은 발갛게 물들었어요.
“그렇게, 민감한 곳만…! 이런, 이런 건 마음에 안 들어요…!”
“뭐 어떻게 하려고? 잡혀있는 주제, 에엑?! 으악?!”
이번에는 아오이가 마나를 작게 내뿜으면서까지 자세를 역전시켰어요.
그리곤 뜬금없이 분신을 소환해내는 거예요.
새로 나타난 두 명의 아오이는 나타나자마자 말없이 라피아의 양손을 구속했어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실리아나 달리아 등의 인격이 없는지, 말없이 지켜보기만 할 뿐이네요.
“저, 저기, 아오이…?”
“저만 이렇게 부끄러운 꼴을 만들건 아니잖아요? 라피아도, 보여주세요!”
얼마나 격렬한지 아오이는 뒷일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옷을 잡아 쥐어뜯었어요.
그 때문에 옷에 달려있던 단추가 다 뜯겨나가며 바닥에 뒹굴었죠.
그런데 옷을 벗긴 뒤의 아오이가 말없이 라피아의 몸을 보고 있기만 한 거예요.
정확히는 라피아의 평균보다는 큰 가슴이었어요.
평균보다는 크다고 해도 몸집이 있으니, 체격 차이 때문에 아오이에게는 더 커 보이겠지만요.
어쨌든 가슴에 시선을 고정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어요.
이에 뭔가 불안함을 느낀 라피아가 다시 한번 아오이를 불러봤지만….
“아오이…? 나 추운데…?”
“이, 이 건방지게 큰 가슴은 뭔가요!”
“아윽?! 그, 그렇게 꽉 쥐면 아픈데?! 진짜 아프다니까?!”
아오이는 자신의 손에 전부 잡히지 않아 흘러넘치는 라피아의 가슴을 꽉 쥐었어요.
라피아가 아파하든지 말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죠.
체격적으로도 그렇지만, 가슴의 크기에서도 아오이는 라피아와 차이 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이전에 ‘작다.’라는 것을 이유로 싸웠던 적도 있었잖아요?
나름대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게 여기서 폭발했나 보네요.
“크윽…! 항상 거슬렸어요…! 언제부터인지 작은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고 큰 모습으로만…! 이 건방진 모습의 라피아에게는 벌이 필요하겠네요!!”
아오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손을 문 쪽으로 뻗어 마나를 흘렸어요.
그러자 방 전체가 잠깐이지만 환하게 점멸했죠.
“뭐, 뭘 하신 걸까요오…?”
“후훗, 후후후…. 라피아가 그렇게 바라던 방음 마법이에요. 라피아는 누군가에게 당해본 적 있나요?”
“아, 아직은 없는데….”
뜬금없는 질문에 라피아는 착하게 하나하나 대답해줄 수밖에 없었어요.
“처녀는요?”
“지,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야, 분신에게 몸을 구속당해 눕혀져 있으면서 위에서 이렇게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요.
머리카락을 늘여 뜨려, 그림자까지 드리워가면서요.
“제가 빼앗아도, 괜찮아요?”
“아오이라면…. 괜찮습니다….”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 같은 아오이에게 말대꾸가 가능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특히나 처녀가 지켜지고 있다는 말에 아오이는 너무나도 밝게 웃었거든요.
“후후, 후후후후…. 라피아, 사랑해요.”
“저, 무, 무서운데 조금만, 상냥하게 해줄래…. 요.”
“걱정하지 마세요. 죽이지는 않아요….”
당황하며 죽으면 이상한 것이 아니냐고 따지는 라피아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오이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무방비 상태인 라피아의 다리를 모아놓고, 그대로 팬티를 단번에 내려버렸죠.
“저, 저기요!? 상냥하게 하신다고…!”
“라피아, 지금만큼은 조용히 있어요. 저도, 라피아의 말대로 라피아에게만 집중할 테니까.”
아오이는 천천히 얼굴부터 가슴, 배, 허벅지까지 입을 맞춰나갔어요.
그리곤 놀고 있는 손으로는 라피아의 매끄러운 곳을 한번 쓸어내렸죠.
“뭔가요? 이 질척거림은? 라피아는 아무것도 당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적셔 놓은 거예요?”
“나, 나도 흥분 정도는! 흐윽?!”
“이렇게 하면 되나요? 저도 자위 정도는 해봐서 알지만, 남에게 해주는 건 처음이라서요. 아, 질에게 한 번 받아본 적은 있구나….”
“뭐, 뭐어? 질에게?”
아오이는 라피아의 은밀한 곳 주변을 자극하다가, 질의 이름을 꺼내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잠깐의 애무를 그만뒀어요.
하지만 아오이도 알고, 라피아도 알듯이.
이것이 라피아의 자유를 뜻하는 건 아니었죠.
오히려, 반대예요.
“미안해요, 집중해야죠. 이건 어때요?”
“읏, 힉?! 하응?! 야, 야아! 손, 이라면 모를까, 혀로는…! 아읏! 응힛…!”
아오이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혀로 라피아의 빳빳하게 선 돌기를 핥기 시작했어요.
힘껏 몸부림치며 아오이의 혀에서 벗어나려 한 라피아였지만, 쉽게 허락해주질 않았어요.
쓸데없이 저항하는 라피아가 방해였는지, 아오이는 아예 양손으로 두 다리를 잡아버렸어요.
그리곤 입을 크게 벌려 아예 베어 물 것처럼 라피아의 음부를 물고 빨기 시작했죠.
“하?! 야, 아오이잇?! 읏, 잠, 아흣…!”
마도구에서 재생되는 영상의 소리가 무색해질 정도로, 방은 질척거리는 소리와 가쁜 숨소리로 가득 찼어요.
아오이가 누군가에게 이런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처음인 것 같네요.
분위기를 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아직 라피아가 아오이의 손에 놀아나는 시간은 한참이나 남은 것 같아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