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일이 잘 풀리면 의심부터
* * *
술집에 도착한 라피아는 제일 먼저 모든 사람을 살피는 것이었어요.
대충이라도 살펴보면 이곳이 확실하게 뒷세계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다들 인상이 험상궂은 거야 실라 주민의 특징이니 넘어가더라도, 차갑고 살기가 도는 분위기가 모든 걸 대신했거든요.
제아무리 질이 성기사를 상대 가능한 실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분위기에는 당해내지 못하고 있는 게 그 증거였어요.
라피아의 뒤에서 옷깃을 잡고 나올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왜 그렇게 겁먹어? 들어보니까, 능력만 따지면 나보다 랭크도 높다면서.”
“황녀님이 말해줬어요? 그럼 뭐해요, 실력이 안 받쳐주는걸요.”
“그건 천천히 늘려가면…. 찾았다.”
나름대로 배려를 한 것인지, 라피아는 질이 옷깃을 놓치지 않게 천천히 구석에 있는 테이블 가까이에 다가갔어요.
그곳에는 제복을 맞춰 입은 듯한 남자들이 여럿 앉아있었죠.
라피아가 멈춰 서서 남자들을 바라보자, 남자들 역시 일제히 질과 라피아를 쳐다봤어요.
당연히 그 시선은 날카롭고 생기 없어 보여 당장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에요.
혁명군으로 생각되는 사람만 조용해진 게 아니라 술집 전체가 조용해졌거든요.
게다가 라피아는 그들의 눈에서 이상한 점이라도 느낀 것처럼 말은 밝게 하지만, 속으로는 의심이 가득한 상태였어요.
대화 도중에도 그 가까이 다가가려 하질 않았죠.
“너희들이 혁명군이야? 생각보다 대놓고 돌아다니네?”
“무슨 볼일이지?”
“우리가 혁명에 관심이 조금 많아서, 도와주게 해줬으면 하거든. 전력으로 도움은 될 거야. 기본적인 마법은 쓸 줄 알고 있으니까.”
라피아가 말하는 도중에도 남자들은 라피아와 질을 훑어보기 시작했어요.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혁명군에 넣어달라는데, 이보다 더 수상할 수가 있을까요?
심지어 옷도 멀쩡해서는 도저히 이 뒷세계의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차림이에요.
“너희들, 혁명군은 맞는 거지?”
혁명군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있었나 보네요.
이런 신중함이 있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막상 이야기가 잘 풀려서 따라갔는데 혁명군이 아니라면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을 거예요.
“당연하지. 그러는 너랑 네 동생은 뭐가 문제라서 혁명군에 들어오고 싶은 건데?”
“마기노에게 가족을 잃어버렸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야기일까? 그런 마기노들이 아직도 날뛰고 있는걸 볼 때마다 속이 끓어오르거든.”
“…아니, 충분하지! 직접 찾아올 이유도 충분하고! 너희들도 그만 퍼마시고 일어나라고!”
마기노에게 가족을 잃었다는 말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동료들을 일으켜 세웠어요.
단순히 마기노라는 단어에 반응해서 일어난 것만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이는 라피아의 얼굴이 새삼 진지하게 보였기 때문일 거예요.
가족을 잃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라피아의 표정이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슬픔을 감추려고 하는 듯이 보였거든요.
혁명군의 남자들도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그 감정에 반응한 거겠죠.
자신들도 비슷한 일을 겪어봤을 테니까요.
사실 이런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을 찾으라면, 그게 더 어려울 거에요.
새삼스럽지만 질의 마을이 괴멸당했던 시기의 전후로, 전 세계가 불타올랐을 테니까요.
“일단 다들 나가자고! 민폐야, 민폐!”
민폐라면서도 혁명군들은 일제히 의자를 시끄럽게 끌며 정리하고는 빠르게 술집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밖으로 나온 모두는 술집의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말문이 트였어요.
“이름이 뭐라고? 그동안 떠돌아다니느라 힘들지 않았어?”
“마기노가 무서웠을 텐데, 그래도 혁명군에 들어오겠다는 거야? 용기는 봐줄 만하네!”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 나도 그랬거든!”
“저마다의 역할이 있는 거 아냐! 나는 짐꾼인 지금 역할에도 만족한다고!”
“너는 이 자식아! 들어오자마자 전선에 보내달라고 하던 거 다 잊어버렸냐!”
“그렇지만 마법을 쓸 수 있다니 대단한걸! 나도 그런 쪽으로 재능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마법을 쓴다고 너무 자만하진 마! 너희들, 혁명군에 들어와도 되는지 면접을 봐야 하거든!”
술집에서와는 다른, 밝고 환한 표정을 하는 남자들의 모습에 질과 라피아는 당황했어요.
누구 하나 죽일듯한 험상궂은 외모로 살벌하게 대화를 나누는가 했더니, 이렇게 돌변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심지어는 라피아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말이나, 칭찬도 해주고, 과거의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이는걸요.
남자들이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니라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와중에도 중요한 정보 하나가 등장했죠.
면접.
“면접? 하긴, 그냥 아무나 막 들일 순 없겠지. 어떤 면접인데?”
“말은 저렇게 해도 별거 없어! 방의 한가운데에 있는 마법진 안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그걸로 합격이야.”
“…마법진? 무슨 마법인데?”
“그냥 자격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충분하지 않다면 마법진이 붉게 빛나고 마는 일이지. 방법은 확실하니까 딴지 걸지는 말라고!”
당연하겠죠.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 알려준다면 면접이 아니게 될 테니까요.
실라를 빠져나와서 남자들과 함께 향한 곳은 이전에 들었던 해안 동굴이 아니라, 엉뚱한 산골짜기의 오두막이었어요.
그런데 그곳에는 혁명군으로 보이는 남자들 외에도 일반인이나 모험가로 보이는 사람이 몇몇 있는 것 같아요.
“여기가 면접을 보는 곳이라고? 너무 허접하게 생겼는데?”
“이런 구닥다리같이 생긴 오두막이라도, 리더가 시킨 일이니까 불만은 품지 말고. 차례로 앞으로 나와서 저 방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돼.”
“정해진 차례가 없으면 내가 먼저 해도….”
라피아가 제일 먼저 나서겠다는 라피아의 말을 끊어버린 건 질이었어요.
일어서려던 라피아의 옷깃을 잡아 고개를 한두 번 저었거든요.
“…베리아?”
라피아는 질의 눈동자가 전부 새빨갛게 변한 것을 보고 단번에 베리아라는 것을 눈치챘어요.
역시 라피아가 눈치 하나는 엄청 좋아요.
“가만있거라, 먼저 나서서 좋을 게 없을 거다.”
라피아에게만 들릴 소리로 작게 말하는 걸 보니 반드시 말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베리아가 이렇게 갑자기 주도권을 잡고 라피아를 말려 세우는 이유라고 해봤자 얼마나 대단한 이유겠어요.
언젠가 한 번 목숨을 걸고 싸웠던 라피아 역시, 베리아의 말을 듣고 싶지도 않을 텐데요.
그런데 새삼 진지한 표정을 해서 그런지 쉽게 베리아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네요.
“미안, 다른 사람 먼저 하게 해줘. 동생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네.”
“응? 뭐, 그러던지.”
너무나도 쉽게 허락을 내려주는 혁명군이에요.
그러거나 말거나,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하고는 다른 사람을 먼저 방 안으로 데려가 버렸죠.
다시 자리에 앉아서 상황을 지켜보던 라피아는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어요.
자신을 붙잡았으면 적어도 상황 설명이라도 해주어야 하는데, 베리아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방 안쪽을 뚫어지도록 노려보고 있었거든요.
마치 그 안에 원수가 되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처럼요.
“야, 뭐라도 말 좀 해봐.”
“마나를 느낄 수 있다면 제대로 온몸의 감각을 예민하게 활성화해 보거라. 이 몸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참다못해 물어본 라피아에게 대답을 해준 베리아지만 그 대답 역시 만족스럽지는 못했을 거예요.
최악의 상황이라는데 뭐가, 어떻게 최악인지 전혀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까요.
“뭐? 무슨 헛소리를 하나 했더니, 별거 아니기만 해봐. 이때가 아니면 잠입도 못 한, 다고…?”
그 순간이었죠.
베리아의 말대로 온몸의 신경을 집중한 라피아가 말을 마친 순간 면접을 보는 방으로 고개를 휙 돌려버린 거예요.
비단 라피아뿐만 아니라 면접을 보러 온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말이에요.
개중에는 방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고, 오두막 밖으로 도망치려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떤 문이든 쉽게 열릴 리가 없었죠.
“멍청하기는, 도망치려 해도 이미 늦었다. 저 방 안쪽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이미 이 오두막 주위에 마기를 둘러쌓게 해두었어.”
“저 녀석들 눈이 맛이 가 있어서 예상은 했는데, 왜 더 빨리 말하지 않은 거야?”
“이 몸이 네 녀석에게 말해줄 의리가 있나? 지금은 그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으니, 네 반응이 보고 싶어서 말해준 것일 뿐이다. 사소한 복수의 기회라고도 생각했고.”
“너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인 거 알지? 나중에 두고 봐!”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재밌다는 듯이 모두를 구경하는 베리아를 놔두고 현관문을 박살 내버리는 라피아였어요.
물론 이를 가만히 두고 볼 혁명군의 남자들이 아니라 방해에 나섰지만, 라피아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죠.
요란하게 덤벼든 남자들만 10명 가까이 되었지만 다른 사람들도 있었잖아요?
잠입의 기회는 날아가 버렸지만, 무슨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마기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보다는 나을 거에요.
같이 오두막을 빠져나온 혁명군 입단 예정자가 말하기를.
“혁명군이 마기를 다룬다니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그 말대로, 누가 예상이나 할 수 있었겠어요?
마기노를 싫어해, 마기노 하나 막아내지 못하는 세상에 불만을 품어, 스스로 모여들어 일어난 이들이 이 사람들이잖아요.
“다들 무사해?!”
“무사, 한…. 윽?! 크윽…!”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라피아의 질문에 대답하던 사람이 답답한 듯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게 아니겠어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라피아를 제외한 모두가 아파하고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러던 도중에 라피아는 이상한 걸 느꼈어요.
베리아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젠장, 아직 안에서 안 나온 거야?! 치잇…! 이 사람들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지!”
현명한 판단이에요.
베리아에게 주도권을 넘긴 것인지, 빼앗긴 것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질을 혼자 놔두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지인 게 분명하죠.
하지만,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려는 라피아의 앞을 막아선 것은 혁명군의 입단 예정자들이었어요.
방금까지 고통에 몸부림치던 사람들이 초점이 나간 눈으로 그 앞을 막아서 라피아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려고 하는 거예요.
자기의 의사라곤 없는 시체처럼, 그 모습은 흡사 죽지 못해 떠도는 언데드와도 같은 모습이었어요.
“침식된 건가? 질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봐줄 생각 따위 없다고!”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라피아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제압하기 시작했어요.
능력으로 여러 개의 단도를 만들어내며 흩뿌리다시피 던져 팔과 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버렸죠.
그런데 나머지 한두 명이 공격에 버텨낼 만한 모험가였는지, 무기를 꺼내 들고 덤벼든 거예요.
다행이라면 라피아의 공격을 버틴 상태에서 덤벼오는 거라서 움직임이 상당히 둔해졌다는 것이었어요.
안 그래도 마기에 침식당해 느릿해진 움직임이 둔해지기까지 했다면 라피아의 상대가 될 리가 없어요.
모험가의 머리를 잡아 땅에 처박아, 가뿐히 제압에 성공한 라피아는 그대로 오두막으로 들어갔어요.
확실히 기절했는지 뒤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요.
그런데 오두막의 안에는 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베리아가 어디로 이동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고, 닫혀있던 방의 문도 열려있는 걸 보아 면접실로 들어간 것 같아요.
“…뭐 하는 거야? 걱정돼서 와봤더니, 개판을 만들어놨네.”
허겁지겁 들어온 라피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도 방 안이 난장판이 되어있는 것을 보고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어요.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있는 것은 물론, 벽에도 튀어있는 데다가 폭발한 듯이 여기저기 튀어있는 살점들까지.
뱀파이어임에도 불구하고 진한 피의 냄새에 라피아의 얼굴을 구길 정도였어요.
“네가 이러면 질이 자기 탓을 할거라고, 생각 좀 하고 행동하면 안 되는 거야?”
“이 몸이 왜 지르니트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군.”
“네가 지금 소멸하지 않고, 이름도 빼앗기지도 않고 있는 게 누구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감사함이라도 느끼라는 것이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네 녀석이 미연에 방지했으면 될 일이었을 텐데?”
“…그래서 어쩌자고, 한바탕 싸우자고? 내가 질의 몸이라고 해서 공격 못 할 거라고 생각했으면 큰 오산이야.”
라피아의 각오의 찬 말에도 베리아는 코웃음을 치며 가뿐히 라피아를 무시하고는 바닥의 마법진에 손을 대었어요.
피로 얼룩진 마법진에 손이 닿자마자 마치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수어져 버렸죠.
그러고는 말도 없이 주도권을 넘겨 질의 심상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거예요.
“핫?! 우웁, 냄새…!”
바뀌자마자 풍겨오는 피 냄새에 질은 코를 가리고는 방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멋대로 자신의 몸을 썼는데도 화낼 여유도 없이 헛구역질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피의 냄새만 풍긴다면 모를까, 라피아에겐 버틸만한 광경이라도 질에게는 면접실의 풍경은 버티기 힘들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로써 잠입은 물 건너간 것 같아요.
다른 혁명군을 찾기에는 골목길을 너무 대담하게 돌아다닌 탓에 이미 질과 라피아의 얼굴이 다 소문났을지도 몰라요.
돌아다녔다기보다는 즐겼다, 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네요.
“질, 괜찮아? 갑자기 베리아가 왜 튀어나온 거야?”
“흐윽, 으으…. 모르겠어요. 베리아가 말한 대로 화났다는 것밖에는….”
약간 촉촉해진 입가를 닦아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힘겹게 대답하는 질이에요.
모습을 보니까 아무래도 주도권을 넘겨준 건 아닌가 보네요.
주도권을 다시 빼앗아오는 것도 불가능했던 것처럼 보이고요.
불행했던 사고였다는 거죠.
“일단 길드에 사람들을 구해달라고 연락해야 하니까 우리는 먼저 돌아가자. 탈리안한테도 이 일을 알려줘야 하고….”
“알았어요….”
“그래도 다행이다. 베리아에게 몸을 빼앗기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 너는 아무렇지 않다지만 빼앗고 나서 몸을 돌려줄지 안 돌려줄지 어떻게 알겠어? 앞으로는 조금만 더 조심해.”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저한테는 그런 확신이 있어요. 베리아는 천성은 좋은 사람일 거라는 사실을요.”
“질, 내 말 들어.”
항상 다정하거나 진지한 얼굴로 말해오던 라피아가 이번에는 새삼 무서운 얼굴로 말했어요.
언뜻 보기에는 화난 것처럼 보이지만 질을 훈계하려는 듯한 모양이에요.
이렇게까지 차가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명령하듯이 말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는 질이었어요.
걷던 발까지 멈춰 세워 말 한마디 없이 고개만 끄덕였으니, 질이 얼마나 겁먹었는지 알 수 있었죠.
그런 질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던 라피아는 움찔거리는 모습에 한숨을 쉬고는 웃어주며 질을 끌어안았어요.
“그래, 착하네. 이렇게 주도권을 계속 빼앗긴다면 베리아한테 삼켜져서 널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되서 그런 거니까…. 그러니까 이해해 줘. 무섭게 해서 미안해.”
“저, 옷 더러워졌는데….”
“괜찮아! 나중에 세탁하면 돼.”
정말로 미안하긴 한가 봐요.
질의 옷은 타인의 피로 얼룩져 흥건하게 젖어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탈리안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말한다면, 한바탕 잔소리를 듣게 될 것이 뻔한걸요.
무사하다는 사실만큼은 다행이지만, 둘이 나란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혼나게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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