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다시 황녀를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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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일은 다행히 탈리안에게 들키지 않았어요.
질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탈리안과 거실에서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근데 정말 괜찮은 거예요? 내일 언니가 교회에 같이 따라와도….”
질은 외투만 제외한 마법 학원의 제복에 두꺼운 털실로 짜인 긴 파카를 입으며 탈리안에게 말을 건넸어요.
어딜 가길래 이렇게 두꺼운 차림을 하는 걸까요? 수도는 세계의 조금 위에 있기에 이런 두꺼운 옷을 입을 필요가 없는데요.
탈리안도 비슷하게 두꺼운 옷을 입다가, 구겨진 질의 소매를 보고는 대신 펴주며 대답했어요.
“오히려 같이 가는 편이 더 안전할 거에요. 크리미아가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탈리안의 말이 맞아요.
같이 싸운 전적이 있다지만, 라피아처럼 친해질 기회가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정보를 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해도 모자랄 수준이기는 해요.
정보가 없었다면 탈리안이 이곳저곳 교회를 들쑤시고 다니며 직접 마군주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언니가 마군주라는 거, 엄청 유명하잖아요. 거기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유명하다니, 그건 또 누구에게 들은 건가요?”
질이 누군가에게 들었을 경우도 있겠지만, 탈리안이 생각보다 눈치가 없네요.
마법 학원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소문이 나 있었을 테고, 탈리안도 직접 들어본 적이 있었을 텐데요.
“황녀님이 말해줬어요. 언니가 마군주라는 거 교회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고…. 근데 언니가 너무 강하니까 쉽게 건들지 못하고 있다고….”
“그래 봤자 베리아한테 졌던 전적이 있는데요. 저는, 크리미아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베리아를 기절시킨 라피아보다 못한 걸지도 몰라요.”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만 놓고 따지자면 라피아가 뭔가 성과를 낸 건 맞죠.
탈리안이 이렇게 주눅 든 모습도 어쩔 수 없기는 해요.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언니는 그 누구보다 강해요! 베리아도 그렇다고 말하는걸요!”
베리아가 거들 정도라면, 라피아가 탈리안보다 약하기는 한가 봐요.
물론, 약하다는 게 마군주의 기준이니까요.
아니면 탈리안이 먼저 베리아와 싸워서 힘을 빼두었기에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겠네요.
자신을 이렇게 열심히 대변해주는 질이 고마운지, 탈리안은 풀죽은 표정을 풀고 마저 외출 준비를 했어요.
“후훗, 그렇게 말해주니 말뿐이라도 기쁘네요.”
“진짜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저를 구했겠어요!”
“그것도 그렇지만, 후회스럽네요. 그럼 다음에는 조금 더 노력해서 모든 힘을 내도록 할까요. 그럴 일이 없는 게 제일 좋지만요.”
베리아와 싸울 때는 전력을 내지 않았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걸까요?
하긴 베리아와의 싸움을 생각해보면 상성이 안 좋았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같이 갔던 동료들과 싸웠어야 했을 테니 전력을 내는 것도 불가능했을지도 몰라요.
베리아만 있는 게 아니라, 아가레스라는 마군주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질은 이보다는 탈리안이 계속해서 자책하는 모습이 더 신경 쓰였나 봐요.
“정말, 언니는 항상 말을 안 좋게만 해서…. 나중에 반드시 그 버릇을 고쳐줄 테니까요. 지금은 황녀님부터 만나러 가요.”
“그, 놓지 않겠다던가, 버릇을 고쳐준다던가 그런 말은 어디서 누구한테 배운 건가요…?”
최근에는 질이 탈리안의 손을 잡고 이끄는 모습이 잦네요.
상당히 적극적이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전에는 탈리안의 허락을 구한 뒤에 움직이는 게 보통이었는데, 많이 바뀌기는 했어요.
물론, 지금의 탈리안에게는 이것보다 질이 의미심장한 말이 더 신경 쓰이겠지만요.
“라….베리아한테서요.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어오니까요.”
“…무시하라고 하지 않았었나요?”
“언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느니, 저보고 그렇게 물러터져서야 언니를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느니…. 나도 다 생각이 있는데.”
“새, 생각이요? 무슨….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비밀이에요.”
숨기는 게 당연하겠죠.
자신이 무슨 일을 할지 미리 말해놓으면, 탈리안이 어떻게 대처할지 다 알 테니까요.
그 누구도 모르게, 주도면밀하게,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 거예요.
탈리안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몰라도,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질의 생각대로 상황이 흘러갈 테니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로 커 가는 질 때문인지, 탈리안은 먼저 집을 나서는 질의 등만 씁쓸하게 바라봤어요.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했길래 이렇게 늦게 나와?”
“별거 아니었어요. 그냥 앞으로 제가 어떻게 무슨 일을 하면서 살면 좋을까 같은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건 변명으로도 너무 티 나는 변명 아니야?”
집 밖으로 나온 질을 반겨준 라피아에게 하는 변명으로는 상당히 빈약하긴 하네요.
질이 무슨 일을 하고 살게 될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뒷전으로 미뤄졌지만, 탈리안을 도와 도서관을 운영해도 되는 거고, 뛰어난 실력을 살려 모험가를 해도 되겠죠.
어쩌면 이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는 거고요.
이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지만, 굳이 이 이야기들을 황궁에 가기 직전에 나눌 필요는 없잖아요.
그걸 라피아도 아는 거예요.
“이미 제가 뭘 하고 살지는 정해져 있으니까, 그만큼 쓸데없는 이야기였다는 거에요.”
“뭐, 그렇다면 더 다른 이야기는 안 하겠지만…. 아니, 근데 정해져 있다고? 어떤 일을 하면서 살지 생각해 놨다는 거야?”
“네, 근데 안 알려 줄 거에요. 저만 알고 있을 거거든요. 탈리안 언니한테도 라피아 언니한테도 안 알려 줄 거야.”
대답하는 와중에도 질은 탈리안의 손을 놓고,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짐을 마차의 짐칸에 가져다 넣었어요.
마차까지 준비해 놓은 걸 보면 꽤나 멀리 가는 것 같은데, 굳이 탈리안의 문을 건너는 능력을 쓰지 않고 가는데 이유가 있는 걸까요?
“지금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 건가요?”
“뭐? 뭐가 말하고 싶은 거야?”
무슨 의미인지 알면서도 되묻는 라피아를 보니 탈리안이 한 말에 기분이 나빠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집 안에서 탈리안과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한다면, 누가 봐도 질투와 견제를 한 번에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탈리안은 싸움을 거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걱정하지 말라는 거예요. …친구, 잖아요. 친구의 연인을 빼앗는 일은 하지 않아요. 약간은 받아가겠지만.”
유독 친구라는 말에 뜸을 들이는 걸 보면, 라피아를 정말 각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나 라피아가 좋아진 걸까요?
탈리안이 자리를 비우기 전만 하더라도 툭하면 질을 놓고 싸우기 바빴으니까요.
지금은 오히려 양보하는 걸 보면 확실히 달라진 거예요.
다행이라면 라피아가 이런 변화를 그다지 싫어하지 않았다는 거였죠.
“으와, 낯간지러워…. 근데 약간이라니? 빼앗지는 않겠다며!”
닭살이 돋았다는 것을 일부러 어필하려는 것처럼 팔을 슥슥 문지르다가도, 뭔가 이상한 말이 들어가 있는 걸 눈치채고는 소리 지르네요.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질을 완전하게 빼앗기기는 싫다는 거잖아요? 이런 게 부모의 마음인 걸까요.
“나눠 받겠다는 거예요.”
“너 황궁에서의 일을 잊은 건 아니지? 거기서 더 빼앗아 가겠다고 하기만 해봐! 저번엔 나도 모르게 넘어갔지만, 진짜 그때는 각 잡고 싸우는 날이야.”
나눠 받겠다고 했음에도 빼앗아 간다고 표현하는 걸 보면 라피아도 어지간히 저 말이 싫은가 보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아 가겠다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라피아의 반응이 정상이기는 하지만, 그 반응이 조금 과할 뿐인 거죠.
“라피아, 이 정도까지 양보를 해줬는데도 그렇게 화를 낸다면…. 저는 슬퍼요.”
“치잇…! 진짜, 네가 지구에서 온 녀석이란 걸 모르고 있었으면 정말 힘으로라도 완전히 빼앗아 갔을 텐데…!”
그래도 라피아 역시 탈리안과의 관계를 망치기는 싫어하는 것 같죠.
둘이 이러는 와중에도 질은 조용히 마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문이 닫히는 소리에도 라피아는 질이 사라지는 걸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후후, 아비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어서 가도록 해요. 질은 벌써 마차에 탔어요.”
“이제는 우리가 말싸움을 해도 관심조차 안 가지는 거야?”
“계속 떠들 거라면 버리고 갈 거예요?”
마차 안쪽에서 고개를 내밀고있는 아비가 뚫어지게 노려 보는 게 느껴졌는지, 탈리안은 라피아를 지나쳐 마차에 올랐어요.
‘누가 안 간대?’라며 따라오는 라피아를 보더니 아비가 지겹다는 얼굴로 탈리안을 향해 물어봤어요.
“잡담은 전부 끝났습니까?”
“네, 문 닫고 출발해도 돼요. 아비.”
아직 라피아가 마차에 올라타지도 못했는데, 문을 닫아도 된다니 짓궂네요.
“라피아는 거기 있으세요, 저흰 갈 거니까.”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아니! 기다리라니까?! 닫지 마!!”
“닫으라길래 닫은 겁니다. 저는 빨리 여러분들을 데려다주고 쉬고 싶단 말입니다.”
“아, 어, 네, 미안해요.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조금 신경질적인 아비의 모습에 라피아는 재빨리 마차에 올라탔어요.
하기야 누구의 명령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떠들며. 출발을 늦추는 게 좋게 보이지는 않겠죠.
마차는 라피아가 자리에 앉자마자 출발했어요.
“그런데 알마 언니는 어떻게 됐어요? 바쁘다 보니까 잊어버려서….”
질이 회복된 지 얼마 안 되어서 정신이 없긴 했죠.
탈리안과 화해해야 했고, 황궁에 끌려가기도 하고, 베리아가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어오고, 몸의 회복에도 신경 써야 했고….
알마를 신경 쓰기에는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알마 걔는 내가 좀 험하게 때려서 그런가…. 바로 황궁으로 옮겨져서 요양하게 됐어. 아마 지금도 황궁의 많고 많은 병실 중 한 곳에 누워있을걸.”
“그렇게 세게 때린 거예요? 상대가 마군주라곤 해도 동료를 그렇게 세게 때리면….”
“안 죽었으면 된 거 아니야? 나름 조절한 건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르니트 양도 들어서 알다시피, 마법으로 정수를 추출할 기술이 있는 황궁이지 않습니까. 회복은 빨리 될 겁니다.”
언제 들었는지는 몰라도, 질도 자신의 출신에 대해 알게 되었나 보네요.
그럼 더더욱 알마에 대해 신경 쓸 시간은 없었을 것 같아요.
“알죠, 그래서 황녀님은 저한테 미안한 건 없대요?”
“지르니트 양에게 제가 해드릴 말은 딱히 없습니다. 황녀님이 하실 말씀이 있다면, 직접 하시겠죠.”
“이번에 만나니까 물어보는 건 다 말해주는 거겠죠?”
“그러니까 재차 말씀드리지만, 저는 해드릴….”
“아, 알았어요. 그냥 그렇다고 말이라도 해주지 치사하기는….”
질은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지 않는 아비와 대화를 그만둔 것 같아요.
과장을 조금 더 해보자면 돌과 대화하는 기분일 거예요.
하지만 이건 질의 입장에서였어요.
보다 못한 탈리안이 질에게 괴롭혀지는 아비를 구해주기 위해 끼어들었죠.
옆에서 보자면 질이 아비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로 보였을 테니까요.
이해가 가는 화풀이라서 딱히 다른 말을 할 수도 없기에 달래기만 해야겠지만요.
“질, 너무 그러지 마세요. 아비는 저래 보여도 손해 보고 사는 타입의 마군주에요. 마군주답지 않은, 그나마 착한 마군주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언니를 제외하면 마군주는 다 거기서 거기에요. 다 똑같아. 자기만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살고.”
“탈리안도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 뭐야, 왜 그렇게 봐?”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음, 흠흠! 크흠! 아아, 그보다 황녀님이 계약에 대해 무슨 제안을 하려고 또 부르신 걸까나….”
애써 말을 돌리는 라피아부터 해서, 이야기는 끊이지가 않았어요.
창문 밖으로 변해가는 풍경은 푸른 숲부터, 점점 잎이 말라가는 나무가 보이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해서는….
마차가 다니는 길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새하얗게 물든 평야로 바뀌었어요.
황궁은 이런 추운 지역에 있지 않아요.
세계의 중심에 있는 만큼 수시로 계절이 바뀌는 특성이 있는 지역에 있지만, 지금은 봄이니까요.
그래서 질이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면, 아비는 황녀가 다른 별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만 했어요.
지루함을 대화와 군것질로만 때우다가 도착한 곳은 정말 아무도 찾지 않을 깊숙한 설산 속의 별장이었어요.
마차에서 내린 질은 춥다는 말부터 했어요.
“두껍게 입고 오길 잘했네요…. 마차 안에서는 더워서 벗고 있었는데….”
“그런데 황녀님이 있는 곳치고는 너무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니야? 지켜줄 사람도 안 보이고.”
라피아의 말처럼, 이곳은 너무나도 조용했어요.
별장 안에서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별장 주변에는 동물 한 마리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거든요.
“황녀님만 아시는 곳이니까 당연합니다. 들어가 보세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아비는 말을 마치고는 마차에 다시 올라타,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어요.
마지막에 탈리안이 아비와 잠깐이나마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주 잠깐인 데다 소리도 작아 질에게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을 거예요.
“갈까요? 마차가 꽤 좋지 못한 거라 좁아서 몸이 근질거렸었잖아요.”
“너무 조용한데 함정 같은 건 아니겠지?”
먼저 앞장서서 별장으로 향하는 탈리안의 뒤를 따르며, 불안하다는 듯이 말하는 라피아에요.
황녀가 굳이 탈리안과 라피아를 이곳까지 불러내어 함정에 빠트릴 이유는 없겠지만요.
“언니는 은근히 겁이 많네요.”
“적어도 조심성이 좋은 거라고 해줘. 아니면 벌이 부족했어?”
벌이라는 단어에 질은 흠칫하며 탈리안의 뒤로 숨었어요.
“…무슨 소리에요? 벌? 질한테 뭔가 했나요?”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진짜 장난 아니네, 여기.”
라피아가 이러는 것에는 별장과 주변의 분위기가 너무 정적에 쌓여있어서 그런 것도 있었어요.
온통 새하얀데, 별장 안에는 불도 켜져 있지 않고, 눈발은 점점 거세져 시야를 가릴 수준으로 내리고 있으니까요.
시간도 도착하기까지 꽤 많이 흘러버려,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거든요.
그걸 알기에 탈리안도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자신을 믿으라며 라피아를 안심시키려 했어요.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돼요. 제가 있잖아요.”
“어, 으응, 그, 그래….”
“못 믿겠다는 거예요? 저 이래 보여도 마군주인데요?”
“아니, 황녀님이잖아? 뭘 준비해놨을지 모르니까….”
“괜한 호들갑이에요. 친구를 믿어보세요.”
“널 못 믿겠다는 건 아닌데, 아아~ 모르겠다! 진짜 들어간다!”
이제는 친구라는 말에 꽤 익숙해졌는지, 이전처럼 오글거린다거나 닭살 돋는다는 말을 하지는 않네요.
좋은 발전이에요.
문 앞에서 멈춰 서 있는 것은 좋지 못하지만요.
“연다? 연다?!”
“어서 열어요.”
탈리안의 재촉에 문고리를 잡은 라피아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문을 잡아당겨 열어버렸어요.
안쪽에서는 ‘타닥,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작은 불빛만이 새어 나오고 있었죠.
출구와 등지고 있는 채로 소파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보고 나서야 라피아는 안심하고 안쪽으로 들어갔어요.
별장 안에는 소파에 앉아있는 누군가 외에는 그 누구도 없었거든요.
맞은편에 있는 화로 덕분인지,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소파에서 일어나 질의 일행을 맞이하려는 것은 황녀였어요.
“잘 찾아왔다. 그대들의 방문을 환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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