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 마녀 구출 작전 (4)
* * *
다음날, 크리미아의 파티는 야영지를 정리하자마자 중앙 거점으로 향했어요.
하룻밤을 푹 쉰만큼이나 파티원들의 발걸음은 빠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지만, 단 한 명만큼은 퀭한 얼굴로 파티원들 사이에서 조금 뒤처지는 속도로 걷고 있었죠.
숨겨서 뭐 하겠어요? 크리미아에요.
“이봐, 괜찮은 거 맞아?”
그 상태가 옆에서 보기에 불안했을 거예요.
잘 걷다가도 몇 번은 발이 걸려 휘청이기도 했으니까요.
프로비우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에요.
물론, 크리미아가 프로비우스의 선의를 무시해버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죠.
“…괜찮습니다. 잠을 안 자는 건 하루 이틀 정도는 문제없어요.”
“저녁까지 기다려야 된다며, 중간중간 빠져나가는 놈들도 붙잡아야 할거고…. 그래도 괜찮다는 거야?”
“프로비우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제 걱정은 쓸데없는 겁니다.”
하기야 육체적 피로까지 날려버리는 능력도 갖추고 있는데 괜한 걱정일 거예요.
“잠을 못 자서 어제보다 더 까칠한 느낌인데, 정말로 괜찮아?”
“정말 어제부터 끈질기십니다. 적당한 선이라는 것을 지켜주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건 내가 재미 보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파티를 위해서 하는 말이기도 해.”
하지만 프로비우스가 파티를 들먹이며 걱정한다면 크리미아는 도망칠 곳이 없어요.
자신으로 인해 파티에 영향이 간다면 그만큼 민폐인 것은 없죠.
게다가, 며칠간 마음속에서 삭인 복수심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가능성도 커지니까요.
“…저는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잠을 못 잔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카미라즈에게 당한 뒤로 다른 모험가와 있을 때는 불안하고, 불안해서…. 다시 배신당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크리미아의 목소리는 가면 갈수록 줄어들었어요.
바로 옆에 서 있는 프로비우스의 귀에만 간신히 들릴 정도로요.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지금껏 무표정만 봐와서 표정을 바꿀 줄 모르는가 싶었어.”
“시비를 걸러 오신 거라면 이대로 쭉….”
“어이! 너희들! 크리미아가 축복이랑 정화를 너무 써대서 피곤하시단다! 조금만 쉬었다 가자!”
프로비우스의 돌발 행동에 놀라며 ‘뭐 하는 겁니까!?’라며 화내는 크리미아지만, 다른 파티원들은 전부 프로비우스의 편을 들어주었어요.
다른 파티원 중에서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크리미아의 회복 능력만 생각한다면 치료 담당의 파티원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성녀 후보생인 만큼 그 힘에 대해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던 거에요.
물론, 크리미아가 받는 피로감은 계속 누적될 테니 아예 필요 없는 건 아니겠지만요.
그런 의미에서 프로비우스의 말은 꽤 영향이 컸어요.
“다른 녀석들도 나랑 똑같이 생각하는 거 같으니까, 조금만 쉬었다 가자고 성녀님.”
그럴 수 있다며 중얼거리는 파티원들은 바로 움직여서 풀을 베어, 넝쿨을 제거하고, 바닥을 다져버리고는 순식간에 공터를 만들어버렸어요.
다만, 성녀님이라는 호칭에 크리미아는 약간 기분이 상했나 봐요.
“비꼬시는 겁니까?”
“우리한테는 정말 성녀라고, 육체의 피로까지 날려주는 치료사가 어디 있다고 그래.”
“사람을 놀리는 것도 정도껏…?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크리미아는 성장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마도구를 꺼내 들었어요.
마도구는 작게 진동하며 작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귀에 가져다 대어 마력을 흘려 넣으니 바로 파티 간에 통신이 가능한 연락 수단이 되었죠.
《여기는 파티 다프론의 왼팔! 현재 다프론의 머리, 오른팔 파티와 함께 중앙 거점의 포위에 성공했다!》
“여기는 파티 다프론의 다리. 아직 중앙 거점에는 도착하지 못했으며, 공투를 바랄 경우 조금의 기다림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프론의 다리, 5시간으로 충분한가? 아직 적들은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가능합니다. 다프론의 왼팔, 적을 발견하더라도 최대한 교전을 피하며 매복해있을 것을 권장합니다.”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프론의 몸은 이미 이동 중이던 적과 조우해 한차례 교전을 시작했다. 다행히 놓친 적이 없어서 적에게 들키진 않았겠지만, 다프론의 다리도 서두르기 바란다.》
“알겠습니다. 다프론의 왼팔, 무운을 빕니다.”
크리미아의 파티만 하더라도 이렇게 동료가 많은데, 이번에 공격하는 대상이 중앙 거점이라 그런지 다른 파티들과도 미리 계획을 짜두었나 보네요.
재앙이 생겨난 이래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세력을 키워오던 노예상들이 모습을 드러낸 뒤로, 대륙의 모든 생명을 상대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으니까요.
이만한 원한을 산 것도 당연한 일이에요.
“기껏 휴식 공간을 만들어주셨는데 죄송합니다만, 여러분.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리에 앉으려 했던 크리미아는 곧바로 옷차림을 정리해 파티의 모두를 이끌었어요.
이번에는 프로비우스의 간절한 부탁도 통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그 뒤를 따라야만 했죠.
그래도 크리미아의 무리한 행동력 덕분에 파티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쯤에는 다프론의 왼팔이 말했던 5시간이라는 시간제한을 아슬하게 지킬 수 있었어요.
문제라면, 매복할 시간도 없이 도망치던 노예상들과 마주쳤다는 것이었죠.
“당연하지만 노예는 죽여서는 안 됩니다! 적들을 포위, 퇴로를 차단하고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여버리세요!”
“이봐! 원래 목적은 생포였잖아!”
죽이라는 말에 다른 파티원들은 쉽게 따랐지만, 프로비우스만큼은 그러지 못했어요.
그 말대로 원래의 명령은 생포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용병이 돈을 받는다면 무슨 짓이든지 다 한다지만, 돈을 지불한 건 라피아와 알마이지, 아쉽게도 크리미아가 아니거든요.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정답이라는 것을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감정에 충실해지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프로비우스는 작게 욕을 지껄이면서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지난밤에 들은 게 있기 때문일 거예요.
이래서 남의 사연은 함부로 들으면 안 되는 건데 말이에요.
“…그럼 서포트 확실하게 부탁한다고!”
“성녀 후보생은…. 후방 지원만 할 줄 아는 모지리가 아닙니다!”
“…뭐? 야, 야!!”
말을 마친 뒤에 붙잡을 새도 없이 뛰쳐나가 노예상의 머리를 말 그대로 깨부수는 크리미아의 모습이에요.
이에 놀라 프로비우스가 그 옆에 빠르게 달려가 호위 역을 자처했지만, 그 표정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죠.
“너 미쳤어?! 갑자기 적지 깊숙이 들어가는 성녀가 어디 있어!!”
“성녀 후보생의 신분에서 탈락했다고 하더라도, 신성력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영험하신 헤브니아의 힘으로…!”
중앙 거점의 뒷문에 도착하기까지 휘청이며 걷던 모습이 거짓말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크리미아의 몸에서는 황금빛의 오러가 맹렬한 기세로 폭발하듯 흘러넘쳤어요.
그리고 곧 거대한 날개의 형상을 이뤄, 크리미아와 프로비우스를 감싸버렸죠.
“이렇게 굉장한 걸 보여주면 네 힘을 의심할 수도 없지만 말이야…! 이대로 방어만 하겠다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는, 그때의 한심하고 구제 불능의 크리미아가 아닙니다.”
자신 있게 말하는 그 모습과는 달리 뒷문으로 빠져나온 적들의 수만 해도 이미 크리미아의 파티원의 수를 몇 배로 억누르는 상황이었어요.
이를 자신 있게 타파할 방법이 있다고 말하니 프로비우스는 기가 막히겠죠.
여기서 더 어떤 신기한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하는 건지 말이에요.
“태초신 헤브니아의 자비는 모든 것을 성스럽게 불태워 정화하실 겁니다.”
크리미아의 말 한 번에 거대한 날개가 돋아나고, 말 한 번에 날개가 펼쳐져 깃털을 사방으로 흩뿌리고, 닿는 모든 사악한 것을 불태웠어요.
그것만 보더라도 성녀 후보생이라는 직책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얼마나 많은 깃털이 휘날렸는가는 몰라도, 적어도 적의 절반은 황금빛의 화염에 휩싸여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어요.
게다가 노예상만 태우고, 식물이나 옷은 전혀 태우지 않았으니 마법과는 또 다른 기적이라 할 만했어요.
실수로라도 아군은 하나도 맞히지 않았기에 크리미아의 몸 상태가 더 괜찮았다면, 혼자서도 중앙 거점을 정리할 수 있을 만한 위엄을 보였어요.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거의 잠잠해졌으니 프로비우스도 그렇고, 다른 파티원들도 입만 떡 벌린 채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었죠.
적들은 겁에 질려 한곳에 모여 무기만 치켜들었어요.
이렇게 강대한 적이 도주로를 막아버린다면 더 이상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하아…. 으큭…. 다들 정신 차리세요! 적들은 계속해서 쏟아져나올 겁니다!”
프로비우스를 제외한 모든 파티원은 크리미아의 명령에 따라 남은 적들을 소탕하기 시작했어요.
다만,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큰 능력을 쓴 탓인지 쓰러질뻔한 크리미아는 스태프로 땅을 짚으며 가쁜 숨을 내쉬었어요.
잠을 못 잔 덕에 다크서클이 눈 밑에 진하게 생겼었는데, 방금의 기술로 더 진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힘들어하는 것 같았죠.
“진짜 쉬는 게 좋지 않겠어? 기선 제압을 위해서 이렇게 큰 기술을 쓴 건 알겠는데, 얼굴만 봐도 그림자가 드리운 게 진짜 안 좋아 보인다고.”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이것도 태초신 헤브니아께서 내리신 시련일지도 모르겠네요.”
“너 아직도….”
프로비우스는 눈을 가늘게 떠, 안쓰러운 시선으로 크리미아에게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말을 삼켰어요.
그 행동에 크리미아는 천천히 눈을 감아 한숨을 쉰 뒤, 작은 성역을 만들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돌렸죠.
“…가서 싸우세요. 저는 잡혀있는 노예들을 풀어주고 후방에서 축복을 걸어드리겠습니다.”
“무리하진 말라고, 위험하면 바로 도망갈 준비도 해놔.”
“저에 대한 걱정은 다 쓸데없는…. 아니, 알겠습니다.”
“…하, 하하! 좋아! 갑자기 솔직해졌네!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 카미라즈인지 뭔지도 목을 따서 데려올 테니까!”
프로비우스는 한데 모인 노예상들을 처리하다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싶었는지 중앙 거점 안으로 진입했어요.
그 뒷모습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크리미아는 주변에 세워진 마차를 쭉 둘러봤어요.
저 수많은 마차 짐칸 전부에 수많은 노예가 철창 안에 갇혀 자신의 운명을 비관 중이겠죠.
크리미아도 한번은 그 입장이 되어봤던 처지이니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마차 밖에서 대규모 전투가 일어났으니 그 소리를 듣고 겁을 먹었거나, 혹시라도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은 노예가 있다는 것도요.
그래도 잡혀있는 노예들에 대해서는 크리미아가 잘 알아서 구해줄 테니 다행이네요.
“크리미아 씨! 프로비우스 씨로부터 전달사항입니다! 다프론의 몸 파티가 전멸!! 프로비우스 씨와 카미라즈가 교전중!!”
그런데 프로비우스의 말을 듣더니 마차로 향하려던 크리미아의 발걸음이 멈추어 서버렸어요.
분명 프로비우스가 카미라즈의 목을 가져오겠다고 했으니 기다리면 될 텐데, 떨리는 눈동자만 보더라도 그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잠든 사이에 기습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당해내지 못했던 상대라서 그런 걸까요.
크리미아는 마차가 아니라 중앙 거점의 내부로 방향을 틀었어요.
“제가 드리고 갈 수 있는 포션과 치료품은 당신에게 전부 맡기겠습니다. 축복도 있는 대로 전부 걸어드리겠어요. 그러니…. 저는 프로비우스 씨를 도우러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고전하는 파티원들을 뒤로하고, 크리미아는 거점 내부로 들어왔어요.
거점 내부로 들어오는 것도 빠져나가려는 노예상이 계속 쏟아져나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무리해서라도 크리미아는 길을 뚫어내는 데에 성공했죠.
프로비우스가 거점 내부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서 카미라즈를 만났으니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을 텐데 크리미아는 복잡한 복도에서 한참을 헤매는 중이었어요.
“도대체 어디까지 들어간 겁니까, 프로비우스…!”
애타게 프로비우스를 찾고 있을 때, 복도 저편에서 무언가의 소리가 난듯한 느낌을 받은 크리미아였어요.
“거기입니까!”
안 그래도 거점의 열악한 환경 덕분에 크리미아는 전신을 땀으로 적신 상태인데도 있는 힘껏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어요.
여러 방향으로 꺾인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고, 그럴수록 주변 환경은 점점 안 좋아지기만 했는데도요.
처음에는 프로비우스와 카미라즈를 찾기 위한 간절함 때문이었을 텐데, 지금의 크리미아는 그때와 느낌이 달랐어요.
마치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듯한 기분에 그 둘을 신경 쓰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했죠.
반드시 지금 이 길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무언가의 압박이 머릿속에 새겨진 것 같아서, 어쩌면 프로비우스와 멀어지고만 있을 텐데도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이미 옷들은 질의 파티가 그랬던 것처럼 땀과 습한 환경에 물을 잔뜩 먹어 무거울 텐데요.
그렇게 달려간 곳에는 거대하고 넓은 공간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성문같이 생긴 것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어요.
아무것도 없이, 크리미아와 거대한 성문만이.
“여기는, 도대체…. 아니 그보다 프로비우스를 찾으려 했었는데…. 그래도 쉽게 죽을 사람은 아니니까. 하여튼, 마기노의 마기가 진한 걸 보면 뭔가가 저 안에 있기는 하다는 거겠죠.”
방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 넓은 공간을 가득 채워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고,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환경.
천장만 하더라도 건물 6층 높이는 거뜬히 넘어 보이는데 마기가 진하다 못해 시야까지 가릴 수준으로 차 있으니까요.
누가 보더라도 ‘이 안에 중요한 것이 숨겨져 있어요!’라고 말해주고 있었어요.
게다가 크리미아는 일전에 성녀 후보생이었던 몸이잖아요.
악한 무엇인가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 거예요.
“살펴볼 것이라고는 저 거대한 문밖에 없지만…. 과연 저의 힘만으로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문양이 셀 수 없이 새겨진 문 앞에 서자마자 크리미아는 오한을 느낀 것처럼 짧게 몸서리를 쳤어요.
고작 문을 열려고 손을 가져다 대는 행동을 하려고 하는데도 망설임이 다 보이도록 몇 번 주저하기까지 했죠.
크리미아가 결심을 굳히고 문에 손을 댄 것은 10분의 시간이 지난 뒤였어요.
하지만 그 손을 문에 댄 순간….
“아윽?!”
‘치이익!’거리며 문에 댄 손이 화상을 입어버린 거예요.
황급히 손을 거둬 확인해본 크리미아는 자신이 문을 만진 손이 마기에 휩싸여있는걸 볼 수 있었죠.
얼마나 그 고통이 심한지 크리미아는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는 것처럼 주저앉아 다친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요.
“…이러면 열어보지 않을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섣부른 판단에 화를 입었음에도 크리미아는 아직도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다시 일어나서 스태프를 지면에 꽂아 성역부터 만들어내었죠.
이걸로 자신 주변의 마기는 어느 정도 차단이 되었지만, 자세히 보니 이 방을 가득 채운 마기는 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어요.
크리미아가 서 있는 장소가 문 바로 앞이었는 데다가, 성역이 만들어진 범위는 문의 일부분도 포함되어있었거든요.
그러니 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실시간으로 정화되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크리미아의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던 거에요.
성역에 이어서 크리미아는 자신의 손에 신성력을 가득 담아, 거의 황금색으로 빛나다시피 하는 손을 문에 가져다 대었어요.
신성력은 기이한 소리를 내며 마기를 소멸시킴과 동시에 문을 밀어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끼긱, 끼기긱하며 천천히 움직이던 문이 점점 미끄러지며 크리미아가 밀지 않아도 저절로 열리게 되었죠.
문이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하자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진한 농도의 마기가 바깥으로 쏟아져나왔어요.
성역으로 다 처리하지도 못할 수준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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