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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의 작은 마녀와 뱀파이어-84화 (84/189)

〈 84화 〉 마녀가 없는 동안에 (7)

* * *

그 작은 언덕이 무엇인지, 라피아와 알마가 궁금해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알 수 있었어요.

화염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으면, 곧바로 재가 되어 흩날려서 사라져버렸거든요.

그 안에서는 당연히 플랑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 나왔어요.

그리곤 질이 기절해있던 자리로 걸어가 주저앉아선 흔적을 살피기 시작했죠.

“야아…. 플랑은 저걸 맞고도 멀쩡히 걸어 나오네. 안에 있더라도 열기에 구워졌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질이 안 보이는데 설마, 그대로 화염에 잿더미가 돼버린 건 아니겠죠?”

“끔찍한 소리 하지 마!”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귀 아프게 진짜….”

질이 걱정되는 마음에 둘이 실컷 떠들어댔지만, 플랑 역시 질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려웠나 봐요.

그렇지만 배리어 안에서는 죽는 것도 불가능하고, 설령 알 수 없는 힘에 의해서 죽었다고 한다면 배리어가 해제되었어야 해요.

그러니 배리어가 해제되지 않았다는 것은 질이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였죠.

적당한 흔적을 찾지 못한 플랑도 그걸 알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경계했어요.

“아무래도 아직 안 끝난 것 같아요.”

“…어, 그런 것 같다.”

라피아는 확신에 찬 얼굴로 플랑을 열심히 관찰했어요.

그러던 중, 갑자기 플랑의 발밑에서 셀 수 없는 수의 넝쿨이 기습적으로 튀어나와 플랑의 발을 묶어버렸죠.

하늘을 가득 메운 화염구에도 당황하지 않던 플랑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넝쿨을 뿌리치려 했지만, 상상 이상의 힘에 막혀 그러지 못하고 있었어요.

놀라운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플랑 뒤쪽의 땅이 무너지며 흑기사가 튀어나와 플랑의 몸을 구속해버린 거였죠.

뒤이어 앞쪽의 흙이 무너짐과 동시에 스태프를 높게 치켜든 질이 튀어나오며 등장하고는 그대로 스태프를 플랑에게 내려쳤어요.

질의 힘에 의해 생긴 소리라고는 절대로 생각되지 않을, 뭔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요.

간결하면서도 둔탁하며 무너져내리는 것과도 같은….

어찌 됐든 질은 스태프의 머리 부분으로 정확히 플랑의 오른쪽 어깨를 강타하는 데 성공했어요.

네, 질이 이긴 거예요.

그런데 플랑은 아무 말도 없이 흑기사에게 부축되는 형태로 가만히 있었어요.

머리를 맞은 게 아닌데, 너무 세게 맞아서 극심한 고통에 기절하기라도 한 걸까요?

“…끝났네.”

라피아는 결계석에 다가가 배리어를 해제했어요.

그와 동시에 모든 게 타버렸음에도 잔 불씨가 남아있어 불타는 냄새와 매캐한 냄새가 한 번에 풍겨왔죠.

하지만 플랑은 라피아가 바로 코앞에 와서도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어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는지, 질도 그렇고 라피아도 그렇고 조심스레 플랑의 이름을 불러보았죠.

“세르디어, 그만 놔줘도 될 거 같은데….”

“음, 나도 알지만…. 이 녀석 몸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어. 놔주면 바로 주저앉을 텐데.”

“놔줘도 돼, 내가 대신 붙잡을 테니까.”

흑기사는 코앞까지 다가온 라피아의 말에 바로 플랑을 건네줬어요.

이러니 플랑을 물건 취급하는 것 같지만, 그 정도로 지금의 플랑은 인형과도 같았다고 할까요.

툭 치면 쓰러질 것만 같았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라피아의 품에 안기자마자 플랑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요.

“플랑?! 우는 거야!?”

조용히 눈물만 흘리면서 라피아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플랑은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멀쩡히 움직이는데 우는 것을 보면 질에게 맞았던 부위가 상당히 아팠던 것일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은 이상에야 플랑이 울 리가 없죠.

아, 아니면 질에게 맞았다는 게 분해서 울고 있는 걸 수도 있겠네요.

이런 플랑의 모습에 라피아는 등을 토닥여줄 수밖에 없었어요.

질이 저 자리는 자기 자리라고 중얼거리면서 질투를 했지만, 울고 있는데 어쩌겠어요.

결국, 플랑이 진정될 때까지 라피아의 품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알마는 더 봐줄 수 없다는 듯이 자리를 피해 질에게 다가왔어요.

질이 저 모습을 계속 보고 있다가는 억지로라도 라피아와 플랑을 떼어놓으려 할 것 같기에 멀리 떨어져 있었거든요.

“지르니트, 성장했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란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한 거야? 화염으로 벽을 만들어서 보호하는 것도, 공중에 떠 있는 것도, 훈련장만 한 화염구를 만들어내는 것도. 전부 얼마 전만 해도 네가 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았는데.”

알마의 말대로, 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각인이 새겨진 신입 마법사 A였어요.

그런데 일주일이라는 단시간만에 이런 대마법을 연습하고, 여기에 플랑에게 한 방을 먹일 전술까지 연구해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질에게 그나마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든 가능성을 올려줄 특별한 점이 있었다면….

마녀가 직접 물려준 ‘마녀의 각인’, 태생부터 범상치 않았던 체내 마나 잠재량, 마녀로부터 선물 받은 특제 스태프.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이 세 가지일 거예요.

“제 비밀이니까 안 알려줄 건데요. 언제 배신할 줄 알고 그걸 알려줘요?”

하지만 질은 단순히 비밀이라 말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렸어요.

그야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게 당연하겠죠.

이제는 알마가 자신에게 호의적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굳이 친하게 지낼 필요가 있기는 할까요.

질도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죠.

그렇다면 자신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알려줄 이유도 없는 거예요.

말에 은근히 숨겨져 있는 것 같은 가시에 알마도 질처럼 표정을 찌푸렸어요.

“아, 하긴 네가 말했었지? 약속은 지키겠지만 새까만 속을 가진 거 알고 있으니까 나보고 가면 쓰지 말라고. 알아, 알지! 내가 실수했네! 네 말대로 배신할 계획을 잘 생각해둬야겠어!”

보란 듯이 비아냥대며 말하는 게, 기분이 나쁜가 봐요.

대놓고 배신하네 뭐네하며 신경을 긁어놓았으니 이리 말하는 게 당연하겠지만요.

문제라면 질의 도발이 한 번으로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저 이제는 언니한테도 질 생각 없으니까요. 이런 하나도 무섭지 않은, 위협 같지도 않은 거에 겁먹지 않을 거예요.”

“하, 이 자리에서 싸워볼…! 큿?!”

당돌한 질의 모습에 알마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때릴 기세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딱딱한 벽 같은 것에 머리를 부딪쳐버려 고통을 호소했죠.

갑자기 생겨난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 아픈 이마를 문지르면서도 고개를 든 알마는, 그게 벽이 아니라 흑기사의 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접근하지 말아라. 저번 의뢰에서 내 실력을 봤을 텐데.”

“…소환수도 주인 따라 똑같이 재수가 없네. 가까이 오라고 해도 안 갈 거니까 신경 꺼.”

플랑이 좀처럼 진정하질 않길래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던 라피아는 그제서야 안심했어요.

완전히 알마가 사라지는 걸 본 흑기사는 질에게 부탁해 바로 소환을 해제하고 정령계로 돌아가 버렸어요.

뭐가 그렇게 바쁜 걸까요?

어쨌든 라피아는 알마가 떠나가는 걸 보고서야 천천히 플랑을 떼어놓으려고 했어요.

“플랑, 이제 슬슬….”

하지만 그 순간에 플랑은 더욱 라피아의 옷을 주름지도록 힘주고 잡아 라피아를 올려다봤어요.

“아가씨는…. 저보다 저런 교양 없는 꼬마가 좋은 건가요?”

약간의 원망이 섞인 말에 억지로 떼어놓고 질에게 가려던 마음이 흔들리는 라피아에요.

공격이 아팠던 것도 아닐 텐데, 약해진 플랑의 모습에 아무리 그대로 바로 질에게 달려갈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작게 플랑의 이름을 말하며 등을 토닥여 주는 걸 보니 안쓰럽기는 했겠죠.

그동안 라피아를 얼마나 감시했던지, 얼마나 따라다녔던지, 얼마나 지겹도록 좋아한다고 했든지와는 상관 없이요.

분명 그 눈에는 동정의 시선이 담겨 있었지만, 그뿐이었어요.

“너한테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야.”

“저도! 저도 아가씨가 도와주신 덕분에 그 지루하던 생활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했어요! 항상 아가씨를 지키고, 항상 아가씨만 보면서…!”

“알아, 나도 네가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처럼 옛날 일에 두려워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었어. 정말로,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다니까.”

“그렇다면 더욱 저런 젖비린내 나는 꼬마보다는 저랑 이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플랑은 조금이라도 파고들어 갈 만한 틈이 생기자 바로 라피아를 탓했어요.

그렇지만 라피아는 당황한 기색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플랑? 사람이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다 보면 그 사람과 이어지고 싶다기보다는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고민이 돼서 다가가기 어려워지더라.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어.”

“아가씨는 저한테 그렇다는 건가요…?”

“이해가 어렵다면 내가 아버지한테 대하는 태도를 떠올려봐. 언제 한 번이라도 내가 장난식으로 아버지에게 반말을 쓰는 거 본 적 있어? 아버지가 나보고 편하게 말하라고 몇 번을 말씀하셔도, 답답하다며 내게 반말로 말하라고 명령을 내리신 적도 있지만 절대로 그러지 않았잖아.”

“저는…. 때를 놓쳐버린 건가요….”

플랑은 라피아의 고집스러운 면을 질리도록 봐왔기에 아버지에게 얼마나 깍듯이 대하는지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아버지에게 대하는 만큼, 자신에게 비슷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더는 할 말이 없는 거겠죠.

“일부러 말하자면, 그렇겠지.”

“포기하라는 말도 상냥하게 못 해주시니 매정하세요….”

“할 말이 없네, 나는 태생부터가 남을 빨아먹고 살아야 하는 메마른 년이라서.”

“그래도 저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거예요. 아가씨가 저를 돌아봐 주실 때까지.”

“역시 내가 감당하기엔 무거운 사랑이 아닐까?”

“제 사랑은 가볍지 않으니 당연하죠. 그리고…. 지르니트 씨.”

플랑이 부르는 소리에 바닥에 앉아 쉬고 있던 질은 고개를 들었어요.

그것도 상당히 놀란 얼굴로요.

질이 바라보면 실컷 울고 있던 플랑은 사라지고 어느샌가 평소의 플랑으로 돌아와 있었어요.

약간 무미건조하면서도 사무적인 그런 플랑으로 말이에요.

다만 질투심 강하던 점은 어디 간 건지 전혀 보이질 않았어요.

질을 적대하는 듯한 모습도요.

“네, 네?! 방금 제 이름을 불러준 거예요?!”

그동안 한 번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었나 봐요.

하기야 지금껏 제대로 된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이름을 불러준다면 놀랄 수밖에 없겠네요.

“아, 성이 아니라 이름이었나요? 죄송합니다. 그럼…. 페어차일드 씨, 제가 졌습니다. 분하지만 저만의 아가씨 곁에 있을 자격은 있다고 생각됩니다.”

플랑이 의외로 쉽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에 계속해서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그동안 라피아와 붙어있으려는 것을 방해하던 일과 질투를 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에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다시 싸운다면 단 한 번도 이렇게 쉽게 공격을 내어주진 않을 겁니다. 제가 공격을 허락한 것은 약간, 당황했을 뿐이니까….”

“저도 알아요. 정면 싸움을 했다면 플랑에게 절대 이기지 못했을 거예요.”

“뭐, 뭐! 그런 건 당연한…! 읏흠! 알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질의 배려 섞인 말 때문인지 플랑은 잠깐 우쭐해 하다가도 속마음을 들킨 것에 당황하고 헛기침을 했어요.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질에게 건네주었죠.

“…이건 제 명함입니다. 전력을 다했고 방심하지 않았음에도 진 것은 사실이니, 저의 작은 선물이라 생각해주세요. 레이지 가문에 오실 때 사용하시면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대접을 받아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벌써 가려고?”

“아가씨, 저는 이래 보여도 메이드장입니다. 그동안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두었어요.”

직책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오래 있기는 했죠.

게다가 보통의 메이드장이라면 모를까, 플랑은 무려 6대 가문 중 하나인 레이지 가문의 메이드장인걸요.

하루만 쉬더라도 쌓이는 일이 장난 아니게 많을 거예요.

해야 할 일도 다 내팽개치고 좋아하는 아가씨 곁에 있겠다고 억지를 부린 거니까요.

“그럼, 제가 바래다 드릴까요?”

“페어차일드 씨가? 어떻게….”

“그동안 시험해 볼 생각이 없던 건 아닌데, 누군가에게 열쇠를 만지게 하는 건 내키지 않아서 하지 않았던 거거든요. 언니! 이리 와주세요!”

“아~ 열쇠 말이지.”

질에게서 열쇠를 건네받은 라피아는 정말 괜찮냐며 몇 번이고 물어봤어요.

이에 질은 조금은 낯간지러운 대답을 했어요.

‘언니가 열쇠를 가지고 도망칠 사람도 아니고, 저랑…. 꽤 깊은 사이잖아요.’라고 말이죠.

플랑에게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크게 말하는 것을 보면 고의성이 다분했죠.

그럼에도 플랑은 그저 뒤에서 서 있을 뿐 별다른 방해나 질투를 하지 않았어요.

그저 열쇠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처럼 라피아가 문에 열쇠를 꽂아 넣는걸 보고 있는 게 다였으니까요.

이런 플랑을 보고 의미 없는 일을 계속할 질이 아니었으니 라피아가 문을 건너는 걸 지켜보기로 했죠.

“오! 오오!?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거였네? 다른 사람도 되는 거 아니야?”

라피아가 열쇠를 사용해 건너간 곳은 질이 이전에 본 적 있는 화려함을 그대로 담은 방이었어요.

탈리안이 질의 방을 만들어줄 때 한차례 방 안을 다시 꾸며주었던 적이 있었잖아요?

질이 자신의 분에 차고 넘치는 방이라 지낼 수 없다면서 했던 그 방 말이에요.

그것과 비슷한 수준의 방이 세 명을 기다리고 있었죠.

“여기는 어디예요?”

“내 방이지만, 아버지의 취향과 플랑의 취향이 첨가된.”

“아가씨의 방은 항상 장미밭에 있는 것과도 같은 이미지를….”

“아, 그만 그만! 지겹도록 들었던 말 중 하나니까 얼른 가봐!”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성스러운 아가씨의 방에는 재가 묻은 타이츠를 신고 들어갈 수 없으니, 맨발로….”

딱 봐도 과하게 행동하는 것이 다 보이지만, 저것이 다 진심으로 보인다는 것 때문인지 라피아는 한숨을 쉬며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어요.

덕분에 신발부터 벗으려던 플랑은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죠.

다시 문이 열리고 보인 곳은 질이 사는 저택보다 더 큰 크기의, 과장을 좀 더 보태서 성과 같은 건물의 앞이었어요.

“내가 실수했으니 어서 가.”

“아가씨, 며칠간 신세를 졌습니다. 페어차일드 씨도 고생 많으셨어요.”

“안녕히 가세요!”

활기차게 인사하는 질과는 달리 라피아는 그저 손 인사만 하며 플랑을 보냈어요.

플랑이 문 건너편에서 인사를 하자마자 질은 바로 문을 닫고는 열쇠를 뽑아버렸죠.

“너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치만 이제서야 겨우 단둘이 될 수 있는걸요!”

“그런 부끄러운 말은 어디서 배워온 거야….”

“책에서도 배웠지만, 언니한테서도 조금 배웠는걸요? 얼른 돌아가요! 저 지쳤어요!”

질은 라피아의 팔을 억지로 이끌며 앞장섰어요.

아직도 탄내가 질의 몸에서 진동하는데 싫은 표정 하나 짓지 않는 걸 보면, 라피아의 콩깍지가 벗겨지려면 한참 걸리겠네요.

“그래, 가자. 근데 너 어떻게 플랑한테 한 방 먹인 거야?”

“듣고 싶어요? 탈리안 언니랑 관련된 건데.”

“응, 들어도 괜찮으니 말해줘. 궁금하거든.”

“언니가 집을 비워도 도서관의 책들은 전부 그대로더라구요. 그래서 그 안에 있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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