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입학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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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의 쓸데없는 오지랖을 참견받은 날로부터 수일이 지나 드디어 입학식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질은 수많은 사람이 행과 열을 맞추어 의자에 앉아있는 대강당의 한가운데에 있었어요.
이 많은 사람들… 아니, 입학생들은 나이는 물론 젊음과 늙음을 가리지 않았죠.
그뿐일까요? 심지어는 사람이 아닌 짐승의 형태를 한 입학생도 있었습니다.
네, 이 학원은 사람이 아닌 이종족도 입학이 가능한 범세계적인 학원이었던 거에요.
입학식이 시작한 뒤로는 입학생들의 체력검사와 함께 마나량 측정… 간단한 마법 사용부터 해서 고난이도의 마법진을 짜는 실력을 보는 등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요.
보통이라면 입학식에 이런 것들을 하지는 않지만, 이 테스트들의 결과로 반을 배정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학원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이 대강당에 모인 입학생의 수만 15,000명에 달했어요.
이름으로만 대강당이지 사실 이 대강당의 크기만 놓고 따져봐도 웬만한 축구장이나 야구장과 다를 게 없다고 봐도 무방했죠.
『아, 아! 여러분, 지금 마지막 테스트를 남겨두고 시간이 12시 50분이 되었으므로…. 지금부터 1시간 10분의 점심시간을 가진 뒤에 다시 입학식을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시간동안 테스트에 지치거나 불만을 품지 않고 성실히 임해주신 점에 대해서 모든 입학생분들에게 감사드리며, 2시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질은 많은 수의 입학생 사이에 있는 것과 이종족의 기세, 늘어지는 테스트에 지쳐갔어요.
다른 입학생들은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서로 어디서 왔느냐, 모험가 랭크는 뭐냐, 뭘 배우러 왔느냐… 같은 것들을 물어보며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는 합니다.
지금껏 질이 언제 한번 탈리안과 이렇게 장시간 떨어져 있던 적이 있던가요? 벌써 입학식이 시작하고 나서 4시간 이상이 흘렀거든요.
점심시간을 알리는 말이 대강당에 울려 퍼지고 나서야 질은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가 있었어요.
“저, 잠깐만…!”
“네, 네?”
하지만 문을 나서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질의 어깨에 손을 올려 멈춰 세웠어요.
질이 돌아본 그곳에는 질과 비슷한 키에, 새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죠.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가 말을 걸었기에 그런 것인지, 질은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작은 한숨을 흘렸어요.
“무슨 일이에요?”
“나, 다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네가 우연히 보이길래…. 미안….”
질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가 한 명 더 있었네요.
이렇게 된 거, 질이 이 아이와 친해지고 점심시간을 같이 보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속마음을 들춰보나 마나 원래는 오랜 시간 못 보고 있던 탈리안을 보러 가던 중이었겠지만요.
그렇지만 착하고 순한 질이 이 아이를 버리고 탈리안을 보러 가는 게 가능할까요?
“앗, 아... 그! 일단 나가도록 해요!”
“응? 응….”
역시나 질은 이 아이를 버리고 가지 못했지만, 애초에 예상할 필요도 없었던 일이었던 거에요.
질은 우물쭈물하는 여자아이의 손을 붙잡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어요.
워낙에 사람이 많다 보니 빠져나오다가 혹시라도 잡고 있는 손을 놓칠까 봐, 질은 몇 번이고 뒤를 확인해야 했죠.
질은 힘겹게 인파를 빠져나와 넓고 트인 장소로 나온 뒤에서야 말없이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여자아이를 볼 수 있었어요.
“저기, 그러니까….”
“…아스티엘 라피아, 내 이름이야. 라피아라고 불러도 돼.”
“아스티엘? 성이 학원 이름하고 똑같네요?”
“이상해?”
라피아의 물음에 ‘그런 건 아니다, 이상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라며 놀라 대답하는 질이었어요.
그 모습에 라피아가 피식하며 잠깐 웃기도 했으니 실례되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겁니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야, 나름 마음에 들어.”
“이쁜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아, 저는 지르니트 페어차일드라고 해요.”
“지르니트….”
서로 이름의 소개를 하자마자 다시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의 시간.
결국, 참다못한 질이 먼저 입을 뗐어요.
“라, 라피아! 저랑 같이 밥이라도...!”
“어? 어…. 나 좀 특별한 걸 먹는데 괜찮아?”
“네, 그러니 자리를 옮기도록 해요!”
그리곤 다시 손을 이끌어 탈리안이 건네주었던 열쇠를 쥐었어요.
곧이어 일어날 일을 본다면 라피아가 얼마나 놀랄지 기대되는 부분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어디 가는 거야?”
“말로 설명하기 조금 어려운데... 일단은 도서관이라고 해둘게요.”
“도서관에 밥을 먹으러 가는 거야…?”
“앗, 아.. 그, 그건 괜찮다구요! 믿고 따라와 보세요!”
“어, 응….”
라피아에게 휘둘리는 듯한 질은 사람이 꽤 적은 곳의 문 앞에 서서 열쇠를 구멍에 꽂아 넣었습니다.
열쇠가 꽂힌 문틈에서 환한 보랏빛이 새어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잦아드는 것을 보고 질이 문을 열었어요.
그리곤 단숨에 문을 열고서 라피아를 문 안쪽으로 끌어당겼죠.
라피아의 외마디 비명이 학원에 울려 퍼지기도 전에, 문은 둘을 집어삼키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평범한 문의 모습으로 돌아갔어요.
“뭐, 뭐야…?! 어디야 여긴?!”
“마, 말했잖아요? 도서관이라고... 그렇게 놀랄 건 없는데...”
“너는 도대체….”
“일단 밥부터 먹자구요! 여기 저희 집 2층이거든요, 아무도 안 찾아오니 걱정하지 마시구요.”
“집? 하…. 너….”
“다시 돌아가는 것도 문제없이 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로 괜찮아요! 정말로..”
“아, 쓰읍…. 알았어, 앉아있을 테니 너도 먹을 거 준비해와. 나는 미리 꺼내놓을 테니까. 그래도 한결 났네, 조용해서….”
“네!”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질에게 무언가 말하려다가도 질을 보고서 허탈하다는 듯이 웃는 것을 보면, 질의 외모가 같은 나이대의 여자아이에게도 먹히는가 봅니다.
당황하다가도 곧바로 침착을 되찾는 것을 보면 비슷한 나이대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요.
질은 그대로 도서관을 빠져나와 1층의 부엌으로 내려왔어요.
왜 하필 부엌을 놔두고 라피아를 도서관에 초대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질도 본인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는 거겠죠.
먼저 말을 걸어준 것은 라피아였지만 질은 친구라도 생긴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어요.
밥이라고는 해도 어젯밤 미리 준비해둔 샌드위치 두 조각이 전부인 도시락을 들고 2층으로 다시 들고 뛰어갔죠.
그리고 다시 도서관의 문을 열었을 때는 그곳에는 탈리안도 같이 있었습니다.
“어, 언니? 바쁘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질? 집에 누군가가 온 것 같아서 확인차 와봤어요. 친구…라기에는 당신, 사람이 아니네요.”
“응, 그러는 당신도 사람은 아니잖아. 풍기는 냄새만 보면 나랑 동류 같은데?”
“…쯧, 틀린 말은 아니네요. 뭐…. 천천히 있다 가세요. 종족은 달라도 질의 친구가 될 것 같으니까.”
탈리안은 질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선 ‘점심 잘 먹고, 입학식 잘 마치고 돌아오세요.’라며 방을 나섰습니다.
방에 둘이 남자마자 질은 라피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대답만이 돌아왔어요.
“근데.. 라피아는 뭘 싸 온 거예요? 밥은 없고 마실 것만 가져온 거 같은데...”
“궁금해? 맛만 볼래?”
“네? 괜찮아요, 라피아의 것이잖아요? 게다가 그 마실 것밖에 없어서 양도 적어 보이는데 뺏으면 미안한걸요..”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병에 담긴 것을 따로 나눠 담지도 않고 손으로 건네왔어요.
적당히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지만 라피아는 그대로 병을 손에 들고 있기만 했어요.
“괜찮아. 아직 덜 익숙하기도 하고…. 많이 주지도 않을 거야, 아마 입에 흘려 넣자마자 뱉을 게 뻔하거든.”
점점 팔이 아파져 왔는지 라피아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 그럼 한 입만...”
“응, 뱉어도 상관없지만…. 치우는 건 안 도와줄 거니까.”
“알았.. 윽?! 무, 무슨 냄새에요.. 이거?”
“냄새가 왜? 괜찮은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하는 라피아와는 달리 질은 병의 뚜껑을 열어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에 손으로 코를 틀어막았어요.
냄새에서부터 거부감이 든 것인지 질은 자신이 말했던 ‘한 입’조차 마시지 못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구멍이 좁아 병의 내부가 워낙에 어두워서 내용물이 뭔지 보이지도 않았죠.
“역시 힘들지? 안 먹어도 되니까 줘.”
“아, 아니에요! 먹을 수 있어요!”
오기를 부리는 질이 웃긴 건지 라피아는 왼 손으로 턱을 괴고 입꼬리를 올리며 질을 바라봤어요.
“그래, 궁금한 게 있는데…. 넌 모험가 랭크가 어느 등급이야?”
“으에.. 네? 아, 저 모험가 랭크 아직 안 받았어요. 너무 어리기도 하고 언니도 반대하셔서...”
“몇 살이길래 그래?”
“10살이에요, 라피아는요?”
“아…? 그, 놀라지 말고 들어. 난 24살이야.”
“…네?”
질은 라피아의 나이를 듣고 나서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뚜껑 열린 병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죠.
사람 사이에 있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고 했었지만… 묘하게 라피아의 언행에서 질과 같은 어리숙한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다 했더니, 그 이유가 나이를 어느 정도 먹어서였네요.
탈리안이 말하기를 라피아 역시 사람이 아니라고 했었으니 오히려 그에 비하면 나이가 적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외견을 하고 있으니 라피아의 종족을 기준으로 이 모습이 정상일 수도 있는 것이겠죠.
“아까 그 언니가 말하기를 내가 사람이 아니라 했잖아? 나는 뱀파이어하고 사람의 혼혈이야. 다른 종족이랑 비교한다면 모르겠지만, 뱀파이어 중에서는 정말… 태어난 직후나 다름없는 갓난아이랑 다를 게 없는 나이지.”
“..하프에요?”
“정답, 그렇다면 네가 손에 든 그건 뭘까…. 생각하지 않아도 뻔하지 않아? 가축의 피야.”
“…에? 네?”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는 했지만, 그게 설마 가축의 피였을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는지 여전히 손에 들고 있는 질이에요.
“으앗?!”
그리곤 상황의 이해를 마쳤을 때, 곧바로 책상 위에 올려놓고 손을 뗐죠.
질이 놀라는 모습에 쿡쿡거리며 웃더니 병을 가져가 마시기 시작한 라피아였어요.
“이, 이제 보니까.. 눈동자가 조금 길게 찢어져 있네요.. 귀도 살짝 뾰족하고..”
“너도 참 다른 의미로는 대단하다. 그래서? 체력검사에서는 어떤 등급을 받았는데?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S] 받았어.”
“전 [B]에요.. 근데 그 피.. 안 비려요? 맛없을 것 같은데..”
질은 라피아가 맛있다는 듯이 마시는 피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인지 질문을 했습니다.
냄새는 비린 데다가 라피아의 입가 주변에는 선홍색의 촉촉한 물자국이 남아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쓰이긴 할 거예요.
입에 가져가기만 해도 구역질을 할 것 같은 표정을 짓던 질이었으니 당연할 겁니다.
“흐응~ 뭐, 나도 처음에는 잘 못 먹었는데 살기 위해서 먹다 보니 점점 맛있어지더라. 이 뒤에는 어쩔 거야?”
“밥 다 먹으면…. 여기서 시간 좀 때우다가 맞춰서 다시 들어가려고 했어요.”
“그럼 나 먼저 돌려보내 줄 수 있겠어? 아버지랑 한번 만나봐야 하거든.”
“아, 네!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연결해드릴게요.”
피를 다 마신 뒤의 라피아는 병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더니 일어나 도서관을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이에 맞춰 질이 문에 열쇠를 꽂아 넣어 열어젖혔어요.
건너편에는 여러 이종족이 분주히 돌아다니는 그림이 펼쳐졌죠.
“잠깐뿐이었지만, 재밌었으니까 입학식 끝나고 다시 보자 지르니트. 언니도 너한테 신기한걸 보여줄 테니까.”
“앗! 네! 언니도 나중에 다시 봐요!”
“…후후, 그래. 가볼게.”
비슷한 키의 여자아이임에도 라피아의 말이나 행동에 담긴 느낌은 질의 것보다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어요.
항상 어설픈 존댓말을 섞어가며 대화하는 질에 비하면, 존댓말을 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연륜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모습은 정반대인 여자아이라 이질감이 들었지만요.
질 역시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반말을 해와도 뭐라 하지 않았던 겁니다.
라피아가 반말을 한다고 해서 자신도 반말을 한다면 안될 것만 같은 그런 직감을 느낀 거예요.
24살이라 말했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그녀의 나이는 그보다 더 높았다고 할 수 있었어요.
묘하게 모든 일에 침착하며 특별한 색 없이 대처하는 것을 보면 그러고도 남았죠.
“이곳에서 흔적이 끊어졌길래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이런 곳에 있었던 게냐? 라피아.”
“아…. 아버지?”
하지만 질이 문을 닫기 전, 라피아는 문 앞에서 멈춰서 아버지와 만났어요.
그리고 그 아버지라는 사람을 질이 고개를 기울여 확인하면, 일전에 만난 적이 있던 현자 크롬웰이었습니다.
크롬웰 역시 문 건너편을 확인하며 질을 한번 흘깃 쳐다보곤 눈길을 다시 라피아에게로 돌렸죠.
“허어, 저 아가씨와 어울리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내가 못 찾을 만도 했지, 걱정하지 않았느냐.”
“죄송해요, 그렇지만 아직 저렇게 많은 사람 속에 섞여 있는 건 어색해서….”
“…이해한다. 점심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평소의 그 장소로 먼저 가 있거라, 나는 저 아가씨와 대화를 좀 해야겠으니.”
크롬웰과 라피아의 대화 장면을 보고 있는 질은 문을 닫을 생각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어요.
물론 크롬웰이 하고 싶은 대화가 있다고 말했기에 닫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크롬웰과 라피아의 사이에서는 평범한 부자지간의 분위기가 흐르지 않았거든요.
그보다는 더 끈끈한 무언가로 이어진 이상한 기류가 흘렀어요.
게다가 하프라 부모 한쪽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도, 크롬웰과 라피아의 닮은 점이 외견으로도 내적으로도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그럴 거예요.
당장에 머리카락 색부터 크롬웰은 하얀색에 라피아는 빨간색으로 완전히 달랐으니, 얼굴까지 가볼 것도 없었습니다.
“라피아는 먼저 갔으니…. 며칠밖에 안 되었지만 오랜만이라네, 아가씨. 그동안 잘 지냈는가?”
“아, 네...”
“길게 붙잡아놓을 대화는 아니니 걱정하지 말게나, 아가씨도 긴 테스트에 지쳐서 쉴 시간이 필요할 것 아닌가.”
“괜찮아요, 길어져도.. 안으로 들어오실래요?”
몸을 옆으로 약간 비켜서 들어오겠냐며 물어봤지만, 크롬웰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거부했습니다.
질이야 탈리안의 허락을 받았으니 상관없다지만 다른 사람은 아닐 거거든요.
아무리 질의 호의로 들여온 사람이라도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을 함부로 집에 들였다간 어떤 참사가 일어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라피아는 질과 친구가 될 사이의 사람이라 넘어갔을 테니 예외로 둔다 쳐도 말이죠.
“아니, 마녀의 집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말이지. 이 늙은이가 조심성이 좀 많아. 결론만 빨리 말하자면, 아가씨는 단상 위에 차석으로 올라가 소감을 말하게 될 거라네.”
“..네? 네에?! 아직 테스트 결과도 다 나오지 않았는데요?!”
“걱정 말게, 학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아가씨를 차석의 자리에 올렸을 거라고 생각하나? 수십 명의 사람이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정한 일이라네.”
크롬웰이 꺼낸 말은 질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말이었어요.
차석, 그것은 10살의 여자아이가 가지는 자리로서는 부담스러운 것이었으니까요.
수석이 아닌 게 다행히 아니냐 기에는 먼저 이 학원의 크기를 생각해야 될 일입니다.
입학생만 15,000명에 달하는 학원인데 그 안에서 차석의 자리에 올라갔다는 뜻이에요.
물론 입학생이 15,000명이나 되는 마당에 수석이나 차석이 한두 명일 것이지는 않겠지만 그 자리의 부담감은 상당할 겁니다.
그 많은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야 하니까 큰일이 나긴 했네요.
저기 크게 열린 채 닫힐 생각을 못 하고 있는 질의 입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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