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아의 작은 마녀와 뱀파이어-16화 (16/189)

〈 16화 〉 마나의 각인 (1)

* * *

날이 밝아오는 도중인 새벽의 시간에, 그러니까 새들이 잠에서 깨기 시작한 완전히 이른 초 새벽을 말하는 겁니다.

질은 어느샌가 눈을 떠 옆에 상체만 침대에 걸쳐 누워있는 탈리안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일정한 간격의 호흡과 눈을 감은 것을 보아 꿈나라에 있는 것 같네요.

"탈리…. 실리아 언니였구나, 일어나세요. 언니."

자세가 불편해 보여 깨우려다가 어깨 쪽에 완장을 차고 있는 것을 보고 탈리안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나 봅니다.

그럼에도 흔들어 깨우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탈리안이라면 모를까 실리아의 침실은 없을 텐데요.

어차피 분신이라 자기 편할 때 쉬러 갈 수도 있기도 하니까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기를 돌봐준 실리아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깨우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언니, 언니 일어나세요."

"으응… 5분만 더 잘래요…."

어깨를 흔드는 질의 손을 힘없이 떼어놓고 잠꼬대를 하는 실리아.

누가 보면 분신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모습이에요.

질은 실리아의 어린애 같은 모습을 보고서 들리지 않을 수준의 소리로 킥킥거리며 웃고는 다시 흔들어 깨웠어요.

"언니, 아침이에요."

"더 잘 거예요…. 졸려요…."

이젠 아예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자네요.

질이 덮고 있던 이불을 뺏어 숨 쉬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얼굴을 꽁꽁 싸맸어요.

질을 밤새 간호하느라 피곤한 거야 알겠지만, 평소와 비교해서 너무 흐트러진 모습만 보여주는 거 아닌가요?

탈리안이 이 광경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네요.

전의 일들을 생각하면 보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이에요.

봐요, 이럴 줄 알았어요.

"실리아아! 얼른 일어나지 않고 뭐 하는 거예요!"

"으어?! 네!?! 왜, 무슨, 무슨 일이에요!!"

탈리안이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 소리치는데, 저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일 겁니다.

질도 놀라선 눈을 동그랗게 떴잖아요.

부끄럽다는 감정 때문에 저렇게 화를 낸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그 침착하고, 조용하며, 언제나 냉정하던 탈리안은 어디로 간 걸까요.

잠투정을 부린 게 이렇게까지 화낼 일인인지는 모르겠는데 말이죠.

게다가 실리아가 약간 불쌍하기도 합니다.

밤새 간호한 노력의 보상이 탈리안의 호통 소리라니, 많이 억울하겠어요.

곧 실리아의 당황한 얼굴이 침울해지는 걸 실시간으로 보겠네요.

"아무리 피곤했어도 다시 돌아오면 되는 것을, 왜 굳이 질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건가요!"

"미안해요, 탈리안…. 실리아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탈리안도 알잖아요?"

"어, 언니들…."

이건 질에게 쌍둥이 언니가 혼내고 혼나는 모습으로 보이겠네요.

덕분에 질이 사이에 껴서 애매한 입장이 되어버렸네요.

일방적으로 혼나는 실리아를 보면 고래 싸움이라 보기에도 뭣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끼어들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저와 당신들은 육체적으로 피곤할 일도 없잖아요, 안 그런가요?"

"그건 그렇지만… 실리아가, 탈리안이 감정을 가지고 있는 한…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피곤할 수밖에 없는 것도 탈리안은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말했잖아요, 그럴 땐 차라리 돌아와서 쉬라고요."

"…실리아가 미안해요."

풀죽은 실리아를 보고선 혼내던 탈리안도 이건 뭔가 아니다 싶었는지, 갑자기 입을 다물었습니다.

조용해진 탈리안을 보고 의아해하는 질과 실리아였어요.

"음! 흠! …이렇게까지 화내서 미안해요, 생각해보니… 너무 심했어요. 그래도 앞으론 그러지 마세요."

"괜찮아요, 탈리안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실리아는 알고 있으니까요."

쏟아지는 시선의 부담스러움을 견디지 못했던 탈리안은 곧바로 사과하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책상에 있던 펜던트를 보더니 바로 실리아에게 눈치를 줬어요.

"아! 맞다, 질? 탈리안이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선물이요?"

실리아는 되묻는 질에게 펜던트를 집어 직접 목에 걸어줬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질은 당황해 목에 뭐가 걸렸는지조차 몰랐어요.

주의를 뺏겼던 만큼 자신의 목에 걸린 게 비싸 보이는 장식으로 뒤덮인 펜던트라면, 그 놀라움의 강도는 높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게 뭐예요?"

"질이 다른 사람에 비해서 마나를 수십 배는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했었잖아요?"

"네에...."

"그래서 마나의 순환을 늦춰주고, 사용한 마법의 위력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진 펜던트를 준비한 거예요."

"이거 비싸 보이는데..."

"그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질. 이건 질이 고열에 시달리지 않기 위한 제어장치이기도 해요. 연약한 몸에 비해 막대한 마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질은 비싸다며 펜던트를 제외하려는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이어지는 실리아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거두었어요.

비단 걱정해주는 말 때문에 손을 거두었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실리아와 탈리안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았거든요.

아~주 잠깐이라지만 그 기세에 질이 움찔하며 행동을 멈추는 데에는 충분했을 겁니다.

"근데 마법의 위력을 줄이는 효과는 왜 있는 거예요? 저는, 그... 각인을 새기지 못해서 마법도 못 쓸 텐데..."

각인이라는 것을 말하기 전에 잠깐 망설였던 것은, 이전 탈리안이 그 단어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테죠.

"그건…."

"그건 제가 말할게요. 실리아, 질."

실리아가 대답하려는 찰나 말을 가로채는 탈리안.

그리곤 탈리안답지 않게 몇 번이고 심호흡하며 머릿속에서 말을 골라내는 것처럼 보였어요.

물론 항상 생각이 많은 건 탈리안만의 특징이지만 지금만큼은 뭔가 더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여러 감정을 말하는 겁니다.

매일 아침 자신의 감정을 죽여 콩알만큼의 양을 남겨두는 일과를 보내며, 책을 읽으면서도 감정이 되살아나지 않게 평정을 유지하는 그녀.

그 수많은 감정이 섞여 점점 커지는 것을 억누르는 듯한 모양새.

"질, 제가 당신을 구한 이유가 궁금하진 않은가요?"

"...궁금해요, 많이. 정말 많이!"

"당신은 저와 닮아있어요. 외견이야 우연의 일치로 자매처럼 닮긴 했지만, 다른 걸 말하는 거예요. 예를 들자면…. 모든 걸 잃어버렸다는 사실이나 무언가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일이나…."

'모든 걸 잃어버렸다.'

이 말은 질에게 있어서는 가족과 마을에 관한 것을 뜻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마녀로 존재하는 탈리안이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마녀가 잃어버릴 것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던가요?

마녀란 원래부터 빼앗는 것이 주특기인 존재일 겁니다.

포악하고, 잔인하고, 세상에서 둘도 없을 만큼 사악한, 그런 마녀가 보통의 마녀일 겁니다.

하지만 탈리안은 달랐죠.

어쩌면, 탈리안은 마녀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탈리안은 무엇일까요?

"전부 알려주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지만… 조금이라도 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질. 두 번은 할 자신이 없으니 잘 들어 주었으면 해요. …실리아는 이만 쉬어도 좋아요."

질도 굳이 말로 듣지 않아도 알 겁니다.

이번이 탈리안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요.

그렇기에 자세를 고쳐잡아 똑바로 앉은 거겠죠.

오늘 도서관은 문을 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마녀가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지간한 시간으로는 다 듣는 게 불가능할 테니까요.

탈리안은 실리아를 그림자 속으로 들여보내고, 의자를 가져와 침대 앞에 앉았습니다.

실리아도 분위기를 읽을 줄 알아서, 바로 손 인사만 하고 사라졌죠.

둘만 남은 뒤로는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어요.

탈리안이 이야기를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그 와중에 질이 빤히 쳐다보니 실리아가 자신의 모습으로 잠꼬대를 하던 게 기억나 부끄러워졌나 봅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여선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애절할 정도예요.

“흠! 음…. 질, 당신이 예상하는 것처럼 저는 마녀와 비슷한 존재에요. 살아온 햇수만 따진다면 언급해서 죄송하지만, 돌아가신 당신의 부모님보다 몇 배는 더 오래 살았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끝없는 시간을 살아왔어요.”

“저희 부모님보다요?”

“처음에는 이곳보다 더 척박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살고 있었어요.

말 그대로 메마른 사막과도 같으면서… 온통 무질서와 욕망, 그리고 흑백색으로 점칠 된 세상에서 살고 있었죠.

그리고 그곳은 모든 것이 힘으로 정해지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했어요.

법과 제도가 없으니 약한 자들은 강한 자들에게 먹히는 게 일상이었어요. 도둑질은 평범하고, 겁탈, 사기, 살인, 방화, 식인….

그거 알아요? 저는 처음부터 이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사용하는 법을 몰랐던 거에요.

그래서 눈에 띄지 않도록, 얕잡아 보이지 않게, 아무도 저를 모르게 하려 했어요.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몇 겹의 옷을 껴입어 작은 체형을 감췄었어요. 성격을 죽이고, 감정을 부숴 아무도 제가 탈리안이라는 것을 모르게….

썩어빠진 세상에서 다른 이들에게 잡아 먹히는 것은 싫었으니까요.

힘이 있는 건 알고 있으니까 믿을 사람 하나 없다 하더라도 노력해야 하잖아요? 언제까지고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러다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에요. 믿을만한 친구를 얻게 된 일이 있었어요.

웃기지 않나요? 험한 세상에서 친구를 만들었다니… 그래선 안 됐는데. 봐도 모른 척을 해야 했는데….

어느 날 저보다 작은 것 같은 여자애가 구석에 숨어있는 걸 봤던 거죠.

그냥 지나쳤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데 웬걸, 그 여자애는 절 보자마자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유를 물어봐도 울기만 하고, 시끄러워져 주변의 이목을 끄는 것이 싫어 도망치려니 붙잡기나 하고….

어쩔 수 없이 여자애를 업고 도망쳤어요. 그대로 두고 도망치기에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거든요.

이후에는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면서 여자애와 친구가 되었어요. 힘의 사용법에도 도움을 받았고, 속내도 털어놓게 되었으며, 의지할 상대를 얻게 되었어요.

그런데 뭐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세상은 저와 제 친구를 가만히 두지 않았어요.

슬슬 강하다는 것에 익숙해져 갈 때쯤에, 저희는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 유명해지기도 했는데요.

짧은 시간이라곤 하지 않을게요, 어림잡아 최소 200년의 세월 동안… 많은 일을 겪었어요.

하지만 유명해져서는 안 되었던 거에요. 특별하게 강하지도, 그렇다고 또 아예 약하지도 않은 저희는 사냥당하기에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죠.

더 강해지기 위한 녀석들에게는 둘이서 팀을 짜고 있으니 눈에 거슬렸을 거예요.

거기에 더해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미 강한 녀석들에게는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위험 요소였으니까요.

위아래로 적을 두고 있던 거죠. …결과요?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요. 지금의 저는 멀쩡히 살아있어요, 하지만 제 친구는…. 친구는….

친구를 잃어버린 뒤로 한참을 고민했어요, 저는 이제 뭘 해야 할까요…. 라고 말이에요.

수없이, 몇 년의 시간을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친구를 찾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처음에는 저와 친구를 이렇게 만든 녀석들에게 복수를 해볼까 고민도 해봤지만, 그런다고 친구가 돌아올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러니까… 부족한 제 머리로는 친구를 찾아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말해야 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를 위해서 뭐든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원래의 세계에서는 온 세상을 다 뒤집고 다녀도 찾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포기하고 있던 찰나에 한 가지 소식이 들려온 거예요.

이 세계 말고도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혹시나 그 세계에 친구가 있는 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가 치명상을 입으면서 자신을 공격한 패거리 중 하나와 이동 마법을 사용해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넘어왔는데, 넘어와서 긴 시간 동안 찾아 헤맸는데…. 미련하지 않나요?

어쨌든…. 희망의 빛이 바래고 거의 가루가 되어 사라져갈 때쯤에…. 슬슬 친구를 찾는 행동이 무의미한 행동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친구를 찾는 것을 잊어버렸어요.

정말 잊은 걸까요, 저는… 이기적인 걸지도 몰라요.

어느 날 전멸당한 마을에서 질, 당신을 만나고 보니까 눈앞에 아른거리더라고요.

긴 시간에 희석되어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친구를 찾는 일은 어떻게 되었냐고 되묻는 제 모습이.

그러니 제가 당신을 구해준 건… 당신을 볼 때면 친구를 잃었던 그때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그랬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아니…. 예전부터 그랬어요. 죽었는지도….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저만 살아남아서…. 이렇게,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저는…. 전에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평온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질은 저를 마녀라 부르지만…. 저는 마녀도 아니고, 그렇게 강하지도 않아요….

솔직히, 마음속으로 고작 친구 한 명에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해본 적 있지 않나요?

저에게는 그 친구가 이 잔인한 세계에서 유일한 구원이었어요.

오직 그만이 이전의 저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도 다시 찾기 시작한 거고, 그만둘 생각은 없어요.

이야기, 끝.

시시한 이야기였죠? 단순히 친구 하나를 잃었다고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나약해 빠진 엑스트라 A의 이야기에요.

이런 제가…. 당신이 복수하기 위해 마법을 배운다고 하는 것을 막을 권리가 있을 리가 없죠.

저도 질, 당신과 똑같았으니까.

설령 다르다고 해도 제가 그렇게 느끼는걸요.

그러니 질…. 이제는 당신이 마법을 배운다고 한다면 도와줄게요.

마나의 각인이든 뭐든 해주겠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복수라는 것에 눈이 멀어 죽거나 사라지게 된다면, 저는 정말 슬플 것 같네요.

그렇지만 제가 이런 말을 해봤자, 소용없겠죠.

저는 몸속 가득히 죄를 채워 넣은 사람이니.”

기나긴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질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탈리안의 친구가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뭐라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니까요.

실수로라도 탈리안의 추억을 경시하는 말을 했다가는 바로 그녀의 마법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질이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질 역시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이상 섣부른 행동은 하지 않을 겁니다.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는데도 쉽게 기뻐하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겠죠.

분위기상 기뻐할 수도 없고, 여러 가지로 곤란할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질을 본 탈리아가 뺨을 어루만지기 전까지는 이 적막이 유지되었어요.

“조금 쉴까요?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겠지만, 마실 것도 없이 너무 길게 이야기했네요.”

“네, 네!”

“아직 펜던트 이야기는 하지도 못했으니까, 오늘 도서관은 문을 못 열겠네요.”

“앗, 아….”

먼저 말문을 연 탈리안의 모습에 그제서야 안도의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 말대로 아직 펜던트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표정을 구기지는 않았지만, 당황한 기색이 너무 티 나보이네요.

그걸 눈치챘으면서도 못 본 체하며, 탈리안은 ‘딱!’ 소리가 나도록 손가락을 튕겨, 침대 옆 탁자에 차와 한입 크기의 쿠키를 만들어 냈어요.

질에게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길게 느껴질 것 같아요.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