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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고리-62화 (62/99)

62화

우서를 침대에 눕히자마자 그의 머리를 받쳐 들고 강하게 입술을 빨았다. 원래부터 다소 붉은색을 띠고 있던 입술이 좀 더 선명하게 물들고, 숨결과 같은 뜨거운 열기를 담아 비벼진다. 입술을 괴롭히다가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어 그의 안쪽 곳곳을 쓸며 두드렸다. 우서의 숨결을 타고 넘어온 술 내음이 내 심장까지 파고든다.

‘오늘은 조금 거칠어도 되려나.’

조심스럽고 간질거리는 키스보다는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게 좋겠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열이 돌아서 안달이 나도록 격하게, 집요하게.

우서의 작은 혀를 붙잡아 끌어당기다가 혓바닥을 길게 타고 올라갔다. 목구멍 앞까지 간 혀끝으로 안쪽을 긁어대듯 휘저으니 극도의 간질거림에 우서의 신음이 한층 높아졌다.

“흐읍, 읏…!”

신음 사이로 꿀꺽, 타액 삼키는 소리가 났다. 그게 얼마나 야하던지, 울렁거리는 작은 목울대를 손끝으로 꾹 눌러보고 싶을 정도였다.

여전히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매달려 있던 우서의 숨이 과할 정도로 거칠어졌다. 숨을 죄다 막아버릴 것처럼 키스 중인 탓도 있었지만, 잔뜩 열이 올라있던 게 화근인 것 같았다. 호흡이 자유롭지 못해서 겨우 가라앉던 술기운이 올라온 것일까.

호흡이 거칠다 보니 우서의 혀가 자꾸만 안으로 숨어버린다. 격한 호흡을 하며 혀까지 움직일 힘은 없나 보다. 그렇다 보니 우서의 혀를 붙잡기 위해 빈틈없이 입술을 맞대고 그의 입 안을 내 살덩이로 꽉 채우게 된다.

우서의 왼쪽 가슴에 손을 얹어보았다. 키스할 때마다 그렇긴 했지만 오늘은 특히나 박동이 빠르고 숨이 거칠다. 이러다가는 호흡곤란으로 기절해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흐, 으응….”

우서의 감긴 눈이 파르르 떨리고 미간이 움찔거리길 수차례.

꽉 막아버렸던 입술을 떼고서 우서의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감겨 있던 눈꺼풀이 벌어져, 아슬아슬 눈동자를 보인다.

“혀 내밀어 봐.”

“흣, 하아…, 혀…요…?”

느릿하게 눈을 깜빡거리던 우서가 곧 입술 사이로 혀를 조심스레 꺼낸다. 말도 잘 듣지.

“착하네, 우리 우서.”

어린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주며 작게 튀어나온 혀끝을 톡톡 두드렸다. 움찔하면서도 다시 삼키지 않는 붉은 혀가 너무도 앙증맞다.

튀어나온 것을 그대로 삼켜 강하게 빨아들였다.

“하, 으….”

강하게 빨린 혀가 바들거리며 경련한다. 그 경련은 우서의 입술뿐만 아니라 차츰 그의 전신까지 퍼져 나갔다. 목에 둘렀던 팔이 힘 빠진 것처럼 툭 내려오다가 내 어깨를 가까스로 붙잡았다. 어깨를 통해 그의 위태로움이 여실히 느껴져, 자꾸만 필사적으로 달래고 싶어진다.

‘미치겠네.’

내 아래에서 바들거리며 혀를 내민 우서가 이토록 사랑스러울 줄은 몰랐다. 한 번씩 긴장한 듯 혀가 굳어버릴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금세 사르르 유연해지고, 키스 도중에 흥분해서 한입에 삼켜버리면 그 역시 달뜬 신음을 터뜨렸다. 박동을 느끼기 위해 우서의 왼쪽 가슴에 얹었던 손아귀에 그의 가쁜 호흡이 빠르게 담길 때면 아래쪽에 막을 수 없는 힘이 실려 기분 좋게 저릿해졌다.

“흡, 혀엉….”

숨을 헐떡이던 우서가 눈물 젖은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열기로 가득한 목소리를 낸다. 이성을 묶어둔 실이 하나둘 툭툭 끊어져 간다.

우서를 향한 이 흥분감에는 감히 욕구불만 같은 저속한 단어를 가져다 댈 수가 없다.

그냥 우서라서, 신우서라서 이렇게 좋은 거겠지.

어느새 내 심장은 우서의 것보다 더 격렬히 뛰고 있었고, 깊은 곳에서부터 끌려 올라온 감정의 열기는 나와 맞닿은 혀와 입술마저 녹일 기세였다.

우서의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투명한 타액을 혀끝으로 핥아 올렸다. 그의 타액은 그 어떤 캐러멜보다 더 달콤하고 자극적이다.

“우서야…. 우리 우서….”

우서의 몸을 짓누르듯 끌어안은 채 그의 입가뿐 아니라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다. 내 입맞춤이 일종의 영역표시라도 되는 것처럼.

보기 좋게 튀어나온 이마, 붉게 달아오른 눈꺼풀, 따뜻한 눈물을 머금은 기다란 속눈썹, 맛좋은 과실처럼 물든 볼, 그의 성격만큼이나 반듯하고 예쁜 콧대, 그리고 날 부르는 말캉한 작은 입술.

“형…, 지건이 형….”

“그래, 우서야. 형이야.”

내 어깨를 붙잡은 채 덜덜 떨고 있는 우서의 왼손을 붙잡아 그의 약지에 입술을 댔다. 우서의 혀를 빨아당길 때처럼 강하게 흡입한 채 잘근거리며 씹었다.

입을 뗐을 땐 우서의 링 자리에 피가 몰려 붉은 자국이 생겨 있었다. 아직까지는 자국 아래의 붉은 링이 고작 한 줄에 불과했지만, 우서의 마음을 완벽히 삼키고 나면 누구도 잘라내지 못하게끔 얽혀버린 보기 좋은 사슬 형태가 될 것이다.

우서의 손을 들어 내 볼에 가져다 대었다. 우서의 시선이 자연스레 링 자리에 닿는다.

“난 네 거야.”

떨리는 눈동자를 품은 붉은 눈가를 손끝으로 다정하게 쓸어주었다.

“그러니까 원하는 만큼 가져다 쓰고, 필요 없어지면 마음대로 버려도 돼.”

우서의 눈가가 천천히 일그러지고 아랫입술을 아프게 깨문다. 금세 상처가 생길 것 같아서 그의 입술을 핥아주니, 어렴풋한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형한테 어떻게 그래요….”

작게 미소 지으며 그의 반질거리는 입술을 애타게 할짝거렸다.

“넌 그래도 되는 사람이야.”

울음을 삼키던 우서의 눈꺼풀이 힘겨운 듯 닫혀가고, 나만을 받아들일 것처럼 열려 있는 입술 사이로 복잡한 감정을 담은 숨결이 내게 닿는다. 나는 그마저 아까운 듯 삼켜내며 다시금 입술을 맞대었다.

우서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이야말로 나의 최대 무기.

오로지 신우서만을 향한 선명한 감정은 누구보다 광적이고 헌신적이다. 우서는 오늘에 이르러서야 그 감정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게 됐겠지. 차마 밀어낼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빨리 다 부딪히고 싶어.’

감정이란 감정을 다 끌어모아, 우서에게 가득 떠안기고 싶다.

순진한 우서는 알기나 할까. 내 감정이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애틋하고 귀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이 작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숨마저 탐하고 싶다.

그가 나만을 바라보고 내 이름만을 입에 담도록 만들고 싶다.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내 공간에 가둬둔 채 깊숙한 곳까지 전부 안아주고 싶다.

욕망의 덩어리는 점차 검게 물들어 가고, 감정이 품은 열기는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펄펄 끓고 있다.

‘참아야 해.’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지 말고 퍼즐의 아주 작은 귀퉁이 조각만 보여줘야지. 내 감정의 크기를 살풋 짐작만 할 수 있도록.

오랜 키스를 끝냈을 무렵의 우서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었다. 타액이 묻은 입가를 손끝으로 닦아내며 그의 옆에 누워 끌어안았다. 아직 열기가 빠지지 않은 눈가에 입을 맞추자, 젖은 속눈썹이 내 아랫입술을 간질인다.

“졸리면 자도 돼.”

그러자 잠을 이기려는 것처럼 어렵사리 눈꺼풀이 들어 올려진다.

“형….”

“응.”

“저는요….”

웅얼거리는 게 귀여워, 참지 못하고 또 얼굴에 입술을 여러 번 내려 간질였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뭐가?”

내 품에 안긴 채 힘이 빠진 사람처럼 나른하게 말하던 우서가 약간 부은 것처럼 보이는 붉은 입술을 달싹인다.

“제가 절…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우서에게서 입술을 떼고서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잠들기 직전임에도 잠깐 틈을 줬다고 그새 머릿속에 갖가지 생각이 들어찬 모양이다.

우서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주며 다른 손으로는 그의 몸을 감싸 안아 토닥여주었다.

“모르겠으면 문제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야.”

언젠가 푸는 방법마저 추측할 수 없는 난제에 부딪힌 우서에게 했던 말이다. 고민하는 어깨를 감싸고 그와 함께 문제를 바라보며 속삭였던 그때처럼 똑같은 말을 해준다.

“계속 바라보고 있다 보면, 그 문제가 어떤 형태의 답을 원하는지 알게 될 때가 있어. 사람 감정도 똑같아.”

우서의 머리를 쓸어주던 손이 그의 귓가를 간질이듯 스쳤다. 움찔거리는 걸 모른척하며 그대로 한 손에 볼을 감쌌다.

“답이 나올 때까지 바라봐. 그거면 돼.”

초점 없던 우서의 눈동자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빨리… 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우서는 금세 잠들고 말았다.

아기처럼 작고 고른 숨소리를 내뱉는 우서를 더욱 끌어안아, 품에 완전히 가둬버렸다. 꾸물거리던 우서가 본능처럼 내 등에 팔을 두른다.

“하…, 참기 힘들다, 우서야….”

작게 중얼거리며 우서의 머리에 키스했다. 나와 같은 향을 품은 내음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만족스럽다.

‘그러고 보니…….’

우서를 품에 안은 채 상체를 조금 들어 문가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문틈의 눈동자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멋대로 떠오른 진한 미소를 가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다시금 몸을 눕혔다.

그렇게 한동안 잠든 우서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나 역시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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