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141/175)

육식 동물이 초식 동물의 목덜미를 노리듯 새하얀 건치가 살덩이를 잘근잘근 깨문다. 젖을 갈구하는 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게걸스럽고 집요하게. 방송 녹화용 카메라 드론에 음성 송신 기능이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며 그들의 숨소리에 맞춰 나 또한 손가락에 힘을 꾸욱 줬다.

 ‘이빨에 깨물리면, 이거보다 좀 더 아프고 딱딱하려나…?’

그렇게 화면 속 두 남녀가 얽힌 채 움직일 때마다 따끈하던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매끈하고 풍만한 여체를 자비 없이 짓누르는 근육질의 육체. 가슴에서 아래로 내려간 금발의 머리카락이 그레이스 언니의 다리 사이로 향했을 땐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깊숙이 집어넣었다.

 “어때, 그레이스? 아프진 않지?”

 “흐으, 진짜아… 짐승, 이라는, 말도오… 조금 아쉬울지도?”

새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꽈악 붙잡아도 미동도 없는 굳건한 육체. 방해도 되지 않는다는 듯 허벅지에 양 뺨을 붙이고 조금 더 전진하는 모습에 가슴을 만지던 손가락을 움직여 카메라를 조정했다.

새하얀 허벅지가 꽈악 옥죄이는지라 뺨이 짓눌렸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짐승처럼 혀를 길게 뻗어 여자의 음부를 핥아대는 모습. 역시나 평소의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음탕함 때문에 보고만 있어도 머리가 열기로 익어버릴 것만 같았다.

츠읍, 츱-

바짝 붙은 카메라 덕분에 음탕한 소리가 마치 ASMR 방송처럼 귓가에 때려 박힌다. 마력을 담은 롤랑의 고함보다 선명하게 귀를 파고들어 내 고막을 능욕하는 것 같은 소리. 혀가 움직이는 것처럼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자 등허리가 제어에서 벗어난 것처럼 파르르 떨린다.

대음순, 아니, 그러니까아… 여자의 보지 아래쪽에서 위쪽 콩알까지 길게, 그리고 느릿하게 핥아대는 끈적하고 집요한 혀 놀림. 내 손가락보다 훨씬 두꺼워 보이는 저 혓바닥이라면 지금 이 쾌감보다 몇 배는 기분이 좋을까.

 “로, 롤랑, 잠까안… 나, 나 진짜로오-”

 “프하- 괜찮으니까, 마음껏 가 버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손가락을 멈추지 않자 등허리에서 시작된 떨림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척추를 타고 전기라도 올라오듯 벌벌 떨리는 몸. 억지로 힘을 줘서 손가락만큼은 계속 움직이자 눈앞이 번쩍거린다.

마치 롤랑이 말한 게, 그레이스 언니가 아니라 내게 명령한 것 같아서.

 ‘흐윽, 계, 계속하는 거겠지? …설마 밤새도록?’

벌벌 떨리던 몸의 떨림이 잦아들고, 왈칵 흘러나온 뜨거운 애액의 감각에 허벅지가 끈적하고 찝찝하게 느껴질 무렵 화면 속에서는 롤랑이 카메라 앞에서 과시하듯 알몸이 되어 있었다.

조각상도 이보다 덜 선명하게 깎을 것 같은 근육질의 몸과 부무장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우람한 자지를 내어놓은 채. 여성용 장난감도 저 크기로 만들면 부담되어서 구매를 꺼릴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새하얗고 도톰한 보지 둔덕을 혀로 괴롭히고 있자니, 그레이스의 잘록한 허리 위로 무언가 부웅 떠오른다. 당연하게도, 한세아의 촬영용 드론이었다.

 ‘…또 훔쳐봐?’

하마터면 카메라 드론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할 뻔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각도상 반투명한 드론 너머로 볼록 솟아오른 그레이스의 밑가슴이 보이는 상황. 양 뺨을 기분 좋게 조여오는 허벅지를 손으로 붙잡은 뒤 자연스럽게 그레이스에게 말을 걸었다.

 “어때, 그레이스? 아프진 않지?”

 “흐으, 진짜아… 짐승, 이라는, 말도오… 조금 아쉬울지도?”

가슴을 실컷 괴롭혀준 뒤 배꼽에 쪽쪽 입을 맞추고, 그대로 아래로 내려와 혀로 핥아대는 상황. 본방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취기와 쾌락에 뇌가 눅진하게 녹아내린 그레이스는 벌써 혀 꼬인 소리로 나를 톡톡 건드리기 시작한다.

그래 뭐, 볼 테면 봐라.

한세아가 미쳐서 나와 그레이스의 섹스 비디오를 파일조아 같은 곳에 포인트 받고 팔진 않겠지. 성인 방송이라 해도 대놓고 섹스 방송을 할 수 있는 방송 플랫폼도 아니니 결국 보고 즐기기 위해 찍는 것 아니겠는가.

반쯤 오기가 생겨 혀로 좀 더 과시하듯 격렬하게 핥아 올린다. 입술을 축축하게 적히는 끈적한 꿀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몇 번이고 도톰한 살집을 손가락으로 등골 긁듯 삭삭.

한세아 때문에 나의 느긋하던 움직임이 갑자기 격렬하게 변하니 그 피해자는 당연하게도 그레이스. 그 잘록한 배가 몇 번이고 움찔거리며 요동치는 모습을 보며 도망치려는 그녀의 허벅지를 붙잡아 단단히 고정했다.

 “로, 롤랑, 잠까안… 나, 나 진짜로오-”

 “프하- 괜찮으니까, 마음껏 가 버려.”

쾌락에 녹아내린 여체가 백날 발버둥 쳐 봐야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 없지. 허리가 퍼덕거리고 힘이 빠진 다리가 추욱 늘어지자 도톰하게 다물려 있던 뽀얀 둔덕 사이로 분홍색 속살이 천천히 자태를 드러낸다.

조개가 입을 벌리듯 벌어진 사이로 왈칵 쏟아져 내리는 뜨거운 애액. 하으읏- 하며 가쁜 숨을 내쉬는 그녀의 허벅지에 입을 쪽 맞춰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레이스의 절정과 동시에 움직임이 멎어버린 카메라에 과시하듯, 바지를 훌렁 벗어버려 초인이라 불러야 할 육체에 걸맞은 자지가 그 위용을 드러내도록.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나오듯 잔 경련과 함께 몇 번 더 애액을 토해낸 그레이스의 아랫배에 그 성난 흉기를 터억- 올려놓았다.

 “나, 나 잠까안…, 롤라앙?”

 “그레이스, 내가 전에도 말했지.”

 “또, 또 뭐어어-”

 “그렇게 하면 남자가 못 참는다고.”

 “어흐, 흐으읏-! 나, 나 아무거또 안혰는데엣!”

미안, 그레이스. 내가 변태에 짐승이 맞나 봐.

저 카메라 너머로 한세아가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고 하니 조금 흥분되었거든. 남 탓을 조금 하자면, 귀부인 중 사교회장의 잘 가꿔진 야외 정원에서 즐기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걸까.

한세아 정도 되는 미인이 나를 딸감 삼아 음습하게 자위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이 되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좀 나빴는데, 이제는 흥분감이 먼저 오다니. 사람이 이렇게 이상성욕에 빠져드는 걸까 싶어 조금 무섭기도 하고.

 “흣, 흐읏, 잠깐이랬는데, 엣!”

흥분감에 허리를 퍽퍽 밀어 올리자 앙탈을 부리는 입과는 달리 자지를 꽈악 물어오는 보지. 산에서의 단련으로 탄탄하기 그지없는 다리가 허리를 옭아매며 나를 붙잡는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쾌감을 조금이라도 경감시키고 싶었는지 꾸욱 달라붙는 그레이스. 하지만 길이 20m 뱀의 몸부림도 맨손으로 제압하는 남자에게 매달려봐야 그녀가 날 막아 세울 수 있을 리 없었다.

되려 내가 허리를 숙여 입을 맞추고 가슴을 꾸욱 움켜쥐자 흐엣?하고 귀여운 숨소리를 내뱉을 뿐.

30층의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고 난 뒤, 우리는 반강제적인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골렘과 보스 몬스터의 시체를 어떻게든 손상 없이 운송하려고 발악하는 마법사들이 게이트를 만들 시간은 있어야 하니까.

뭐, 게임 시스템이 가호하는 덕에 길어봐야 사흘이 안 될 휴가지만, 그래도 휴식은 휴식. 파티원들이 아무리 사명감으로 가득하다지만 돈 캐오는 일꾼 유닛도 아니고 휴식 없이 모험만 계속하다간 고장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골렘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이야기한 것처럼 기사형 골렘은 북부로, 나머지 세 대는 마탑이 구매하기로 했어. 어차피 바위 골렘의 마석이 무한한 게 아니니까 연구를 위해 뜯어 볼 생각인 것 같더라.”

그래도 30층의 모험 보상은 정산해야 했기에 길드의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일행들. 그런 그녀들에게 샤를롯을 통해 마탑과 협상을 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일단 골렘은 이야기 한 대로 북부와 마탑으로 보냈다. 20층의 오크 족장이 죽고 제단이 파괴된 뒤, 오크 전사와 오크 주술사가 나오지 않던 것처럼 바위 골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료로 쓸 수 있는 바위 골렘의 마석이 없다면 결국 탑승형 골렘은 빛 좋은 개살구.

아무래도 비비게임즈는 이 커다란 탑승형 골렘을 플레이어가 계속 사용하는 걸 원치 않았나 보다. 공터에서 꺼내려면 마법사들이 해부해야 하는데, 꺼내 온다고 하더라도 연료가 없으니까.

…뭐, 덕분에 남은 마석은 프리미엄을 붙여 마탑에 파는 데 성공했다. 워낙 많이 사용한지라 남은 걸 다 팔아도 딱 본전만 치는 수준이었지만.

 “그리고, 음, 케이티 양에 관한 이야기인데. 북부 대공께서 마탑으로 오신다고 하네.”

 “……네?”

어찌 보면 보스의 시체, 탑승형 골렘보다 중요한 이야기에 흐리멍덩하던 케이티의 눈이 번쩍 뜨인다. 가출 소녀의 앞에 부모님이 소환되는데 놀라지 않을 리 있나.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아직은 어색한 사이인 그레이스도 눈을 빛낸다.

파티의 일행이었던 무뚝뚝한 남자가 사실 남장을 한 북부 대공의 딸이었는데 그걸 찾으러 평민들은 평생 한 번 얼굴도 못 볼 대귀족 나으리께서 북부에서 중부까지 온다는 데, 호기심이 안 생길 리 있나.

 “어, 어째서죠?!”

 “그야 마법사들이 네 얼굴을 봤으니까.”

샤를롯 캐번디시의 사례와 비슷하게, 마법사 중에는 귀족이 많다. 귀족으로 태어나 가문의 빵빵한 지원을 받아 제 재능이 검술인지 마법인지 일찍 알아차리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기회의 평등이라는 단어는 인권이라는 단어와 함께 뒷골목 쓰레기통에 처박힌 중세 판타지 랜드인데 돈 많고 지위 높은 귀족들이 교육의 기회를 더 많이 가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 그리고 그런 마법사들이 은발벽안의 공녀를 못 알아볼 리 없다.

 “그리고 애초에 기사형 골렘 때문에 북부의 마도구 이야기를 꺼냈잖아.”

 “크읏…!”

북부의 보물이라 불리는 마도구를 지닌, 은발 벽안의 귀티 나는 여인. 그런 여인이 기사형 골렘의 소유권을 북부 대공 직속 기사단에 넘기라고 이야기를 꺼낸다? 머리 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케이티가 소문이 무성한 둘째 딸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밖에.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을 기세로 고개가 푹 꺾인 케이티를 자연스럽게 곁에서 달래주는 아이린의 모습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이세계의 골렘과 그 정비 시설에 대한 권리를 팔아 넘긴 거야. 못해도 금화 수백 개는 받을 수 있을걸.”

 “수, 수백 개?”

 “어, 어머나….”

샤를롯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사람 한 명당 수백 개의 금화, 파티 전체로 치면 천 단위의 금화가 오가게 생겼다. 그레이스와 아이린은 너무 커다란 금액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듯 입을 떡 벌리지만 나는 걱정이 앞서는 상황.

공포 게임 같은 걸 할 때, 갑자기 자동 저장이 되면서 총알과 회복 아이템을 미친 듯이 퍼 주면 이 뒤에는 난이도 극악의 보스가 있다는 뜻이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