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175)

 “안에, 싸도오….”

온갖 여자를 만나고 다니느라 피임과 관련된 마법 시술을 받은 상태지만, 그게 그레이스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는데.

남자를 모르던 처녀가 첫날 밤 이후 뺨을 붉히고 몰래 피임구에 대해 알아보고 다닌 걸까. 머릿속으로 그런 그레이스의 모습을 상상하자 자지가 한계 이상으로 피를 받고 껄떡거린다. 밤의 쾌감을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피임 마법을 준비하는 여자…!

저항할 수 없는 정신적 쾌락이 뇌를 두드리자 마치 댐의 수문이 열린 것처럼 꿀럭 새어 나오는 정액. 허리를 꼬옥 휘감고 놔주지 않는 다리에 몸을 맡긴 채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에 정액을 때려 박듯 발사한다.

 “흐으, 잠깐, 쉬었다가아….”

 “내가 말했지, 그레이스.”

 “진짜, 잠까안, 아니지? 방금 쌌으면서…?”

 “그런 말 하면, 남자가 못 참는다고.”

그레이스는 잘 모르는 듯했지만, 남자의 사정이 섹스의 끝을 알리는 것은 아니었다.

안에 싸달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더더욱.

패시브 스킬 때문에 감각이 예민해진 그레이스지만 다음 날에는 익숙해졌는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밤새워 과도한 감각에 두들겨 맞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빠르게 익숙해진 모양. 물론 그녀가 낯부끄러운 신음을 낸 건 이미 클립이 되어 인터넷에 퍼진 지 오래지만.

…뭐, 그레이스가 나처럼 인터넷 창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상관없겠지.

[히어로즈 크로니클 갤러리]

―✪ 19)눈나소리 합성해봤음 [221] +172

―✪ 이게가상현실포르노지 [48] +65

―✪ 스킬 활용법 알았다 딱 대라 [199] +243

―✪ 감각이 예민? ㅓㅜㅑ [35] +335

―✪ 딸쟁이들 개꿀팁 준다 [396] + 564

매니저가 관리하는 방송국 게시판과 달리, 익명으로 날뛰는 미치광이들이 히어로즈 크로니클 갤러리를 점령해서 거의 가상 현실 포르노 갤러리로 만들어 놨거든.

―딸쟁이들 개꿀팁 준다

[밑줄 쳐진 검사 스킬 목록.JPG]

[밑줄 쳐진 궁수 스킬 목록.JPG]

[밑줄 쳐진 도적 스킬 목록.JPG]

[밑줄 쳐진 마법사 스킬 목록.JPG]

그레이스 눈나 사건 보고 알아차린건데

감각이 예민해진다는 게 말 그대로 모든 감각의 버프임

초반 액티브 스킬로 대충 추려봤는데

이거 쓰고 딸이던 떡이던 골라서 ㄱㄱ

┗무친련...창의적으로 무친련...

┗이거 버프도 있던데 빡촌가서 써도 되냐

 ┗창녀한테 함부로 쓰면 가드 형아들 와서 대가리 깨짐

┗이새끼 직접 해봤나보네 시발 ㅋㅋㅋㅋㅋㅋㅋ

┗수상할정도로딸잽이에진심인남자

진짜 여러 의미로 대단한 놈들이야.

아무튼,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레이스를 앞세워 순조롭게 진행되는 숲 탐색. 마석과 소재를 모으는 의뢰도 꾸준히 진행하였으며 통로 또한 순조롭게 발견해 20층을 코앞에 두게 되었다.

 “앞쪽에, 이끼늑대 한 마리 매복 중이야. 조금 돌아서 가면 고블린 무리도 있는 것 같아. 어떻게 할래?”

 “이번에 받은 의뢰가 중형 몬스터의 마석이니까 이끼늑대를 잡고 고블린은 피해가죠. 걔들은 도망치기 시작하면 좀 귀찮아서.”

 “그럼 늑대 쪽으로 갈게.”

 “부탁해요, 언니.”

3★ ‘견습 레인저’에서 4★ ‘숲의 추격자’가 된 그레이스의 탐색 실력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기습 직전의 이끼늑대를 알아차리거나 소형 몬스터 무리의 소란스러움을 찾아냈다면, 지금은 멀리서부터 기척을 알아차리는 수준이라 되려 이끼늑대를 기습할 수준.

숲의 어두운 곳에 숨죽이고 숨어 있는 이끼늑대지만 위치를 이미 완벽히 파악한 그레이스가 있다면 평소보다 훨씬 수월하게 사냥할 수 있다.

 “롤랑이 앞장서고, 나는 마법 준비할게. 처리 안 되면 바로 지원 부탁해요 언니. 케이든 씨는 아이린 님 뒤쪽을 살펴주시고.”

 “그래.”

 “알겠습니다.”

한층 늘어난 그레이스의 탐지 범위를 적절히 이용하는 한세아. 내가 이끼늑대 앞에서 알짱거리면, 우리 일행들이 이끼늑대의 뒤를 잡는다. 숨어 있는 이끼늑대의 위치를 정확히 알기에 벌이는 기행.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케이든이 아이린과 함께 자세를 잡지만 고작 숲에서 우리를 위협할 존재는 없었다.

쐐애애액―

그레이스가 알려준 위치에서 적당히 서성이니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카롭게 날아간다. 숨죽이고 있던 이끼늑대가 내게 뛰어들기 직전, 숨을 들이켜기 위해 슬쩍 벌어진 아가리에 정확하게 들어간 화살.

은신 능력이 뛰어나다지만 목구멍 안쪽에 강력한 화살이 처박혀도 멀쩡한 괴물이 아니다. 곧바로 피를 토하며 낑낑 울부짖으며 바닥을 나뒹구는 이끼늑대. 그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서라는 듯 곧바로 놈의 가슴팍에 매직 미사일이 날아든다.

 “정말 저기에 있었네요. 제 눈에는 보이지도 않던데. 그레이스 자매님은 감이 참 좋으신 것 같아요.”

 “그, 눈으로 보는 건 아니니까요.”

그 모습을 본 아이린이 양손 꼭 쥐고 구경하며 감탄성을 내뱉는다. 그녀의 역할은 난전 중 그레이스와 한세아의 보호. 이런 경우에는 보호막을 쓸 필요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구경꾼이 되어버린다.

물론 한세아의 샤바샤바로 인해 불만 따위는 없는 게 아이린의 심리 상태. 아무래도 5★ 사제가 파티를 훌쩍 떠나버리면 게이머로서 피를 토하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으니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숲을 헤쳐나가며 이끼늑대를 사냥한다. 묵직한 장비로 몸을 감싼 채 숲길을 몇 시간이고 걷다 보면 조금씩 흐르는 땀. 눈살을 찌푸릴 법한데도 군소리 없이 험한 길을 걷는 파티원들. 초보 모험가 딱지는 떼어버리고 어엿한 중급 모험가가 된 파티원들이 드디어 20층의 문 앞에 선다.

 “하, 드디어 찾았네.”

 “이게 20층으로 향하는 통로…”

 “롤랑, 롤랑은 알고 있었죠?”

꾀죄죄한 몰골이 된 파티원들이 감격에 찬 목소리를 내며 우뚝 솟은 통로를 올려다본다. 랜턴 안에서 빙글 돌아가는 마석 조각, 땀과 흙먼지로 더럽혀진 파티원들의 얼굴, 그 사이에서 나를 찌릿하게 노려보는 한세아.

19층에서 20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위치가 좀 지랄 맞거든. 고작 하루 이틀 만에 탐색에 성공하는 계층이 있듯이 통로 두 개가 멀찍이 떨어지다 못해 숲의 험난한 지형에 반쯤 숨겨져 있다.

 “나야 알고 있었지. 그렇다고 말해줄 순 없잖아.”

 “그건 그렇죠…. 20층 탐색은 내일부터 해요. 20층도 게이트가 열리지 않으면 탑에서 하루를 보내야 할 것 같으니까.”

실실 웃는 내가 얄밉다는 듯 째려보는 한세아. 그저 직진만 하면 되는 초원과 달리 장애물이 많은 숲은 이동 속도가 더 느리다. 이 때문에 1층에서 10층을 가는 것과 10층에서 19층을 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차이가 나는 편.

랜턴이 있어도 짜증이 날 정도의 거리인데 랜턴 없이 몸으로 때웠으니 날 보는 눈이 고울 리 있나. 다른 사람들은 별생각 없지만 한세아는 뺨따구가 퉁퉁해진 상태로 나를 바라본다.

 “원래는 15층 넘어가는 순간 탑에서의 야영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제는 게이트가 생겨서 20층부터 야영을 준비하게 되었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파티원들끼리 상의를 하는 게 좋겠어. 야영을 고려한다면 지금처럼 매일 아침 출발해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은 불가능하니까, 다들 의견 하나씩 준비해서 오고.”

 “숙제야?”

 “그럼, 숙제지. 돌아가자.”

한세아의 투정을 웃음으로 흘려 넘긴 채 파티원들 앞에서 입을 연다. 탑의 저층에서 일용직 노동자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생각이면 여기서 멈추겠지만, 우리 파티는 진지하게 탑의 정복을 노리는 중이니까.

플레이어 겸 방송인인 한세아는 당연하고, 여신의 뜻을 전파해야 하는 예비 성녀 또한 멈춰서는 안 된다. 나도 퀘스트를 위해 한세아를 따라갈 테니 남은 건 그레이스와 케이든.

그레이스는 내가 간다면 따라올 것 같고, 케이든은… 잘 모르겠네. 애초에 남장을 한 이유도 모르는데 탑을 끝까지 오를 생각인지 아닌지 알 리 있나. 진행하다 보면 케이든의 캐릭터 퀘스트도 진행되겠지 뭐.

다행인 점은 공격형 전위인 케이든이 필수는 아니라는 점. 사제인 아이린이 빠지면 신전 앞에서 노숙하더라도 사제님을 모셔와야 하지만, 칼잡이 하나 빠지면 위층에 올라가서 새로 구할 수 있다.

 “으, 빨리 가서 씻고 싶다.”

 “오늘은 꽤 오래 헤맸으니까 탑 밖으로 나가면 늦은 저녁이겠는데.”

그래도 고생 끝에 아슬아슬하게 성취감을 느껴서 그런지 해맑은 파티원들. 숲속에서 조난자처럼 헤매고 다니다가 성과 없이 돌아갔다면 기분이 좀 가라앉았겠지만, 오늘은 결국 통로를 찾아내서 그런지 다들 얼굴이 밝다.

10층이 초보 모험가와 중급 모험가를 가르는 층계인 것처럼, 20층이라는 게 은근히 상징적이거든. 중급 중에서도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놈들이 발 디디는 장소. …그러니까 일종의 거름망.

땀과 흙먼지로 꾀죄죄하다 하지만 다들 본판이 별 붙은 미남 미녀들. 해맑게 웃으며 10층으로 돌아가 탑 밖으로 나서니 질투 어린 시선들이 날아든다. 예쁘고 잘생긴 것들이 값비싼 장비를 입은 채 기쁘게 웃고 있으니 대박이라도 쳤나보다- 하고 부러워 하는 거지.

 “마석 정산한 돈이 이렇게…. 용병일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군요.”

 “그래서 다들 모험가가 되겠다고 오는 거지. 레베카 그 미친년이 왜 탑에 들어갔겠어.”

 “…미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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