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돌릴 시간, 줬잖아.”
파티원들과 있으면 여유 있는 언니인 척해서 시청자들에게 눈나 소리를 듣지만, 단둘이 있게 되면 이렇게 애교가 넘치는 여자.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말투가 가슴을 간질이는 것 같아 다시 한번 입을 막는다.
츄읍, 하고 다시 한번 울려 퍼지는 음탕한 타액 소리. 아래층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소음에 묻힐 수준이지만 혀와 혀가 얽혀 있는 우리에게는 천둥소리보다 크게 들린다.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 같은 끈적한 키스를 방해한 것은 계단에 울리는 발소리. 예민해진 감각 때문에 몽롱하게 취한 그레이스는 느끼지 못했지만, 내게는 운 좋은 모험가 하나가 여종업원 하나를 끼고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츄읍, 흐엣-?”
“키, 가지고 있지? 방으로 들어가자.”
취기와 쾌락으로 달콤하게 녹아내린 칠칠치 못한 얼굴을 이름도 모르는 놈팡이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키스를 멈추고 부드럽게 허리를 쓰다듬으며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자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제 방을 향해 걸어가는 그레이스.
예민해진 감각에 취한 것처럼 움직여도 정신이 혼미한 건 아닌지 제 방문 앞으로 가 자연스럽게 문을 연다.
“나, 잠깐, 씻고오….”
“그래, 알겠어.”
품 안에서 쏙 빠져나와 열린 문 안으로 후다닥 도망치는 그녀. 물론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인지라 그다지 빠르지 않아 곧바로 따라붙었다. 탑의 숲을 한창 탐색하다 돌아온지라 지저분한 게 마음에 걸리는지 개인 욕실로 후다닥 도망치려는 모양새.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뒤 숙소 문을 닫고 곧바로 그녀의 등 뒤에 따라붙었다.
훅하고 올라온 술기운이 조금 가셨는지 조금은 말똥해진 눈으로 옷을 벗던 그레이스가 화들짝 놀라 나를 바라본다. 남자를 모르던 시골 처녀로서는 같이 씻는다는 걸 상상조차 못 한 모양.
그런 그녀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옷을 훌렁 벗으며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운수 좋은 놈팽이 여관은 비싼 만큼 기본적인 마도구 정도는 갖추고 있거든. 샤워기를 다루듯 길쭉한 마도구를 건드려 따듯한 물이 나오도록 조작한 뒤 그레이스에게 착 달라붙었다.
“나, 나 씻는다니까?”
“나도 씻어야지.”
“그러면 밖에, 서엇?!”
툭 건드리기만 해도 자지러질 듯 힉힉 신음이 흘러나오는 꼴이 귀엽다. 스킬을 찍은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각별한 재미. 그대로 온수가 나오는 마도구를 어깨에 들이미니 피부를 쓸고 지나가는 온수에도 등허리를 바르르 떤다.
“같이 씻는 게 더 빨라. 내가 씻겨주는 게 더 빠를 테고.”
“빠른 게 문제가 아니라항~”
땀에 젖은 몸을 맡긴다는 게 어지간히 창피한지 반항하려 들지만, 잡티 하나 없는 등을 손바닥으로 삭삭 문질러주면 새어 나오는 신음이 그레이스의 말을 막아준다.
가슴도 엉덩이도 아니고 그저 등허리와 날개뼈 부분을, 부드럽게도 아니고 때 밀 듯 슥슥 문질렀음에도 새어 나오는 달뜬 신음. 샤워기형 마도구를 다시 벽에 건 뒤 양손으로 거품을 내 그레이스의 온몸을 삭삭 문지르기 시작했다.
거품이 일어나고 뽀얀 피부가 새하얀 거품 속으로 자취를 감출 때마다 점점 거칠어지는 숨결. 등에서 팔로, 팔에서 가슴으로 조금씩 음흉하게 손을 움직이자 반항조차 포기한 채 내게 몸을 맡긴다.
“진짜, 손길이 너무 음흉하잖아….”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거야.”
숲에서 한참 돌아다니느라 몸을 더럽힌 흙먼지가 거품에 싸악 씻겨 내려간다. 그리하여 남은 것은 온수와 손바닥에 따끈하게 데워진 촉촉한 피부. 물기를 대충 닦아낸 뒤 품 안에 안고 침대로 향하자 그레이스가 작게 꿍얼거린다.
아무래도 온수가 계속해서 피부를 두드리니까 예민해진 감각에 익숙해진 모양. 그래도 달아오른 몸이 확 식어버린 건 아닌지라 발갛게 달궈진 피부와 거칠어진 숨결은 여전하다.
품 안에서 색색 숨을 내쉴 때마다 나를 자극하는 뜨겁고 달콤한 공기. 숨결조차 달콤하다니, 뭔가 변태 같은 감상이네. 남자라면 이 상황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겠지만. 나체의 여인이 잔뜩 달궈진 몸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데 그걸 달콤하다는 말 말고 뭐라 표현할 수 있겠는가.
“변태 같아….”
“말했잖아, 남자는 다 변태야.”
첫날 밤처럼 일방적으로 지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일까?
내가 얄밉다는 듯 어루만지는 손등을 살짝 꼬집더니 품 안에서 벗어나는 척 살짝 발등을 짓밟는다. 그러더니 침대 위에 부드럽게 누워서는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새하얀 침대보를 흐트러트리며 누운 채로 내게 양팔을 쭈욱 뻗어 보이는 그녀. 새빨간 입술 사이로 분홍색 살덩이가 날름 나왔다 들어가더니 말을 이어나간다.
“그래도…. 오늘은 위쪽에 먼저 키스해줬네, 변태 씨.”
“지난번에는 기사님이라면서? 대우가 너무 박해졌는데.”
“그땐 기사님처럼 굴었고, 지금은 변태처럼 구니까 그렇지.”
지난번 처녀 상실의 고통을 달래주기 위해 먼저 입으로 핥아준 게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나. 그래도 배시시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걸 봐선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모양. 나를 향해 뻗어진 팔 사이로 파고들어 고개를 파묻는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달달한 바디 워시의 냄새와 그 아래에 있는 진득한 몸 냄새. 언제 맡아도 질리지 않는 여자의 냄새를 만끽하며 부드럽게 가슴에 입을 맞췄다.
감각이 예민해진 탓인지 벌써 발딱 일어나있는 분홍빛 유두. 가슴을 입술로 우물거리다 그 단단한 꼭지에 쪽쪽 입을 맞추자 다시 한번 바르르 몸이 떨린다. 아무래도 감각이 예민해진 만큼 쾌감 말고도 간지러움 따위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나 본데.
“그거, 가슴 간지러….”
그래도 흥분감은 여전한지 아래에 깔린 몸이 바르르 떨릴 때마다 허벅지에서 힘이 풀리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밤의 즐거움을 위해 미약의 도움을 받은 귀부인들처럼 고작 몇 분의 애무 만에 추욱 늘어지는 그녀의 몸.
따끈따끈한 몸이 조금 식어갈 즈음에는 몇 일간 푹 끓인 스튜의 건더기처럼 흐물흐물하게 늘어졌다. 옆으로 슬쩍 내려간 가슴도, 군살 하나 없는 배도, 힘이 전부 빠진 허벅지도. 꾹꾹 누를 때마다 찰흙처럼 손바닥을 빨아들이는 중독성 있는 감촉.
그 녹아내린 몸에 나는 망설임 없이 자지를 때려 박았다.
“으흡?! 흐익, 흐으읏―!”
“흐- 엄청 기대하고 있었구나?”
눅진하게 녹아내려서는 아무런 저항 없이 자지를 꿀떡 삼키는 그레이스의 보지. 끈적하고 뜨거운 살 주름이 귀두를 휘감자 입에서 자연스럽게 더운 한숨이 새어 나온다. 물론 그레이스는 내 짓궂은 농담에 대답할 정신은 없는지 허리를 들쳐 올리며 꿈틀거리기만 할 뿐.
나 또한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기에 말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쯔꺼억- 그레이스의 신음을 덮어버리는 음탕한 물소리. 치골과 치골이 처벅처벅 부딪칠 때마다 음란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고장 난 인형처럼 축 늘어진 팔다리가 파르르 떨리며 그녀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온수에 피부가 두들겨지며 예민해진 감각이 잠시 둔해졌다 해도, 보지를 들쑤시고 자궁 앞을 두들기는 자지에는 익숙해질 수 없겠지.
“자, 잠까안-”
“있지, 그레이스.”
“조금, 조금만 천천히…!”
파들거리는 손이 맥없이 내 가슴 위에 얹어진다. 밀어내기는커녕 팔을 세우지도 못한 채 내 몸이 움직일 때마다 같이 움직이는 그녀의 팔뚝. 궁수답게 군살 하나 없이 늘씬한 팔뚝이 힘없이 하늘거린다.
그 맥아리없는 저항과 함께 그레이스가 입을 열지만 나는 멈추지 않는다.
“지난번에도 말했잖아. 그러면 남자가 못 참는다고.”
“이번에는 뭐, 아, 안했짜나!”
“했어. 존나 꼴리게 했지.”
귓가에 때려 박히는 논리 없는 음담패설에 가슴을 밀치려던 팔이 힘을 잃고 옆으로 톡 떨어진다. 묵직한 자지가 배 안쪽을 쿵쿵 때려 박을 때마다 으극, 으극 힘없는 신음성을 내는 그녀.
그 힘 없는 숨소리에 고개를 숙여 다시 타액에 흠뻑 젖은 입술을 삼켜버린다. 도톰해서 오물거리는 맛이 있는 따듯한 입술을.
원래부터 있던 내 성적 취향인지, 롤랑이 되어서 생긴 성적 취향인지 힘없이 늘어진 모습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 주던 미녀들이 침대 위에서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축 늘어지는 모습.
남자가 아니라 수컷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그 음탕하면서도 가냘픈 모습에 단단하게 일어난 자지가 한층 더 힘을 받아 눅진하게 녹아내린 속살을 무자비하게 파헤친다.
찌걱, 찌걱, 찌걱-
츕, 츄읍, 츄으읍-
“으, 으극, 이 변태에, 짐승 같아 진, 짜아….”
“변태보다는 짐승이 마음에 드네.”
계속되는 허리 놀림에 그레이스의 늘씬한 아랫배가 꿀렁거리고 힘없이 늘어진 허벅지의 근육이 요동친다. 그에 맞춰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짜릿한 사정감.
그대로 깔린 그레이스를 품 안에 가두듯 껴안고 찐득하게 입을 맞춘다. 입술을 우물거리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해 이 사이를 파고든 혀. 새하얗고 자그마한 이도, 분홍빛 예쁜 잇몸과 혓바닥도 쯉쯉 핥으며 옥죄이듯 그녀를 껴안는다.
타액과 타액이 뒤섞이는, 로맨틱과는 거리가 먼 음탕하고 천박한 키스. 그녀의 고운 미간이 살짝 찌푸려질 때 허리를 강하게 앞으로 때려 박는다.
“아, 아네….”
그와 동시에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내 허리를 다리로 휘감는 그레이스. 쾌락에 잔뜩 취해 뭉개진 발음으로 그녀가 힘겹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