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175)

자신이 들었던 섹스와는 다른 방식에 조금 놀랐는지 바둥거리지만, 자지로 계속 찔러주자 결국 아까처럼 매달리는 걸 선택한다. 벗기지 않은 새하얀 스타킹이 허리를 휘감고 마치 아이처럼 목에 매달리는 모양새.

그렇게 몇 번이고 허리를 움직여 자지를 찔러넣다가 밀려드는 사정감을 참지 않고 그대로 자궁에 칠하듯 정액을 싸질렀다.

 “으, 으흐읏… 마, 만족하셨나요?”

 “내가 만족하려면 내일 아침 해를 같이 봐야 할걸.”

 “……죄송하지만, 그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슬슬 정리하셔야 원정대에 제때 합류할 수 있거든요.”

품 안에서 바르르 떠는 샤를롯의 등을 토닥이며 사정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으니 귓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슬쩍 고개를 돌리니 문 앞을 지키고 있을 메이드가 어느새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마리, 나, 그거….”

 “네, 아가씨.”

부끄럽지도 않은지 자연스럽게 양팔을 벌려 가슴을 드러내는 샤를롯. 마치 아이를 돌보는 듯 메이드 마리가 그녀를 내 허벅지 위로 쑥 들어 올린다. 쯔거억 하는 음탕한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는 애액과 정액의 혼합물.

 “뒷정리는 제가 할 테니, 롤랑 님께서는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겠습니까?”

그 광경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벗어 던진 허리띠와 셔츠 따위를 주섬주섬 챙겨주는 마리에게서 옷가지를 받아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표정을 고수하지만, 귓불만큼은 벌겋게 달아오른 메이드의 모습에 상황 파악도 못 하고 꺼덕거리는 자지를 애써 바지 안으로 감추며.

샤를롯의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오니 마탑의 밖이 소란스럽다. 만월 늑대에 대한 탐구욕이 어마어마한지 마차가 열 대나 문밖에 서 있었거든. 아무래도 만월 늑대를 잡을 때까지 10층에서 노숙을 할 생각인가 보네.

하기야 10층의 초원은 날도 따듯하고 독충 같은 끔찍한 놈들도 없었다.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점만 제외하면 풍경은 돈 내고 가는 최고급 캠핑장에 비견되는 수준.

원래는 탑의 층마다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는 안전지대가 따로 있지만, 만월 늑대를 추적하기 위해 안전지대 밖을 싸돌아다닐 생각인가보다. 기존의 물자 보급 루트와 경로가 다르다지만 고작 10층이니 상관없겠지.

마차를 구경하고 있으니 한세아가 그레이스와 아이린을 이끌고 내 곁으로 다가온다. 그러더니 상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큰 게 궁금한지 질문을 던지는 아이린.

 “와, 이 많은 게 전부 탑으로 들어가나요?”

 “아마 마법사들이 요청한 물건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 양반들은 탑에서도 연구할 테니까요.”

최초 등장한 특이 개체를 직접 보겠다고 탑으로 들어가는 마법사들이다. 그 정도의 열의를 가진 놈들이 만월 늑대를 찾아 헤매는 동안 탑에 관한 연구를 멈출 리 있나. 아마 저 마차의 절반 정도는 실험용 마도구라는 데 내 갑옷을 걸 수 있었다.

내 예상이 억측이 아니라는 듯 마탑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꾀죄죄한 마법사의 조수들. 조수라 쓰고 노예라 읽는 견습 마법사들이 박스를 열고 플라스크니 시약이니 모험과 상관없는 물건들의 완충재를 확인하는 게 보인다.

 “확실히, 그러네요. 마법사분들은 참 대단하시네….”

신전에 몸담은 아이린의 시선으로선, 저 마법사들의 광증에 가까운 탐구욕이 존경스러운 모양. 하기야 불경하다고 불리는 미지의 공간 내부에서 직접 연구를 하겠다는데 고행을 떠나는 사제와 다를 게 없어 보이겠지.

그렇게 마차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 샤를롯의 파티처럼 고용 관계로 되어있는지 10층에 어울리지 않는 장비의 모험가들이 대다수였다. 메이드가 마도구라도 미리 준비해 놨는지 그 사람들 사이로 말끔해진 채 합류한 샤를롯.

이쪽을 향해 살살 눈웃음을 치는 그녀에게 고개를 까닥 숙여 보이자 새하얀 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이 한 명 앞으로 나선다.

 “준비가 다 되었다면, 출발하겠소. 내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이번 원정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다들 알고 있겠지.”

지난번 여관에 찾아왔던 돈 많은 마법사네. 돈만 많은 게 아니었는지 자연스럽게 마부에게 지시를 내려 마차를 출발시키는 노인. 마법사들끼리 미리 이야기해 놨는지 모든 파티가 마법사들의 인도하에 마차에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한세아가 우리를 이끌고 향한 곳은 첫 번째 마차의 오른쪽. 원정대의 선두라고 볼 수 있는 위치였다.

물론 탑 안으로 들어가는 행렬이다 보니 큰 의미는 없는 것 같…

 “오오, 한나 양! 잠시 마차에 들어와 보겠는가?”

 “어서 오시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선두의 마차는 짐마차가 아니라 사람 여럿을 태울 수 있는 고급스러운 녀석. 이유가 뭔가 싶었는데 안에 있는 얼굴을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 허연 수염은 기본이고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한 노인들.

걸어서 가라 하면 탑의 10층은커녕 마탑에서 탑 입구까지 가기 힘들어할 노인들이 마차 안에 가득 타 있었다. 그리고 그 돈 많고 지위도 높아 보이는 마법사들이 하나같이 활짝 웃으며 한세아를 손녀 부르듯 부르는 상황.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지난번 이야기하던 것 때문에 이 늙은이가 밤잠도 설쳤어.”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잠시 들어오게. 아, 파티원이 걱정된다면 내 마차 한 대를 더….”

 “아뇨! 저, 저 잠시 다녀올게요.”

한세아 또한 마법사들의 열렬한 환영이 당황스러운지 커다란 눈을 끔뻑거리다 마차를 더 구매하러 가겠다는 말에 후다닥 올라탄다.

 “한나 양은, 마탑의 마법사분들과 아주 친하신가 봐요.”

 “어, 그건 아닐 텐데….”

아이린의 자그마한 혼잣말에 반응하는 그레이스. 대체 여관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길래 저런 반응이 돌아오는 걸까. 일류 방송인 특유의 입담 덕분인가, 따위의 생각을 하며 머리를 비우고 발걸음을 옮겼다.

누가 봐도 ‘나 마법사입니다’라고 외치는 로브에 고깔모자 차림의 사람들이 잔뜩 모인 행렬. 대낮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호기심을 느끼는 시민들의 시선이 모여든다.

물론 마법사들의 기행이 하루 이틀은 아닌지라 별 볼 일 없는 짐마차가 잔뜩이란 걸 확인하고 제 갈 길을 간다. 골렘을 개량하겠다고 온갖 이족보행 인형들이 난동을 부렸던 과거와 비교하자면, 짐마차는 평범하다 못해 재미가 없을 수준이니까.

그렇게 걷고 걸어 도착한 초원의 10층.

 “그, 되게 쉽게 왔다…?”

 “탑의 몬스터에게도 밖의 몬스터와 같은 본능이 있으니까.”

샤를롯이 신전에서 애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와 비슷하다. 기본적인 식욕과 사냥 본능 따위가 남아 있는 짐승형 몬스터.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사람이 백 단위로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여우 한 마리가 용감하게 달려들 리 없다는 뜻이지.

원정대라는 이름에 어느 정도 환상을 품었는지 허탈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그레이스. 옆에 있는 아이린도 고개를 작게 끄덕거리는 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묘하게 실망한 두 사람 곁으로 진이 쭉 빠져 너덜너덜해진 한세아가 마차에서 내려와 다가온다. 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해 채팅창과 게시판을 잠시 둘러봤더니, 아무래도 현대인의 지식이 마법사의 호기심을 끈 모양.

 “마차에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그냥, 마법 쓰는 이야기….”

정확히는 시청자들의 미션 때문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인벤토리에서 철판을 꺼내 방패로 사용한 게 인상 깊었는지 마법의 온갖 응용법에 대해 물어봤다고 하니까.

워터 마법에 스파크를 지졌던 것처럼 고위 물 마법과 전격 마법을 융합해서 쓸 수 있는가. 바람과 불 마법을 동시에 쓰면 파괴력 시너지가 있는가. 이런 마법 조합을 위해 더블 캐스팅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아니면 손으로는 마도구를 사용하고 입으로는 주문을 외운다면?

아직 초보 모험가인 시청자들은 감히 만날 수 없는 마탑의 고위 마법사들. 몇만 원씩이나 지불하는 유료 찬스 타임 덕분에 한세아는 마법사들에게 수 십 가지의 마법 응용법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션금 때문에 호기심과 탐구욕의 화신처럼 변한 한세아의 모습은 마탑의 노인들에게 크게 와닿았고―

 “이게 다 너희들 때문이야. 아니, 물론 수금이 달달하긴 했지만… 이러다 모험가의 탑이 아니라 마탑에 오르는 거 아닌가 싶다고.”

그 결과가 저 모양이다.

탑에 직접 오를 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한 노인네들 사이에, 젊은 처자가 마법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으며 온갖 특이한 발상을 내놓는데 귀엽게 볼 수밖에.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데, 괜찮으세요? 치유 성법이라도 걸어 드릴까요….”

 “어, 음,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차 안에서 얼마나 기를 빨렸는지 걱정하던 아이린이 힐을 해 줄 지경. 누가 보면 말 대신 짐마차를 직접 끌고 온 줄 알겠다.

새하얀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새하얀 빛이 마치 조명처럼 은은하게 한세아를 감싼다. 신성력의 효과 덕분인지 눈을 감고 마사지라도 받듯 나른하게 성법을 즐기는 그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돈으로 고용된 모험가들이 짐마차를 울타리 삼아 텐트를 치기 시작한다.

 “그냥 바로 거점을 만드는 건가?”

 “어차피 마법사들은 탑 내부면 되니까 그런 것 같은데.”

 “맞아. 연구할 시간 아까우니까 그냥 여기에 자리 잡고 모험가들이 수색하러 갈 생각이래.”

마차 안에서 들은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한세아. 그녀의 말이 맞는다는 듯 텐트를 친 모험가들에게 몇몇 마법사들이 다가가 무언가를 건네준다. 모험가의 패도 아니고 탑 등반용 랜턴도 아닌 주먹 크기의 수정구.

한세아도 똑같이 생긴 물건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든다. 투명한 유리구슬 속에 둥실둥실 떠 있는 만월 늑대의 은색 털이 마치 나침반의 바늘처럼 움직인다.

 “마력 탐지 시약에 만월 늑대의 부산물을 넣었대. 무슨 시약인지는 설명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를 못 했고… 이걸 가지고 초원을 탐색하면 될 거야.”

 “다들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데?”

 “아무래도 만월 늑대의 권속인 뿔늑대에게 반응하는 것 같아. 반응이 작으면 뿔늑대인 거고, 크면 뭐… 만월 늑대겠지. 그래서 다들 흩어지는 거야. 어느 방향인지 정확하게 모르니까.”

말은 저렇게 해도 자신만만하게 어느 한 방향을 향하는 한세아. 그 모습에 그레이스가 자연스럽게 한세아에게 수정구를 받아 그쪽으로 향한다. 퀘스트용 아이템인 수정구는 둘째 치고, 퀘스트 창이 지도에 목적지라도 알려주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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