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175)

지금 침대에 누워 있는 그레이스처럼.

 “조금은 아플 거야. …조금이 아닐 수도 있고.”

 “그럴 땐 안 아프게 해 주겠다고 말이라도 해….”

작게 웅얼거리는 대답을 들으며 다시 한번 뽀얀 배꼽에 입을 맞췄다. 쪽쪽 소리와 함께 내 입술이 제 배꼽을 누를 때마다 움찔거리는 그녀. 배꼽에서 아랫배로, 아랫배에서 팬티의 위로 입술을 점점 내려보낸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버린 팬티의 아랫부분.

달아오른 여인의 체취가 코끝을 훅 찔러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대놓고 팬티 위에 입을 맞추니 부끄러움과 쾌감이 몰려온 그레이스가 허벅지로 나를 꾸욱 조이지만 방해가 되진 않는다. 고작해야 쪼렙 3★ 궁수의 몸부림으로 6★ 탱커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으니까.

 “안 아프게 해 줄게.”

 “진짜, 엎드려 절 받기네.”

길게 호흡을 내뱉은 그레이스가 얼굴을 가리던 손을 치워낸다. 커다란 만큼 옆으로 살짝 벌어진 가슴 위에 얌전히 올라간 두 손. 그 덕에 팔뚝이 가슴을 모아 다시 한번 그 깊은 가슴골을 만들어낸다.

…저러니까 밑가슴만 보이고 얼굴이 안 보이네.

애무는 이쯤이면 된 것 같아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나며 속옷을 내렸다. 침대 위에서 무릎 걸음으로 제 허벅지 사이에 자세를 잡는 모양새를 전부 눈에 담겠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

허벅지를 붙잡혀 다리가 벌어지고 그사이에 내가 들어올 때까진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팔라딘의 둔기에 가까운 자지가 제 보지 위에 턱 하니 얹어지자 다시 한번 눈동자가 벌벌 떨린다.

 “그거, 그거 안 아프게 할 수 있는 거, 맞지?”

 “그럼… 익숙해지면 안 아파.”

 “익숙해지기 전에, 느으으윽, 으흣―”

허리를 앞뒤로 움직여 클리를 자지 기둥으로 꾸욱 누르며 윤활유를 조금 바른 뒤 곧바로 이어지는 삽입. 뜨거운 살 주름을 귀두로 비집는 감각, 화들짝 놀란 보지 살이 자지를 휘감는 감각, 그리고 곧바로 귀두에 툭 하고 걸리는 감각까지.

가챠 캐릭터, 레인져 훈련을 받으며 모험가로 경력까지 쌓았음에도 처녀막은 그대로인가.

 “아, 진짜, 아픈데…?”

파과의 고통으로 눈물이 찔끔 났는지 물기가 가득한 그레이스의 목소리. 생각보다 비좁은 감촉에 잠시 상체를 내려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눈꼬리에 난 눈물을 빨아들이듯 츕츕 입을 맞춰준 뒤 그대로 눈꺼풀에서 콧대로, 콧대에서 뺨으로, 뺨에서 입으로―

 “흐읏, 진짜아… 아래쪽에 먼저 키스하는 게 어딨어….”

껴안아 주며 계속해서 입을 맞추자 어느 정도 평정심이 돌아왔는지 작게 칭얼거리며 내게 속삭인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조금 멀쩡해진 것 같아 가슴을 꾸욱 껴안으며 다시 허리를 밀어 넣는다.

내 가슴 아래에서 이리저리 뭉그러지는 커다란 살덩어리와 단단하게 일어선 그 끝의 꼭지. 그리고 쯔거어억- 음탕한 소리를 내며 치골과 치골이 마주 닿았다.

 “…내가 어릴 때, 우리 마을에 떠돌이 몬스터가 등장한 적 있었어.”

좁은 만큼 깊은지 내 자지를 끝까지 머금을 수 있었던 그레이스가 숨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연다. 마치 살아있는 이불이 된 것처럼 그녀의 위를 덮은 상태라 귓가에 사근사근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

달뜬 숨소리가 뒤섞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주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마을에느은, 전직 레인져인 우리 아버지마한… 있었거든. 나머지는 다 늙은 아저씨들만 있어서, 하아…, 고블린보다 강한 놈이 오면 꼼짝없이 죽을 운명이었지.”

 “그때, 나를 만났나?”

 “맞아. 정작 우리 기사님은 기억 못 하는 것 같지마안, 흐읏! …할 말 없다고 쿡 찌르는 거야?”

그녀의 느릿한 호흡에 맞춰 줄 정도로 느긋한 허리 놀림. 고블린 방망이질이 이것보단 빠르겠다 싶을 정도로 느긋하게 자지를 움직여 귀두로 그녀의 안쪽을 꾸욱 긁자 숨결이 조금씩 거칠어진다.

마주 껴안은 그녀의 손이 질책하듯 살그머니 내 등을 긁지만 나로서는 억울할 뿐이다.

탑에서의 모험이 끔찍한 노숙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온갖 곳을 다 돌아다니며 의뢰를 진행했다. 은퇴한 뒤 마련한 내 집에는 현대식 마도구로 도배를 하겠다는 원대한 꿈 때문에 셀 수 없이 돌아다녔거든.

 “내가 구한 마을에, 이런 미녀가 있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흐읏, 아부는…. 그때는 꾀죄죄한 꼬맹이였으니 몰라볼 수밖에 없긴 하지.”

땟국물 질질 흐르는 화전민 마을의 꼬맹이가 체취도 향긋한 글래머 미녀로 자라났는데 누가 알아차리겠냐고. 억울함을 잔뜩 담아 허리를 앞으로 내밀어 귀두를 끝의 끝까지 밀어 넣는다.

 “나는 이렇게 자랐는데, 당신은 그다지 변한 게 없네… 이야기 속의 엘프는 아니지?”

 “귀, 만져볼래?”

내 등을 살살 긁던 손이 올라와 목덜미에 휘감긴 뒤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녀의 체중 정도는 가볍게 버틸 수 있지만,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고통은 완전히 가셨는지 배시시 웃는 그녀의 눈이 점점 가까워지고―

츕, 하고 그녀가 부드럽게 내게 입을 맞췄다.

 “이야기 속의 엘프나 왕자님은 아닐지라도, 정말 고마웠어요 나의 기사님. 화전민 마을의 사냥꾼 딸내미가 모험가가 된 이유는 당신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였어.”

마치 고백을 하듯.

 “이런 머나먼 곳까지 와서 몬스터를 사냥할 정도면 유명한 모험가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라 당황했지만… 탑에서 그렇게 만날 줄이야.”

 “그레이스.”

 “…음?”

제 이름이 들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녀. 그 얼굴을 보며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을 끊은 나는 그대로 팔에 힘을 줘 상체를 일으켰다. 피부와 피부를 맞대고 있느라 땀이 진득하게 차 끈적하게 달라붙은 피부. 땀에 번들거리는 거유가 쯔억하고 떨어져 나가니 상실감까지 느껴질 정도였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남자는 그런 말을 들으면, 더는 못 참거든.”

 “참다니, 뭘? …잠시만, 이 상황에?”

 “말했잖아, 밤이 너무 짧다고.”

당황하는 그레이스를 무시한 채 그녀를 포옹하는 대신 탄력 넘치는 허벅지를 붙잡았다. 군살 하나 없이 잘록한 배 위로 슬쩍 보이는 흉악한 자지의 윤곽. 상체를 일으킨 나 때문에 제 아래쪽을 이제야 보게 된 그레이스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안 아프게 해, 줄 거지?”

 “그런 말 하면 못 참는다니까.”

 “무슨 말을 못 하게, 헤엑―”

그 뒤로 이어진 것은 애틋한 추억의 대화가 아닌 관능적인 육체의 대화. 말 대신 신음을 목이 쉴 때까지 내지르도록 허리를 퍽퍽 움직였다.

치골과 치골이 맞부딪치며 질꺽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품진 애액이 그녀의 잘록한 아랫배를 더럽힌다. 물론 허리를 움직여 자지를 박아넣을 때마다 덜렁거리던 가슴골도 내 타액과 이빨 자국으로 더렵혀진지 오래.

능글맞게 웃으며 요망한 눈웃음을 짓던 얇은 눈매는 이미 눈물로 달아올라 붉게 물들어 있었고, 목이 쉴 때까지 신음을 내지른 입은 타액으로 범벅이 된 체 헤 벌어져 있었다. 그 새빨간 구멍에 슬쩍 손가락을 집어넣자 움찔거리지도 않는 혓바닥.

 “어때, 그레이스? …이제 안 아프지?”

 “히익― 헤엑―”

아쉽게도 들려오는 대답 따위는 없었다.

여기서 더 하면 내일의 모험이 취소되게 생겼네.

모험가의 아침은 늘 빠르다.

일단 해가 뜨기 전 닭 우는 소리와 함께 침대 맡에 누워있는 그레이스의 뽀얀 엉덩이를 찰싹 두드려 깨운 뒤 살살 보듬어서 숙소로 돌려보냈다. 로그아웃했을 땐 시간이 1:1로 흐르지 않는지 대충 해 뜰 무렵 한세아가 접속하니까.

초보 모험가들이 발품 덜 팔고 보상은 두둑한 꿀 의뢰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나는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머리를 굴렸다. 머리가 휙휙 돌아가는 편은 아닌지라 이렇게 한 번 정리해 놔야 속이 시원하거든.

일단, 한세아의 등장과 함께 이 세상에는 가챠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구해준 화전민 마을의 소녀라고 주장한 그레이스. 몬스터로부터 마을을 구해준 내 뒷모습에 반해 모험가를 꿈꾼 그녀의 이야기는 일종의 수집형 요소겠지.

대부분의 씹덕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수집하고 레벨을 올리거나 호감도를 올리거나 조건을 채우면 서브 스토리가 열리니까.

6★ 팔라딘 롤랑의 서브 스토리가 10년간의 대장정이라면, 3★ 견습 레인져 그레이스의 서브 스토리는 어릴 적 자신을 구해준 팔라딘을 동경해 모험가가 되었다~ 이런 느낌이겠지. 결국, 동경하던 팔라딘과 첫날밤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생략하고.

 ‘그건 둘째치고, 문제는 한세아 쪽인데….’

걱정되는 쪽은 역시나 한세아.

[한세아 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세아_새로운 동료는 3★ 예쁜 궁수 언니!]

오늘도 해 뜰 무렵 칼같이 그녀의 접속 알림이 떠오른다. 탑 안에서는 어찌 될 줄 모르겠지만, 여관에서 로그아웃하면 접속을 할 때 아침인 것 같네. 원래 RPG 게임의 여관에서 휴식하기를 누르면 화면이 검게 변했다가 아침이 되어버리니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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