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44 - 악몽 토벌전 (1)
넓은 부지를 가득 채운 건물들과 고급 시설들.
얼핏 보면 귀족의 휴양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이곳의 정체는 놀랍게도 고아원이었다.
사테르 고아원
고아원 겸 음마족의 육성시설이자, 아이리스와 릴리스가 길러진 장소.
"흐음... 하아..."
그곳의 고아원장 엘라리스는 눈을 감은 채, 우아하게 밀크티의 향기를 음미하고 있었다.
당연히 평범한 밀크티는 아니고, 홍차에 우유 대신 유진의 정액을 탄 녀석이었다.
"... 이제 이거 말고는 못 먹겠네. 정말 큰일이네..."
유진과 관계를 맺은 이후로 입맛이 너무 고급이 되어버렸다.
조숙한 아이들의 애들 동정 때주는 건 원래 맛으로 하는 게 아니라 봉사활동에 가까운 개념이니 그렇다고 쳐도...
정력이 대단하다고 소문난 남자들을 찾아가 봐도, 유진의 것과 비교하면 너무 밍밍하게 느껴져 먹을 것이 못 됐다.
"릴리스 자꾸 부탁하는 것도 미안한데..."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지금 마시고 있는 냉동 정액이었다.
이쪽에서 부탁할 때마다 릴리스가 유진의 정액을 슬쩍해서 보내주고 있었다.
참고로 정액의 대가는 엘라리스와 클라리스가 긴 세월 동안 쌓아온 성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다.
'... 그런데 릴리스가 너무 빨리 배우는데 말이죠.'
아무리 릴리스가 '어머니'의 총애를 받는다고 해도 괴물 같은 성장 속도다.
개화 한지 이제 겨우 1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슬슬 알려줄 만한 기술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음... 기술이 다 떨어지면 어쩌지... 돈으로는 안 받을 테고... 흐음.... 아, 차가 식겠네."
충분히 향을 음미한 엘라리스가 밀크티를 한 모금을 삼키자.
"흐으음!!... 음으...! 음.... 맛은... 있는데... 역시..."
부족했다.
객관적으로 봐서 맛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리 냉동 정액이라고 해도 유진의 정액은 다른 남자들 것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고급품이니까.
그러나 유진의 생정액을... 그것도 아래쪽으로 맛봐버린 엘라스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다.
"... 정말 우리 사위도 죄 많은 남자라니까..."
솔직히 탐이 나지만 진심으로 딸들의 남편을 뺏을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귀여운 딸을 두 명이나 데려가 놓고 자신들에게 매혹당하면 혼내줄 생각도 있었다.
"... 그래도 말이죠."
한 달에 한 번... 아니, 격주에 한 번 정도는 효도하는 셈 치고 질내사정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아... 한 번만 더 와주면 일 년 치 정액을 짜낼 텐데...."
그러면 이렇게 클라리스의 냉동 정액을 훔쳐먹는 일도 없지 않겠는가.
물론, 클라리스에게 들키면 엄청 화내겠지만...
음마족으로서 눈에 들어온 정액을 못 본 척 할 수도 없었다.
"엘라리스."
"....!"
그때, 어느새 다가온 클라리스가 말을 걸었다.
"응, 클라리스. 무슨 할 말 있어?"
"혹시... 내가 숨겨 놓은 유진씨 정액 못 봤니? 지금 확인해보니 안보여서."
"... 어머, 남은 게 있었어? 난 못 봤는데? 아, 혹시 개화한 애들이 훔쳐 먹은 거 아닐까?"
달그닥─ 달그닥─
엘라리스의 얼굴과 목소리는 완벽하게 평온을 연기하고 있지만, 손끝이 떨려서 소리를 내고 말았다.
"내가 그렇게 꼭꼭 숨겨놨는데 애들이 찾아냈다고...?"
"요즘 애들을 똑똑하니까... 다음에는 잠금장치라도 걸어놔야겠네. 그것보다 클라리스. 들고 있는 건 뭐야?"
증거인멸을 위해 홍차를 단숨에 들이킨 엘라리스가 말을 돌렸다.
"... 이거? 유진씨한테 편지가 왔어. 안그래도 이것 때문에 생각나서 확인해 본건데..."
"유진씨한테 편지!? 어머 웬일이니! 빨리 뜯어보자!"
신나게 편지를 뜯은 엘라리스였지만 안에 적힌 내용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흐음... 참전 요청이라... 이거 큰일이네..."
"재앙이라... 믿긴 힘들지만, 농담은 아닌 것 같고."
"적혀있는 내용을 보니 우리가 상대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네..."
"우리가 없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도 찾아야 하고..."
"그래도..."
"... 응, 반드시 해내야지."
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엘라리스와 클라리스였지만 이번만큼은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추신, 이번 일이 잘 끝나면 정기 보급하러 가겠습니다.]
"이런 걸 본 이상... '각오'가... 필요하겠네. 후후훗."
"오랜만에 '각오'를 말이지... 후후훗."
오랜만에 '각오'를 입을 생각을 두 명의 음마족이 음란하게 웃었다.
***
"... 라는 게 지금까지 상황이에요."
아버지의 이야기와 착정을 대가로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만 쏙 빼고는 가르시아와 레이카에게 전했다.
"많이 걱정하더니 잘 해결됐구나."
"그러게요! 역시 오라버니에요."
"아니에요. 운이 좋았죠."
"운도 실력이란다... 그리고 이쪽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제국제일검이 에르덴을 가르치니까 실력이 금방 늘더구나."
역시 에르덴 형님이다.
현 제국제일검도 차기 제국제일검의 재능을 알아본 모양이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레이카, 가르시아."
"... 응? 왜 그러니 아들아."
"네, 오라버니."
"둘은 이제 여기로 내려오는 게 어때요? 안 그래도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고용인들도 다 대피시켰다면서요."
내가 그동안 칼리오페 가문에 가르시아와 레이카를 놔둔 이유는 두 사람이 칼리오페 가문에서 정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칼리오페의 안주인은 가르시아가 아니라 로즈 형수님이니까.
아멜리가의 장녀인 그녀라면 충분히 안주인 역할을 맡아서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구나."
"저도 좋아요! 오라버니 곁에 가까워지는 건 언제나 환영인걸요!"
"하지만...."
"네... 오라버니, 그래도 이번일이 끝나면 내려가던가 할께요."
"왜요? 지금 칼리오페가 위험하다는 건 잘 알잖아요."
내가 살짝 흥분하며 말하자, 가르시아가 살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 칼리오페 가문의 전 안주인이 가문이 가장 위험한 순간에 떠날 수는 없다."
"... 맞아요. 혼자 남아 있을 케일이 못 미덥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빠져나가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걸요."
"...."
둘의 안전만 생각하느라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건 고려하지 못했다.
'... 이런.'
이제는 나보다 더 가문을 위하는 둘의 모습을 보며 내가 실소를 터트렸다.
"... 그럼, 다치지 말고 일이 끝나면 내려와 주세요."
"물론이에요! 아, 그리고 오라버니. 케일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케일이 결혼하겠데요."
"... 케일 형님이? 누구랑?"
"시이나 사일럼이랑요."
그동안 온갖 가문에 지원 요청을 보내느라 시이나가 누군지는 몰라도 사일럼 가문은 알고 있다.
'북부에서는 그럭저럭 이름이 알려진 가문... '
하지만 그렇다고 칼리오페의 차남과 혼인을 맺을 정도는 절대로 아니었다.
"어머니가 용케 반대를 안 하셨네요."
"... 안 했겠니. 당연히 했지."
"그런데 케일이 강행했어요?"
마마보이인 케일이 가르시아를 꺽었다는 사실에 놀라 되묻자 레이카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 그건 오라버니 때문이잖아요."
"... 나? 내가 왜."
"케일이 오라버니와의 관계를 들먹이는데 어머니랑 제가 어떻게 반박해요."
"..."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세상 누구랑 결혼해도 새엄마랑, 이복누나랑 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리고... 케일의 운명의 상대라는데 어떻게 말리겠니."
"하아... 맞아요, 요즘 에르덴 오빠한테 검술을 배우면서 여자들한테 인기가 좀 생겼는데도 한 눈도 안 팔아요. 심지어 레이튼가의 차녀가 고백했는데도 거절했다니까요."
"... 그 정도야?"
도대체 얼마나 이쁘길래 망나니 케일이 그렇게 바뀌었단 말인가.
"... 오라버니가 궁금하신가 봐요? 마침 초상화가 있으니 잠시만요.... 자, 여기요!"
스윽-
객관적으로 도내 상위 10%는 될 것 같은 시이나 사일럼의 외모.
"...."
하지만 가르시아나 레이카를 포함해서 제국에서 외모를 한 손가락을 다투는 여자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 오라버니 지금 레이카가 더 이쁘다고 생각했죠."
"... 형님한텐 미안하지만 솔직히 그렇네요."
"오라버니는 좋겠어요. 이렇게 귀여운 여동생이 오라버니 일편단심이니까."
레이카가 왜 초상화를 가지고 있나 했더니, 자기가 더 이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 아들아, 케일은 외모에 반한 게 아니란다."
"아, 성격이 좋은가 봐요."
"아뇨, 성격도 좀 많이 더러운데... 밤 일에 반했데요... 시아나의 별명이 '채찍 여왕' 인데... 아아!! 또 생각하니까!!! 열받아요!!! 요즘에 케일을 만나기만 맨날 자기가 얼마나 아프게 맞았는지 자랑하는데 진짜 짜증나 죽겠어요."
"...."
어떻게 이 가문에서는 나와 에르덴 형님 말고 정상이 없는 것 같았다.
"... 그래서 형님은 결혼은 언제 한데요?"
"이번 전투가 끝나면 바로 프로포즈 한다더구나. 이미 반지도 사놨으...."
"반드시 말리세요."
내가 가르시아의 말을 끊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 왜요? 케일 지금 엄청 들떠있던데."
"그... 일단 무조건 말려... 결혼식은 나중에 내가 크게 열어 줄 테니까..."
"오라버니가 그러라면 그러겠지만.. 알겠어요."
"... 후."
일단 케일의 사망플래그는 꺾었다.
케일 형님이 좀 비정상인이지만 그래도 가족 아닌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치지익─
그때, 슬슬 시간이 끝나가는지 거울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슬슬 시간이 다 됐네요. 그런데 오늘은 엠마가 안 보이네요? 어디 갔어요?"
"아..."
"... 바쁜가보구나."
둘이 내 시선을 피하는 걸 보니 100% 뭔가 저질렀다.
콰아아앙-!
"... 도련니이이이이임!!!!!!"
그때, 방문 조각과 함께 거의 날아오듯 달려온 엠마가 거울 앞에 착지했다.
"아아아!! 벌써 끝나가고 있어요!!! 어쩐지!! 오늘따라 두 분께서 저한테 유난히 일을 많이 시킨다고 하더니!!! 저만 쏙 빼놓고 도련님이랑!!!!! 정말 너무해요!!!!"
치치직-
울먹거리는 엠마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지만...
이제 정말 거울의 사용 시간이 끝나기 직전이다.
"미안하네 엠마야. 잘 지냈니?"
"네! 엠마는 잘 지냈어요!!! 그리고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말할게요!!! 도련님!! 저 이제 곧 발정기에요!!!"
안부 인사와 동시에 발정기 소식을 전해 듣는 건 이 세상에 나밖에 없지 않을까.
"그때 휴가 내고 도련님 보러 갈 테니까!!!! 도련님도 몸 건.. 하.. 요!!!! 사랑... 요!! ... 도.. 련님!!"
치치칙─
그 말을 끝으로 연결이 완전히 끊기고 거울은 일반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번 일을 끝내면 또 엄청나게 따먹힐 것 같았다.
"그래도, 뭐 다들 건강해 보이니까. 다행이네."
의자에서 일어난 내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지금부터는 마지막 재앙을 상대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