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43 - 그래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4)
샤악─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마력이 자동으로 검날에 둘러진다.
"오러...? 어떻게? 자네는 마법사가 아니었던가?"
"아니, 저건 마력코팅일세.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검술을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은 사용하기 쉽지 않을 텐데... 설마 그 검이...?"
역시 로레오스 교수님이다.
한순간에 검의 정체를 꿰뚫어 보았다.
"교수님의 생각이 맞습니다. 이 검에는 자동으로 마력코팅을 전개하도록 인챈트가 걸려있습니다. 자세한 건... 직접 사용해보시는 게 이해가 빠를 것 같네요."
내가 검을 건네주자 로레오스가 마법으로 나무인형을 만들고는 양손으로 검을 잡은 채 눈을 감았다.
"...."
나 같은 초심자가 보기에도 완벽히 각이 잡힌 자세로 검을 든 전신 근육질의 중년.
정체를 모르고 보면 도대체 누가 로레오스를 마법사라고 생각하겠는가?
샤아악─!
로레오스가 검을 휘두르자, 깔끔한 소리와 함께 마력코팅이 둘린 검이 인형을 반으로 갈랐다.
"... 훌륭한 물건이군. 생각 이상으로 마력 소모도 적고 위력도 뛰어나다."
로레오스의 극찬에 인챈트의 가치를 다시 깨달은 교수들의 표정이 옅은 경악이 서렸다.
"... 어.. 엄청 비싸 보이는 것입니닷..!! 저도 가지고 싶은 것입니닷..!!"
"나는 검에는 조예가 깊지 않아서 자세하게는 몰라도... 이 검을 구하는데 상당한 금액이 들었을텐데 정말 무상으로 보급하겠다고...?"
모리어티의 질문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돈이야 제법 들었지만... 말하지 않았습니까. 금화보다는 학생들의 목숨이 훨씬 소중하다고... 그리고 준비한 건 검뿐만이 아닙니다. 창, 도끼, 지팡이 등 학생들 하나하나에 맞춰 무기를 준비했습니다."
나는 로레오스에게 교수에게 검을 돌려받으며 말했다.
"이것이 제가 모리어티 교수님께 보여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
이제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패를 전부 내보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전장에 내보낼 수 없다고 반대한다면...
그때는 모리어티 교수의 신용을 포기하더라도 강제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 알겠네. 다만, 한 가지 조건... 아니, 부탁이 있네."
"말씀하시죠."
스윽─
책상에 다가간 모리어티 교수가 지도에 한 부분을 짚었다.
"몇몇 고위험 지역에는 적의 수와 종류는 적혀있지만, 누가 들어갈지 적혀있지 않더군... 아마 지원자를 찾고 있는 거겠지..."
천천히 눈은 감았다가 뜬 모리어티 교수가 말을 이었다.
"나를 그곳에 넣어주게. 이래 봬도 카르네아의 정교수네.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겠지...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질 수 있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네."
"...."
역시 대화를 선택하기를 잘했다.
조금 멀리 돌아갔을지는 몰라도, 저렇게 진심으로 학생을 위하는 교수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교수님 그건 안될 것 같습니다."
"...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내가 위험한 곳을 맡는 만큼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해질 테데."
"교수님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이미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지도 위에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이쪽 지역의 학생들은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경향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신뢰를 받는 교수님께서 직접 가르치고 인도해주신다면 더욱 안전하게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기 뿐만이 아니라 학생 개인의 성향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알겠네. 하지만 저곳에는 누가 감당 할 거지? 학생들까지 동원한 마당에 더 끌어올 사람도 없어 보이는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리어티의 말에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 이미 전문가들을 섭외해놨으니까요."
***
제국에서 자랑하는 다섯 마탑 중, 네 개의 탑주가 한자리에 모였다.
우르와트의 마탑주 알바트 트리플도어.
일버르엘라의 마탑주 베어본.
보바르의 마탑주 키리온 코르데르.
덤스트우의 마탑주 헨더스 우르딕.
마탑의 마법사는 평생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는게 소원이라는 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한 장의 편지 때문이었다.
'... 왜...!!! 또....!!! 내가...!!!'
우르와트의 대학원생 치르산오가 벌벌 떨면서 유진의 문양이 찍힌 편지를 들었다.
마탑주가 한 명만 있어도 어지러운데, 네 사람이라니... 진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그... 그럼... 뜨... 뜯겠습니다...!"
치르산오가 편지 봉투를 열려던 순간.
"잠깐 기다리게!"
알바트가 소리쳤다.
"흐엑... 흐어... 후억... 타.. 탑주님... 왜... 왜그러십니까..!"
"아니... 그냥 조심해서 뜯으라고 부른걸세. 이제 계속하게."
개새끼.
속으로 욕을 삼킨 치르산오가 정말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자... 평범한 편지가 나왔다.
"... 뜨... 뜯었습니다!"
"그럼... 읽어보게!"
알바트에 말에 따라, 치르산오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 위와 같은 이유로 탑주님들에게 지원을 요청한다고합니다."
"..."
"..."
"..."
"..."
편지의 내용을 전부 듣고 나자, 탑주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 앉았다.
만일 유진이 도시를 하나 더 지으라고 했어도, 마탑주들은 큰 불만 없이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탑의 마법사들이 전장에 나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용적인 기술들을 공부하는 아카데미와는 달리, 마탑은 순수하게 마법적 지식을 탐구하는 자들이니까.
마법을 전투 기술로 사용 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의 가치관을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었다.
"... 이건 아무래도 거절을 해야 할 것 같군요."
"동의합니다..."
"... 그렇다면.. 저도."
탑주들이 거절하기로 합의 할 때 쯤, 치르사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 아, 타... 탑주님들 뒤... 뒷장도 있습니다!"
"쯧, 칠칠 맞구만. 됐으니까 빨리 읽게나. 그래봤자 달라질거는..."
"허억...! 참가하는 마탑에게는 이솔스에 지부 건설 허가를 내준다는데요!!"
"... 뭐라고?!
"... 흐음...! 그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는데..."
우르엘라의 소유 지분이 100%라서 그렇지, 지금 이솔스는 투자자들이 침을 뚝뚝 흘릴만한 노른자 땅으로 변하고 있었다.
만일 이런 곳에 마탑을 지부를 세울 수 있다면 앞으로 독보적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건 정해진 일이었다.
"그리고 추가로.. 허...! 허으...! 흐억억...!"
그때, 편지를 읽던 치르사오 과호흡이라도 온듯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뭔가! 뭐때문에 그런건가!!"
"끅윽...! 흐어억!!.. 서... 성공적으로... 토벌시.. 참가 마탑주에게는.... 우... 우... 우... 우르엘라가 자체 개발한 상... 상급 마법을 전수해준데요...."
"...."
"...."
"...."
"...."
치르사오의 말에 또 다시 내려 앉은 침묵.
하지만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침묵이었다.
이건 마치 폭풍의 눈과 같은... 폭발하기 직전의 고요였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엑!!!!!"
"오오오!! 그건 정말..!!!!... 믿을 수 없는!! 놀라운!! !!! 매우 값비싼!!!!"
"마끼얏!!! 호우!!! 마마끼끼약!!! 호우끼약!!!!!"
"우르엘라 가문의 상급 마법 공개..!! 라고!!... 그... 그게 정... 정말인가!!"
그나마 인간의 말을 하는 베어본이 다시 한 번 물었다.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우르엘라의 마법은 일종의 '마스터피스'와 같았다.
효율성도 효율성이지만, 일단 마법의 구조 자체가 예술적이었기에 마법 학회에 공개 될 될 때 마다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리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지금까지 모든 마탑에서도 수도 없이 전수 요청을 넣어봤지만, 그나마 얻어낸 건 중급 마법이 최고었는데....
그런데 무려 상급 마법을 전수한다니...!!!
이건 마탑의 마법사라면 참가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 네... 넷!... 사... 사실입니다."
"그러면... 알겠네. 일버르엘라의 마탑주 베어본 참가하겠네."
"나도세!! 우르와트의 마탑주 알바트 트리플도어 참가하겠네!"
"보바르의 마탑주 키리온 코르데르도 참가하네!"
"덤스트우의 마탑주 헨더스 우르딕도 참가한다."
마탑주 네 명의 참전이 확정되었다.
***
제국 남부, 국경 근처, 고급 여관.
방 이곳저곳에 비싼 술병이 널려져 있고, 가운데 있는 거대한 침대에는 다양한 피부색과 종족을 가진 여자들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검은 머리카락의 중년에게 달라붙은 채 자고 있었다.
콰앙-!
"에다드! 나왔어!"
그때, 고양이의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아인족이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 에다... 드?... 지금... 이게... 뭐야?"
방안의 상태를 본 엠하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고 손이 덜덜 떨린다.
... 이번만큼은 에다드를 믿었었는데.
설마 잠깐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또 일이 벌어질 줄은 정말 몰랐다.
"... 엠하트 왔네?"
"설명해. 에다드. 이게 무슨 일인데?"
"하하하! 미안하네. 화 풀어줄 테니까 이리와!"
엠하트의 표정을 보고도 별일 아니라는 듯 유쾌하게 웃으며 허벅지를 두드리는 에다드.
"에다드...!!"
"... 빨리. 착하지?"
에다드의 재촉에 한숨을 푹 내쉰, 엠하트는 잠들어있는 여인들 사이를 헤치고 허벅지에 앉았다.
"... 윽, 술 냄새나! 나 없는 동안 도대체 몇 병이나 마신 거야! 술 많이 마시면 정액 맛이 이상해진다고 말했는데도! 하루에 한 병만 마시기로 했잖아!"
"그러려고 했는데 하하하! 같이 마시다 보니까... 그런데 많이 젖었네? 급했나?"
"... 흐읏!... 모... 몰라... 그런데... 나.. 지금... 안씻어서... 땀냄새... 날텐데..."
"괜찮아. 엠하트는 좋은 냄새만 나니까."
에다드가 능숙하게 엠하트를 애무하며 목덜미를 핥았다.
사실 에다드가 여자들과 뒹굴고 있어도, 엠하트가 화를 내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엠하트를 포함해 이곳에 있는 여자들은 전부 에다드 칼리오페의 연인'들'이었으니까.
"하으.. 냐으으응... 흐읏...!... 읏.... 아.. 거기.. 좋아.. 흐읏! 아..!!.. 맞아.. 잠깐만.. 에다드 편지가 있어."
"... 응? 편지? 나한테? 누가?"
"음... 흐읏... 나도... 몰라... 길드에서... 그냥.. 전해주라고... 흐앗! 에다드! ... 갑자기 손가락 빼면 어떻게 해!"
"... 미안. 좀 기다려줘."
편지에 읽은 에다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으음... 미안하지만 엠하트 오늘 밤 약속은 취소해야겠어. 그리고 한동안 못 돌아올 테니 없는 사람한테도 말을 전해줘."
"어... 갑자기 왜...? 무슨 큰일이 생긴거야?... 이대로... 안돌아오는거... 아니지?"
"그럴 리가. 이제 여기가 내 집인데."
"... 그러면... 어디가는데?"
엠하트가 울먹거리며 말하자 에다드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냥, 아들이 아버지한테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거절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
편지에 적힌 장소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다.
지금 출발하면 문제는 없겠지만, 가는데 무슨 일이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니 여유 부릴 정도의 시간인 건 아니다.
그때, 엠하트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 뭐? 아들? 에다드 결혼했었어?"
"어... 내가 말 안했던가?"
"... 응. 안했어."
고개를 푹 숙인 엠하트의 모습에 에다드 칼리오페 콧등을 긁적였다.
그러보고니 다른 여자들한테는 말했지만 엠하트 길드 의뢰 때문에 자주 나가있는터라 말 안한 거 같았다.
".... 미안하군. 나 결혼을 했었고... 사실, 호적상으로는 아직도 혼인관계인데... 실망했나?"
그러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엠하트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아니! 오히려 좋아!! 불륜섹스 최고──!! 와! 나 진짜 암코양이가 됐네 냐옹!! 에다드는 오늘 밤에 가는거지?! 그러면 지금부터 밤까지 섹스하자냥!!"
"... 아니, 준비 할 것도 있으니까 그 전에는... 읏..!!"
"도망 못간다 냐오옹!!"
칼리오페의 전 가주, 에다드 칼리오페의 참전이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