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1 - 이건 비지니스니까아아앗!! ♥ (5)
주르륵─
다리 사이에서 정액이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 다... 끝났어...'
기쁨과 슬픔, 후회와 환희.
상반된 감정 속에서 벨베르트가 입술을 꽉 깨물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긴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계를 확인해보니 고작 30분쯤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30분은 벨베르트라는 인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벨베르트는 확신했다.
이제 자신은 그토록 무시했던 선조와 똑같이 성욕에 미친 인간으로 떨어질 거라고.
'..... 난... 이제 어떻게... 해야지..?'
아리스, 트리스티아, 그리고 상회의 속해있는 모든 직원에게 미안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을 지탱해준 건 상인으로서의 긍지였지만, 이 순간 이후로는 유진의 앞에서는 도저히 그 긍지를 지킬 자신이 없었다.
'... 차라리.'
이 관계가 유진의 유혹으로부터 시작됐다면, 피해자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자신이 저지른 일이다.
피해자는커녕 가해자란 말이다.
물론, 중간에 유진의 탓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보지를 딜도로 쑤시게 해놓고, 발기한 게 유혹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벨베르트... 괜찮아요?"
그때, 걱정스러운 유진의 목소리가 천상의 것처럼 감미롭게 들린다.
'... 아.'
당장 유진의 품에 안겨,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몸을 지배한다.
'... 안돼.... 안돼는... 데.. ♥'
안되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천천히 유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몸.
성욕 이외의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존재했다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것 같은데...
"....!"
그때, 벨베르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며 눈이 크게 떠졌다.
'... 이거라면...'
다른 사람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만한 명분.
그래도 나 자신에게만 변명할 수 있다면, '상인 벨베르트'를 버리지 않아도 된다.
벨베르트가 주먹을 꽉 쥐며 입을 열었다.
***
"...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일단 누가 오기 전에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몽롱해 보였던 벨베르트의 눈빛에 갑작 생기가 돌아오더니 차분해진 말투로 말했다.
"아... 네 치우죠."
스윽- 스윽-
그 뒤로는 서로 아무 말 없이, 옷을 입고 더러워진 가게를 치웠다.
속옷이 축축하게 젖어있었지만, 그건 '조교사'로 릴리스의 정화를 잠깐 빌려와서 해결했다.
"...."
"...."
가게 청소를 끝내자 다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 이거... 내 잘못인가?'
솔직히 모르겠다.
처음에 벨베르트가 유혹한 건 사실이지만, 중간에 그만두고 빼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일단 넣고 흔들기까지 했는데 어떻게 거기서 멈춘단 말인가?
거기서 멈출 수 있다면 인간이 아니다.
일단 서로가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입을 열려던 순간.
"... 그..."
"... 저..."
"...."
"...."
기껏 말문이 트이나 싶었는데 동시에 입을 여는 바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 벨베르트 먼저 말하세요."
"아.. 아닙니다. 파벌장님부터..."
"아니요. 전 진짜 별거 아닌 이야기니까."
"아... 그럼... 말하겠습니다. 흠흠..."
목청을 가다듬은 벨베르트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파벌장님 조금 전에 일은 그냥 단순한 비즈니스였습니다."
"네...?"
언제부터 섹스가 비즈니스가 되어버렸단 말인가?
그러자 벨베르트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그... 파벌장님이 제게 계약한 돈의 몇 배를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 그랬죠."
"파벌장님은 보너스라 하셨지만, 자고로 상인은 그냥 받는 법이 없습니다. 받은 만큼은 반드시 돌려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당장 드릴 수 있는 건 이 몸뿐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내가 애써 담담한 척 고개를 끄덕이자, 그 반응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벨베르트가 입술을 살짝 내밀며 말했다.
"이... 이래뵈도... 파... 파벌장님께... 처음을... 드린겁니다.."
"....?"
그게 처음이라고?
내 자지를 한 번에 다 받아들이고, 한 번 넣고 뺄 때마다 가버리던 그 음란한 몸이?
"... 저... 정말입니다!!! 정말 처녀였다고요!"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는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처녀를 따먹었다고 하니까 솟아나는 죄책감에 내가 쓰레기가 된 느낌이다.
"읏... 소리쳐서 죄송합니다... 어... 어째든 파벌장님 저는 제 처녀성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 지는... 않습니다."
갑자기 살짝 물러난 벨베르트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가 생각하는 저의 처녀성은... 이 정도 금액 정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벨베르트가 건네준 종이에는 처음 무기를 납품하겠다고 했던 금액이 적혀있었다.
"파... 파벌장님이 다섯 배를 주셨으니까 앞으로 다섯 번! 파벌장님과 다섯 번! 비지니스 섹스를 하겠습니다."
"아니... 꼭 안 그래도 괜찮은데..."
"아..! 아뇨! 이건 상인으로서의 저의 자존심입니다! 반드시 하셔야 합니다."
물러설 수 없다는 듯한 벨베르트의 눈빛에 내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가격이라면 오늘 한 번 했으니까 앞으로 네 번 아닌가요?"
"읏....!!"
놀리려는게 아니라 순수한 굼금증에 물어본거지만, 벨베르트가 붉어진 얼굴로 작게 속삭였다.
"오.... 오늘은... 새... 샘플입니다..."
샘플로 처녀를 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돠 동시에 눈앞에 조교창이 나타났다.
[조교도 : 95%]
"호...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오늘은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나 비즈니스입니다."
[조교도 : 95%]
"저는 파벌장님 개인적인 감정은 품고 있지 않음으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아... 동경이나 호... 호감은 존재합니다만...."
[조교도 : 95% > 96%]
"... 그.. 그러니까 저는 파벌장님에게 조금도 여... 연애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
말하던 중에 벨베르트의 조교도가 1%가 올라버렸다.
"저... 파벌장님. 그렇게 뚫어져라. 보시면... 아... 혹.. 혹시 제가 말실수라도 했습니까?"
"아뇨. 그건 아니고요. 그보다 베를리오즈가 늦네요."
말을 돌리기 위해서 내가 문을 슬쩍 바라보니 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베를리오즈가 돌아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만약 누가 엿보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으니까.
"잠깐 환기라도 좀 해야겠죠?"
"아, 그거라면..."
벨베르트가 진열대에서 분무기를 가져오더니 익숙한 듯 가게 이곳저곳에 뿌려댄다.
칙─칙─
안에 든 액체가 한 번 뿌려질 때마다 공기가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 냄새 제거용입니다. 그... 그냥... 우연히 본적이 있어서."
무조건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그럼... 기다릴까요."
"네...."
"...."
"...."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얼굴만 보고 있자, 또 야릇한 분위기가 올라온다.
'미치겠네...'
왜 나는 잠깐 방심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분명 최선을 다해서 11명 + 2명의 연인에게 지조를 지키려고 노력 중인데....
"저... 파벌장님?"
"네. 벨베르트. 말씀하세요"
".... 아시겠지만 상인에게 시간이 중요합니다."
"그렇... 죠?"
뜬금없이 나온 말에 내가 무슨 뜻인지 파악하려고 하고 있자 벨베르트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 그러니까... 다음... 비지니스 약속을 지금 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지니스라면...?"
"... 읏..."
새빨개진걸 보니 그쪽의 비즈니스가 맞나보다.
차가운 얼굴과 갭이 느껴지는 모습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그러면 다음 비즈니스는...."
콰앙─!
그때, 가게 문이 거칠게 열리며 인상을 잔뜩 찌푸린 베를리오즈가 짐을 들고 들어왔다.
"... 본녀가 왔느니라."
"아, 베를리오즈님. 수고하셨어요."
"... 하!"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던 베를리오즈가 갑자기 콧방귀를 뀌었다.
"... 거기... 여기 상자가 맞는지 확인해보거라."
"아... 네... 맞는거 같네요. 여기 대금입니다."
"그래. 그래서 이제 너는 돌아가는 게냐?"
"아... 아니요... 이... 이왕기다린거... 트리스티아 얼굴만... 보고 가겠습니다."
트리스티아의 얼굴을 보겠다면서 나를 힐끔바라보는 벨베르트.
그러자 다시 베를리오즈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하...! 그래... 맘대로 하거라... 하!"
***
반나절 정도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트리스티아가 작업실에서 나왔다.
"어머? 다들 먼저 가도 된다니까. 기다리고 있었네?"
"트리스티아를 보고싶어서요."
"후훗... 하아아아... 도련님... 나... 피곤해..."
나는 쓰러지듯 품에 안겨온 트리스티아를 쓰다듬어주었다.
"정말 수고 많았어요."
"으응... 수고했지.. 더 칭찬해줘..."
"...."
착각일지는 몰라도, 나를 힐끔 쳐다보는 벨베르트의 눈길에 부러움이 담겨 있는 듯하다.
"... 하!"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콧방귀를 끼는 베를리오즈님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감기라도 걸려서 코가 막힌 것일까?
"그런데 트리스티아. 이렇게 오래 걸려서 괜찮겠어요?"
"으응... 괜찮아. 이번에는 견딜 수 있는 한계치까지 실험해서 그런거고... 적당한 수준을 인챈트하면 반에 반도 안걸리니까 마감에는 문제는 없어."
"저는 마감보다 트리스티아의 몸을 걱정한건데요."
"후후훗... 빈말이라도 기분은 좋은 걸? 아, 벨베르트도 기다리게해서 미안해. 대신 다음에 오면 서비스를 많이 넣어줄게."
"... 응... 으음... 알겠어."
"하..! 그럼 본녀는 이만 돌아가야겠다!"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게 확실한 베를리오즈가 소리쳤다.
"잠깐 기다려 베를리오즈."
"또! 또! 이번에는 뭐 때문에 그러느냐!! 네가 네 입으로 도련님이 오면 보내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아니, 이거 받아가야지. 네 전용 쪽쪽..."
쏴악─
트리스티아가 쪽쪽이를 꺼냄과 동시에 베를리오즈가 달려와 낚아챘지만 이미 전부 들은 후였다.
"... 저거... 신형 쪽쪽이네?"
"어머, 벨베르트. 알아 보겠어?"
"응, 전 세대보다 손이 작은 사람도 잡기 쉽게 개선이 됐네."
"후훗... 알아봐주니 고마운 걸. 그래도 저건 베를리오즈 전용이야. 벨베르트도 측정하게 해주면 하나 만들어줄게."
"본녀의 물건을 가지고 사이좋게 대화하지 말거라!!"
자위용품을 들킨 베를리오즈가 소리쳤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 아니, 괜찮아... 나는 아무래도 안에 '넣는게' 기분이 좋아서..."
자꾸 나와 눈을 마주치며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벨베르트.
"..."
왠지 바람 피우는 기분이다.
차라리 내 여자가 된다고 하면 대놓고 소개를 하겠지만, 벨베르트가 비지니스 관계라고 선을 긋지 않았던가.
'모르겠다...'
다음에 비지니스를 할 때, 제대로 내 여자가 되라고 '설득'하던가 해야지...
"하아..."
왠지 모르게 점점 늘어나는 여자에 내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