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327화 (327/354)

Chapter 327 - 이건 비지니스니까아아앗!! ♥ (1)

"수량 확인 완료. 품질도 이상 없음."

마지막 무기를 확인한 벨베르트가 서류를 덮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안될 것 같더니... 그래도 어떻게 기한에 맞췄네."

평소에야 이런 잡일은 비서에게 맡겼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파벌장의 직속 의뢰다.

만에 하나 실수가 나올까 속앓이를 할 바에는 직접 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지끈─ 지끈─

잠깐 긴장을 풀자 곧바로 몰려오는 두통에 벨베르트가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

'... 오늘로 며칠이나 안 했지?'

그동안은 잠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하루에 2번 이상은 꼬박꼬박 '휴식'했지만...

이번 의뢰는 그 잠깐의 휴식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아는 대장간이란 대장간에는 전부 찾아가, 고집 센 장인들에게 머리를 숙여서 겨우 맞춰낸 거니까.

'... 직원들 올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한 번만 할까?'

두통을 억누르기 위해서 딱 한 번만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털어낸다.

'아니... 아니야!'

아직 못 견딜 정도로 두통이 온 것도 아니다.

'나는 절대 쾌락에 빠진 것이 아니니까...! 자위는 어디까지나 스트레스 해소용!'

그러니 이 의뢰가 끝날 때까지는 반드시 자위를 참을 거다!

치익-

벨베르트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자 두통이 조금 가라앉는다.

"후우.... 이것도 벌써 다 펴가네..."

자위와 담배를 병행할 때는 담배 한 갑을 꺼내면 이틀은 갔는데...

자위를 끊으니 하루에 거의 두 갑은 피는 것 같다.

"마침 배송지도 산키샌 마을이니까... 운이 좋아."

유진에게 배달 장소를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다.

그런 작은 마을에 인챈트 장인이 있다는 건 의외였으니까.

인챈트 장인을 만날 기회를 흔치 않으니 가능하면 안면이라도 트고 싶지만...

'안 되겠지...'

인챈트 장인의 정보는 고급 정보다.

유진에게 신뢰를 더 쌓지 않는 이상, 정보는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 그래도 산키샌에 가면 그동안 밀린 신상품도 전부 사 와야겠다.'

이제는 거의 친구처럼 느껴지는 트리스티아가 수량 한정 상품이라고 할지라도 내 전용으로 하나씩은 빼주었다.

일이 무사히 끝나면 사흘 정도는 신상품 테스트나 주야장천 할 생각으로 들뜬 벨베르트의 머릿속에 문뜩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 설마 트리스티아에게 들키지는 않겠지.'

이 바닥에 소문은 빠르다.

트리스티아에게 들키는 건 그렇다 해도, 만일 아리스에게 성인용품점의 VVIP는게 알려지면...

"그럼 자살해야지... 그래도 뭐 별일 없겠지?"

지금까지 산키샌의 기사단에 몇 번이고 무기를 납품하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그때 비해 수량이 조금 늘어나기는 했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트리스티아를 가게 밖에서 만난 건 첫 만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결국, 내 손으로 무기를 들고 트리스티아의 가게로 찾아가지 않는 이상 들킬 일은 없다는 뜻!

"자...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해볼까..."

벨베르트가 담배를 비벼 끄며 무기를 점검했다.

**

산키샌 마을, 중앙 광장, 분수대 앞.

그곳에서 나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한 3일 쥐어 짜였나.'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두 명의 음마족을 동시에 상대하다 보니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정력이 아슬아슬한 느낌이다.

그렇기에 혹시나 다른 여자가 찾아올까 봐, 마르잔에게 직접 가겠다고 하고 탈출했다.

'... 여기서는 섹스할 일이 없으니까.'

물론 산키샌에는 트리스티아가 있지만, 인챈트를 하느라 한창 바쁠 예정이다.

"... 좀 쉴까...'

트리스티아와 벨베르트가 올 때까지 잠시 낮잠이라도 잘까 할 생각에 눈을 감는 순간...

"쯧, 아주 여유로워 보이는구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베를리오즈님?... 베를리오즈님이 왜 여기에...?"

"왜? 트리스티아가 아니라 본녀가 나타나서 불만인고?"

당연히 연인인 트리스티아가 오는데 더 기쁘겠지만, 그래도 그걸 대놓고 말할 바보는 아니다.

"아니. 그런건 아닌데요. 그보다 산키샌 마을이 여기 계셨으면 편지라도 한 통 보내주시지... 비앙카가 엄청 찾았어요."

"아... 그... 그건 미안하구나... 설마 걱정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구나."

베를리오즈가 뺨을 긁적였다.

혼자 산 세월이 너무 길다 보니 아직 누군가에게 걱정 받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가 않았다.

"비앙카가 그래 보여도 마음이 여리니까요... 아, 그리고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음? 뭐가 말이더냐?"

"저 때문에 화나셨잖아요."

"본녀가 말이냐? 화가 났다고? 네 녀석 때문에? 왜?"

전혀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떼는 베를리오즈에게 내가 멋쩍게 웃었다.

"그... 제가 자지를 보여주고 사과도 없이 갔잖아요."

"아... 아... 아!!!.... 그... 그... 가... 갑자기... 오... 왜... 다시.. 떠오르게 하는게냐!!!"

정말 화가 많이 난 듯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진 베를리오즈가 뒷걸음질 쳤다.

"아니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요. 아무리 흥분했어도 그러면 안됐..."

"흐... 흥분?! 지금 흥분했다고 한게냐!!.. 본녀를 보고?!"

"아니, 지금이 아니라... 어! 베를리오즈님 위험합니다!"

뒷걸음질 치는 베를리오즈가 마차에 치일 것 같았기에 손목을 잡고 단숨에 품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휙─

"후우... 치일 뻔 했네요. 베를리오즈님."

"히... 히익...!!... 이게... 무슨짓이냐...!!... 이런.. 밖에서!!.. 보.... 본녀를... 순결울... 유린 할 생각이냐!"

"... 아니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나 같은 상식인에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네놈은 보... 본녀의 순결을 뭐라고 생각하는 게냐!! 네... 네놈이... 도와주지 않아도.... 피할 수 있었다!!"

"베를리오즈님이야 말로 저를 뭐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위험해 보여서 도와준 건데 그렇게 화내실 필요는..."

비앙카의 스승인 만큼 저런 마차쯤이야 충분히 피했겠지만...

그래도 당장 마차에 치일 것 같은데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머... 멍청한 놈!! 마차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 본녀의 심장이 네놈 때문에 뛰어서 죽을 것 같지 않으냐.!! 핫...!!... 그.. 그렇구나..!.. 네놈...!!... 이런 식으로 트리스티아나 릴리스를 꾀어낸 거로 구나!"

"... 전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트리스티아나 릴리스에게는 내가 잡아먹힌 거다.

"돼... 됐다! 듣기 싫다!.. 이제... 그만... 떠... 떨어지거라! 본녀는 그리 쉬... 쉽지... 쉽.... 쉽.. 지....."

말을 하다 말고 나를 올려다보는 베를리오즈.

".... 쉬... 쉽지... 아... 않을지.... 않을지도... 모... 모른..."

아직 얼굴이 붉은 걸 보니 여전히 화가 많이 난 모양이기에 내가 재빨리 사과했다.

"진짜 죄송해요. 이따가 아이스크림 사줄 테니까 용서해주세요."

"... 하아?... 하, 되었다. 그보다 이번에 돌아갈 때는 본녀도 같이 돌아갈 테니 그리 알거라."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했더니 갑자기 차가워진 베를리오즈의 태도.

"... 천하의 둔한 것."

"....?"

둔하기는커녕 여심에 민감한 나지만, 도대체 베를리오즈가 뭐 때문에 저러는지 조금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아, 그리고 카르네아에 도착하면 때를 봐서 백소소 그 아이와 함께 본녀를 찾아오거라."

"... 전 상관없는데 소소는 왜요?"

"쯧, 지금은 네놈과 말하기 싫다. 그때 가서 알려주마. 그보다 무기상은 언제 오는 게냐?"

"... 아직 10분 전이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아, 저기 오네요."

그렇게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벨제르트가 몰고 온 마차가 앞에 멈춰섰다.

"파... 파벌장님!!"

나를 확인한 벨베르트가 마부석에서 뛰어내리자마자 허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했다.

"오랜만이네요. 벨베르트."

"죄... 죄송합니다...! 설마 파벌장님께서 직접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알았으면 더 일찍 도착했을 텐데..."

"아니에요. 제가 온다고 말도 안 했는데요. 그리고 아직도 약속 시각보다 10분이나 이른데요."

"아닙니다! 아랫사람이 되어서 윗사람을 기다리게 하다니!...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벨베르트가 열심히 사과하고 있지만, 사실 10분 늦었다고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내가 신경 쓰고 있는 건 무기의 품질뿐이니까.

"정말 괜찮으니까 그만 일어나시고... 그럼, 무기를 한 번 볼까요?"

"... 넷!... 여기 있습니다!"

마차 문을 연 벨베르트가 침을 삼켰다.

꼴깍─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는 제국 최고의 권력자나 다름없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가져다줘도 유진이 만족하지 못하면 끝이다.

"이건..."

그때 유진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고, 벨베르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댄다.

"... 훌륭하네요. 이 정도면 충분히 인챈트를 견디겠어요. 수고했어요."

환하게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유진에 벨베르트가 허리를 또다시 깊게 숙였다.

"감사합니다! 파벌장님!"

"아니요, 어려운 의뢰였는데 맞춰준 제가 더 감사하죠. 아, 여기 대금이요."

곧바로 수표를 내주는 유진의 모습에 벨베르트가 쾌재를 불렀다.

돈을 떼먹힐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금방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않았다.

"...... 어??"

수표에 적힌 액수를 확인한 벨베르트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왜 그래요 벨베르트?"

"그... 유진님... 금액이... 뭔가... 잘못되어있는... 아무래도.. 제게 아닌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아, 나머지는 금액은 보너스에요. 수고했잖아요."

"헉...!"

벨베르트가 입을 떡 벌렸다.

수표에 적혀있던 금액은 벨베르트가 제시한 금액의 무려 5배!!

이 정도면 위약금과 다른 의뢰로 벌어들였을 이익을 충당하고도 한참 남는 수준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네!! 앞으로도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상인을 움직이는 건 역시 돈이었다.

벨베르트는 다시 한번 진심으로 파벌에 충성을 맹세했다.

"아, 그런데 의뢰는 여기였지만 인챈트 할 장소까지 배달도 될까요?"

"당... 당연히... 가능하지만... 그... 제가 봐도... 괜찮으십니까?"

"당연하죠."

유진의 신뢰에 벨베르트는 가슴이 꾸욱 죄여오는 걸 느꼈다.

"가... 감사합니다... 파벌장님."

"그럼, 제가 옆자리에서 길을 알려드릴 테니 운전 부탁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 본녀는 추운 게 싫으니 안에 타겠다."

"네, 베를리오즈님. 그럼 출발하죠."

옆자리에 유진이 앉는 순간, 벨베르트의 코끝에 왠지 모를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고...

욱씬─ 욱씬─

동시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두통이 심하게 올라온다.

'.. 크윽!.. 지... 지금은 안돼...!'

파벌장 앞에서 예의 없이 담배를 피울 수는 없다.

아니, 그보다 담배도 다 떨어져서 오늘 사려고 했던 거 아닌가!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은데."

"괘... 괜찮습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 벨베르트가 말에게 채찍질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