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18 - 컵라면이 익기 전에 가버리는 자위 천재 (1)
벨베르트가 떠난 응접실에서 내가 작게 웃었다.
"재미 있네..."
벨베르트의 눈치와 능력의 경우, 황실에서 가장 먼저 인사를 한 것과 상회를 키우는 수완으로 충분히 증명됐었다.
하지만 눈치가 빠르다고 능력이 좋다고 한들, 이용만 해 먹으려 하는 인간은 언젠가 배신하기 마련이다.
'... 이건 정상적이라면 절대 납품할 수 없는 가격인데.'
내가 벨베르트에게 제시한 가격은 우르엘라의 조사원들이 알아낸 손익분기를 간신히 넘기는 정도였다.
최근 벨베트르의 무기상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걸 봤을 때, 정상적이면 판단으로는 내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그 가격을 적어낸 건....
설령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파벌에 충성을 바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의 의미도 있었다.
하지만...
설마 거기서 절반 가격에 납품하겠다고 할 줄이야.
'사비를 써서라도 내 신용을 얻겠다는 건가?'
만일 이번 일만 제대로 해결하면 신용 정도야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생각의 정리를 끝낸 내가 책상을 똑똑 두드렸다.
"마르잔 이제 나와도 돼요."
이름을 부르자 내 책상 아래에서 기어 나온던 마르잔이 일어서는 도중 머리를 쾅 부딪쳤다.
"... 으읍!!"
"아프겠다... 조심해야죠. 머리 괜찮아요?"
"... 읍.... 으으읍읍."
"마르잔...? 왜 말을 안 해요?"
내 질문에 살짝 부풀어오른 볼을 가리키며 고개를 흔드는 마르잔.
"읍... 으읍... 읍..."
"설마... 아직도 머금고 있어요?"
"읍.... 읍읍...."
아니, 그래도 내가 사정하고 나서 30분은 넘게 대화를 나눴는데, 그동안 안삼키고 있었단 말인가.
"으으읍?"
"... 삼켜도 되냐고요?"
"읍...!"
"... 삼켜요."
"읍...! 흐읍... 하아... 하아... 베에♥... 전... 저부... 삼켰어요..."
거칠게 숨을 내쉬는 마르잔의 숨결에서 밤꽃 냄새가 섞여 나왔다.
"아니... 그런데 마르잔 왜 안 삼키고 있어요."
"... 사... 삼키는 걸 보여주야지... 유진님이... 기뻐하시니까..."
"...."
아니, 물론 기쁘기는 한데...
그래도 벌주는 것도 아니고 30분을 넘게 정액을 머금게 할 생각은 없었다.
"다음부터는 제가 따로 명령하지 않으면 삼켜요.... 그보다 어떻게 생각해요?"
"무... 뭐가 말입니까?"
"뭐에요... 안 듣고 있었어요? 책상 안에 들어가서도 잘 들을 수 있다면서요. 그래서 허락한 건데."
혹시 몰라 말해두지만, 나는 이런 중요한 거래를 하면서도 성욕을 못 참아 마르잔을 책상 아래에 밀어 넣는 사람이 아니다.
분명히 거절했지만, 마르잔이 호위기사 겸, 비서라면 책상 아래 플레이 정도는 반드시!! 무조건!! 꼭!! 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부탁하니까 정말 본의 아니게! 허락했을 뿐이다.
"... 읏... 그... 그게... 책상... 안에서... 냄새를... 맡으니까... 평소보다 진해서.... 머리가... 멍해져가지고...."
하긴, 가뜩이나 냄새 페티쉬인 마르잔이 좁은 책상 아래에서 냄새를 맡고 제정신일 리가 없었다.
"그러다보니까... 유진님의 것이... 양이.. 너무... 많아서... 사... 살짝... 흘려가져고서... 그걸... 찾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흘린 건 찾았어요?"
"... 아니요..."
"... 그럴 줄 알았어요. 거기 묻어 있네요."
내가 마르잔의 통통한 허벅지에 묻은 정액을 가리키자.
"아! 감사합니다!"
자연스럽게 허벅지에 묻을 정액을 손가락으로 긁어서 입안에 넣는 마르잔.
"으음.... 쫍... 하아... 역시... 침이... 안섞인건... 진하네요..."
"...."
솔직히 나 보여주겠다고 입안에 정액을 머금고 30분을 기다리는 것보다, 자기가 하는 행동이 야하다고 인식도 못 한 채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지금이 더 꼴렸다.
"... 유진님? 괜찮으세요?"
"아... 괜찮아요. 그리고 이야기는 잘됐어요. 그러니까 아리스 상회에게 보낼 편지는 일단 보류해주고... 이거 봐줄래요?"
내가 절반 가격이 적혀 있는 쪽지를 두드렸다.
"벨베르트가 여기에 적혀 있는 무기를 제때 납품하면 적혀 있는 가격에 다섯 배를 쳐주세요."
"다... 다섯 배나요? 그건... 너무... 많지 않을까요?"
"어차피 예산 범위 안이잖아요. 그리고 맞추려면 상당히 고생을 해야 할 텐데... 파벌에 충성하면 그만큼 보상이 따라서 온다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죠."
돈이야 제법 들겠지만, 유능한 인재의 충성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아... 알겠습니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그런데 유진님... 그... 이제... 둘.. 뿐인데...?"
뭔가 아쉽다는 듯 허벅지를 비비며 나를 올려다보는 마르잔에게 내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요."
"왜... 왜요!?... 제... 봉사가... 기... 기분좋지... 않으셨나요?"
"아뇨. 기분은 좋았지만... 제대로 안 들었잖아요. 이래서야 다음에 믿고 데려갈 수 있겠어요?"
"아.... 으으... 알겠습니다!... 다... 다음에는... 자지냄새에... 정신을 놓지 않고... 정액도... 흘리지도 않게!!.... 완벽하게 하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다음에는 빨면서도 집중할 수 있게 힘내요 마르잔!"
"네! 유진님! 힘내겠습니다!"
"
나는 주먹을 꽉 쥐며 다짐하는 마르잔의 엉덩이를 두드려주었다.
**
"아, 씨발. 쟤가 여기 왜 있어?"
벨베르트가 눈앞에 나타난 여자의 모습에 물고 있던 담배를 뱉었다.
"오호호홋! 벨베르트 이야기는 들었사와! 저희 상회의 일감을 뺏어가 놓고는 결국 감당 못 해서 포기했지 않사와!! 욕심을 그렇게 부리더니 꼴 좋사와!! 오호호호홋!"
마치 소설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전형적인 금발 롤빵머리의 귀족 영애의 모습을 한 아리스였다.
"그래 네, 네. 아리스님 대단하세요. 이제 됐지? 그만 가라. 나 바쁘다."
"... 흐음? 왜 바쁘사와? 우리 쪽에 넘긴 수주 말고도 대부분의 일거리를 쳐냈다고 들었사와. 바쁠 이유가 없지 않사와? 아니면, 뭔가... 커다란 일거리라도 받은 것이 사와?"
멍청한 게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다.
옛날부터 내가 열심히 계획해놓으면, 직감적으로 알아 챈 아리스가 일감을 뺏어가서 상회를 저기까지 키운 거 아닌가.
"그건 니가 신경 쓸 일이 아니고요... 아니, 너는 일 안 하냐? 사장이라는 게 어째 맨날 노는 것 같냐?"
"괜찮사와! 저에는 유능한 부하들이 잔뜩 있으니 말이사와!"
촤락─
쫙 핀 부채로 입을 가리며 웃어대는 아리스를 향해 벨베르트가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
"직접 말을 안 하면 말을 못 알아듣나... 야, 이 가짜 귀족년아 그 거슬리는 롤빵 머리 뜯어내기 전에 좀 꺼지라고."
"가... 가짜 귀족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이사와!"
"그럼 진짜냐? 너 다 컨셉이잖아. 머리도 염색이야, 말투도 소설 흉내 내는 거고, 심지어 귀족도 아니야. 적어도 사실인 게 하나는 있어야지."
"귀... 귀... 귀족 맞사와! 그리고 머리랑 말투도 원래 이랬사와!"
"돈 주고 산 작위는 귀족으로 안 쳐줘요. 너랑 나랑 몇 년을 봤는데 되지도 않는 구라를 치냐? 그리고 사와는 도대체 도대체 언제 적 말투야? 이 촌년아."
배우려면 제대로 배워야지, 벌써 100년은 더 전에 사라졌을 말투를 쓰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채... 책에서는 다들 이런 말투를 썻사와...!!"
"에휴, 됐다. 너는 철이 안 들어요. 저러니까 그 나이를 먹고 사교계 데뷔를 못 나가지. 야, 넌 걍 장사 접고 시골에 가서 돼지나 길러라? 그게 네 수준에 딱 맞을 것 같은데."
"... 어... 어떻게 그런 말을!! 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사와!"
"널 만난 뒤부터 하루하루가 후회다!! 아이 씨발! 당장 안 꺼져? 셋 센다?"
"꺄아아아아악! 포... 폭력 반대이사와!"
벨베르트가 손을 치켜들자 부리나케 도망치는 아리스.
"멍청한 게 눈치만 빨라서... 야, 비서야 왜 자꾸 쟤 들여보내? 상회 출입금지 시키라니까?"
"알겠습니다."
이렇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아리스가 진짜로 삐지면 가서 슬쩍 벨베르트가 놀러 가서 풀어주는 게 둘의 관계였다.
"하아... 안 그래도 수주 물량 맞춰오느라 정신없는데... 아... 스트레스받아."
새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던 벨베르트가 시계를 확인했다.
'... 다음 보고까지 40분인가.'
담배도 좋지만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는 그것만 한 게 없었다.
입에 문 담배를 다시 품 안에 집어넣은 벨베르트가 말했다.
"비서야, 나 30분만 쉬다 올 테니까 찾지 마라."
"네, 휴식하러 가시나요?"
"그래, 휴식 중에는 뭐라고?"
"황제 폐하께서 찾아도 없다고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잘 아네. 그럼 나간다."
"네, 쉬다 오십시오."
비서를 등진 벨베르트가 조금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간다.
저벅─ 저벅─
그렇게 '절대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는 방에 도착한 벨레르트가 열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와 책장으로 가득 차 있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방이 눈에 보였다.
"... 30분이면... 10분은 뒷정리하는 셈 치면... 20분인가 그래도 2번은 하겠네."
안쪽에서 방문을 잠근 벨베르트가 가슴을 꽉 죄던 정장의 단추를 풀며 알람을 맞췄다.
그리고 왼쪽에서 8번째 책장, 9번째 칸의, 2번째 책을 잡아당기자.
쿠쿠쿵─!
책장이 뒤로 돌아가면서 벨베르트의 '진짜 휴식' 공간이 드러났다.
"역시... 여기가 제일 진정되네."
얼핏 보기에는 알록달록한 장신구로 꾸며져 있는 것 같은 방.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벽에 걸려있는 건 장신구 같은 귀여운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흐흠... 오늘은... 뭘 쓸까요."
딜도
방안이 온통 딜도로 가득했다.
초기형인 1세대 딜부부터 최신형인 7세대까지 통상판과 한정판이 모조리 모여있는....
수많은 트리스티아의 상점의 이용객 중에서도 단 12명 밖에 없다는 '올 콜렉터'중 한 명이 바로 벨베르트였다.
"오늘은... 5세대로 할까... 아니면 역시 명기인 4세대 한정판?"
6세대부터는 안에 넣은 순간 질 모양에 맞춰 딱 맞춰주지만, 벨베르트는 딱 맞는 딜도로 '중중중중'의 쾌락을 느끼기보다는 '약약약강'으로 잘 안 맞다가도 억지로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을 더 좋아했다.
"아니, 이럴 시간이 없네. 서둘러야지."
시간을 확인한 벨베르트가 4세대 딜도를 들고는 재빨리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딜도에 슬라임 윤활제를 바르고는...
쯔저억─!
".....!!"
단숨에 딜도를 질 안 깊숙이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