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287화 (287/354)

Chapter 287 - 네가 여기서 왜 나와? (9)

"릴리스. 이것 좀 잠깐 보지 안에 넣어줄 수 있어요?"

"네! 선생님!"

내가 부탁하기는 했지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릴리스를 보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

"지금 넣으면 될까요?"

질문하는 릴리스의 맑은 눈에서 광기가 느껴진다.

'역시... 음마족.'

'침대 위의 황제'를 얻은 이후로 섹스로는 누구에게도 질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없었지만...

그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릴리스일 것이다.

물론 아직은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지만, 릴리스의 섹스력의 성장 속도는 우주의 팽창 속도에 필적할 정도였으니까.

'그럼 언젠가 릴리스도 그 여왕님처럼 되는 건가?'

릴리스의 진한 분홍빛 머리카락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고아원에서 만났던 음마의 여왕님이 문득 떠오른다.

고작 키스 한 번으로 나를 보내버릴 뻔한 말도 안 되는 괴물.

솔직히 지금 만난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 언젠가 릴리스도 그렇게 성장한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도... 도련님..!!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완전히 정신이 나갔구나! 정신이 나갔어!! 그리고 아이여! 어... 어찌 저런 말을 듣는단 말이냐! 진심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추잡한 짓을 하려는 게냐!!"

동시에 베를리오즈와 트리스티아가 난리 쳤지만, 릴리스는 그게 어쨌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치만... 선생님이 시키셨는걸요?"

"시.. 시킨다고 다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네! 저 릴리스는 선생님이 시키면 다 해요!"

릴리스의 충성심 넘치는 대답.

내 여자들 중에 암캐라고 불릴 사람은 많이 있지만, 강아지라고 불릴 사람은 릴리스뿐이다.

얼굴은 순수하고, 몸매는 음탕하고, 성격은 강아지 같은 게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는 느낌이다.

"... 그럼 선생님! 넣을게요!"

당당히 선언한 릴리스는 재빨리 치마를 내리더니 속이 거의 비쳐 보이는 검은색 레이스 팬티를 옆으로 살짝 젖혔다.

스으윽─

이윽고 핑발 성녀의 핑크빛 보지가 여신의 제자들 앞에서 훤히 드러났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성모독적이었지만, 정말 놀라운 건 아직 본격적인 건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흐으읏...!! ♥... 펴... 평소에.. ♥쓰던... 거랑... 조금... 달라서... 하윽...! ♥"

한 손으로는 과시하듯 보지를 벌리고 다른 손으로는 내가 건네준 딜도를 천천히 밀어 넣는다.

─쯔쩌어억!

"하으으읏... ♥.. 자.. 자뜨읏...!.. 흐에.. ♥. 드.. 러.. 오고... 있어... 여어! ♥"

보짓살이 강제로 벌려지는 소리와 함께 야릇한 신음을 흘리는 릴리스.

그 소리에 입을 떡 벌린 채 지켜보던 베를리오즈가 소리쳤다.

"미... 미쳤구나...! 다들 제정신이 아닌 거야!! 어떻게 대놓고 저런 짓을 할 수 있느냐!"

"...."

"...."

하지만 베를리오즈의 외침에 호응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에 2차 충격을 받은 베를리오즈가 절규했다.

"저 모습을 보고도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느냐!! 말려야 하지 않느냐! 아니면 다들 저게 아무렇지 않다는 게냐!!"

"아니... 우리도 제정신이 아닌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저 새끼랑 있으면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라."

거기까지 말한 비앙카가 나를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아무 이유 없이 저런 짓을 시키진 않았을 새끼라서... 하아... 어쩌겠어. 믿어야지 저래도 내 남자인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앙카는 콧웃음을 치고는 베를리오즈를 위 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그보다... 맨날 교미라던가, 발정, 음란이라던가 능숙하게 말한 것 치고는 의외로 순진하네."

"말이랑 행동은 다르지 않느냐!! 그리고 본녀가 순진한 게 아니라 이 상황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냐!! 본녀는 이게 현실이라 도저히 믿을 수 없구나!!!"

지금까지 늘 성적인 대화에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베를리오즈였지만, 막상 눈앞에서 상식을 초월하는 광경이 펼쳐지니 누구보다 열심히 정론을 토하고 있었다.

"... 베를리오즈, 왜 그렇게 당황해?"

"어찌 당황하지 않겠느냐! 그보다 왜 여유로운 척이냐! 너도 놀라고 있지 않았더냐?!"

"아니.. 그건 도련님이 너무 갑자기 말했으니까. 하지만 뭐, 이 정도는 그냥 평범한 거 아닌가?"

"너도 이딴 가게를 하다 보니 정신이 나간 게야? 어찌 이 광경이 평범하다는 것이냐!!"

결국, 머리까지 쥐어뜯으며 절규하는 베를리오즈.

잠깐 사이에 완전히 캐릭터가 망가진 그녀를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심심한 사과를 건네고는 트리스티아에게 딜도를 내밀었다.

"평범하다니 다행이네요."

"... 응? 도련님?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건데?"

"알면서요."

모른 척 되묻는 트리스티아에게 나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넣어요."

"도... 도련님?.... 지금 나한테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랑 까마득한 후배가 눈앞에 있는데 보지에 딜도를 넣으라고?"

제발 농담이라고 말해달라는 트리스티아의 눈빛.

하지만 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네. 지금 넣어주세요."

"... 도련님에게는 마음이라는 게 없어? 이런 건 둘이 있을 때는 얼마든지 해줄 테니까 지금은..."

트리스티아가 슬쩍 딜도를 책상에 올려놓으려고 하자 나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명령이니까 당장 넣어요. 트리스티아."

"읏!!... 도.. 도련님?... 내가 도련님이 명령이라고 하면 뭐... 뭐든지... 들을 것 같아?"

"... 그러면 말 안 들을 거에요?"

저항하는 트리스티아의 원피스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젖가슴을 움켜쥔다.

릴리스의 모습을 보고 흥분했는지 딱딱하게 발기한 젖꼭지가 손 끝에 닿았다.

"흐아아앙! ♥... 도.. 도련님!!.... 가... 갑자기 가슴을 주무르면..! ♥... 하으읏!! ♥"

"계속 말 안 들으면 아래쪽도 괴롭힐 거에요."

내가 농담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반대쪽 손으로 허벅지를 흝으며 올라가자 트리스티아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히익! ♥.... 아.. 알았어! 할게! 할테니까... 그.. 그만해!!"

"정말요? 아니 좀 더 저항해도 되는데."

"하.. 한다고!! 정말..! 그러니까 진짜 그만해!!"

"네. 알겠습니다."

망설임 없이 손을 떼자 트리스티아가 입술을 꽉 깨문 채 분한 듯이 노려보았다.

"하아... 하아.... 도... 도련님은... 정말..."

저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명령한 대로 딜도를 가져가는 트리스티아가 엄청나게 귀엽게 느껴진다.

"... 증... 증명한다면서 갑자기 이걸 왜 시키는거야..."

스으윽─

예상외로 트리스티아는 원피스를 벗지 않고 그대로 치마 아래에 딜도를 집어넣었다.

"어? 트리스티아는 안 벗어요?"

"보여달라고는 안 했잖아! 넣는 거로 만족해! 더 요구하면 진짜 화낼 거야!"

베를리오즈 앞에서는 차마 보지를 보여줄 수 없는지 이것만큼은 물러서지 않으려는 트리스티아.

하지만 얇은 원피스 사이로 살짝 비쳐 보이는 딜도의 실루엣이 대놓고 보이는 것 보다 더 야하게 느껴진다.

쯔윽─ 쯔으─!

"흐으읏! ♥... 흐하... ♥... 다... 들어가.. 써♥.. 하아.. ."

상상력을 자극하는 실루엣과 녹아내린 목소리가 더해지니 본래 목적을 잊고 계속 보고 싶을 정도라.

"미... 미... 미쳤다... 미쳤어... 이... 이런게... 용납될리가 없다..! 그래! 꿈인게로구나!"

현실도피를 하는 베를리오즈를 놔두고 나는 릴리스와 트리스티아에게 다시 명령했다.

"자, 그럼 이제 둘 다 빼도 되요."

"하으♥.... 네에.. 선생... 님!.... 흐아에♥"

"... 도... 도련님...!! 지금 너.. 넣자 마자 빼라고?! 이럴거면 왜 넣으라고 한 건데!!"

"네. 그게 왜요? 아! 혹시 트리스티아는 계속 넣고 싶었어요?"

"... 지.. 진짜... 미워 죽겠어... 흐으으읏! ♥♥"

쯔윽─ 쩌으윽─

다시 한 번 음란한 소리가 들렸고, 잠깐 사이에 애액에 흠뻑 젖어버린 두 개의 딜도가 나타났다.

나는 그 두 딜도를 들어 책상에 올려놓았다.

"자, 그럼 다들 이걸 집중해서 보세요."

"도... 도련님! 보기는 뭘 보라는거야!.. 설마 나와 릴리스의 애액을 비교하려는거야?! 나... 나는.... 도련님의... 성욕이 심상치 않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도착적일 줄은 몰랐어!!"

"그래! 웬일로 맞는 말을 하는구나! 저건 존재해서 안되는 종류의 인간이다! 운명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려라!"

"아니, 말이 너무 심하시네... 일단 둘 다 진정하고 잘 봐요."

우웅─! 우웅─!

우우웅─! 우우웅─!

내가 버튼을 누르자 책상 위에서 딜도가 미친 듯이 진동하며 흔들린다.

"그... 그만해!! 도련님! 왜 이렇게 창피를 주는 건데!! 내가 정체를 감춰서 그래?! 그건 나도 몰랐다니까."

얼굴을 양손을 감싸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트리스티아.

고개를 저은 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트리스티아?"

"몰라! 도대체 뭔데!"

"완벽히 똑같았던 딜도가 사람에 맞춰서 작동법과 형태가 달라졌잖아요."

"그래! 나도 잘 알아! 내가 만들었고 그런 효과가 있는 딜도니까! 근데 그게 어쨌다고!!"

"그럼... 이 딜도는 사람마다 작동법이 달라지는 마도구라는 거죠?"

나는 두 개의 딜도를 잡고 탁탁 부딪치며 말했다.

"그럼 그걸 무기에도 적용해보세요."

"... 뭐?"

"작동법이 달라지는 딜도와는 반대로 인간과 아인족에게는 작동하지 않는 인챈트를 만들면 되잖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트리스티아 눈이 크게 떠졌다.

어찌보면 지극히 간단한 해결책.

그러나 지난 수백 년 동안 무기는 반드시 사람을 해친다고 생각하던 트리스티아와 베를리오즈의 강박관념은 이런 단순한 해결책도 떠올리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 아이야. 정녕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네, 베를리오즈님. 이 딜도는 주인을 인식하는 거잖아요? 그럼 주위의 인간과 아인족을 전부 주인으로 인식하게 해서 주인을 향해서 무기가 휘둘러질 때는 작동하지 않게 만들면 되는 거죠.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트리스티아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천재 마도구 제작자가 있잖아요."

"... 응... 도련님 한 번 해볼게... 아니, 해낼게."

트리스티아의 단언에 베를리오즈가 걱정어린 말투로 물었다.

"정령 가능하겠느냐? 저 아이가 말을 쉽게 해서 그렇지 그런 인챈트를 만들어 준건 쉽지 않을 텐데."

"... 어떻게든 할 거야. 도련님이 해결책을 입에 떠먹여 줬는데 삼키기는 해야지. 그보다 이제 돌아가 줄래? 작업을 시작해야해서 바쁘거든."

어느새 책상에 앉아서 작업을 시작한 트리스티아를 보며 베를리오즈가 캬캿 웃었다.

"캬... 캬캬캬캬!! 그래 알겠다! 그럼 일단 믿고 기다려보마."

작업에 방해하지 않도록 인사조차 생략하고 가게를 나가려던 순간.

트리스타아가 고개를 들며 나를 불렀다.

"아, 잠깐만 도련님."

그리고는 한걸음에 내게 달려와, 양손으로 얼굴을 붙잡고 진하게 입을 맞추는 트리스티아.

쪼옵─ 쪼옵─

입안을 파고드는 혀의 감촉과 상큼한 석류의 향기가 뇌를 아찔하게 침범했다.

"하아... ♥... 오늘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일이 끝나면 연락할게..."

숨이 벅찰 정도로 긴 키스가 끝나고 트리스티아가 상기된 얼굴로 속삭였다.

"그때는.... 안놓아줄거야. 도련님? ♥"

0